336화. 다시 이계로
336화.
"후웁! 후웁!"
마나 연공을 하며 엘라임이 녹여 준 마나를 더욱 많이 녹이기 위해 노력했다. 엘라임은 하루에 한번만 불렀다. 한번 녹은 마나는 가속도가 붙어 점점 녹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3개월후 눈이 많이 녹았다. 눈보라도 잠잠해진 계절이 되자 굳은 마나도 다 녹았다. 확실하게 이곳이 어딘지 파악하기 위해 이곳에서 만난 네팔인 가족인 슈란달의 집으로 이동했다. 모습을 감추고 본 슈란달은 젊었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집에는 노모와 같이 살고 있었다. 아직 몇년도인지는 확실히는 모르지만 전보다 과거로 왔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슈란달앞에 모습을 드러내 아는척할 필요는 없었다. 슈란달은 지금은 자신을 전혀 모른다.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위해 그대로 로스 차일드 당주가 있는 프랑스 파리의 오를레앙 은행으로 이동했다. 파리는 깜깜한 밤이었다. 어쩔수 없이 하루밤 묶을 곳을 찾아야 했다.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가 모습을 드러내고 호텔을 찾아 다녔다. 파란 네온으로 빛을 발하는 호텔이라는 글자를 발견하고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 가자 의외로 좁은 방이었다. 좁든 크든 상관은 없었다. 하루밤만 묵을 생각인것이다.
"저놈이군."
다음날 호텔을 나와 점심때까지 파리 구경을 하고 오를레앙 은행으로 모습을 감춘채 이동해 플라이 마법을 펼치며 창밖에서 다비드 당주를 찾아 보았다. 최상층 사무실에서 사진으로 보던 자와 비슷한 모습의 중년인을 발견했다. 그런 중년인은 젊은 청년 한명과 같이 소파에 앉아 있었다.
"블링크!"
창문을 통과해 사무실 안으로 잠입한 켄은 두사람의 대화를 몰래 들었다.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나?"
"그렇습니다. 아메리카와 프랑스에서 제조중입니다."
"완성품은?"
"현재 200명이 완성된 상태로 세뇌 교육과 훈련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직 몇년은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조용히 듣고 있던 켄은 이들이 이미 클론을 제조하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다면 세뇌와 훈련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것이다. 200명이나 되는 인원이 완성되었다는 말에는 솔직히 놀랐다. 더이상 들어 볼 필요도 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헉! 누, 누구냐?"
"알것없어. 당신이 다비드냐?"
"어떻게 이곳으로 들어 온겐가?"
젊은 놈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런 반면 다비드 당주라고 짐작되는 중년인은 젊은 놈과는 달리 차분했다.
"너희들이 제작하고 있는 능력자와 비슷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대답이 되었나?"
"음...일단 앉아서 이야기하세."
조금은 놀란듯했지만 소파에 자리를 권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이야기는 할 생각도 없었다.
"당신이 다비드가 맞냐?"
"그렇다네. 자아, 우선 앉게. 에드웰, 차 한잔을 내와라."
"알겠습니다."
에드웰이라는 젊은 놈이 걸음을 옮길려고 했을때였다.
"멈춰! 네가 다비드라면 넌 죽어줘야겠다."
"그게 무슨 말인가?"
이제야 조금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왜 죽어야 하는지 입 아프게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매직 핸드! 홀드!"
"컥!"
"어엇?"
다비드 당주의 목을 매직 핸드로 움켜 쥐고 졸라 버리고 에드웰이라는 놈은 꼼짝도 못하게 구속해 버렸다.
"끄...으...으..."
잠시후 다비드 당주의 목이 꺾이며 축 늘어져 버렸다. 이번엔 에드웰 차례다. 놈의 입을 막고는 창문쪽으로 들어 옮겨 창문을 열고 던져 버렸다. 입이 막혀 있는 관계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바닥으로 추락했다. 경찰은 아마 에드웰이 다비드 당주의 목을 졸라 죽인후 자살했다는 결론을 내릴것이다.
"워프!"
다음은 아메리카 뉴욕에 있는 록펠러 센터로 갔다. 그곳의 주인인 록펠러 가문의 데이빗 록펠러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록펠러 센터의 꼭대기층부터 조사를 해 사진으로 본 얼굴이 집무를 보고 있는 사무실을 발견했다. 큰 사무실전체를 사용하는 늙은 노인은 코에 호스를 주입한 상태였다. 아마 산소 호흡기로 예상되었다. 사무실 안에는 혼자 큰책상앞에 앉아 서류를 들추어 보고 있었다. 그런 놈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무언가를 느꼈는지 얼굴을 든 노인은 놀란 표정이었다.
"자넨 누군가?"
"알것 없어. 당신이 데이빗 록펠러냐?"
"음, 그렇다. 이곳엔 어떻게 들어 온거지?"
"알것 없댔잖아. 넌 그냥 죽어면 돼. 홀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는 데이빗 회장의 심장을 향해 라이트닝 마법을 펼쳐 충격을 주었다.
"커억!"
데이빗 회장은 심장이 좋지 않아 이미 몇번이나 심장 이식 수술을 한상태다. 자신의 클론 인간을 제조해 심장을 적출해 이식하며 생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 6번이나 그런 수술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죽어 마땅한 놈이었다. 목표로 한 두놈은 죽였지만 기분이 찜찜했다. 본래의 세계가 아닌 평행 차원에서 한일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아무리 죽인다고 해도 본래의 세계에선 버젓이 살아 숨을 쉬고 있을것이다. 클론을 제조하고 있는 패터슨 공군 기지나 51구역. 덜스 지하 기지까지 박살낼 생각이었지만 어차피 자신이 이곳에서 사라지면 이 세계는 아마 무너지게 될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자 힘들게 파괴할 필요는 없었다. 후련하기는 커녕 찜찜한 기분만 들것이다.
"돌아 가자!"
이곳 평행 차원 지구에서 더이상 할일은 없었다. 니루이스란 대륙으로 다시 돌아가 그곳에서 생을 마치기로 했다. 일본의 니에몬지마(仁右衛門島)에 있는 동굴로 이동했다. 동굴안의 마법진을 발동시킨후 안으로 들어가 아공간을 열어 대륙에 도착해 굳은 마나를 풀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을 마법 주머니에 담고는 대륙으로 다시 차원 이동을 시도했다.
*******
"으으....제기랄."
전번에 도착한 붉은 사막에 다시 떨어진 것이다. 전번처럼 먹을게 없어 전갈을 생으로 씹어 먹지 않아도 되었다. 절벽 아래쪽으로 내려 갈려면 엄청난 고생을 해야 한다. 어쩔수없이 텐트를 설치했다. 이제부터 또다시 굳은 마나를 녹이는 시간이 몇달간 계속될것이다. 굳은 마나가 어느 정도 녹자 절벽 아래로 충분히 내려 갈수 있었다. 전번처럼 고생해서 내려갈 필요는 없었다. 디그 마법으로 절벽에 홈을 파서 발로 발고 손으로 지탱하며 내려 간것이다. 전번에 절벽틈으로 물이 흘러 나오는 곳으로 이동했다.
절벽앞 양쪽이 푸른 나무로 둘러 쌓인 곳에 도착했지만 곳곳에 야영 흔적이 남아 있었다. 돌무더기를 모아 모닥불을 피운 흔적이나 물이 흘러 나오는 절벽 아래쪽의 돌들이 모두 치워져 있었으며 그 아래에는 작은 옹달샘이 자리하고 있었다. 야영하는 사람들이 그런식으로 만들어 놓은것 같았다. 정기적으로 이곳에서 야영을 하지 않는한 저런식으로 힘들여 만들어 놓을 필요는 없었다. 무얼하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야영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용병으로 생각되었다. 용병들이 사막에서만 자라는 귀한 약초를 채집하러 와서 이곳으로 발견하고 영구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것이라고 짐작되었다.
옹달샘 근처에 텐트를 치고 100미터 전방에 알람 마법을 설치했다. 또다시 굳은 마나를 녹일 생각이다. 그로부터 한달정도 지나자 굳은 마나는 거의 다 녹았다. 며칠만 고생하면 완전히 녹일수 있을 것이다. 그때 알람 마법의 경고음이 들려왔다. 누군가 알람 마법 범위안에 들어 온것이다. 서둘러 텐트를 아공간안에 집어 넣었다. 잠시후 계곡안으로 들어 오는 행렬이 있었다. 상인들로 보였다. 긴줄로 늘어선 수레는 수십대는 되어 보였다. 상인이나 호위하는 용병들도 수백명이었다. 이 계곡쪽으로 상행을 하기 위해서는 파이츠 무역 도시에서 먼 아래쪽으로 내려가 계곡을 따라 와야한다. 이곳에서 일주일정도 올라가면 모래 사막으로 만들어 놓은 곳을 통과해야 한다. 그곳에는 샌드웜이 살고 있다. 저렇게 많은 용병들을 호위로 고용할정도로 샌드웜이 두려운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타다다닥!
"누, 누구십니까?"
용병 한명이 경계를 하며 달려와 켄의 정체를 물었다. 로브를 입고 있어서 그런지 조심스러운 눈치였다.
"야영객이다."
"마, 마법사십니까?"
"보면 모르냐?"
애매하게 대답했다. 마법사라면 당연히 로브를 입는다. 그외에도 정령사나 신관도 로브를 입고 다닌다. 신관이라면 자신의 종파를 상징하는 심벌 마크가 새겨진 로브를 입는다. 하지만 이곳은 사막이다. 모래 바람과 흙먼지를 피하기 위해 로브를 입는 사람들도 있다. 판단은 질문한 용병이 해야 한다. 굳이 마법사라고 광고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곳에서 상단이 야영을 해도 되겠습니까?"
"난 상관말고 알아서 해."
짐을 푼 수레로 계곡 입구를 완전히 막아 버리며 야영 준비를 하는 상단이었다. 옹달샘의 물을 퍼서 수프를 끓이기도 마시기도 하며 모두가 켄의 행동을 조심스럽게 지켜 보고 있었다. 이런 사막에 혼자 있다는건 누가 보더라도 수상할것이다. 또한 용병 수십명이 켄의 근처에서 경계를 하고 있었다. 수상한 행동을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즉시 달려들것이다. 용병들이 경계스런 모습에 조금 화가 났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다. 그런 용병 한명을 손짓으로 불렀다. 물어 보고 싶은게 너무 많았다.
"부, 부르셨습니까?"
지명당한 용병 놈은 다른 용병들을 보며 어떻게 할지 눈짓으로 물어 보고는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몇가지 물어 보자. 너희들은 어디로 상행을 가는거냐?"
"스와튼 무역 도시로 가고 있는 중입니다."
"스와튼 무역 도시? 그곳은 폐쇄된게 아니냐?"
"예엣? 폐쇄라니요?"
깜짝 놀라는 용병의 태도로 볼때 멀쩡히 도시 기능이 회복된것 같았다. 남쪽의 폴라리스 마을에 있는 터널을 이용하지 않고 굳이 사막을 이용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용병들만으로 샌드웜을 처리할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굳이 사막을 건너 상행을 하는 이유가 뭐냐? 남쪽의 터널을 이용하면 간단하게 로드 왕국으로 들어 갈수 있지 않느냐?"
"그러면 저희들의 할일이 없어져 곤란하죠. 어째든 남쪽의 터널은 아무나 이용할수 있는게 아닙니다. 피오트르 왕국 소속 상인은 누구나 출입이 자유롭지만 다른 왕국 상단들은 허가된 상단만이 출입할수가 있는거죠. 그런 허가를 받기 위해선 막대한 뇌물이 필요합니다. 큰상단이 아닌 이상 그런 뇌물을 받칠 여유가 없는 어중간한 상인들이 서로 뭉쳐 위험을 감수하고 사막으로 상행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용병은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붉은 사막을 모래 사막으로 만들어 샌드웜을 끌어 들여 놓았지만 5년후에 마법사와 기사들이 샌드웜을 처리하고 절벽을 무너 뜨려 길을 만들어 놓아 더이상 이 사막 상행로에 샌드웜을 두려할 필요는 없었다. 이렇게 많은 용병들은 마적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아직도 사막에 마적들이 출몰하고 있는 것이다. 스와튼 무역 도시를 관리하고 있는 영지는 헤르난데스 백작령이며 로드 왕국도 건재한 상태다.
하지만 전번에 왔을때보다 5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구에서 몇달만에 돌아 왔는데도 엄청난 시간이 흘러 버린 것이다. 백년동안 로드 왕국은 물론 헤르난데스 백작령도 무사하다는 것을 알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더이상 자신이 개입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자신의 질문에 대답해준 용병에게 1골드를 던져 주었다. 금화 한개를 받은 용병은 입이 찢어질듯 좋아했다. 이들에게 더이상 볼일도 없었다. 같이 행동할 생각도 없어 계곡을 나섰다. 상단에서 멀어진 켄은 곧바로 블링크 마법을 사용해 계곡위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텐트를 설치하고 얼마남지 않은 굳은 마나를 모두 풀었다. 헤르난데스 영지로는 갈 생각은 없었다. 자신이 그곳으로 가면 모든 이들이 불편해 할것이다. 위기 상황이라면 환대를 받겠지만 평온한 상태에서는 괜한 풍파만 일으킨다는 생각으로 이카리스 레어로 워프했다. 레어에 있는 차원 마법진의 최상급 마나석을 회수하고 이카리스 레어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아 본후 레어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이나 레어에서 평생을 보낼 생각이다. 이카리스 레어는 예전과 변함없었다. 다만 먼지만 수북히 쌓여 있었다.
"클린!"
레어를 청소한후 차원 이동 마법진의 최상급 마나석도 회수했다.
- 실라이온! 레어 밖으로 나가 이곳이 어딘지 알아봐 줘.
실라이온은 금방 돌아왔다.
- 죽음의 설산이에요.
처음 들어 보는 산이었다. 대륙에 그런 산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실라이온의 설명으로는 대륙 서쪽 끝지역인 마케아 마법 왕국이 있었던 곳의 서쪽 끝 바닷가에 우뚝 솓아있는 산맥이라고 했다. 마케아 마법 왕국은 백년전에는 발락 왕국으로 변해 버렸다. 지금도 발락 왕국이 존재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레어의 입구는 완전히 막힌 상태다. 그런 입구를 다시 열 생각은 없었다. 실라이온에게 입구쪽의 좌표를 알려 달라고 해서 이동했다. 산맥답게 레어 입구는 큰바위산 중간에 입구가 있었다. 그 입구는 돌로 완전히 막아 버린후 일부분을 무너 뜨려 막아 놓은 흔적을 지워 버렸다. 자세히 살펴 봐도 바위산에 불과했다.
바위산 아래쪽엔 무성한 수림이 펼쳐져 있었다. 그런 수림 위를 모습을 감춘채 날아 다니며 이 근처를 조사했다. 몬스터가 곳곳에 돌아 다니고 있었다. 몬스터 산맥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몬스터들이 많았다. 이카리스가 이곳에 생존해 있었을땐 레어 근처에는 몬스터는 얼씬도 못했을것이다. 그런 몬스터들을 쫒아낼 생각은 없었다. 죽음의 설산은 엄청난 높이를 자랑했다. 레어 위쪽으로는 까마득한 눈덮힌 산이 보였다. 그런 산봉우리들이 수십개는 되어 보였다. 이카리스 레어가 있는 곳도 고지대다. 산맥 아래로 날아 내려 갔다. 내려 갈수록 정글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아마존의 밀림처럼 빼곡히 들어찬 나무들로 인해 바닥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텔레포트!"
그런 정글 지대를 빠져 나가기 위해 공간 이동 마법을 펼쳤다. 그런후 다시 날아 내려 갔다. 드디어 민가가 보였다. 목책으로 둘러 쌓여 있는 곳에 백여채의 나무로 얼기설기 엮은 집들이다. 지붕은 넓은 잎으로 덧대어 올려 놓은 구조다. 탄자니아의 통궤족 마을같은 느낌이었다. 마을 밖의 넓은 밭에는 이름모를 작물이 자라고 있었다. 그곳에서 마을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저 마을에 들어가 생활할지 아니면 다른곳으로 가거나 근처에 따로 집을 만들어 생활할지 결정을 해야했다.
- 작가의말
주인공이 바쁘게 옮겨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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