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화. 범인 찾기(2)
313화.
불쾌한 표정의 질드래는 묻는 말에 답해 주지 않았다. 수상했다. 다시 파트의 집으로 향해 졸리를 만나 질드래와 어떤 사이인지 물어 보았다. 가죽 가공소의 수석 장인으로 가공소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고 했다. 자신만 특별히 알고 있는게 아니라는 뜻이었다. 이틀전에는 오후에 퇴근해 어디에 있었는지도 물어 보았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집으로 곧장 돌아와 침대에 누워 있었다고 했다.
"그후로는 집밖으로 나가지 않았다는 말이지?"
"나간적이 없어."
혹시나 해서 질드래가 이 집으로 찾아 오지 않았느냐고 묻자 오히려 화를 내며 수석 장인이 왜 찾아 오느냐고 되물었다. 알리바이를 확인하고 집을 나가 옆집이나 근처의 집을 방문해 이틀전 오후에 졸리와 질드래를 본적이 있느냐고 묻고 다녔다. 그러자 도랑에서 가까운 집의 할머니가 졸리를 봤다고 했다.
"저 빈집으로 들어 가던데?"
혼자였다고 했다. 그곳에서 언제쯤 나왔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그뒤를 몰래 따라가고 있는 브로디를 봤다고 했다. 빈집으로 가 봤다. 무너질듯한 허름한 집으로 천장에는 군데군데 구멍도 뚫려 있었고 바닥에는 지푸라기들이 깔려 있었다. 감이 왔다. 이곳에서 졸리와 질드래가 만난 것이다. 바닥의 지푸라들을 들추며 이곳에 둘이 같이 있었다는 흔적을 찾아 보았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머리 카락이나 곱슬하게 굽은 털들을 주워 모았다. 동물들의 털은 아니었다. 이미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질드래가 자주 간다는 술집을 찾아 이틀전 질드래가 오지 않았냐고 묻자 오후 늦게 찾아와 술을 진탕 마셨다고 했다. 다음날 파트의 집으로 향했다. 브로디는 어제 장례를 치룬 상태다. 장례라고 해봤자 인근 산에 매장하는것이 다 였다.
졸리는 이미 출근을 한상태였다. 파트와 삼촌들을 만나 범인을 찾았다며 영주성의 병사들을 불러라고 했다. 가죽 가공소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을때 파트가 병사 3명을 데리고 왔다. 영지 경비병들이라고 했다. 그들을 데리고 졸리가 일하는 창고로 들어가 가죽을 세고 있는 졸리와 무두질을 하고 있는 수석 장인인 질드래를 불렀다.
"또 무슨 일인가?"
병사들을 힐끗 본 질드래는 아무렇지도 않는 표정이었지만 졸리는 긴장하고 있었다.
"질드래! 당신이 브로디를 죽인 범인입니다."
"뭐라고? 네놈이 감히 내게 누명을 씌울려는거냐?"
버럭 고함을 치며 화를 내는 질드래였다. 당장이라도 때려 죽일듯이 노려 보는 눈동자가 매서웠다.
"자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건가? 만약 거짓이라면 자넨 무고죄로 끌고 갈걸세."
경비병중 한명이 나서며 경고를 했다.
"질드래, 당신은 삼일전 출근을 하지 않고 아침내내 집에 있다가 오후에 밖으로 나갔죠? 어디로 간것입니까?"
"단골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네."
"그 시간은 오후 늦게였죠? 당신은 정오가 조금 넘은 시간에 집을 나섰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말한 술집에는 오후 늦은 시간에 찾아 간것이죠. 술집을 찾아 가기 전에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외성을 산책했네. 그게 무슨 잘못이라도 있는건가?"
"당연히 아무런 잘못은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삼일전 오후 당신은 브로디가 죽은 도랑 근처의 빈집에서 졸리를 만났습니다. 졸리와 당신이 따로 따로 빈집으로 들어 갔다는 것을 본 사람이 있습니다. 졸리, 당신은 오후에 집으로 돌어와 밖으로는 나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거짓말을 한것이죠. 당신의 뒤를 몰래 따르고 있는 브로디를 당신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빈집에서 질드래와 만나 정사를 나눈후 그 장면을 본 브로디를 당신들이 죽인겁니다."
질드래가 빈집으로 갔다는 것을 목격한 사람은 없었다. 추측이지만 사실처럼 말했다.
"그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통할것 같나?"
"그럼 증거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품속에 잘 보관해 두고 있었던 머리카락과 곱슬털을 꺼냈다.
"이 긴머리카락은 졸리 당신의 머리카락입니다. 그리고 이 털들은 당신들 그곳의 털이죠. 모두 빈집에서 찾은 것입니다. 이런 증거가 있는데도 발뺌을 하실 생각입니까?"
질드래의 눈이 처음으로 떨리고 있었다. 졸리는 침울한 표정으로 울먹이기 시작했다.
"으흐흑! 난 말렸지만 수석 장인이...으흐흐흑..."
"경비병님들! 끌고 가서 조사해 보세요."
"끌고 가라."
질드래와 졸리를 경비병들이 끌고 가자 파트와 동생들은 멍한 표정으로 정신이 나간듯했다. 그런 이들을 뒤로 하고 움막으로 돌아 갔다. 그날 저녁때쯤 파트가 사건을 해결해 줘서 고맙다며 생닭을 한마리 건네 주었다. 하지만 닭을 받긴했지만 어떻게 닭을 잡아야 할지 난감했다. 목을 비틀어 죽이고 그냥 모닥불에 구울까도 생각해 봤지만 닭은 털을 뽑아야 한다. 어떻게 털을 뽑는지는 모른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때 로지와 리신이 찾아와 놀려댔다.
"송장 해결사! 또 한건 했다며?"
"라크! 그렇게 부르라고 했잖아."
"킥킥킥, 넌 이제 송장 해결사라는 별명이 붙어 버렸어."
"제기랄! 술이나 꺼내. 아, 그리고 저 닭을 잡아봐."
로지가 닭을 보고는 좋아했다. 간만에 닭고기를 먹을수 있다며 닭목을 비틀고는 힘으로 털을 뽑았다.
"펄펄 끓는 물에 닭을 삶아야 털이 잘 빠지지만 구워 먹을거니까 이렇게 뽑아도 돼."
저런식이라며 잡으라고 한말이 후회스러웠다. 혼자서 닭한마리를 포식할수 있었을텐데 막상 닭을 굽자마자 로지와 리신이 허겁지겁 뜯어 먹는 바람에 몇점 맛보기로 입맛만 다셔야했다.
"자네 경비대에서 일해 보지 않겠나?"
다음날 아침에 찾아온 외성 경비 책임자라는 기사가 제안을 했다. 그런 기사의 제안을 일언지하(一言之下)에 거절했다. 누구 밑으로 들어갈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사사삭.
흐린 밤이었다. 브로디 살인 사건을 해결한지 일주일이 지났을 무렵이다. 한밤중에 풀을 밟고 접근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간만 있으면 마나 연공을 하면서 지낸다. 잠은 아침에 잠깐 잘뿐으로 하루종일 마나 연공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한밤중에 들려온 소리에 즉시 마나 연공을 멈추고는 묵직한 나무 막대를 한개 들고는 조심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이 근처에는 몬스터가 없다. 낮은 언덕산에 불과한 이런 곳에 몬스터가 서식할리가 없었다, 그런 산으로 접근하는 자들은 절대로 좋은 일로 찾아오는 놈들이 아니었다. 움막 안에 모종의 조치를 급히 취한후 뒤쪽으로 이동해 누군지 기다렸다. 모두 3명이었다. 얼굴에 검은 복면을 한 자들로 그들의 복장이 낮설었다. 용병들이 무슨 일로 저런 모습으로 찾아 온것인지 뻔했다. 자신을 죽일 생각으로 한밤중에 찾아 온것이다.
로지가 경고한 일이 사실로 드러났다. 자신과 원한이 있는 자는 빌링턴 상단의 쥬미르 밖에 없었다. 쥬미르의 음모를 분쇄해 쥬미르의 입장이 난처해진 상태다. 상단주에게도 호되게 질책 당했을것이다. 아니면 아들을 물 먹인 복수를 하기위해 상단주가 직접 지시한 것인지도 모른다. 달빛에 번쩍이는 롱소드와 바스타드 소드, 작은 헬버드를 든 용병 3명이 움막앞에 도착해 움막안으로 롱소드를 든 놈이 그대로 찔러 넣었다. 움막은 한명이 드러 누울 정도의 공간밖에 없었다. 만약에 저 안에서 자고 있었다면 그대로 당했을것이다.
"없어! 찾아."
몇번이나 롱소드를 찔러 넣은 놈이 이상함을 느끼고는 안으로 들어와 시트를 걷어 냈다. 시트 아래에는 불룩한 마른풀들밖에 없었다. 당황한 놈이 동료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인비저빌리티!"
왼손가락의 아티팩트 반지를 발동시켰다.
빠각.
"컥!"
한명은 움막 뒤로 오고 있었고 다른 한명은 주변을 살피러 이동할때 즉시 움막 입구로 이동해 움막에서 머리를 숙이며 나오고 있는 놈의 뒷통수를 나무 막대로 힘껏 후려 갈겼다. 놈이 죽어도 상관없었다.
빡!
굵직한 나무에 머리통이 빠개지는 소리가 들려 오며 놈은 그대로 머리를 처 박고 부르르 몸을 떨면서 서서히 잔떨림이 멈추었다. 다시 되돌아온 이계에서 첫 살인이었지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짧은 비명 소리를 들었는지 움막 뒤쪽으로 간 놈과 주변을 둘러 보던 놈이 즉시 움막 앞으로 뛰어 왔다.
퍽.
"커억!"
빠각.
털썩.
움막 뒤에서 뛰어 오는 놈의 옆으로 비키며 놈의 배를 향해 야구 배트를 휘두르듯 후려 쳤다. 그러자 배를 움켜 잡고는 허리가 앞으로 숙여진 틈에 뒷통수를 때려 갈겼다. 한마디 비명도 없이 앞으로 꼬꾸라진 놈을 본것인지 달려 오든 놈이 급히 멈추고는 헬버드를 앞으로 내밀며 긴장하고 있었다. 그런 놈을 보며 바닥의 돌멩이 몇개를 주워 놈의 머리를 향해 던졌다.
휘익.
"허억?"
주먹만한 돌멩이는 놈의 귓가를 스치며 빗나갔다.
"소, 송장 새꺄! 당장 나와. 어디에 숨어 있는거냐?"
휘익.
퍽.
"윽!"
이번엔 놈의 가슴에 적중했다. 왼손으로 가슴을 만지고 있는 놈에게 다시 돌팔매질을 했다.
휘이익.
"허헉!"
바람을 가르는 소리에 깜짝 놀란 놈이 무릎을 굽히며 바닥으로 살짝 주저 앉았다. 그런 놈을 향해 달려 갔다.
다다다닥.
"이 씨발 새꺄!"
달려오는 발걸음 소리에 헬버드를 든 놈이 욕을 내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헬버드를 휘두를 자세를 취했다.
부우웅.
빠각.
"크아아아악!"
털썩.
그런 놈에게 달려가 몸을 살짝 구부리며 놈의 다리를 향해 막대를 휘둘렀다. 앞으로 살짝 내밀고 있던 왼쪽 다리를 직격당한 놈은 오른쪽 다리를 땅에 대고는 헬버드를 휘둘렀다.
부우웅.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휘둘러 봤자였다.
팡.
"크윽!"
반쯤 주저 앉아 있는 놈의 등짝을 향해 내려치자 비명을 지르면서도 뒤쪽으로 헬버드를 휘둘러 왔다.
부웅.
놈의 헬버드보다 켄이 들고 있는 나무 막대기가 더 길었다. 그런 놈의 사정 거리에서 벗어나 있는 켄을 맞출리가 없었다. 헬버드를 휘두르며 자리에서 일어난 놈의 다리를 박살낼 생각으로 나무 막대를 휘두르자 바람 소리를 감지한 놈이 뒤뚱거리며 급히 뒤로 물러섰다.
"개새꺄! 어디야? 모습을 드러내."
퍽!
"크윽!"
뒤로 물러난 놈에게 돌멩이를 던졌다. 지근 거리에서 던진 돌은 빗나갈리가 없었다. 놈의 가슴에 정통으로 박힌 돌에 신음을 흘리며 가슴을 부여 잡고 있는 놈에게 다시 돌멩이를 휘익 던지며 나무 막대를 다리를 향해 휘둘렀다.
빡!
"크아아아악!"
이번엔 오른쪽 다리였다. 큰비명을 내지르며 땅바닥에 주저 앉은 놈이 일어 날려고 했지만 비틀거리며 바닥에 주저 앉았다. 놈의 오른쪽 다리에는 허연 뼈가 드러나 있었다.
"죽어! 새꺄~!!"
휘리리리릭!
"허억!"
데구르르.
바닥의 놈이 갑자기 자신의 무기인 헬버드를 집어 던졌다. 마침 자신이 있는 방향이었다. 급히 바닥을 굴러 헬버드를 피하고는 벌떡 일어나 주저 앉아 있는 놈의 어깨를 향해 내려쳤다.
부우우웅.
빠각!
"크아아아~!!"
굵직한 나무막대가 두동강나며 놈의 어깨가 박살났는지 오른팔이 덜렁거렸다. 놈은 이제 항거불능이었다. 움막옆으로 이동해 죽은 용병놈이 들고 있던 바스타드 소드를 집어 들고 바닥에 앉아 어깨를 감싸고 있는 놈에게 접근했다.
빠각!
"크아아아악! 개새꺄~죽여라!!!!"
바스타드 소드의 옆면으로 놈의 왼손목을 후려 갈긴후 인비저빌리티 아티팩트를 해제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이이이...송장 새꺄! 죽여."
"물론 죽인다. 누구의 지시로 이곳으로 온거냐?"
"죽여!"
죽이라고 고함을 지르는 놈의 향해 부러진 나무 막대를 주워 들고는 양다리 뼈를 완전히 박살내 버렸다. 이제 놈은 조금도 움직일수 없는 상태다.
뒤적뒤적.
죽은 두놈과 항거불능인 놈의 품속을 뒤졌다. 놈들은 작은 주머니를 한개씩과 단검을 한개씩 가지고 있었다. 주머니를 바닥으로 모두 쏟아내 확인하자 골드와 실버, 쿠퍼가 들어 있었다. 피해 보상금으로는 적었지만 돈이 거의 바닥이 나고 있는 상황에 절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다음날 아침 외성안으로 들어가 경비대를 찾아 갔다.
"송장 해결사! 또 무슨 사건을 해결한거냐?"
지레짐작으로 사건을 해결하고 자신들을 부르러 온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경비병들에게 자신을 습격한 용병놈들을 잡아 놓았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깜짝 놀라는 경비병이 급히 어디론가 달려가 자신을 찾아 왔었던 기사를 데리고 왔다.
"그게 정말이냐?"
"그렇습니다. 가 보시면 압니다. 2명은 죽은 상태고 한놈은 제압해 두었습니다."
외성 경비 책임자인 기사와 경비병 3명이 수레 한대를 끌고 켄의 거처로 향했다.
"저놈을 움직이지 못하게 해 두었습니다."
팔다리가 박살난 놈이 드러 누워 있었고 다른 두놈은 가지런히 눕혀져 있었다. 이곳으로 오면서 이미 어떻게 된것인지 사정을 설명해 주었다.
"끌고 가라."
"옙."
기사가 다시 경비대에 들어 오라고 제의했지만 거절했다. 놈들이 들고 있던 무기는 정당 방위가 인정되어 모두 내것이 되었다. 언제 소문을 들었는지 오후가 되어 로지와 리신이 찾아와 놀려 대었다.
"송장 해결사! 아직 살아 있었네?"
"쿡쿡쿡쿡...죽다가 살아 났다며? 누구 지시였냐?"
"알것 없어. 네들이 알면 다쳐."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