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2화. 범인 찾기(1)
312화.
큰상자 아래쪽에는 큼직한 자물쇠가 떨어져 있었고 문은 활짝 열려 있는 상태였다. 상자안에는 여러가지 작은 상자들이 들어 있었다. 그런 상자들은 모두 작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처음부터 이 큰상자는 열려 있었던 겁니까?"
"그렇다네. 아침에 트룹이 발견했을땐 열려 있었다고 했네."
"그럼 저 작은 상자들도 모두 보석 상자입니까?"
"그렇다네."
보석 상자를 한개만 가져 간다면 누구도 모르게 은폐를 해야 한다. 상자의 문을 닫고 자물쇠까지 본래대로 채워 놓으면 상자를 열어 보기 전까지는 보석 상자가 사라진걸 모를것이다. 저런식으로 도둑이 들었다고 광고를 하는건 처음부터 자신에게 누명을 씌울 요령으로 일부러 저렇게 해 놓은것 같았다.
"이상하군요. 보석 상자가 이렇게 많은데도 왜 범인은 단한개의 상자만을 가지고 갔을까요? 빌리는 제 손에 한개의 상자가 들려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제가 도둑이라면 상자는 모두 가져 갔을겁니다. 부상단주님이 도둑 입장이라고 해도 그렇지 않습니까?"
"크흠...자네 입 조심하게."
부상단주는 불쾌한 표정이었다. 지켜 보는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상함을 느끼고 수군거리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말이 지나쳤습니다. 사과하겠습니다. 이건 누가 보더라도 제게 누명을 씌울려는 의도가 분명합니다. 지금부터 진범을 찾아 보겠습니다."
"찾을수 있겠나?"
지금까지 조용히 듣고만 있던 상단주가 급히 말을 걸어왔다.
"해 봐야죠. 저 바닥의 자물쇠는 누가 건드린적이 있습니까?"
상단주가 모든 사람들에게 물어 보았지만 모두 건드리지 않았다고 했다.
"좋습니다. 그럼 아주 잘게 간 밀가루와 부드러운 말꼬리 털을 가져다 주십시요."
"그런걸로 뭘 할려는 거지?"
"가져 오시면 알려 드리겠습니다."
바닥의 자물쇠에는 지문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 지문을 조사해 보면 진범을 잡을수 있다.
"빌리! 지금이라도 실토해라. 누구의 지시로 넌 거짓말을 하는지 지금 말하면 상단주님이 선처를 취해 줄것이지만 내가 조사를 한후에 진범이 잡히면 넌 아마 거짓말을 한 죄로 죽을꺼다."
"......."
죽는다는 말에 빌리의 눈동자가 요동치고 있었다.
"빌리! 바른대로 말해라."
"저, 전...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분명히 송장놈을 봤습니다. 믿어 주십시요."
상단주의 호통에도 실토하지 않는 빌리의 다리는 떨고 있었다.
"네놈의 말이 거짓이라도 판명되면 각오해야 할꺼다."
"......."
그럴때 창고안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 오는 자가 있었다. 부탁한 물건을 가져 온것이다.
"이런걸로 뭘 할려는거냐?"
"신기한걸 보여 주죠. 인간에 손가락 안쪽 문양은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는걸 알고 있습니까?"
"다르다니? 처음 듣는군."
켄의 말에 모두가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 보고 있었다.
"서로 비교해 보시죠. 정말 다른지 같은지 옆사람들과 비교해 보십시요."
웅성웅성.
서로 비교를 하면서 모두 다르다는걸 확인한 이들은 놀라운 발견이라는듯 웅성거리고 있었다.
"자네 어떻게 이런걸 알고 있었나?"
"저도 잘 모릅니다. 그리고 그런 문양은 저런 자물쇠를 만지면 그 문양이 자물쇠에 남게 됩니다. 지금부터 남아있는 문양을 떠 올리게 할겁니다."
밀가루를 바닥의 자물쇠에 조심스럽게 뿌리고는 말총털로 털어 내자 지문이 드러났다.
"보십시요. 손가락 문양이 드러나 있습니다."
"...음. 정말이군."
"이제 한사람씩 이 문양과 손가락 문양을 비교하면 이 자물쇠를 만진 자를 알아 낼수 있습니다. 그 자가 보석 상자를 훔친 범인입니다. 먼저 어제밤 경비를 선 사람들부터 비교해 보겠습니다. 데리고 와 주십시요."
상단주가 경비를 선 자들을 나오라고 하고 한사람씩 손가락을 내밀라고 했다. 경비는 모두 8명이었다. 2명씩 몇시간씩 경비를 돌아 가며 서는 것이다. 그런 경비들을 한명씩 손가락을 잡아 비교를 할때였다. 유독 한명의 내민 손이 떨리고 있었다. 자물쇠의 지문과는 전혀 다르지만 떨리는 손으로 볼때 범인과 무슨 연관이 있는것 같았다.
"네가 범인..."
"아, 아냐, 난 아냐. 트룹님이 잠깐 자리를 비우라고 해서 비웠을뿐이야."
범인과 공범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려고 했지만 지레짐작으로 먼저 실토해 버린 놈이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트룹일것이다.
"트룹님! 이쪽으로 와서 손가락을 내밀어 보십시요."
"...음. 미안하네. 내가 상자를 가져 간것이네."
"트룹! 네가 감히..."
싱거울 정도로 자백해 버린 트룹이 범인일줄은 몰랐다. 트룹에게 발끈한 부상단주는 트룹을 잡아 먹을듯이 노려 보고 있었다.
"왜 그런짓을 한건가?"
"여기서 할 얘기가 아닙니다. 조용한 곳으로 가서 모두 말하겠습니다."
큰상자의 자물쇠를 다시 잠그고 본관쪽으로 이동했다. 켄도 따라 갔지만 누구도 제지하지 않았다.
"자아, 이제 말해 보게."
"...도련님의 지시였습니다."
"젠티르의 지시였다고?"
"예."
트룹은 켄을 슬쩍 바라 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라크를 물 먹일 방법으로 도둑으로 몰기로 했습니다."
트룹의 말에 의하면 질투로 인한 누명이었다. 젠티르는 아슈린을 은근히 좋아 하고 있었다. 그런 아슈린이 밤에 켄을 찾아 가자 질투를 한것이다. 그래서 상단에서 쫒아 낸것만으로도 부족해 도둑으로 몰아 완전히 제거할려고 누명을 씌운것이라고 털어 놓았다.
"자네에겐 미안하네. 도련님의 지시를 어길수 없었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을...그런 일이 있으면 상단주님이나 부상단주님께 상의를 해야 하지 않습니까?"
"크흠, 미안하네."
트룹이 고개를 푹 숙였다.
"자네에겐 미안하네. 다시 상단으로 들어와 일해 보지 않겠나? 아들 녀석에겐 단단히 일러 두겠네."
"아닙니다. 제가 다시 이곳에서 일한다면 이미 얼굴을 붉힌 사람들이 불편할 겁니다. 이번 일의 보상을 해 주시겠죠?"
"말해 보게."
"좋습니다. 사막에서 절 살려 주신 대가로 대신하겠습니다."
이제 빌링턴 상단에 갚을 빚은 사라졌다. 상단주도 그러자고 합의했다. 다시 언덕의 움막으로 돌아와 무너진 집을 다시 고쳤다.
"송장! 오랜만이다."
"로지! 리신! 오랜만이다. 의뢰는 끝난거냐?"
"그래. 외성에 요상한 소문이 돌아서 찾아 온거다."
트블러 용병단 소속인 둘이 의뢰가 끝나고 어떻게 자신을 움막을 알았는지 직접 찾아 왔다.
"무슨 소문?"
"송장이 한건했다며?"
"뭘? 그리고 송장이라고 부르지마."
"킥킥킥킥킥."
이미 로지의 입에 송장이라는 이름이 완전히 붙어 있었다. 굳은 마나를 완전히 녹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 준다면 송장이라는 말은 더이상 하지 않을것이다.
"이미 남작령에 소문이 쫘~악 퍼진 상태야. 빌링턴 상단에서 누명을 벗고 기발한 방법으로 진범까지 잡아 냈다는 소문이야."
"근데 말이야. 넌 완전히 찍혔어. 개망나니 쫌생이 놈을 물 먹인것은 통쾌하지만 상단주가 가만히 있진 않을꺼야. 제 자식이 아무리 못난 놈이라고해도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이야."
상단주 아들인 젠티르 놈의 소문이 좋지 않은것 같았다. 대범한 놈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런 놈은 뒷끝이 작렬한다. 아슈린이 빨리 돌아 오길 기다릴수 밖에 없다.
"자아, 한잔 하자."
로지가 술을 꺼내고 리신이 안주를 꺼냈다.
"너희들은 또 언제 의뢰를 나가냐?"
"단장이 일감을 받아 와야 가지."
"아, 널 아마 영주님이 부를지도 몰라. 글도 알고 머리도 팽팽도는 널 가만히 놔두지 않을꺼야."
더이상 누구 밑으로 들어가 굽신거리며 일할 생각은 없다. 마나만 풀면 동대륙이라고 하는 곳으로 갈 생각이다. 그곳에 옛 헤르난데스 백작령이 있을것이다. 지금은 공작령으로 바뀌어 있을것이다. 로지와 리신이 돌아 간후 며칠이 흘렀다.
"계십니까?"
움막안에서 마나 연공을 하고 있을때 누군가 찾아 왔다.
"누구냐?"
옷차림으로 볼때 귀족은 아니었다.
"저어, 송장님이십니까?"
"라크라고 불러."
버럭 짜증을 냈다. 송장이라는 말을 듣지 않기위해 더러워서도 굳은 마나를 빨리 푼다고 다짐하고 있을때 찾아온 중년인이 조금 주눅이 든 표정을 더듬거렸다.
"하, 한가지 부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부탁? 말해 봐. 들어 보고 판단할테니까."
"살인자를 잡아 주십시요."
"살인자?"
중년인은 파트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아들이 살해되었다며 범인을 잡아 주길 원하고 있었다. 거절할까도 했지만 너무 간절한 표정에 어떤 사건인지 알아 보기로 했다.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영주성에 신고를 하지만 연쇄 살인 사건같은 특별한 일이 없는한 적극적으로 사건을 해결할려고 나서진 않는다. 대부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지만 거의 포기를 하는 실정이다. 이 중년인도 자신의 소문을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찾아 왔을것이다.
"이곳에서 어제 아들이 죽은채 발견되었습니다."
중년인을 따라 간곳은 외성안의 평민들이 거주하는 집들이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인적이 드문 도랑이었다.
"아들은 지금 어딧지?"
"집에 있습니다."
중년인의 집안 침대에 잠들듯이 누워 있는 12세정도의 아이가 있었다. 왼쪽턱에는 멍이 들어 있었고 목에는 졸린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턱을 먼저 맞고 기절했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그후에 목이 졸려 사망한것으로 추정되었다. 다른곳에는 상처가 없었다. 목에 남아 있는 흔적으로 볼때 손으로 졸라 죽였다고 생각되었다. 중년인인 파트 가족은 모두 5명이다. 파트와 부인인 졸리, 그리고 아들인 브로디와 파트의 남동생 두명이 한집안에 같이 살고 있었다. 시체 감식의 전문적인 지식이 있었다면 언제쯤 브로디가 사망했는지 알수가 있겠지만 그런 지식을 갖추고 있을리가 없었다.
"브로디를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지?"
집안에 있는 브로디의 부모와 삼촌들에게 물어 보았다. 제각기였지만 가장 마지막에 본것이 어제 아침이었다. 브로디와 친한 자들이 누군지 물어 보고 가족들에게는 밖으로 나가 브로디를 마지막으로 본게 언제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 보라고 말하고 켄도 밖으로 나갔다. 가장 먼저 옆집을 방문해 브로디를 어제 본적이 있는지 물어 보고 브로디의 부모와 삼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도 탐문했다.
브로디 가족은 어머니인 졸리가 가정을 지탱하고 있었다. 아버지와 삼촌들은 빈둥빈둥 놀고만 있는 실정으로 졸리가 외성에 있는 몬스터 가죽 가공소에서 일하며 번돈으로 근근히 먹고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까닦으로 졸리의 입김이 집안에서 가장 세다고 했다. 파트나 삼촌들의 비록 백수지만 평판은 나쁘지 않았다. 인근의 모든 집을 돌아 다니며 물어 보았지만 도랑에서 브로디를 발견한 자를 제외하면 어제 오후쯤이라고 알수 있었다.
브로디의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에게도 조사한 내용을 들었지만 이들도 오후쯤에 본것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들었다. 브로디는 어제 오후에서 저녁 시간대에 사망한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누가 무슨 목적으로 죽였는지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 대륙에서도 아동을 납치해 노예로 팔아 넘기는 노예상들이나 아동 성범죄범도 존재한다. 가장 먼저 성범죄 놈이 지금으로썬 가장 유력한 용의자다. 하지만 그런 놈이 이 남작령에 있는지 없는지 모른다.
다시 탐문을 나섰다. 다들 그런 해괴망측한 사람은 알지도 못한다고 했다. 그날은 날이 어두워져 더이상 조사를 할수 없어 내일을 기약했다. 다음날은 일찍이 브로디가 사체로 발견된 도랑으로 가서 주변을 둘러 보며 혹시나 어떤 단서가 될지도 모르는 것이 있는지 찾아 보며 돌아 다녔다. 집들이 밀집해 있는 곳에서 50여미터 뒷쪽에 떨어진 곳에 흐르고 있는 작은 도랑은 썩은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아무런 단서를 발견하지 못한채 파트와 삼촌들이 단골이라는 술집으로 향해 탐문을 했지만 별다른 단서는 찾을수 없었다.
매일 술을 마시긴 하지만 얌전한 편이라는 말만 들었다. 다음은 졸리가 일하고 있다는 가죽 가공소로 갔다. 오줌 썩은내와 몬스터 가죽 특유한 지독한 냄새가 진동하는 가공소에는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오줌에 적셔 놓은 가죽을 발로 밟아 몬스터 가죽을 부드럽게 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졸리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그 여편네 말인가? 수석 장인과 그렇고 그런 사이야. 그런 탓으로 편안하게 저 안에서 가죽 숫자만 세는 일을 하고 있는거고."
졸리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았다. 수석 장인인 질드래와 불륜 관계인것을 알아 냈다. 이틀 전에 졸리는 출근을 하고 오후쯤에 일찍 퇴근을 했다. 수석 장인은 아침부터 보이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다. 수석 장인은 오늘은 출근한 상태지만 질드래의 집을 찾아가 부인으로 보이는 중년 여인에게 이틀전 질드래가 왜 출근하지 않았는지 물어 보았다. 가죽 가공소에 있는 질드래에게 직접 물어 보기전에 이곳을 먼저 찾은것이다. 질드래는 몸이 찌뿌둥하다며 오후에 출근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가공소에서 들은 말과는 달랐다. 가공소에는 이틀전에는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다. 어디로 간것인지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다시 가공소로 이동해 질드래를 만나 추궁했다.
"자네가 뭔데 그런걸 묻고 다니는건가?"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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