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화. 천화 그룹
197화.
"그건 말해 줄수없어. 말해주면 나중에 전기가 들어 왔을때 그곳이 신경 쓰여 바라 볼게 아냐? 그럼 들켜 버려잖아. 이건 둘도 없는 기회야. 이 회장이 당했다면 다음번엔 이곳에서 입찰 가격을 상의해 그 가격 보다 낮은 가격으로 입찰을 하면 상대편을 물 먹일수 있잖아. 이용할수 있는건 이용하는게 좋지 않을까?"
"그렇군. 그런 방법이 있었어."
이 회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 방법도 한두번만 사용해야 돼. 세번이상이면 상대방이 의심을 할꺼야. 연속으로 두번은 따내고 세번째는 일부러 져 줘. 아니면 큰물건은 따내고 작은건 상대편에게 줘 버려. 그렇게 야금야금 상대편을 먹어 가면 돼."
이 회장에게 그런 얘기를 해 주고 있을때 실라이온이 보고를 해 왔다.
- 켄님! 지하에 있는 남자들 입에서 국정원 소속이라는 말이 나왔어요.
- 그래? 계속 감시해 줘.
국정원이 뭘 하는 곳인지 켄은 모르고 있었다. 아직 한국 사정에 눈이 어두운 켄이었다.
"국정원이 뭘 하는 곳이지?"
"국정원? 국가 안보를 위해 정보를 수집하는 단체라네. 설마 자네, 지하에 있는 자들이 국정원 소속이라고 말할려는겐가?"
"맞아. 국정원 소속이야."
회장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이곳 명월관이 국정원에서 운영하는 곳이라는 말이다. 이런곳에서 술을 마시며 회사 이야기를 한다면 고스란히 회사 정보가 국정원의 손에 들어 가는 것이다. 이건 심각한 일이었다.
"...음."
이 회장의 얼굴은 더욱 심각하게 변해 버렸다. 이곳에서 파악한 정보를 경쟁 그룹인 상일 그룹에 알려 주었다면 국정원과 상일 그룹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장들의 얼굴이 굳어져 있을때 지하의 국정원 소속 직원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제기랄! 왜 갑자기 전기가 나간거야?"
"조금만 참아."
스마트 폰의 라이트를 켜 놓은채 대화를 하는 건장한 체격의 청년이 불평을 늘어 놓고 옆에 앉아 있는 날렵한 체격의 청년이 그런 동료를 불만을 잠 재우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이런 지하에 갇혀 활동할려고 국정원에 들어 온게 아니잖아. 안그래? 교대할때까지 밖으로는 한발도 나갈수 없어. 이건 완전 독방에 갇힌 신세나 마찮가지잖아."
"그래도 편하잖아. 잠도 실컷 잘수 있고. 가끔씩 생방송으로 밤일도 구경할수 있어 좋잖아."
"좋기는 개뿔! 다 늙어 빠진 노인네들 밤일을 봐서 뭐해? 재미라곤 눈꼽만큼도 없잖아."
"그래도 홀딱 벗은 기생들 몸매는 죽여 주잖아."
"그러면 뭐해? 직접 하지도 못하는데."
음담패설만 늘어 놓은 국정원 직원들이었다.
*******
집에서 쉬고 있을때 지천영 감독에게서 연락이 들어왔다. 창고를 계약한다는 이야기였다.
"여깁니다."
자동차를 타고 지천영 감독이 말한 곳으로 달려갔다. 큰건물이 늘어서 있는 곳이었다.
"우선 건물안을 살펴 보십시요."
부동산 중개 업자로 보이는 중년인을 따라 창고안으로 들어 갔다. 창고는 굉장히 넓었다. 이 정도라면 충분했다. 다른 창고도 모두 똑 같은 규모였다. 창고 네개동을 석달간 빌리기로 계약을 한후 계약금을 송금해 주었다. 그날부터 켄은 창고에 붙어 살았다. 여러 가지 환상 마법진을 새겨 놓아야 했기 때문이다. 영화 촬영에 필요한 세트 대용으로 환상 마법을 사용하면 현실과 같은 장면을 찍을수 있는것이다.
아직 대본이 나오지 않아 나중에 수정을 해야 겠지만 당장 만들어 놓아도 되는 것들은 시간 있을때 만들어 놓는게 나중에 편해진다. C.R.엔젤들이 사용할 무기에 경량화 마법진을 새기고 마법사와 정령사용으로는 로브 제작을 의뢰해 놓은 상태다. 정신을 집중해 환상 마법진을 그리고 있을때 월미에게 준 반지에서 신호가 들어왔다. 무슨 일이 발생한것이다. 가진 자는 자신의 맘대로 되지 않는 일에는 더욱 집요한 집착을 보인다.
맥심파 놈들이 천화 그룹의 강 실장이라는 놈에게 당한 일을 전했을것이다. 강 실장이라는 놈이 그대로 손을 뗄리는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이제야 행동에 나선것이다. 추적 마법이 걸린 반지의 좌표가 계속 바뀌고 있었다.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좌표가 고정될때까지 움직일수 없었다. 움직이고 있는 곳으로 추적을 해도 되지만 힘들게 쫒아 가는것 보단 공간 이동 마법으로 이동하는게 편하다. 근 한시간정도의 시간이 지나 겨우 좌표가 고정되었다.
"좋아. 가 볼까. 워프!"
투명 마법으로 몸을 숨긴채 이동한곳은 큰창고였다. 창고 중앙에는 C.R.엔젤들이 바닥에 주저 앉아 서로를 꼭 끌어 안고는 덜덜 떨고 있는 반면 매니저인 김상남은 이곳저곳 얻어 맞았는지 퉁퉁 부은 얼굴로 기절한것인지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창고에는 조직원들로 보이는 자들이 20여명이나 있었으며 그 중에 담배를 꼬나 물고 있는 놈이 이들의 보스로 보였다.
"퇘! 그년들 참 삼삼하네. 야! 아무나 한년만 데려와. 맛좀 보자. 넌 다른 년들에게 그놈을 부르라고 해."
담배를 바닥에 뱉어낸 놈이 지시를 하자 그 옆에 있던 놈이 고개짓을 했다. 그러자 다른 놈이 얼른 나서 C.R.엔젤들에게로 걸어갔다.
"슬립!"
살 가치가 없는 놈이었다. C.R.엔젤들에게 수면 마법을 걸어 잠을 재우고는 놈들을 징치하기 시작했다.
- 타냐스! 놈들을 모조리 제압해. 저 놈만은 남겨 둬.
C.R.엔젤에게 걸어 오던 놈이 갑자기 움직일수 없자 당황하고 있었다.
"어어? 이거 왜 이래?"
"응? 뭐야? 왜 안움직여?"
놈들이 한두명씩 자신의 상태를 알아 보고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퍽!
"컥!"
보스로 보이는 놈의 앞으로 다가가 사타구니를 발로 차 버렸다.
"끄, 끄으윽!"
고통이 심한지 아래도리를 부여 잡고는 양무릎을 꿇고 이마를 바닥에 대고는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이 정도는 아직 약하다.
빡.
발아래에서 괴로워하는 놈의 얼굴을 걷어차 버렸다. 광대뼈에 발이 걸렸는지 큰소리와 함께 놈이 바닥을 몇바퀴 구르며 괴성을 질러 대었다.
"크에아아악!"
그런 모습에 움직일수 없는 놈들의 눈이 요동치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도 않는데 혼자서 바닥을 구르며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에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얼굴이 갑자기 터져 나가자 심각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한것이다.
"끄으으...누, 누구냐?"
입안이 터졌는지 피를 줄줄 흘러 내리면서 입을 연 놈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일어 나고 있었다.
"모, 모습을 드러내 새꺄! 내가 누군지 알아? 천화 그룹 강 실장이 바로 나야. 언놈이냐?"
우뚝.
놈에게로 걸어 가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설마 놈이 강 실장이라는 놈일줄은 몰랐다. 죽일려는 생각을 바꾸었다. 천화 그룹이 무너지는 광경을 지켜 보게 할것이다. 하지만 아직 놈에게의 분풀이는 끝나지 않았다.
꽈직.
"크아악...끄르르..."
놈이 사타구니를 부여 잡고는 너무 심한 고통에 정신줄을 놓아 버렸다. 적어도 구슬 한두개는 터져 버렸을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네놈들은 맥심파냐?"
강 실장옆에 있었던 놈에게 확인 작업을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들려온 말에 놈이 깜짝 놀란듯 허둥대고 있었다.
"누, 누구냐?"
짝.
"큭."
오히려 반문하는 놈의 뺨을 갈려 버렸다.
"맥심파냐?"
"그, 그렇다."
"모두가 맥심파냐?"
"그렇다."
더이상 물을것도 없었다. 살려줘 봐야 아무런 쓸모도 없는 놈들이다. 야쿠자였던 자신이 조직에 속해 있는 놈들의 사정은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을 납치한것은 용서할수 없는 일이었다.
"모두 죽어 줘야겠다."
"헉! 사, 살려 주십시요."
죽인다는 말에 놈이 급히 존대를 하며 애원했다. 이미 죽이기로 결심한 이상 번복은 없었다.
"파이어!"
"허어억! 사, 살려 주십시요."
허공에 불덩어리가 갑자기 나타나자 혼비백산한 놈이 다시 애원을 했다.
"가랏!"
불덩어리가 20여개로 순식간에 쪼개지며 움직이지 못하는 놈들에게로 쏘아져 가 놈들의 몸에 불이 붙었다.
"사일런스!"
"크아아아아!"
"사, 살려줘!"
놈들의 비명 소리가 퍼지지 않게끔 소리 차단 마법을 펼치자마자 놈들의 비명 소리가 창고안에 울려 퍼졌다. 그런 비명도 오래 가지 않았다. 놈들의 몸을 순식간에 소멸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클린!"
바닥의 그을림을 깨끗하게 지워 버리자 놈들이 이곳에서 죽었다는 것은 누구도 알수 없게 되었다.
저벅저벅.
"매직 핸드!"
잠에 빠져 있는 C.R.엔젤들을 들어 올려 창고 밖으로 나갔다. 이들을 이곳으로 데려 올려면 차량이 필요했을것이다. 창고 밖에는 역시 많은 차들이 있었다. 그중 C.R.엔젤들이 타고 다니던 벤도 보였다. 그안에 멤버들을 태우고는 다시 창고안으로 들어가 매니저를 운전석에 앉혔다.
"힐링!"
매니저의 상처를 치료해 준후 얼굴을 몇번 두드려 깨웠다.
"일어나. 임마!"
"...으음."
겨우 정신을 차린 김상남은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 취선님!"
"일은 다 해결되었다. 저 애들은 잠을 자고 있으니까 놀랄 필요없어. 가 봐라."
"아, 감사합니다."
김상남이 벤을 몰고 가는 것을 지켜 본 켄은 주차되어 있는 여러 차량들을 아공간에 모조리 집어 넣고는 창고로 다시 이동해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며칠에 걸쳐 마법진이 완성되자 천화 그룹을 무너뜨릴 방법을 고안했다. 하지만 그전에 금진 그룹의 여 회장에게 연락이 먼저였다. 그룹들끼리는 어떤 사업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천화 그룹과의 일에서는 손을 떼라고 미리 알려 줄 생각이었다.
- 날세.
"천화 그룹을 잘 아나?"
- 물론이네. 천화 그룹과 무슨 일이 생긴건가?
"그래."
여 회장에게 대략적인 설명을 해 주었다.
- 음, 꼭 무너 뜨려야겠나? 한국 경제는 물론 건설 업체들이 큰타격을 받을걸세.
"상관없어. 그런 놈들이 경영하는 곳은 사라져야 해."
여 회장은 더이상 말릴수가 없었다. 자신의 힘으로는 취선을 막을수도 없었다. 취선이 어떤 자인지 지금은 어림풋이 짐작되었다. 며칠전에 청와대에서 100대 기업 회장들을 초청한 만찬이 있었다. 그곳에서 대통령의 입에서 믿지 못할 말이 터져 나왔다. 아직은 비밀이라며 타언(他言)을 해서는 않된다며 신신당부를 했었다.
이 지구에는 초인이라고 불리우는 자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제각기 어떤 능력을 보유한 자들로 갑자기 그런 자들이 등장해 정부를 위해 일을 한다든가 아니면 아웃 사이더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만약 그런 자들과 엮이게 된다면 국익을 위해 양보를 하라고 했었다. 앞으로는 초인을 얼마나 많이 보유했는지에 따라 그 나라의 힘이 달라 진다고도 했다. 미국이 가장 많은 초인을 보유하고 있으며 한국에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언제 그런 초인이 등장할지 모른다고 했다. 더이상의 자세한 사항은 말해 줄수 없다며 말문을 닫았지만 그런 자들을 발견하면 즉시 연락을 해 달라고도 했다. 대통령의 말을 들고는 즉시 취선이 생각났다. 자신의 말로는 기공 치료라고 했지만 믿기지 않았었다. 이제야 취선이 초인이란걸 알수 있었던 것이었다. 그런 초인이 천화 그룹을 무너 뜨린다고 했다. 또 어떤 능력을 숨기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취선이라면 정말로 천화 그룹을 무너 뜨릴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었다.
말리기는 했지만 완고한 대답에 더이상 설득할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취선이 초인이라고 정부에 알릴수도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정부에 말해 정부에서 취선을 찾아 다니고 있다는 것을 취선이 알게 된다면 자신과의 신뢰 관계는 완전히 무너지기 때문이다. 지금도 자신의 그룹 이익을 생각해 미리 천화 그룹을 무너 뜨리겠다고 알려온 취선이다. 정부에 알리기보단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상책이었다.
"여 회장이 대흥과 천일 그룹에게도 알려 줘."
- 알겠네.
이제 천화 그룹은 끝장이라고 생각되었다. 천화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지 대책 마련이 시급했다. 다른 회장들과 상의를 해야 했다. 금진 그룹 여 회장과의 통화를 마친 켄은 천화 그룹 본사 로비로 모습을 감추고 이동했다. 그런 켄은 미리 준비한 마법진이 새겨진 원판을 꺼내 엘레베이터와 가까운 로비 천장에 박아 넣었다. 물론 마법진이 보이지 않게끔 마법 처리를 해 놓은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마법진을 활성화시키고 급히 워프 마법으로 집으로 돌아 왔다.
"큭큭큭, 골탕좀 먹어 봐라."
*******
"윽! 무슨 냄새야?"
천화 그룹 본사 경비병들은 갑자기 코를 찌르는 악취에 로비에 더이상 있을수가 없었다. 코를 막고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 보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찾을수가 없는 한편 너무 지독한 냄새에 건물 밖으로 나갈수 밖에 없었다. 경비병들이 밤새도록 대책을 강구하며 발을 동동 굴리고 있을때 출근 시간이 점점 다가 왔다.
이 상태라면 본사로 출근하는 모든 사원들이 안으로 들어 가지도 못할것이다. 급히 청소 용역 업체를 불렀지만 너무 이른 시간이라 준비하고 도착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평소의 두배에 해당되는 금액을 지불한다며 급히 오라고 했다. 하지만 청소 용역 업체의 직원들이 방독면 마스크를 쓴채 아무리 냄새를 없앨려고 오만가지 짓을 다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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