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6화. 마법사 라크(1)
316화.
"이놈이 감히!"
스르릉.
테라스 기사가 롱소드를 뽑아 위협할려는 순간 묵직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만 하게."
"충!"
소렌드 남작은 건장한 체격이었다. 기사라고 해도 좋을만큼 우람한 체격의 중년 남자였다.
"자네가 송장 해결사라고 불리우는 라크인가?"
"그렇습니다."
"기억을 잃었다고?"
"그런것 같습니다."
이미 자신에 대해 모든 조사를 하고 부른것이다.
"아직도 전혀 기억을 찾지 못했나?"
"기억이 날것같으면서도 나지 않는게 애매한 상황입니다."
무난하게 답해 주었다. 기억을 완전히 찾았다고 하면 엄청 귀찮아질것이다.
"음...그건 그렇다치고 자넬 부른건 외성 경비 대장인 젤톤이 유능한 인재라고 자넬 추천했다네. 성에서 일해 볼 생각은 없나? 이곳에서 일한다면 더이상 암살 시도같은것도 없을걸세."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 범인을 잡을 생각도 하지 않는 놈이다. 당연히 암살을 지시한 놈과 끈끈한 관계로 맺어져 있을것이다. 자신이 남작성에서 일한다면 그놈에게 한마디만 하면 암살 시도는 더이상 없는건 당연하다.
"죄송합니다. 일을 한다고 해도 절 암살하게끔 사주한 놈을 제손으로 잡은후에 생각해 보겠습니다."
"자네에게 그럴 힘이 있나?"
"없지만 궁리를 해 봐야죠."
소렌드 남작은 눈앞의 라크라는 자가 절대로 평범한 자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민들이 귀족앞에서 저렇게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로하는건 있을수 없는 일이다. 기억을 잃었다고 하지만 귀족집안 자제가 분명해 보였다.
"내가 암살을 사주한 놈을 잡아 줄테니 내밑으로 들어 오게."
"죄송합니다. 제가 뒷끝이 좀 있는 편입니다. 제손으로 반드시 해결하고 싶습니다."
소렌드 남작은 일할 생각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 오라고 하며 나가 보라고 손짓을 했다. 테라스 기사는 남작 집무실을 나오자마자 화가 났는지 호통을 치며 위협했다.
"네놈이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이구나. 감히 남작님 앞에서 그런 태도를 보이다니. 당장 목이 달아나고 싶은거냐?"
"그만하시죠."
"뭐라고? 네놈이 감히!"
테라스 기사가 자신을 어떻게 할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남작이 주시하고 있는 자신에게 위협은 할수있지만 남작의 허락이 없는한 힘으로 어떻게 할수는 없다. 당장이라도 소드를 뽑아 목을 내리치고 싶은것인지 롱소드 손잡이에 손이 가 있었지만 뽑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수고하십시요."
내성을 나왔다. 기분이 더러웠다. 마법사라고 밝힌다면 이런 대우는 받지 않을것이지만 완전한 힘을 되찾기 전까지는 숨기는게 좋다는 판단이다. 마나 연공을 할때마다 굳은 마나가 녹는 속도는 점점 가속되어 갔다. 이제 4서클정도의 마나량이 되었다. 1서클정도만 더 녹이면 샐라임을 마음대로 불러 낼수 있다. 아슈린도 슬슬 돌아 올때가 되었다.
"넌 참 대단한 놈이야. 어떻게 하루종일 방안에 틀어 박혀 나올 생각을 않는거냐?"
"리신! 너도 수련좀 해라."
"수련은 무슨...내 덩치를 봐라. 내가 나서면 벌벌 떠는 놈이 한둘이 아냐."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는 놈들은 큰덩치를 보고 주눅이 들겠지만 마나를 조금이라도 사용할줄 아는 놈에게 걸린다면 작살이 날것이다.
"밥이나 먹으로 가자."
여관 1층의 식당에서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로지가 들어 왔다. 군데군데 피도 흘리고 있는게 무슨 일이 발생한것이다. 그런데 아슈린이 보이지 않았다.
"로지! 어떻게 된거냐?"
리신이 곧바로 달려가 로지를 부축하며 테이블쪽으로 데려고 왔다.
"제기랄! 아슈린이 납치당했다."
"뭐? 누구에게?"
"용병들이야. 움막이 있던 언덕으로 찾아 오래."
당장 외성밖 언덕으로 향했다. 자신때문에 아슈린이 납치당한것이다. 직접적인 암살이 실패하자 이젠 같이 있는 사람들까지 납치하기 시작했다. 더이상 참을수 없었다. 이제 왠만한 자들과 싸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로지! 리신! 너희들에게 한가지 말해 줄게 있다."
"뭔데?"
"......"
"난 마법사다."
둘이 서로의 얼굴을 한번씩 바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줄 알았다."
"...알고 있었냐?"
"마법사인지는 몰랐지만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어.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잖아."
다행이었다. 둘이 특별히 놀라거나 말투가 바뀌지는 않았다.
"로지, 네 다리를 고쳐 줄께. 가만히 있어."
로지의 절뚝거리는 다리는 힐링 한방으로 순식간에 고쳐졌다. 그런 로지의 다리를 보고 리신이 부럽다며 투덜거렸다. 언덕으로 접어 들어 마나 서치를 펼쳤다. 몇명이나 기다리고 있는지 파악하는게 우선이었다. 로지는 5명에게 당했다고 했다. 언덕위 움막이 있던 곳에 7명, 그리고 움막 근처 수풀에 5명이 숨어 있었다. 그들의 마나량으로 볼때 별볼일없는 놈들이었다. 움막이 있던 곳 앞에 아슈린이 쓰러져 있었다. 그 근처에는 5명의 용병과 쥬미르 상단주의 아들인 젠티르가 움막으로 다가 가는 켄을 노려 보고 있었다.
다다다닥!
역시였다. 수풀에 숨어 있던 5명이 달려와 도주하지 못하게끔 뒤쪽을 막아섰다.
"꿇어! 그렇지 않으면 아슈린은 죽어."
"야! 쫌생이 새꺄! 넌 아슈린을 좋아하는게 아니었어? 아슈린이 네가 납치한걸 안다면 어떻게 생각하겠냐?"
"......"
젠티르에게 되묻자 놈은 당황하고 있었다.
"내게 볼일이 있으면 비열한 납치같은건 하지 말고 사내답게 그냥 불러."
"닥쳐! 꿇지 않으면 아슈린은 죽는다."
얼굴이 벌게진 젠티르가 협박했지만 그런 협박이 통할리가 없었다.
"죽여 봐. 네가 좋아하는 아슈린을 죽일수 있겠어?"
"이이익! 놈을 제압해."
타다다닥!
용병들이 일제히 무기를 들고 달려 들었다. 숫자상으로는 불리하다. 하지만 싸움은 숫자만으로 하는게 아니다. 이제 더이상 마법사라는 사실을 숨길 필요가 없었다.
"매직 미사일!"
허공에 매직 미사일 열발이 생성되며 달려 오는 용병들에게 쇄도해 갔다.
"어헉! 마, 마법이다. 피해!"
유도 기능이 있는 매직 미사일을 마나도 사용하지 못하는 용병들이 피할수 있을리가 없었다. 몇몇놈은 자신의 무기로 받아 칠려고 했지만 엄청나게 빠른 매직 미사일을 제대로 맞출수도 없었다.
퍼퍼퍼퍼퍼퍼퍽!
"크아악~~!!!"
열놈이 거의 동시에 비명을 내지르며 털썩 털썩 바닥에 쓰러지자 젠티르가 경악하며 다리를 덜덜 떨기 시작했다.
"마...마법사? 마법사였다니..."
"로지! 저 새끼 잡아와."
멍해 있는 젠티르를 로지가 제압했다. 정신이 나간듯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슈린을 인질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짝!
"악!"
로지가 놈을 끌고 오자 귀싸대기를 올려 붙었다. 고개가 홱 돌아간 놈은 이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살려 달라고 애원했다.
"납치한 놈은 어떻게 처리하나?"
"곧바로 죽여도 상관없어. 끌고 간다면 공개 처형을 당할꺼야."
"그렇다는데?"
주르르르.
오줌까지 지린 젠티르는 더욱 몸을 떨기 시작했다. 간이 작은 놈이다. 이곳에서 죽일까 생각해 봤지만 끌고 가기로 했다. 달려든 용병놈들은 7명은 죽었지만 5명은 아직 살아 있었다.
"웨이크 업!"
기절해 있는 아슈린을 깨웠다. 자신이 납치 당한걸 알고 있는 아슈린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상황 파악이 끝난 것이다.
"오, 오셨군요."
"그래. 고생했다."
"죄송해요."
얼굴이 빨개진 아슈린이 미안해했다. 자신이 납치당한걸 말하고 있었다. 용병 5명과 젠티르를 포박해 외성으로 향했다. 외성 성문앞에 있던 경비병들이 창을 겨누며 제지를 했다.
"납치범들을 잡아 왔다."
"뭐? 젠티르 도련님이 납치법이라고?"
"보면 알잖아."
"송장! 갑자기 말이 짧아졌다?"
반말을 하자 발끈하는 경비병들이었다. 경비병이 무슨 큰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는 놈들이었다.
"너어! 지금 뭐랬어? 송장이라고?"
"아슈린! 마법사를 무시하면 어떻게 하나?"
"죽여도 상관없어요."
"그래? 그럼 죽일까? 파이어 볼!"
커다란 불덩어리가 켄의 손위에 생성되자 경비병들이 경악하며 슬금슬금 뒷걸음치고 있었다.
"마, 마법사? 어, 어떻게..."
놀라는 경비병들외에도 아슈린도 입을 벌린채 놀라고 있었다. 마법 주문을 영창하지도 않은채 시동어만으로 3서클 마법인 파이어 볼이 생성된것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5서클이상이란 말이다.
"너! 이리와. 전에 비 오는날 성벽위에서 날 암살할려는 광란의 암살자라는 놈을 보고도 지켜만 보고 있었지? 놈에게 뇌물을 받았다는 너희들 말은 이미 다 들었다."
꽈꽈꽝!
지목한 놈이 올 생각을 하지 않자 겁에 질려있는 경비병 놈들 옆으로 파이어 볼을 던져 버렸다.
"으아아악!"
큰폭발이 발생하자 경비병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자신들에게 던진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레짐작으로 비명을 지른것이다. 그런 장면을 보고 있던 로지와 리신, 아슈린은 물론 굴비 엮이듯 묶여 있는 젠티르와 용병놈들까지 화들짝 놀라고 있었다. 정말로 파이어 볼을 던질줄은 몰랐던 것이다.
"이리와 새꺄! 만약 오지 않는다면 이번엔 정말로 죽여 버린다."
다른 경비병들이 지목당한 놈을 앞으로 떠 밀었다. 자신들까지 피해를 입을까봐 두려운 것이었다.
"죄, 죄송했습니다."
쫘악!
"윽!"
놈의 뺨을 후려치고는 그날 밤 성벽위에 있었던 놈들을 모두 불러 오라고 했다. 놈이 뺨을 매만지며 뒤돌아 달려 갈려고 했을때 외성 경비 대장인 젤톤이 경비병들을 이끌고 끕히 달려 나왔다. 폭발음을 들은것이다.
"무슨 일이냐?"
경비병 한명이 급히 젤톤에게 속삭였다.
"뭐? 그게 정말이냐? 송장 해결사가 마법사라고?"
"젤톤! 지금 뭐랬어? 마법사에게 송장 해결사라고? 다시 한번 말해봐!"
"네가 마법사라고? 웃기는군."
젤톤은 믿기지 않았다. 마법사의 자존심은 하늘을 찌른다. 그런 마법사가 미쳤다고 상단 창고 재고 정리를 하고 움막에서 비참하게 생활한단 말인가. 말도 되지 않았다. 우연히 아티팩트라도 한개 구해 마법사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넌 지금 마법사를 무시한거다. 그 대가를 반드시 치루어야 한다."
"송장 이 새끼가 요즈음 잘 나간다고 기사인 내게 대들어? 저놈을 잡아."
경비병들이 달려 들었다. 달려든 놈들은 모두 젤톤을 따라 나온 놈들이다. 성문 경비를 서고 있었던 놈들은 오히려 뒤로 슬금슬금 물러 서고 있었다. 눈앞에서 직접 파이어 볼을 목격하고 마법사가 틀림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우왓!"
"어헉!"
꽈다당.
일제히 발이 미끄러진듯 바닥을 구르는 경비병들은 다시 일어 날려고 했지만 제대로 일어 서지도 못한채 넘어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젤톤! 네가 먼저 시작한거다. 마법사인 날 아무런 혐의도 없이 구속할려고 했다. 이 모든 책임은 네게 있다는걸 명심해라."
"송장, 정말 마법사였나?"
"이 새끼야! 네 눈깔은 썩은 동태 눈깔이냐?"
"동태?"
"샌드웜을 말하는거다."
이래서 습관은 무서웠다. 얼떨결에 한국 속담이 튀어 나왔다. 샌드웜은 사막의 모래 아래에 사는 몬스터다. 눈이 전혀 보이지 않는 탓으로 진동을 감지하고 사냥감을 포획하는 사막의 최상급 몬스터다.
"뭐? 이 놈이 감히!"
스르릉.
젤톤이 자신의 무기를 뽑아 들고는 겨누었다. 샌드웜이란 말에 화가 난듯했다.
"마법사 새끼한테 그런 말을 듣고도 참을 기사는 없어. 사과해라."
성을 낼 사람은 자신인데도 완전히 적반하장(賊反荷杖)이었다.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평소에 사이가 나쁘다. 머리가 좋은 마법사들이 기사들은 무식하다고 무시하는것이다.
"사과? 누가 사과를 해야 하는데? 네가 먼저 송장이라고 했잖아."
"그건 네 별명이잖아."
"젤톤! 마법사라고 말했는데도 넌 계속 송장이라고 불렀다. 인정하나?"
"......."
아무런 대답이 없는 젤톤은 인정한것이나 마찮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넌 마법사를 위협하고 있는 중이다."
"이익! 난 아직 믿지 못하겠다. 네놈을 공격하며 알아 보겠다."
팟!
젤톤이 쇄도해 왔다. 지근거리에서 롱소드에 마나까지 불어 넣은 상태로 찔러 온것이다. 죽일 생각은 없는지 오른쪽 어깨를 향해서다. 그런 젤톤의 입가에는 비웃음이 실려 있었다.
"매직 핸드!"
텅.
찔러오는 롱소드를 매직 핸드로 후려쳐 버리고는 젤톤의 앞에 라이트 마법을 펼쳤다.
"라이트!"
번쩍.
"윽!"
갑자기 눈을 찌를듯한 밝은 빛이 쏟아지자 급히 눈을 감은 젤톤은 마나를 눈으로 보내며 시력을 확보할려고 했다. 하지만 롱소드를 든 오른손목에서 강한 충격이 느껴졌다.
퍽!
쨍그렁.
"매직 미사일! 더 해 볼래?"
젤톤은 롱소드를 바닥에 떨어 뜨린 상태다. 기사가 자신의 무기를 바닥에 떨어 뜨린 일은 치욕스런 일이다. 그런 젤톤이 육박전으로 돌진해 올지도 몰라 매직 미사일을 시전해 두었다.
"졌다. 정말 마법사였군. 미안하다."
"사과는 받아 들일께. 대신 저놈들을 내줘야겠어."
뺨을 맞은 경비병이 불러 올려고 했었던 경비병 놈들을 지목했다. 그러자 놈들은 벌벌 떨고 있었다.
"경비병들에게 무슨 볼일로? "
- 작가의말
즐독하세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