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화. 당숙(1)
251화.
"경악할 일이군. 그런 일이 진행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네. 그럼 그들은 이미 엄청난 양의 치료약을 준비해 놓았을것이네. 그런 계획을 제지하기 위해서라도 치료약을 탈취하게."
"치료약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데?"
"아마 박스터라는 제약 회사일걸세. 록펠러 가문 휘하의 제약 회사로 세계 최대라네. 그곳외에 다른 제약 회사는 생각할수도 없네."
"알았어. 그럼 나중에 박스터 제약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 줘. 그리고 이곳 지하에 달러를 꺼내 놓을테니까 1억 달러는 원화로 바꾸어 이 계좌로 넣어 주고 남은 달러는 한국 경제가 무너질 위기에 처하면 사용해. 그럼 난 갈께."
회장 서재의 창문을 블링크 마법으로 통과할려고 할때 회장에게 아직 할말이 남아 있었다.
"회장! 어디 아픈곳은 없어?"
"아픈곳?"
"그래. 치료해 줄께."
"설마 자네가 금진 그룹 여 회장을 치료해 준건가?"
이 능력자는 금진 그룹 여 회장과 친분이 있다고 했다. 여 회장은 심장 질환이 있어 걸핏하면 쓰러진다. 하지만 최근 정보에 의하면 완치가 되었다고 했다. 수술도 하지 않고 어떻게 완치가 되었는지 궁금했지만 더이상의 정보는 없었다.
"자네가 그런 능력까지 가지고 있는건가?"
"그래."
"음. 큰병은 없네. 관절이 조금 쑤실뿐이라네."
"그럼 관절을 치료해 줄께."
엔디이론을 불러 회장 몸을 살펴 보고 치료해 달라고 했다. 몸 관리가 철저한지 회장은 삐걱대는 곳이 거의 없었다. 무릎 관절만 치료해 주고 회장방을 나설때였다.
"자네 이름이 뭔가?"
"핸드라고 불러. 그럼 한시간정도 뒤에 지하실을 확인해 봐. 그리고 당장 은행을 털진 않을꺼야. 몇달후가 될테니까 미리 대비를 해 놓는게 좋을꺼야."
회장에게 충고를 해 주고 전화 번호도 알려 주었다. 전화는 반드시 대포폰을 사용하라고 했다. 그리고 지하로 이동해 아공간에 있는 달러를 꺼내 지하실을 가득 채워 놓고 안가로 이동해 갔다.
*******
부르르르.
- 핸드님! 어디세요. 오늘은 영화 촬영 날이잖아요.
"창고냐?"
- 예. 모두 기다리고 있어요.
"알았다. 당장 갈께."
클린 마법으로 몸을 씻고 창고로 이동해 갔다. 창고 앞에는 이미 촬영 스탭이나 C.R.엔젤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창고안에서 문을 열고 나오자 모두가 놀란 표정들이었다.
"으갸갸갸."
한껏 기지개를 켜고 눈이 동그래진 사람들을 둘러 보며 창고에서 밤샘 작업을 하고 있었다고 둘러댔다.
"창고로 들어가 촬영 준비를 해."
아는 사람들과 인사를 마치고 첫번째 창고안으로 모두와 함께 들어 갔다. 창고안은 휑했다. 아무것도 없는 창고였다. 이미 한번 경험한 사람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지만 처음인 스탭들은 당황스런 표정들이었다.
"어디로 들어 가면 되는지요?"
"따라와."
지천영 감독의 말에 일행들을 이끌고 창고 안쪽으로 들어 갔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었던 창고안이 갑자기 180도로 바뀌어 버리는 신기한 경험을 해야 했다. 전번 영화에 등장하는 도시와 왕성은 물론 먼곳에는 높은 산도 보였다.
"어헉! 이, 이럴수가..."
"조용. 미리 말했지. 절대로 놀라지 말라고."
지천영 감독이 카메라를 세팅하는 한편 출연진에게 옷을 갈아 입고 오라며 분주하게 촬영 준비를 하고 있었다. C.R.엔젤들이 촬영용 복장으로 갈아 입고 오자 미리 준비해 놓은 C.R.엔젤들 각각의 무기와 장비를 건네 주었다. 대륙 곳곳에서 흑마법사 소탕전이 벌어지며 점점 궁지에 몰린 흑마법사들이 마왕을 소환해 대륙을 파괴할려는 것을 드래곤과 대륙 연합군, 그리고 용병왕들인 C.R.엔젤들이 이끄는 용병들이 마왕과 마족에 맞서 싸우는 영화였다.
창고 3개의 환상 마법진을 이용해 감독이 원하는 배경과 등장 인물들을 모두 만들어 주었다. 영화 촬영이 일주일째에 접어 들자 스탭들도 더이상 놀라지 않았다. 환상 마법에 익숙해진 상태로 최고의 영화를 만들수 있다는 흥분에 들뜨기 시작했다. C.R.엔젤들은 모든 스케줄을 캔슬했다. 영화 촬영에 올인한 상태다. 그런 영화 촬영이 10일째에 접어 들었을때 고 국장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부탁한 분을 찾았다는 연락이었다.
"수고했어."
- 그런데, 저어...죄송합니다. 조금만 일찍 찾았더라면 좋았을텐데 한발 늦었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거야?"
- 예. 찾은 분은 3일전에 돌아 가신 상태입니다. 명철이와 현수가 지금 병원에서 확인을 끝낸 상태입니다.
고 국장의 말에 일순 정신이 아득해 지는 느낌이었다. 당장 고 국장이 말한 곳으로 이동해 확인해야 했다. 영화 촬영은 당연히 중단되었다.
"며칠 쉬자. 너희들도 쉬지도 않고 강행군을 한 상태로 피곤할꺼다. 3일간 쉬고 다시 시작하자."
지천영 감독과 C.R.엔젤들에게 그렇게 말해 놓고 마법진 활성화를 해제시킨후 부산으로 향했다. 마음이 급한 상태인 켄은 고속 열차나 자동차를 타지 않고 부산 해운대의 좌표를 찾아 이동했다. 바다 내음이 코를 간지르는 백사장에 모습을 감추고 이동한 켄은 도로쪽으로 올라가 골목길로 들어서 모습을 드러내고 다시 도로로 나가 택시를 잡았다.
"부산 대학교 병원."
짤막하게 행선지를 말해 주었다. 그런 켄의 말에 택시 기사가 힐끗 백미러로 뒤를 돌아다 보았지만 눈을 감고 택시가 병원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끼이익.
"부산 대학교 병원앞입니다."
택시비를 계산하고 내린 켄은 병원 정문으로 들어 서자 명철이와 현수가 달려 왔다.
"어서 오십시요. 죄송합니다. 좀더 일찍 찾았어야 했는데요."
"아니야. 고생했어. 어디냐?"
"이쪽입니다."
명철이를 따라가며 궁금한 점을 물어 보았다.
"신상 명세를 읊어 봐."
"예. 이름은..."
"이리 줘."
김명철이 품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 읽을려고 하는 것을 제지하고 빼았아 들었다. 이름은 박광천으로 올해 92세였다. 기초 생활 수급자로 아들과 딸이 한명씩 있으며 손자, 손녀와와 외손녀도 있었다. 현재는 장남과 함께 살고 있으며 장남이 불구가 되어 며느리 혼자서 일을 하며 근근히 생활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여깁니다."
영안실이라고 적혀 있는 곳이었다.
"후우~!"
영안실 앞에서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이미 면회 신청도 끝내 놓았는지 영안실 관리 직원으로 보이는 자가 안으로 안내하며 02라고 쓰여져 있는 문앞에 거치대를 놓고는 고리를 잡아 당기자 목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관 위쪽에 작은 문을 열어 주고 밖으로 나간 직원을 대신해 관 안쪽을 들여다 본 켄은 늙어 수척해진 모습으로 편안하게 눈을 감고 있는 노인의 얼굴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아직 이 분이 할아버지 동생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서류만으로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너희들은 밖으로 나가 내가 밖으로 나가기 전까지 누구도 들여 보내지 마라."
"알겠습니다."
명철이와 현수가 밖으로 나가자 켄은 즉시 흑마법인 영혼 소환 마법을 시전했다. 잠시후 주변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며 희뿌연 모습의 늙은 노인이 등장했다.
"당신이 박광천씨입니까?"
- 그렇다네. 그런데 내가 왜 이곳에 있는건가?
"당신은 죽었습니다. 당신에게는 형님이 한분 계셨죠? 그 형님은 일본으로 끌려 간 상태이고요."
- 그, 그렇다네. 그런걸 자네가 어떻게 알고 있는겐가?
자신의 뿌리를 찾는데 한걸음 다가간 상태다. 흥분되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확인을 해야했다.
"형님 이름은 무엇인지요?"
- 박광휘라네.
"나이는요?"
- 형님은 나보다 6살위라네.
대충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 확신하기엔 이른감이 없지 않았다.
"일본으로 간 형님에게 연락은 없었습니까?"
- 없었네.
"알겠습니다. 제가 박자 광자 휘자 쓰시는 분의 손자입니다."
- 뭐, 뭐라고? 그, 그게 정말인가?
영혼이 흥분하고 있었다. 그탓으로 희뿌연 모습이 출렁거렸다.
"그렇습니다."
- 형님은...형님은 어떻게 되었나?
"저도 잘은 모릅니다. 제가 태어 났을땐 이미 돌아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 그, 그럼 자네 부친은?
아버지에 대해 물어 보자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두번 다시 볼수 없다고 생각에 마음속이 울컥해 진것이다.
"...돌아 가셨습니다."
- 음...그런가...정말 반갑구나. 그럼 지금 난 어떻게 자네 앞에 나타날수 있는겐가?
"제 능력으로 불러 온것입니다."
- 신기하구먼. 난 지금 죽은 상태일텐데 이렇게 자네와 대화를 나눌수 있는게 믿기지 않는다네.
주변을 둘러 보는듯했다. 하지만 소환한 장소에서 움직일수는 없다. 작은 할아버지가 묻는 말에 모두 대답해 주었다. 신세 한탄도 들어 주었다. 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한동안 대화를 나눈후 그만 돌려 보내 주어야 했다. 작은 할아버지는 아들에게 못난 애비를 두어 미안하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그런 작은 할아버지에게 편히 쉬라고 말해 주며 영혼 소환을 해제했다. 작은 할아버지의 얼굴이 보이는 열려 있는 관의 작은 문을 닫고 영안실 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명철이와 현수외에 70대로 보이는 노파 한명이 서성거리고 있었다.
"누구시냐?"
"박광천분의 유가족이십니다."
작은 할아버지의 며느리로 짐작되었다. 서류에는 61세로 적혀 있었다. 그런데 겉모습은 70대는 훌쩍 넘게 보이는 외모였다. 고생이 심했는지 겉늙어 보이는 것이었다.
"누구시죠?"
"너희들은 그만 가 봐라. 고생했다."
명철이와 현수가 사라지자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전 박건이라고 합니다. 박자 광자 휘자 쓰시는 분의 손자로 일본에서 왔습니다."
"일본?"
"예. 박광천이라는 분의 형님이 박광휘라는 분입니다."
"아. 시아버님이 술만 취하시면 일본으로 끌려간 형님이 있다는 말을 간혹했어요."
영안실 안으로 들어가 작은 할아버지의 관위의 작은 문을 열고 얼굴을 다시 확인했다.
"그런데 제가 어떻게 불러야 합니까? 한국의 가족 호칭은 잘 몰라서요."
"당숙모라고 부르면 돼요. 남편은 당숙이라고 부르면 되고요. 아들과 딸은 6촌 형님이나 누님이라고 부르면 되고요. 그냥 형님, 누님이라고 부르면 될꺼에요."
작은 할아버지의 얼굴을 확인하고 당숙모가 집으로 가자고 했다. 집에 가면 시아버지가 형님이라는 분과 같이 찍은 사진이 있다고 했다. 그런 옛날에 사진까지 찍을 정도라면 부자집이었을것이다. 그런 부자집에서 왜 할아버지가 일본으로 끌려 온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갈려는 당숙모를 택시에 태웠다.
당숙모의 집은 고지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중 하나였다. 힘들게 위로 올라가는 당숙모를 부축해 집안으로 들어 섰다. 허름한 청색 기와집의 모퉁이 방 두칸을 전세로 빌려 산다고 했다. 방안에는 당숙이라고 짐작되는 노인이 산소 공급용 호스를 코에 넣은채 이불위에 누워 있었다.
"일본에 산다는 큰아버님 손자래요."
그런 당숙이 방안으로 들어 온 켄을 당숙모가 누군지 말해주자 퉁퉁 부은 얼굴의 눈이 커졌다.
"박건이라고 합니다. 어디가 아픈겁니까?"
"암이라네."
"음...알겠습니다."
대체 어떤 암이길래 이런 상태인지 인간으로 보이지 않았다. 퉁퉁 부은 얼굴과 팔, 그리고 배쪽이 불룩한게 배도 퉁퉁 부어 있는것 같았다. 말도 하기 힘든지 입만 벙긋거리고 있었다.
"당숙모! 지금부터 당숙을 치료할테니까 당숙모는 조용히 지켜 보기만 하세요."
"치료를 한다고?"
"조용하세요. 슬립!"
매번 반말만 하다가 존대를 할려니 입에 맞지 않았다. 그래도 친척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다. 이불을 걷어 제치고는 당숙을 재우고는 엔다이론을 불러 즉시 치료를 부탁했다. 포션을 부탁하길래 최상급 포션을 먹였다. 친척이 아니라면 절대로 최상급 포션은 사용하지 않았을것이다. 여태까지 몇번이나 암치료를 했었지만 가장 많은 시간이 걸렸다. 그만큼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퉁퉁 부은 얼굴과 팔다리가 서서히 본래대로 돌아 가기 시작했다. 그런 광경에 지켜 보던 당숙모는 '어어'하며 놀라고 있었다.
"클린!"
몸도 깨끗하게 씻겨 주고는 치료를 끝내고 당숙을 깨웠다. 눈을 뜬 당숙은 멀뚱멀뚱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일어나 보십시요. 치료는 다 되었습니다."
"자, 자네가 큰아버님 손자라고?"
"그렇습니다. 자리에서 일어 나도 됩니다. 암은 완치가 되었습니다."
"정말인가? 어떻게?"
어떻게 치료를 한것인지는 말해 주지 않자 '끄응'하면서 손을 집고 상체를 일으킨 당숙은 믿기지 않아했다. 그런 모습에 당숙모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고맙데이. 정말 고맙데이."
당숙모의 인사에 울컥해지긴 했지만 치료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숙은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당황하면서도 믿는듯한 모습이었다.
"이, 이게 나라고?"
전보다 훨씬 젊어진 당숙은 켄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치료하는 김에 젊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당숙모도 젊게 해 드릴께요."
"난 됐네."
"아뇨. 젊어져야 건강도 찾을수 있을 겁니다. 당숙모도 당장 자리에 누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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