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2화. 패터슨 공군 기지(2)
212화.
깊은 한밤중인 탓으로 경계를 서고 있는 군인들밖에 없었지만 의사 가운처럼 보이는 흰색 가운이 많은 걸려 있는 것으로 볼때 무기 연구 시설같았다. 심지어 방사선 마크가 새겨진 방도 있었다. 그 방에는 몇겹의 엄중한 문으로 폐쇄되어 있었으며 방사선 마크가 새겨진 30센티 길이의 길쭉한 원통도 여러개 보관되어 있었다.
그럴때에 특이한 방을 발견했다. 푸른색을 띄며 미세한 먼지같은것들이 반짝거리고 있는 둥근 원형구 뒷편에는 크기가 제각기인 각종 모니터가 벽면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테이블앞 의자에 군인으로 보이는 자들이 컴을 두드리며 모니터를 감시하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기지의 모습이 비추어지고 있는곳도 있었으며 초대형 모니터에는 아메리카 본토는 물론 전세계의 지도위에 작은 붉은점들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일단 저곳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신을 가린 스파이더 맨 복장에 새겨져 있는 마법진을 발동했다. 안팎으로 온도 조절 마법진을 새겨 놓은 것이다. 겉으로는 적외선 투시 야시경에도 감지되지 않을 정도로 온도를 낮추어 놓았고 내부에는 체온을 조절하는 마법진을 새겨 놓은 것이다. 만반의 준비를 한뒤 기지 안으로 직접 침입했다.
플라이 마법으로 철책을 넘은 켄은 실라이온의 안내로 지하로 내려 가는 문을 블링크 마법으로 통과했다. 바닥에는 발을 내딛지 않았다, 어떤 보안 장치가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럴때 긴 복도에서 이상한 에너지가 감지되었다. 즉시 마나 서치를 펼치자 복도에는 영화에 등장하는 보안 장치같은 붉은색 광선같은것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게 감지 되었다. 저걸 건드리면 경보가 울릴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그런 복도도 블링크 마법으로 통과해 둥근 원형구가 있는 방으로 들어 갔다. 모든 문은 블링크 마법으로 통과했다. 실라이온이 알려 준 그대로였다. 거대한 룸 중앙에 반짝거리고 있는 저 원형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 룸안을 죽 둘러 보고 있을때 뒤쪽의 문이 열리며 한사내가 들어 왔다. 다른 자들이 모두 군복을 입고 있는것에 비해 이 자는 평범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가디언! 아직도 찾지 못했나?"
- 그렇습니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당시의 한국 관악산에는 등산객들을 모두 하산시킨 상태입니다. 예상으로는 뒤쫒고 있던 취선이라는 자에게 당했다고 밖에 생각할수 없습니다.
들어온 사내가 가디언을 부르자 둥근 원형구안이 밝아지며 여자 한명이 나타났다. 저 여자가 가디언인것 같았다. 그런 모습에 조용히 듣고 있던 켄은 너무 놀라 하마터면 인비저빌리티 마법이 해제될려고 했다. 저 여자는 대체 누구이길래 자신의 별호를 알고 있는지 짐작할수도 없었다.
"지금 그 자는 어딧지?"
- 완전히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아직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든 찾아야 해."
- 최선을 다 하고 있습니다.
가디언의 대답에 실망한 표정의 사내는 룸안의 모니터들을 쭉 한번씩 둘러 보고는 다시 방을 나섰다. 그런 사내의 뒤를 조용히 미행하는 켄이었다. 저 사내가 누구인지 알아 봐야했다. 복도를 따라 걸어 가고 있는 사내는 삼면이 꽉 막힌 곳에 도착해 한쪽 벽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손에는 에너지가 감지되었다. 원주민인 아로마와 똑같은 에너지였다.
스르릉.
벽면에 에너지를 주입하자 벽이 저절로 옆쪽으로 밀려 나가 개방되었다. 사내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 켄은 놀라운 광경에 할말을 잃었다. 실라이온도 찾지 못했던 공간이었다. 이곳이 대체 뭘하는 곳인지 세로 3미터, 가로 1.5미터정도 길이의 둥근 원통이 족히 수백개는 진열(!?)되어 있었다. 그 원통위로는 둥근 호스 3개가 연결되어 있는 구조였다. 사내는 그런 원통 한개 한개를 살펴 보고 있었다. 켄은 급히 아공간을 열어 마법 영상 수정판을 꺼내 원통을 녹화하기 시작했다.
'허억!'
흘러 나오는 신음을 겨우 참을수 있었다. 연초록색 물같은게 담겨 있는 원통안에는 알몸 상태인 한남자가 정신을 잃었는지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서 있었다. 입과 코에는 산소 마스크같은게 씌여져 있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원통에 사람들이 들어 가 있다면 수백명이 될것이다. 저 사람들이 뭐하는 사람들인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 앞서 가던 사내가 원통을 살펴 보며 마지막에 있는 원통앞에 멈추었다.
"세바스찬! 이제 그만 고집을 꺾어라."
"흥! 너희들이 할려는 일은 신에 대한 모독이다."
"신? 그런건 존재치 않아. 너도 신인류라는 자각을 가지란 말이다. 머지않아 지구는 완전히 변한다. 오로지 신인류만이 살아 남을수 있다는걸 너도 알고 있잖아?"
조용히 듣고 있던 켄은 또다시 놀랄수 밖에 없었다. 저 원통안에 들어있는 자가 세바스찬이라는 자로 능력자들의 존재를 폭로한 자였다. 세바스찬은 이곳에 구금되어 있는것처럼 보였다.
"알론! 날 신인류라고 부르지 마. 너희들이 그런 일을 하면 수천 수억의 인간들이 죽을꺼다. 강제로 진화시켜 탄생시키는 신인류때문에 대체 몇명의 인간이 죽었는지 자각하란 말이다. 그런 악마같은 짓은 그만 두고 날 풀어줘. 나와 같이 하자."
"세바스찬! 내가 할말이다. 네가 정신을 차리지 않는한 나도 어쩔수없어. 널 강제로 개조시키는 수 밖에 없단 말이다. 친구로써 부탁하겠다. 널 잃고 싶진 않아."
"친구? 아직도 날 친구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일단 이곳에서 풀어 줘."
"후우, 그건 않돼. 신인류가 탄생한 이상 평범한 인간은 더이상 생존할수 없어. 그런 인간을 돕더라도 신인류에게는 상대도 되지 않아. 지구는 머지않아 신인류들의 세상이 될꺼야."
저들이 말하는 신인류라는게 능력자를 뜻하는 것으로 예상되었다. 능력자들을 진화시켜 만들어 낸다고 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전혀 상상조차 할수 없었다. 과학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하더라도 강제로 능력자들을 만들어 내는 일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가능하다면 아무런 부작용도 없는 상태로 양산할수 있다면 능력자들을 앞세워 지구를 정복할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대화로 능력자인 신인류만 살아 남고 인간들은 생존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들이 할려는 일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평행 차원에서 겪은 좀비들이 생각났다. 이들은 어떤 바이러스를 살포해 인간을 좀비로 만들어 버리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해 봤지만 그렇진 않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아무리 능력자들을 양산할수 있다지만 좀비들의 수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인간이 좀비로 변한다면 능력자들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모든 좀비들을 처리하기 위해선 막대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런것까지 감안한다면 다른 계획이 진행되고 있는것 같았다.
일단 저 세바스찬이라는 자를 도주시켜 이야기를 들어 볼 필요가 있었다. 그전에 먼저 할일이 있었다. 최신예 전투기를 손에 넣어야 하고 가디언이라는 원형구도 파괴해야 한다. 가디언이 있는 이상 어디를 가더라도 맘대로 돌아 다닐수 없을 것이다. 항상 누가 감시하고 있는지 신경을 곤두세우는 생활은 피곤한 삶이 될것이다.
세바스찬과 알론이라는 자의 대화는 평행선 긋고 있었다. 더이상 세바스찬을 설득할수 없는지 알론은 안쪽에 있는 다른 방으로 들어 갔다. 그곳에도 각종 전자 기기가 사방으로 꽉 메우고 있었다. 모니터에는 그래프같은것들이 일정한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었으며 그런 모니터 앞에 앉은 알론은 컴을 조작하고 있었다. 이곳에는 알론밖에 없었다.
- 실라이온! 이곳에 감시 카메라가 없는지 조사해 줘.
실라이온을 불러 지시를 내릴때 알론은 무언가를 감지했는지 급히 고개를 돌렸다. 긴장한듯한 표정으로 사방을 둘러 보던 알론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다시 컴에 집중하고 있었다.
- 이곳에는 없어요. 저 원통들이 있는 곳에도 없어요.
실라이온의 말에 안심하고 모습을 드러내며 마나 봉인을 펼친후 곧바로 홀드 마법으로 알론이라는 자를 구속했다. 원주민인 아로마와 같은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면 마나 봉인이 통할것이다.
"윽? 헉! 누, 누구냐?"
꼼짝도 못하는지 알론은 고개도 돌리지 못한채였다.
"밖에 있는 원통에 들어 있는 사람들은 뭐냐?"
"느, 능력자? 누구냐? 세바스찬과 동조하는 놈이냐?"
알론은 세바스찬과 동참하고 있는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는듯했다.
빙글.
의자를 발로 밀었다. 반바퀴 돈 의자에 앉아 있는 알론은 눈앞에 등장한 스파이더 맨 복장의 모습에 당황하고 있었다.
"딱 한번만 다시 묻겠다. 저 원통에 들어 있는 자들은 뭐냐?"
"누, 누군지 먼저 말해라."
알론은 기회를 놓쳤다. 어차피 죽일 생각이었지만 굳이 알론에게 물어 볼필요도 없었다. 밖에 있는 세바스찬이라는 자에게 물어 봐도 되기 때문이다.
"라이트닝!"
빠지직.
"크아아아아!"
알론은 큰비명을 내질렀지만 순식간에 새까맣게 타 버렸다.
"윈드 커터!"
인간의 모습 그대로 타 버린 알론의 목을 처 버리고는 밖으로 나갔다. 혹시 되살아 날지도 모르기에 확인 사살을 해 놓았다.
"누, 누구냐?"
원통안에 있는 세바스찬은 눈앞의 스파이더 맨 복장을 보고는 눈이 커질수 밖에 없었다. 알론이 들어간 곳에서 큰비명 소리가 새어 나왔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나온 자가 지금 눈앞에 서 있었다.
"네가 능력자들이 있다는걸 전세계에 폭로한 세바스찬이냐?"
"그, 그렇습니다. 누구십니까?"
"그건 나중에 말해 주겠다. 그보다 어떻게하면 그곳에서 나올수 있나?"
"저 방안의 컴으로 조작해야 합니다."
세바스찬이 지시하는 대로 컴을 조작했다. 그러자 세바스찬이 들어 있는 원통의 물이 빠지며 원통이 위쪽으로 올라갔다.
"가, 감사합니다."
"일단 이곳에서 빠져 나가자. 가까이 와라."
바로 옆으로 다가온 알몸 상태인 세바스찬을 데리고 기지 밖으로 워프해 갔다.
"우욱!"
공간 이동이 처음인지 머리를 부여 잡고 괴로워하는 세바스찬에게 차안으로 들어가 있으라고 말해 주었다. 이곳은 기지 외곽에 켄이 타고 온 자동차 옆이다. 자동차는 훔친 물건이다. 야쿠자가 되기전에 자동차는 물론 오토바이도 많이 훔쳐 본 경험이 있었다. 폭주족 시절에 유흥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런 짓을 한것이다.
"공간 이동 능력자?"
세바스찬이 주변을 둘러 보고는 놀란 표정을 감출수 없는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이야기는 다음이다. 아직 기지에 볼일이 남았거든. 차 안에서 기다려."
자동차 뒤쪽으로 걸어간 켄은 아공간을 열어 옷 한벌을 꺼내 자동차 밖에서 멍해있는 세바스찬에게 던져 주었다.
"입어라."
"감사합니다."
엉거주춤 자동차안으로 들어 가는 세바스찬을 보며 다시 기지로 잠입한 켄은 지상에 전투기가 있는 곳으로 가서 실라이온에게 부탁해 감시 카메라를 먹통으로 만들어 버리고는 삼각형 모양의 전투기를 아공간에 집어 넣고 지하로 내려가 눈에 보이는 다른 전투기들도 모조리 집어 넣었다. 영화나 뉴스에서만 보든 무인 정찰기같은 모양의 기체도 확보한 것은 물론 UFO같은 물체도 집어 넣고 연구실에 있는 연구 자료는 물론 컴이나 연구하는 무기를 통채로 집어 넣길 반복했다.
우왜에에에엥.
갑자기 경보음이 울려 퍼졌다. 어디서 들킨것인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없었다. 각 방을 돌아 다니며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모조리 집어 넣으며 가디언이 있는 방으로 샐라임을 보내 그 방안의 모든것을 파괴하라고 했다. 귀를 찢는듯한 경보음에 군인들이 복도를 뛰어 다니고 있었다. 그런 군인들을 비웃으며 원통이 있는 방으로 이동한 켄은 파이어 버스터 마법을 펼쳐 원통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 기지내에는 이미 난리가 난 상태였다.
- 노에스! 이런 물체가 있는 지하쪽으로 구멍을 내줄래.
지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UFO를 확보할 생각이다. 진짜 UFO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만약 진짜라면 확보해 놓을 필요가 있었다. 노에스가 파 놓은 구멍을 따라 이동한 켄은 거대한 크기의 UFO가 눈에 들어오자 절로 감탄성이 새어 나왔다.
"굉장하군."
원형인 UFO 어디에도 성조기 마크는 없었다. 안으로 들어 가는 문은 열려 있는 상태다. 그 상태 그대로 아공간에 집어 넣었을때 한쪽 문이 열리며 군인들이 쏟아져 들어 왔다.
"Fuck You! 찾아! 무슨 짓을 해서든 찾아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상관으로 보이는 자는 얼마나 화가 나 있는지 짐작할수 있었다. 얼굴이 악마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 켄님! 가디언이 있는 곳은 완전히 태워 버렸어요.
- 수고했다.
이제 이 기지를 완전히 무너 뜨리는 것만 남았다. 지상으로 이동해 간 켄은 기지를 향해 마법을 펼쳤다.
"어스퀘이크!"
8서클 마법을 기지에 펼쳤다. 광역 지진 마법인 어스퀘이크가 펼쳐지자 땅이 쩍쩍 갈라지며 건물들이 요동을 치며 무너지고 있었다. 허겁지겁 기지 밖으로 뛰쳐 나온 군인들이 몸을 가누지도 못한채 바닥으로 쓰러 지거나 갈라진 땅속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마나를 계속 공급하고 있는 이상 어스퀘이크는 계속 지속된다. 지하에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지하 공간이 무너지자 위쪽의 땅이 그대로 지하로 폭삭 주저 앉으며 큰폭발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기지는 생지옥을 방불케했다.
"텔레포트!"
- 작가의말
UFO를 등장시킨 탓으로 소설이 달나라로 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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