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화. 좀비 확산(2)
287화.
뭔가 이상했다. 눈앞의 이 동양인을 어디선가 본듯한 생각이 들었다. 일단 회의실로 안내를 하면서 어디서 본것인지 기억을 되살릴려고 머리를 쥐어짰다. 동양인이 회의실 의자에 걸터 앉은 모습에 충격적인 장면이 급히 떠 올랐다.
부르르.
절로 몸이 떨려왔다. 이 동양인이 누군지 완전히 기억해 낸것이다.
"이제야 내가 누군지 알아 낸거냐?"
"느, 능력자? 아일랜드에서 기자 회견을 한 그 능력자십니까?"
"그렇다. 시끄럽게 소문내지 마라."
미국으로 올때 얼굴에 환상 마법을 걸어 아일랜드에서의 모습 그대로 온것이다. 이런 얼굴이라면 누구든 협력해 줄것이기 때문이다.
"모리나! 너도 기자라고 했으니까 하이텐 사령관의 집을 알고 있겠지?"
"그, 그렇습니다."
"그럼 날 그 집으로 안내해 줄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모리나에게 자신이 이곳에 온것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고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오라고 했다.
부르릉.
모리나 기자의 차를 타고 이동해 노란색 테이프가 쳐져 있는 단독 주택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경찰 한명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모리나가 경찰에게 다가가 무슨 말을 하자 통과시켜 주었다.
"이렇게 쉽게 통과시켜 줘도 되는거냐?"
"지역 경찰이라서 잘 아는 사이입니다."
집안으로 들어가 서재라는 곳으로 안내했다. 모리나는 이미 두번이나 이곳을 방문했다고 했다.
"일단 넌 뒤로 물러서 있어."
모리나가 뒤로 물러서자 즉시 대지의 기억 마법을 펼쳤다. 모리나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켄의 눈에는 선명하게 하이텐 사령관이 어떻게 죽었는지 보였다. 죽은지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더욱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다.
"...음...역시..."
모리나는 켄이라는 능력자가 하이텐 사령관이 자살한 서재로 들어와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고개만 끄덕이는것을 지켜 보며 대체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해 미칠지경이었다.
"뭔가를 알아 내신 겁니까?"
"자살이 아니다."
"예엣? 아니라니요? FBI와 DIA에서 자살이 틀림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만. 손가락과 얼굴에 묻어있는 화약 흔적과 유서도 친필로 감정되었습니다."
"당연하다. 누가 조사를 하더라도 자살한것이 틀림없도록 조작한거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보여 줄테니까 녹화를 준비해."
뭘 어떻게 보여 준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리나는 능력자가 시키는대로 준비를 했다.
"지금부터 하이텐 사령관이 어떻게 자살을 하게 되었는지 재현해 보겠다."
대지의 기억 마법으로 본 장면을 환상 마법으로 재현시켰다.
스믈스믈.
흰연기같은게 바닥에서 올라와 인간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모두 3명이었다. 하이텐 사령관은 서재 의자에 앉아 있었으며 두명의 젊은 남자는 앞에 서 있는 상태였다.
"회장의 전언이 뭔가?"
"죽이라는 명령이었습니다."
"뭐라고?"
벌떡.
하이텐 사령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젊은 놈이 양손을 급히 하이텐 사령관쪽으로 뻗었다. 그러자 하이텐 사령관은 무언가에 속박된듯 꼼짝도 할수 없게 되었다.
"이. 이게 무슨 짓인가?"
"3호! 시작해."
손을 뻗고 있는 자의 말에 3호라는 자가 나서 양손을 하이텐 사령관의 머리에 올려 놓고 눈을 감았다.
"으윽!"
하이텐 사령관이 신음을 흘리며 점점 눈빛이 변해 가고 있었다. 급기야 흐리멍텅한 눈으로 변해 버리자 3호라는 자가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7호! 풀어줘."
"알았다. 그럼 시작하자."
7호가 손을 내리자 3호가 다시 나섰다.
"네 이름은 뭐지?"
"하.이.텐.이.다."
어눌한 말투로 한글자씩 대답하는 하이텐 사령관의 눈빛은 완전히 죽어 있었다.
"의자에 앉아 부르는대로 유서를 작성해라."
3호가 클론 제작소는 사령관인 자신의 명령으로 만든 것으로 미군의 생체 병기로 활용하기 위해 은밀히 제작한 것이라는 내용과 모든건 미국을 위한 일이었으며 모든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유서였다.
"권총을 꺼내 우리들이 밖으로 나가는 즉시 자살해라."
서랍을 열어 권총을 꺼낸 하이텐 사령관은 지시하는대로 3호와 7호가 서재 밖으로 나가자 관자 놀이에 총구를 대고 방아쇠를 잡아 당겼다.
탕.
이것이 하이텐 사령관의 자살 사건의 진실이었다. 의자에 축 늘어져 있는 하이텐 사령관의 모습이 사라지자 경악하며 녹화를 하고 있던 모리나는 카메라를 켄쪽으로 돌리며 입을 열었다.
"바, 방금 보여준 장면은 진실입니까?"
"그렇다. 재현 능력으로 사령관이 어떻게 죽었는지 당시의 상황을 재현시킨거다."
"...그, 그런 능력이 있는겁니까?"
"방금 봤잖아?"
아무리 직접 봤다지만 믿기 어려운 일이란건 알고 있었다. 마법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이해를 할리가 없었다.
"그 영상을 복사해 줘."
"알겠습니다."
차안으로 돌아온 모리나가 노트북으로 켜고 영상을 USB에 복사해 주었다.
"전화 번호를 알려 주실수 있으십니까?"
"연락이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말해 주며 전화 번호를 알려 주었다. 그날 저녁 석간 신문 일면에는 특종으로 하이텐 사령관의 자살의 전모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다. 영상도 신문사 홈페이지에 올려 놓았지만 순식간에 서버가 폭주해 버렸다. 미국 정부에서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재조사를 지시했으며 사실로 확인되는대로 미국에 대한 공격이라고 간주해 모종의 조치를 취한다고 발표했다. 어떤 조치인지는 확실히 말하지 않았다.
*******
"총리! 급보입니다. 우에노 공원에서 좀비가 확인되었습니다. 지금 현재 좀비를 사살하고 사상자는 물론 현장에 출동한 모든 이들을 격리 조치 시켜 놓았습니다."
"뭐라고? 그게 사실인가?"
총리 관저 집무실에서 늦게까지 서류를 들춰보고 있던 아베 총리는 보좌관의 보고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렇습니다. 좀비로 추정되는 남자는 우에노 공원의 사루야마안에 있었습니다. 좀비인줄도 모른채 그 남자를 구하기 위해 사루야마 안으로 들어간 사육사 5명이 모두 당했습니다. 좀비에게 당한것인지 원숭이들에게 당한것인지는 모릅니다. 경찰과 구급 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한남자가 다른 사람들의 인육을 먹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 남자가 경찰에게 달려 들었다고 합니다. 그 남자는 검은 피를 흘리고 있었으며 즉시 좀비라고 판단한 경찰들이 남자의 머리에 집중 사격을 해 죽였다고 합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자들의 입을 막아."
"이미 그렇게 조치를 취해 놓았습니다만 한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습니다. 사루야마에 있던 일본 원숭이 27마리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아직 어디로 간것인지는 모르는 상태입니다. 우에노 공원 근처에 있을것이라고 생각되지만 한밤중인 탓으로 수색도 할수 없습니다. 만약 원숭이들이 좀비를 공격해 피를 흡입이라도 했다면 큰일입니다."
털썩.
보좌관의 말에 의자에 주저 앉은 총리는 머리를 감싸 버렸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동경에 좀비가 어떻게 등장한것인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했다. 이 일이 매스컴에 알려 진다면 동경은 패닉에 빠져들게 눈에 선했다.
"자위대를 불러 우에노 공원 전체를 포위하고 원숭이들을 모두 사살하도록 하고 피 한방울까지 모두 소각하도록 해. 매스컴에는 원숭이들이 탈출해 인간을 습격했다는 식으로 알려주고 흉폭한 원숭이들이 도심부로 내려가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것을 우려해 자위대로 공원을 포위한 상태라고 알려."
"경찰이 아니라 자위대라니요?"
"원숭이들이 한두마리가 아니잖아. 무려 27마리다. 그런점을 강조해."
"그, 그럼 우에노 공원에 있는 다른 동물들은 어떤 조치를 취할까요?"
꽝.
"칙쇼(ちくしょう.빌어먹을)!"
테이블을 내려친 총리 입에서 거친 욕설이 튀어 나왔다.
"좀비로 변하는건 일주일정도라고 했다. 우에노 동물원의 동물들의 상태를 넉넉잡아 10일간 관찰한후 이상 증세를 보이는 동물들은 소각 조치하도록. 또한 우에노 공원 전체를 폐쇄한 상태로 공원 내부를 철저히 조사해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모두 태워 버려리도록 지시해."
"알겠습니다."
아베 총리는 제발 원숭이들이 좀비로 변하지 않길 기원했다. 다음날 아침 조간 신문과 뉴스에서는 우에노 동물원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사육사를 습격해 죽이고 탈출한 흉폭한 일본 원숭이들이 우에노 도심부로 나가 피해를 입히지 않게끔 자위대를 동원해 우에노 공원 전체를 포위한채 원숭이 수색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경찰들만으로는 전체를 포위할수 없어 자위대를 동원할수 밖에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좀비가 발견되었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큭큭큭큭!"
오도독.
쩝쩝쩝.
우에노 공원을 벗어난 무라타는 완전히 제정신으로 돌아 왔다. 자신의 몸이 어떻게 변한것인지도 이미 확인을 한 상태였다. 완전히 좀비로 변했지만 이상한 점도 있었다. 말투는 어눌해졌지만 엄청난 힘을 손에 넣었다. 온몸에 넘쳐 흐르는 힘을 주체할수 없을 정도였다. 우에노 근처의 주택가에서 한남자를 미행해 그 남자가 집안 현관문을 열었을때 뒤로 접근해 목을 잡고는 안으로 들어 갔다.
얼마나 손아귀의 힘이 세진것인지 남자의 목은 순식간에 꺾여 버렸다. 그런 남자의 몸도 가볍게 들어 올릴 정도였다. 집안에는 아이 두명과 중년의 여자가 있었지만 순식간에 제압할수 있었다. 파워나 스피드가 인간을 초월한 상태였다. 아이들의 피를 빨고 야들야들한 살점을 뜯어 먹으며 TV를 보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졸음도 전혀 쏟아지지 않았다. 햇빛도 더이상 두렵지가 않았다. 아일랜드에서 발표한 능력자가 말한 내용을 인터넷으로 찾아 자세히 살펴 보았다.
좀비는 빛을 꺼려해 밤에 주로 활동한다고 했다. 자신과는 다른 점이다. 그럴때에 특이 좀비라는 내용에서 소름이 돋아났다. 자신의 상태가 특이 좀비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어눌하지만 말도 할줄 알고 빛도 두렵지가 않았다. 자신이 특이 좀비가된것이라면 다른 좀비들을 조종할수 있다고 했다. 이곳에서 실험을 해 볼 생각이다.
중년인 부부중 남자는 이미 죽어 버린 상태다. 기절해 있는 중년 여성의 목에 이빨을 박아 넣었다. 중년 여인은 늦어도 일주일내에 좀비로 변할것이다. 여자 아이는 잡아 먹고 있는 중이지만 남자 아이는 좀비로 만들어 실험체로 사용해 보기로 했다. 좀비를 자신이 조종할수 있다고 확인이 들면 좀비수를 늘려 놓아야 한다. 특이 좀비는 좀비를 잡아 먹으면 부상당한 몸이 재생된다고 했다. 정말 그런지 흥미로운 일이다. 일주일 후가 기대가 되었다.
*******
"핸드님! 그것도 마법으로 한것입니까?"
"그렇다."
한국의 안가로 돌아 오자 현수가 미국의 일을 말하며 재현 능력에 대해 너무 부럽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국장님이 오시면 만나자고 하십니다."
"연락해."
명철이가 전화를 한후 보고를 했다.
"내일 저녁에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합니다. 그 자리에서 소개해줄 사람이 있답니다."
"알았다. 별일 없지?"
하루밤사이에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았을것이지만 언제 좀비가 등장할지 내심 걱정이 되지 않을수가 없었다.
"인터넷에 마음이 걸리는 기사가 있습니다. 일본의 우에노 공원안에 있는 우에노 동물원에서 일본 원숭이들이 사육사 5명을 죽이고 모조리 탈출해 원숭이들을 잡기 위해 자위대가 지금 우에노 공원 전체를 포위한 상태라고 합니다. 원숭이 몇마리를 잡기 위해 공원 전체를 경찰이 아닌 군대인 자위대가 포위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자위대? 이상하다는 네말이 맞아. 있을수 없는 일이야. 자위대가 무기도 소지하고 있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당장 알아 보겠습니다."
"됐어. 내가 알아 볼께."
노트북을 가져와 즉시 일본의 야후 사이트로 들어 갔다. 일본에서 가장 이용자가 많은 포털 사이트가 야후다. 우에노 공원 자위대를 이미지로 검색했다. 그러자 자위대의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그들은 모두 89식 자동 소총을 들고 있었다. 원숭이들을 잡기 위해 자위대가 출동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무기까지 들고 있다는것은 무언가 다른 일이 발생한것이 틀림없었다.
산속에 사는 일본 원숭이들은 농촌의 농작물을 망치는건 일상다반사다. 그런 원숭이들이 가끔씩 도시에도 출몰한다. 그럴때엔 경찰이 나서 원숭이를 잡거나 산속으로 쫒아 버린다. 우에노 동물원의 원숭이들도 경찰이 나서야 이치에 맞아 떨어진다. 인터넷 기사에는 원숭이들이 사육사 5명을 죽여 흉폭해진 상태라고 했다.
"일본에도 정보원들이 있지?"
"물론입니다."
"우에노 공원을 주시하라고 해. 그리고 일본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을 모두 따로 분리해 한층 더 강화된 검사를 하고 항구로 들어 오는 배들도 모두 철저히 검사를 하도록 지시해. 비상 사태다. 난 당장 일본으로 가 보겠다."
즉시 지하로 내려가 이동 마법진 좌표를 일본 카와사키에 있는 모아즈 빌딩으로 바꾸고 이동했다. 모아즈 빌딩 상공에 도착한 켄은 동북 방향에 있는 우에노 공원을 향해 텔레포트 마법을 펼쳤다.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른다. 이동한 곳은 도시 상공이었다. 이곳이 어딘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글 아이를 펼쳐 조사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우에노 공원이 어딘지 곧바로 알수 있었다.
타타타타.
조금 먼곳 상공에 헬기 두대가 호버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아래가 우에노 공원이었다. 우에노 공원에는 몇번이나 가 본적이 있는 곳이다. 동물원은 물론 초등 학교때엔 미술관 견학으로 우에노 공원에 있는 미술관으로 가 본적도 있었고 하나미(花見)를 하러 간적도 있었다. 그런 우에노 공원으로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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