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화. 인천 차이나 타운
164화.
"어서 오십시요. 지금은 자리가 없는 관계로 조금 기다려 주십시요."
종업원으로 보이는 여자가 바깥의 줄을 서 있는 광경을 보고는 어리둥절했다. 자리가 비면 직접 손님을 안내하기 때문이다. 이 손님은 줄을 서고 있지 않은 자였다. 새치기를 한것이다. 그런것을 말할려고 할때였다.
"이곳 주인에게 볼일이 있어 찾아 온거다."
"누구시라고 전해 드릴까요?"
"중국에서 왔다고 하면 알거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잠시후 중년으로 보이는 조금 뚱뚱한 몸집의 사내가 달려왔다.
"취, 취선님이십니까?"
"그렇다."
"반갑습니다. 장대천이라고 합니다. 모시겠습니다."
장대천을 따라 윗층으로 올라갔다. 3층으로 올라가는것 같았다.
"왕청님에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이미 지내실곳도 준비해 놓았습니다."
짝짝.
장대천이 손뼉을 치자 건장한 체격의 짧은 머리를 한 청년 한명이 들어왔다.
"제 아들 녀석입니다. 인사드려라."
"장천휘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장천휘는 뭔가 불만 섞인 눈빛이었다. 인천의 차이나 타운은 100여년전에 자신들의 선조인 화교들이 독자적으로 일구어 낸 터전이다. 그런곳에 중국의 조직 물결이 밀려왔다. 반항은 할수 없었다. 무자비한 놈들이었기 때문이다. 몇개의 조직 손에 많은 가게가 강제로 넘어 간 상태다. 아버지는 그런 조직에 굽신거리고 있었다. 지금도 중국 조직에서 귀한 사람이 방문했다며 무엇이든 들어 주라고 했다.
"다른건 필요없고 내일 찾아 가야 할곳이 있다. 그곳으로 안내를 부탁하자."
"휘가 안내해 드릴겁니다."
"그럼 아침 9시에 근처의 파크 호텔앞으로 와라."
할말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켄 혼자서 네팔의 슈란달 부부 아들인 라체를 찾아 갈수도 있었지만 지리를 잘 모른다. 택시를 타고 가면 된다지만 한국 지리를 전혀 모르는 켄으로써는 경기도 화성시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화성시를 검색해 보면 서울에서 그렇게 멀지 않는것 같았지만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전혀 모른다.
"버, 벌써 가실려고요?"
"피곤해서 말이야. 그럼 내일 아침에 보자."
장대천이 몇번이고 대접을 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사양했다. 아래층으로 내려 가고 있을때 아래층 방문이 갑자기 벌컥 열리고는 중년인이 뛰쳐 나왔다. 그 중년인은 주변을 두리번거리고는 아래층으로 내려 오는 켄 일행을 보고는 버럭 소릴 질렀다.
"구급차! 구급차를 불러. 회장님이 쓰러 지셨다."
그 외침을 들은 장대천은 얼굴이 파래지며 허겁지겁 아래층 방으로 뛰어 들어가며 소리쳤다.
"휘! 구급차를 불러라."
만약 회장이 자신의 가게에서 쓰러진 일이 보도된다면 큰타격을 입게 된다. 가게 이름이 대문짝하게 신문에 실린다면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끓어질것이다. 특실을 방문한 금진 그룹 회장은 한달에 한번 정도는 식사를 하러 오는 단골 손님이다. 원래 지병이 있으며 고혈압과 심장이 좋지 않다고 했었다. 그런데 오늘 사달이 난것이다. 회장은 몇번이나 병원 신세를 진적이 있었다. 병문안을 갔을땐 빨리 퇴원해 짜장면을 먹으러 가겠다고 농담을 할 정도였다.
"회장님!"
장대천을 따라 켄도 안으로 들어 갔다. 노인 한명이 바닥에 드러 누워 가슴을 움켜 쥐며 괴로워하고 있었으며 중년인 한명이 그런 노인앞에서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구급차! 구급차는 언제 오나?"
안으로 들어온 장대천을 보고는 버럭 소릴 지른 중년인의 얼굴에도 핏기가 사라진 상태였다. 쓰러진 노인을 저대로 놔두면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에 큰일이 벌어 질것같았다.
"비켜 봐라."
"누구냐?"
"저 노인을 살리고 싶으면 비켜!"
켄의 박력에 중년인이 뒤로 물러났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 엔다이론!
- 알겠어요.
모두가 지켜 보는 가운데 켄은 손을 노인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지켜 보는 이들에게 무언가를 한다는 시늉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가만히 있다가 치료가 되었다고 하면 수상하게 여길것이다.
- 주인님! 완전히 고칠까요? 포션을 사용하면 어렵지는 않아요. 포션없이 완전히 고칠려면 주인님의 마나가 엄청나게 소모되고요.
- 완전히는 고치지 말고 발작만 멈출 정도로 부탁해.
장대천은 중국에서 온 취선이라는 자가 회장의 가슴에 손을 대고 있자 서서히 회장의 얼굴이 편해지며 발작이 멈추었다. 무얼 한것인지는 모르지만 신기한 장면이었다.
"....으음."
"회장님!"
"귓청 떨어지겠다. 조용히 해."
호전된 회장의 상태를 지켜 본 중년인은 급히 다가와 켄의 옆에서 큰소리로 회장을 불렀다.
"일단 발작은 고쳐 놓았다. 지금은 병원으로 갈 필요도 없어."
"그런데 회장님은 왜 일어 나지 않는건가?"
"조금만 기다려 봐. 일어 날테니까."
쭈그리고 앉은 자리에서 일어난 켄은 장천휘에게 비어 있는 방으로 안내해 달라고 했다. 테이블위의 빈그릇을 한개 들고 옆방으로 따라 들어간 켄은 장천휘에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한뒤 아공간을 열어 석청을 엄지 손가락 한마디정도만 떼어내 그릇에 담고 장천휘를 불렀다.
"이걸 미지근한 물에 타서 회장이라는 사람에게 먹여라."
"이건 뭔지요?"
"석청이다."
아까운 석청이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이다. 저 석청만으로도 회장은 몸상태가 조금 좋아 질꺼다. 회장이 일어 난것을 보지도 않은채 호텔로 돌아왔다. 청관에서는 켄이 언제 사라졌는지도 모를것이다. 회장에게 이목이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9시에 호텔 정문으로 나가자 장천휘가 차를 대기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편히 주무셨습니까?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회장님이 무사히 깨어 나셨습니다."
"당연하다."
차량은 벤츠였다. 편하게 뒷좌석에 앉아 목적지인 파란 농원을 말해 주었다.
부르릉.
가벼운 진동음과 함께 차가 출발하자 장천휘가 궁금했다는듯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저어, 취선님! 어제는 어떻게 하신겁니까?"
"기(氣)라고 알고 있나?"
"물론입니다."
"기공(氣功) 치료를 한거다."
변명 거리는 이미 생각해 놓았다. 가만히 손만대고 있었는데 발작이 멈추어지고 깨어 난것이다. 지켜 보고 있던 사람들도 믿기지 않았을것이다.
"그럼 기공 수련을 하신거군요."
"그래. 스승님 밑에서 수련을 끝내고 돌아 오는 길이다."
이것으로 장천휘의 의심을 벗어났다. 중국의 왕청도 어떤 수련을 한것이라고 알고 있다. 모두가 착각하고 있었지만 마법사라고는 절대로 말할수 없는 일이다. 도시를 벗어나 한참을 달려 가자 고즈늑한 농촌 풍경이 펼쳐졌다. 농촌이라고 해도 도로가 잘 닦여 있었다. 그런 도로를 달려 비닐 하우스가 보이는 곳까지 도착하자 장천휘가 다 왔다고 했다.
길 한쪽의 알림판에 파란 농원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쓰여져 있었다. 한쪽길에 자동차를 대고 내렸다. 비닐 하우스는 모두 10개동정도 되었다. 규모가 꽤 큰 농원이었다. 하우스 안에는 야채 같은것이 보이는데 무얼 재배하고 있는지는 알수가 없었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이 농촌의 야채를 잘 모르는 이치다. 슈퍼에서 야채같은건 사 본적도 없었다.
모든 야채를 모르지는 않지만 알고 있는 종류가 더 적었다. 초여름인 탓인지 비닐 하우스 옆쪽은 윗쪽으로 조금 올려져 있었다. 그 사이로 야채같은게 보이는 것이다. 만약 하우스 안이 아니라면 풀이라고 생각했을것이다. 하우스안을 구경하면서 집쪽으로 걸어 가고 있을때 4번째 하우스안에 젊은 남자 세명이 야채를 수확하고 있었다. 모두 얼굴이 까무잡잡한게 한국인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야채를 수확해 가지런히 쌓아 놓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저 중에 누군가가 라체일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저벅저벅.
하우스 안으로 켄이 들어서자 일하고 있던 남자들이 누군지 궁금한 표정으로 일손을 멈추고 돌아 보았다.
"누가 라체냐?"
반말에도 아무렇지도 않는듯 서로의 얼굴을 한번씩 쳐다 보고는 켄 근처에 있던 자가 대답해 주었다.
"라체는 여기 없어요."
어색한 억양으로 대답한 남자는 손짓을 했다.
"저기 컨테이너가 보일겁니다. 그곳에 있어요."
"고맙다."
다른 하우스 안에도 두명의 남자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하우스 안을 구경하며 컨테이너가 놓여져 있는 곳으로 갔다. 컨테이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저택이 자리하고 있었다. 켄테이너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안쪽에는 살림살이로 보이는 물건들이 아무렇게나 자리하고 있는게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것 같았다. 바로 옆에 큰 저택이 있는데도 외국인 노동자는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먹고 자는것 같았다.
안으로 들어가자 아직 초여름인데도 컨테이너 하우스 안은 굉장히 더웠다. 푹푹 찌는듯했다. 안쪽에 매트가 깔린곳에 반바지 차림의 한남자가 벽에 등을 기대어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하우스 안으로 켄이 들어 왔음에도 눈길 한번 주지도 않았다. 동료라도 들어 온것이라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네가 라체냐?"
켄의 물음에 고개를 돌린 남자는 누군지 궁금한 표정이었다.
"누구시죠? 제가 라체입니다."
"네 아버지가 누군지 말해 봐라."
슈란달의 이름을 먼저 말할려다가 직접 묻기로 했다.
"예엣? 누, 누구신데 아버지를 묻는거죠?"
"일단 말해 봐라. 이야기는 그 다음이다."
"슈란달이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모티 ,여동생은 라세, 남동생은 라쥬가 맞냐?"
켄의 말에 라체는 입을 쩍 벌렸다. 네팔에 있는 가족들을 어떻게 처음보는 자가 다 알고 있는지 너무 당황스러웠다.
"누, 누구신데 그런걸 알고 있는겁니까?"
"너! 왜 가족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거냐? 네 부모들이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알고나 있냐?"
"예엣?"
"네팔에서 왔다. 네 아버지 집에 며칠 신세를 졌었다."
라체는 이 사람이 네팔에 등산을 하러 갔다가 고향집에서 며칠 묵은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한국인이어서 자신을 찾아봐 달라는 부탁에 이렇게 찾아 온것이라고 짐작했다.
"부모님과 동생들은 잘 있습니까?"
"그래. 모두들 잘 있다. 네 동생 둘은 머지않아 외삼촌 집에서 생활하며 학교에 다닐꺼다."
"어, 어떻게...그럴 돈이 없을텐데요."
자신의 집안 사정은 잘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일하며 번 돈을 부쳐 주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처지가 되지 않아 송금도 편지도 보내지 않은지 몇달이나 지났다. 그런데도 무슨 돈이 있어 외삼촌집에서 신세를 지며 학교까지 보낸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이번에 동충하초로 재미를 좀 보았다."
"동충하초! 아, 동충하초를 캐는 시절이었군요. 하지만 동충하초는 점점 사라져 캐기가 어려울텐데요?"
"그런 일이 있었다. 근데 이 더운곳에 왜 죽치고 있는거냐?"
"후우~! 무릎을 다쳤거든요."
땅이 꺼지라 길게 한숨을 내뱉은 라체는 오른쪽 무릎을 쓰다 듬었다.
"어떻게 다친거냐?"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을 가다가 트럭을 피할려다가 넘어졌어요. 그때 오른쪽 무릎이 오토바이에 깔리는 바람에...."
라체는 말을 흐렸다.
"한번 보자. 네 어머니 다친 발목도 내가 치료해 주었었다."
"어머니가 다쳤다고요?"
"그래. 하지만 지금은 다 나앗다."
얼떨떨한 얼굴의 라체는 가만히 있을수 밖에 없었다.
- 엔다이론! 살펴 보고 고쳐줘.
- 알았어요.
라체는 눈앞의 사내가 자신의 다친 무릎에 손을 대자 무릎이 간질거리고 화끈해 지기도 하면서 나중에는 시원해 지는듯한 느낌을 끝으로 손을 거두었다.
"일어 서라."
"예엣?"
"무릎! 다 나앗다. 일어나 봐."
"......"
눈앞의 남자의 반협박성에 무서워서라도 일어 나야 했다.
"끄응....어?"
윽지로 일어 날려고 하면 절로 신음이 베어 나온다. 하지만 어떻게 된것인지 무릎이 전혀 아프지도 않았다. 무릎을 만져 보아도 아픈 느낌은 전혀 없었다.
"어, 어떻게 된것이죠?"
"뭐가 어떻게 돼? 다 고쳤다니까. 밖으로 나가자."
손만 대고 있었는데 다친 무릎이 완치가 된것이다. 믿을수 없는 일에 당황하면서 밖으로 따라 나갔다.
"저어...누구신데요?"
"나? 네 아버지가 날 선인(仙人)이라고 부른다."
"선인요? 아, 선인님! 감사합니다. 다친 무릎을 고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인이 맞았다. 선인이 아니라면 이런 일을 할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일하면 얼마나 받냐?"
"한달에 십만원요."
"뭐? 십만원? 고작 십만원?"
아무리 한국 물가를 전혀 모른다고 해도 한달에 십만원을 받고는 생활할수가 없을것이다.
"장천휘!"
"예."
"한국에서 한달에 십만원만 받고 살수 있냐?"
"십만원요? 절대로 무리입니다."
장천휘가 확인해 주었다. 외국인 노동자는 원래 이렇게 월급이 싼 것인지 알수가 없었다.
"한달에 십만원 받기로 계약한거냐?"
"원래는 이십만원 받기로 했습니다만 컨테이너 하우스에서 재워 주는 숙박비와 식비라면서 십만원을 떼어 간답니다."
라체의 얼굴에는 분함이 서려 있었다.
"장천휘! 원래 외국인 노동자는 그 정도밖에 못 받냐?"
"음, 잘은 모르지만 착취를 당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했으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월급을 줘야 합니다. 숙박은 물론 공짜고요."
"그래? 그럼 라체, 넌 이곳이 맘에 들지 않으면 다른곳으로 옮기면 되지 않냐?"
"그, 그게 사장님의 허락이 있어야만 옮길수 있어요."
- 작가의말
한국에서 한동안 일이 벌어 집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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