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화. 우주선(2)
261화.
이들 외계인들이 언제 다시 지구로 찾아 올지 모른다. 자신이 죽은 뒤에 찾아 오면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다. 인간들에게 이들은 원한이 있었지만 자신에게는 형제로 대하고 있는 이들이 이계의 오크인 오르크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우주선의 자가 수복이 끝난건 3일뒤였다. 한밤중이 되길 기다리며 지하의 비밀 시설 근처에 우주선을 내려 놓을 공터를 찾아 보았다. 넓은 공터는 필요없었다. 인적이 없는 곳이면 아무곳이던 상관없었다. 적당한 공터를 찾아 환상 마법을 펼쳐 놓았다. 혹시나 해서였다. 이곳 비밀 기지의 위치가 발각되어 위성으로 감시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준비가 끝났다. 가자."
일단 우주선을 아공간에 집어 넣고 외계인 둘을 데리고 미리 준비해 놓은 곳으로 이동해 우주선을 내려 놓았다.
- 형제여! 정말 고맙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겠다.
- 그래. 잘 가라.
아무런 소리도 없이 우주선이 공중으로 서서히 떠 오르며 까마득한 상공으로 이동한후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런 모습을 지켜본 켄은 다시 기지안으로 이동해 갔다.
"그들은 잘 갔습니까?"
"그래. 얀센을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안가로 돌아간 켄은 다음날 아침에 유전자 연구소를 찾아갔다.
"오랜만입니다.
홍 소장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홍 소장과도 오랜만이었다.
"연구에 진척은 좀 있나?"
"후우, 어렵습니다."
그런 홍 소장에게 들고온 노트북을 건네 주었다.
"이 노트북안에 있는 공식을 분석해 약을 만들어 동물들을 상대로 실험을 해 봐. 좀비 바이러스를 예방하는 치료 공식이 들어 있어."
"아! 감사합니다."
"실험에 성공하면 바로 알려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연구소를 둘러 보며 다른 연구원들을 격려하곤 불편한 점이나 필요한 물건등을 알려 달라고 한뒤 누님집으로 이동했다.
"누님! 언제 이사할겁니까?"
새로운 아파트에 가재 도구들은 이미 다 채워 놓고 이사만 남겨 둔 상태다.
"이번주 금요일에 이사를 할 생각이에요."
"제가 도울 일은 없습니까?"
"이삿짐 센터를 부르면 알아서 다 옮겨 줘요."
특별히 도울 일은 없는것 같았다. 지천영 감독에게 전화해 영화 촬영을 재개할수 있도록 출연진과 상의를 해 스케줄을 조절하라고 말해 두었다. 지 감독에게 연락이 올때까지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조카들의 얼굴을 매일 조금씩 성형해 주며 하는 일도 없이 빈둥거렸다.
드디어 영화 촬영이 재개되었다. 모든게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마왕과 드래곤의 전투 장면이나 C.R.엔젤들과 마족들의 전투 장면도 압권이었다. 연합군의 절반 이상이 죽고 드래곤 수십마리가 죽으며 겨우 마왕을 물리려쳐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지만 상처뿐인 승리였다. C.R.엔젤들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상태다. 월미와 수미는 풀 플레이트 메일이 군데군데 찢어져 가슴은 물론 하얀 허벅지까지 부분적으로 드러난 상태다. 연합군 진영이 전장 수습에 열을 올리고 있을떄 드래곤 로드에게서 은밀한 연락을 받은 C.R.엔젤들은 로드의 도움으로 레어로 이동해 지구로 귀환하게 되면서 영화 촬영은 끝이 났다.
짝짝짝짝.
스탭은 물론 모두가 서로 박수를 치며 무사히 촬영이 끝난것을 축하하고 있었다.
"핸드님! 고생하셨어요."
"너희들이 가장 고생했잖아."
"핸드님! 수고하셨습니다. 핸드님이 없었다면 이런 영화는 꿈도 꾸지 못했을겁니다."
지 감독은 순조롭게 촬영이 끝나자 감격에 젖어 눈시울이 뜨거워졌는지 울먹거리고 있었다.
"감독도 고생이 많았어. 모두 함께 회식이나 하자."
소고기 전문점을 통채로 전세를 내 모두가 한자리에 모였다. 지 감독의 감사 인사와 함께 소고기를 입을 쑤셔 넣으며 웃음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핸드님! 2부만으로 영화가 끝난게 너무 아쉬워요."
월미의 투덜거림에 판타지 영화를 몇부작으로 만들어 질질 끌어 봐야 관객들의 실망만 커질거라고 다독여 주었다.
"핸드님! 다른 영화를 만들어 볼 생각은 없으십니까?"
"다른 영화?"
"예! 어떤 영화라도 상관없습니다."
지 감독은 다른 영화도 만들고 싶어했다. 감독 입장에선 당연한 것이겠지만 한동안 영화 촬영에만 전념할순 없었다. 당분간은 쉬고 싶다고만 말해 주었다.
"핸드님! 애인있어요?"
"애인? 없어."
"그럼 전 어때요?"
"뭐?"
금미의 말에 깜짝 놀랐다. 갑작스런 고백에 금미가 상처를 입지 않게끔 다독여 주어야 했다. 애인을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곳이 평형 세계가 아니라면 결혼을 해서 가족을 만들어도 되지만 이곳에서는 그럴 생각은 전혀 없는 켄이었다.
"금미야! 그게 무슨 말이니?"
"금미야!"
다른 멤버들이 놀랐는지 제각기 금미를 보며 소릴치고 있었다.
"금미야! 난 누구와 사귀거나 결혼할 생각은 없어. 넌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나 사귀는게 좋을꺼야."
"후우, 알았어요. 거절할줄 알고 있었어요."
후련한지 금미는 상처를 입지 않은것처럼 보였다. 다행이었다. 아직 어린 금미가 큰상처를 입어 마음 고생을 하는 것은 원치않았다. 회식은 무사히 끝이 났다. 2차를 가자고 했지만 피곤하다며 거절했다. 누님은 이미 이사를 끝내고 새로운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누님은 매부에게 한소리 들었다고 했다. 이런 큰 아파트를 공짜로 받은게 마음에 들지 않아 했던것이다. 빚을 진것이라고 생각하는듯했다. 작은 할아버지의 49일제도 무사히 끝났다. 다음날은 형님 가게 오픈날이다.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내 놓았다고 했다. 그런 가게로 한밤중에 몰래 찾아 갔다. '부산 활어'라는 큼직한 간판이 정면에 걸려져 있었다.
가게안의 큰수조에는 갖가지 바다 물고기들이 활기차게 돌아 다니고 있었다. 그런 물고기들이 들어 있는 수조에 엔다이론을 불러 생명수로 바꾸어 달라고 했다. 생명수에 듬뿍 취한 물고기들은 더욱더 활개를 치고 있었다. 이런 물고기들을 회로 뜬다면 생기가 넘쳐 흘러 특별한 맛을 자랑하게 될것이다. 또한 손님에게 제공하는 생수를 모두 생명수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예비 생수통들도 모두 생명수로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매일 이런식으로 할수는 없는 일이다.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 켄이 항상 이 가게에 붙어 있을순 없기 때문이다. 가게를 나가 유리를 가공해 파는 가게를 검색해 찾아 갔다. 가게문은 닫혀 있었지만 마법을 사용해 안으로 들어가 수조에 사용하는 굵기의 유리를 찾아 아공간에 집어 넣고는 다시 횟집 가게로 이동했다. 절도를 했지만 백만원을 꺼내 가게안에 놓아 두었다. 가게안에 있는 유리에 큼지막하게 유리 한장을 가져 가는 대가라고 쓰 놓았기에 주인이 다음날 가게문을 열어도 오해는 없을것이다.
횟집에서 큰유리를 꺼내 수조를 가로 막을수 있을 크기로 잘라 엔다이론에게 수조물을 조종해 가로막을 곳으로 오지 못하게끔 부탁하고 엘라임을 불러 유리를 접착해 달라고 했다. 길이 10미터 깊이 1미터 이상의 수조 가장자리에 넓이 1미터 깊이 1미터의 간이 수조가 완성되었다. 그곳에는 바다물이 담겨있지 않은 상태다. 다음날 형님을 따라 횟집 가게 오픈을 도우기 위해 따라갔다.
"어? 저 수조가 왜 저렇지?"
가장 먼저 수조의 이상을 발견한 형님이 고개를 갸웃둥하고 있었다.
"형님! 저건 제가 어제밤에 이곳으로 와서 만들어 놓은겁니다."
"뭐?"
깜짝 놀라는 형님을 안심시켜 줘야 했다.
"저 수조는 일부러 저렇게 만들어 놓은걸로 저곳에 생수를 부어 놓고 회를 뜰 물고기를 5분정도 넣어 둡니다. 그러면 특별한 물고기로 변합니다. 그 물고기 뜬 회를 맛본다면 다른 회는 먹을 생각도 하지 않을거라고 장담합니다."
"그게 말이나 되나?"
"한번 실험해 보죠."
전날 밤에 만들어 둔 생수를 가져와 수조에 들이 부었다. 그리고는 수조안에 돌아 다니고 있는 물고기 한마리를 생수를 부은 작은 수조에 집어 넣고는 잠시 기다린후 형님에게 회를 뜨 보라고 했다. 형님은 회 전문 요리사가 아니다. 요리사는 아직 출근전이다.
그래도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기에 기본적인 칼질은 가능했다. 회는 누가 요리를 뜨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걸 따질때가 아니었다. 파닥파닥 뛰는 물고기를 요리해 가져온 회를 모두가 맛 보았다. 입안에 생기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켄은 그렇게 느껴졌다. 형님이나 형수님, 누님은 눈이 동그래진채 믿기지 않아했다.
"정말 달라. 지금까지 먹어 본 횟감중에 최고야. 입안에서 물고기가 살아 있는듯 해."
"음, 죽여 주는군."
"정말 맛있네요."
누님은 감탄을 하며 연신 회를 입으로 가져 가고 있었다.
"먹어 보니 다르죠? 앞으로 저 작은 수조에는 생수를 하루에 한번씩 갈아 넣어야 합니다. 생수는 미리 많이 준비해 주십시요. 특별하게 만들어 놓을테니까요."
많은 생수를 준비해 놓더라도 며칠에 한번씩 이곳으로 내려 와야 한다. 외국에 나가 있을때가 가장 곤란했다. 또다시 특별한 일을 해야 할것 같았다. 종업원들이 출근하고 개점 준비를 끝냈다. 개점 시간에 맞춰 몇몇 손님들이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 손님들을 맞이해 정식으로 횟집을 개점했다. 첫손님을 시작으로 점점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켄은 멀찍이서 그런 손님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회를 한점 먹어본 손님들의 대부분은 눈이 동그래지며 놀라고 있었다. 휴대폰으로 회가 담긴 접시 사진을 찍는 사람들도 있었다. 오후가 되자 점점 더 많은 손님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 그런 손님들의 대화중에 SNS를 보고 찾아 왔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때 30대정도로 보이는 남자 한명이 들어와 카운터쪽에서 형수님에게 무언가를 말하자 형수님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지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급히 카운터로 다가갔다.
"무슨 일입니까?"
"이 분은 파워 블로그를 운영하는 분이래요. 그 블로그에 우리 가게를 소개해 줄테니까 공짜로 회를 대접해 달라고 하네요."
형수의 말에 남자를 바라 보았다. 그런 블로그가 있다는 말은 들었다. 유명한 사람이 블로그에 한줄 적어 놓은면 호응하는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는 것이다. 몇년전에 일본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피코타로(ピコ太郎)라는 이름의 개그맨이 PPAP라는 제목의 짧은 노래를 유튜브에 투고를 했다.
그 영상을 본 아메리카에서 유명한 가수인 저스틴 비버가 그 영상을 자신의 페이스 북에 추천했다. 그것을 계기로 전세계적으로 알려져 대히트를 치게 된 일이 있었다. 가게를 찾아온 이 자가 얼마나 유명한 자인지는 모른다. 이 자가 굉장히 유명한 자라고 해도 굳이 이 횟집을 그런식으로 선전하지 않아도 한번 찾아온 손님들은 다른 가게에서 회를 먹지 못할것이라고 확신하는 만큼 이 자에게 부탁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회를 먹고 싶다면 블로그에 올리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그냥 대접해 드리죠."
"씨팔! 거지 취급하냐? 더러워서 안 먹는다."
지금까지 이런 취급을 받은 적이 없는 켄이 멍해 있을때 이미 남자는 가게문을 박차고 나가 버린 상태다. 퍼뜩 정신이 든 켄은 놈을 쫒아 나갈려고 할때 형수님이 말렸다.
"그만 두세요. 장사를 하다보면 저런 손님들은 한둘이 아니에요."
만약 형수님이 말리지 않았다면 저 놈은 오늘이 제사날이었을것이다. 그런 사소한 일이 있었지만 손님들의 발길은 끊이질 않고 있었다. 손님들이 맛있었다며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하며 흔쾌히 계산을 하는 모습에 켄도 기분이 좋아졌다. 이 상태라면 부산 최고, 아니 한국 최고의 명소가 될것이다. 그럴때에 또 이상한 사람들이 찾아왔다. 자신들은 어린이 행복 재단에서 나온 사람들로 불쌍한 어린 아이들을 위해 기부를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 사람들에게 형수는 기부를 할려고 했다. 그런 형수를 말렸다.
"당신들이 속해 있는 단체의 주소와 전화 번호를 말해 보십시요."
켄의 말에 일순 경직된 이들은 종이 한장을 꺼내 보여 주었다. 그 종이는 영수증처럼 보였다. 기부를 하면 기부 금액을 적고 끊어주는 영수증같았다. 그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명철아! 부산에 있냐?"
- 그렇습니다.
"그럼 급히 알아봐 줄게 있다."
어린이 행복 재단이라는 단체의 주소와 전화 번호를 알려 주며 어떤 단체인지 알아 보라고 지시했다. 그런 대화를 듣고 있던 이들은 또다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우리 말을 못 믿는겁니까? 불쾌하군요."
그런 말을 내뱉고는 놈들은 급히 가게를 나가 버렸다. 뒤가 구린 놈들이라고 생각되었다.
"동생! 그냥 조금 기부를 하면 귀찮게하지 않을꺼야. 저들에게 기부를 하지 않으면 매일 찾아와 귀찮게 한단 말이야."
"상관없습니다. 귀찮게하면 연락하십시요. 해결해 드릴테니까요."
너무 많이 몰려 드는 손님들로 인해 점심 식사를 할 시간도 없을 정도였다. 종업원들에게 돌아 가며 점심 식사와 휴식 시간을 주며 켄도 홀 서빙을 도왔다. 쉴 시간에는 반드시 홀에 있는 생수를 한잔 마시라고 말해 주었다. 그렇게 바쁘게 서빙을 하고 있을때 또다시 기부를 해 달라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이들에게도 주소와 전화 번호를 알려 달라고 한후 조사를 해 보라고 시키자 화를 내며 도망치듯 가게를 나가는 놈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저녁 시간대까지 세번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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