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8화. 일성파
238화.
새로운 술병을 집어 술을 따를려든 망둥이 부하 놈이 깜짝 놀라 급히 술병을 내려 놓았다. 이 술은 더이상 마실수 없다. 큐어 마법을 펼친다면 알콜까지 분해해 버려 물맛밖에 나지 않는다. 물의 정령인 엔다이론을 불러 해독시키면 될일이지만 영업 시간이 끝났는지 음악이 멈추었다.
- 실라이온! 클럽안에 감시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으면 먹통으로 만들어 버려.
잠시후 감시 카메라는 더이상 작동되지 않는다고 알려 왔다.
"나가 보자."
클럽안에는 조폭들로 보이는 놈들이 40여명이나 몰려 있었다. 2층 아래 계단에 몰려 있는 놈들은 켄 일행을 보고는 전의를 다지고 있는듯했다. 완전히 계단을 내려 가자 조금씩 뒤로 물러 나며 완전히 포위했다. 망둥이파 녀석들은 긴장된 표정이었지만 켄은 무심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일성파 놈들이 무슨 재롱을 부릴지 은근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포위망이 벌어지며 뒤쪽에서 올빽으로 머리카락을 넘긴 양복을 입은 놈이 굳은 표정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저 놈이 일성파 보스인것 같았다.
"네놈은 누구냐?"
"나? 듣지 못했어?"
"헛소리 작작하고 누군지 말해."
"그러는 넌 누군데?"
적반하장이었다. 제멋대로 구역으로 처 들어 와서 접수한다고 했다. 어둠의 세계에서 이런식으로 대범하게 처 들어 오는 놈은 생전 처음이었다. 길성이의 말대로라면 놈은 평범한 놈이 아니었다.
총알까지 막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그럴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성길이 놈이 자신의 실책을 무마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것으로 판단되었다. 방탄복을 입고 있지 않는한 인간이 어떻게 총알을 막을수 있겠는가. 말도 되지 않았다.
"일성파 보스 홍태영이다."
"핸드라고 불러."
"목적이 뭐냐?"
"목적? 네놈들이 먼저 날 습격했어. 당연히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아야 하지 않겠어?"
말도 되지 않는 윽지였다. 제멋대로 침입한 놈을 가만히 놔두는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지금 장대수 의원과는 연락이 되지 않는 상태다. 길성이가 갔었던 장대수 의원의 별장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그곳으로 함부로 갈수도 없는 일이다. 조폭과 국회 의원이 엮여있다는 것을 매스컴이 알아 차린다면 장대수 의원이 화를 피해 갈수도 없었다. 장대수 의원과는 지금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저 놈이 뭔가를 한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걸 물어 볼수도 없었다. 장대수 의원과의 관계는 몇몇 부하들을 제외하곤 모르는 일이다. 관계를 계속 이어가기 위해선 비밀 유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미친 새끼. 처리해."
더이상 놈이 떠벌리는 말은 들어 볼 가치도 없었다. 일단 꿇려 놓고 심문을 할 생각이다. 놈이 총알까지 막았다는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이제 곧 알수 있다.
타다닥.
전후좌우에서 4명이 달려 왔다. 보스라는 놈은 뒤로 한발 물러난 상태에서 조용히 지켜 보고 있었다. 놈들이 달려 들자 망둥이파 녀석들이 경계를 하며 싸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럼 시작해 볼까."
오른 주먹을 들어 올린후 활짝 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퍼퍼퍼퍽.
"크악!"
"컥!"
"윽!"
"우웁!"
네번의 충격음과 함께 네명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주먹을 뻗은후 활짝 폈음에도 옆이나 뒤에 있는 놈까지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으로 나뒹굴고 있었다. 지켜 보던 모든 놈들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어리둥절하고 있을때 켄이 발을 굴렸다.
쿵.
흔들흔들.
"으악! 지, 지진이다."
건물이 통채로 흔들리자 포위망을 형성하고 있는 일성파 놈들의 안색이 급변하며 홍태영이라는 보스놈을 바라 보고 있었다.
"지진은 개뿔! 놈을 빨리 처리해. 모조리 달려 들어."
부하들을 질타하며 공격하라는 지시에 불안한 표정으로 슬금슬금 놈들이 접근하고 있었다. 이미 싸울 의지가 사라졌는지 눈동자가 떨리고 있는 놈들 뿐이었다.
"이 새끼들아! 달려 들어. 저 새낄 잡는 놈에겐 구역 한개를 떼준다."
엄청난 보상에 몇몇 놈들의 눈빛이 바뀌며 달려 들기 시작했다.
타다다닥.
"한꺼번에 쳐라."
"와아아아!"
5명이 달려 들고 있었다. 이놈들은 보상에 눈이 먼 놈들이다.
"그리스!"
"어이쿠!"
"우왓!"
콰당.
5명이 한꺼번에 발이 미끄러진듯 보기 좋게 등부터 바닥으로 떨어져 오만상을 찌뿌리고 있었다. 그런 놈들을 향해 이번에는 손바닥을 활짝 편후 꽉 쥐는 시늉을 했다.
빠직.
뿌득.
"크악!"
"으악! 다, 다리가..."
"끄윽~끅!"
매직 핸드로 놈들의 다리를 잡고는 그대로 쥐어 버리자 뼈가 부러져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이미 두번이나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자 이제 어느 누구도 달려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서로 눈치만 살피고 있는 놈들은 어쩔줄을 몰라했다. 그럴때에 홍태영의 지시를 받은 한놈이 일층 룸으로 뛰어 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왜 달려 가는지는 모른다. 룸안에 무언가를 숨겨 놓은듯했다.
"야! 한꺼번에 덤벼 봐! 조폭이라는 새끼들이 찔끔찔끔 지리듯 덤비지 말고 몽땅 덤벼 들란 말이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놈들을 도발하고 있었지만 놈들은 보스만 바라 보고 있었다. 그럴때 조폭들의 한쪽이 갈라지며 그 사이로 3명이 걸어 왔다. 룸안에서 나온 놈들이다. 비장의 카드라고 숨겨 놓은듯했다.
"폭행및 상해 혐의로 네놈을 체포한다."
"응? 체포?"
한놈이 품에서 수첩을 꺼내 보여 주었다. 저게 무슨짓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게 뭐냐?"
"곰입니다."
"곰?"
"형사를 말하는 겁니다."
망둥이가 저들이 누군지 알려 주었다. 한국에서는 데카(デカ.형사)를 곰이라고 하는것 같았다. 홍태영 놈의 숨겨 놓은 한수가 형사였던것이다.
"네놈들 소속이 어디냐?"
"뒤돌아 서서 머리위에 손 올려."
들어 볼 가치도 없다는듯 위압적으로 나오는 놈들이었다. 그렇다고 데카놈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켄이 아니었다. 이런 놈들은 한방에 옷을 벗길수도 있다.
"네놈들 소속을 말하지 않으면 후회할텐데?"
"후회? 해 봐. 새꺄! 빨리 손들어!"
막무가내로 나오는 데카 놈들이 품속에 손을 넣고는 권총을 꺼냈다. 한국에서 벌써 몇번째인지 총만 꺼내면 뭐든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놈들뿐이었다.
"그 총, 장난감이지?"
"이 새끼가! 빨리 손들어."
"쏴 봐. 진짜인지 장난감인지 알아 봐야겠다."
데카들도 함부로 총을 쏠순없다. 총을 쏘기 위해선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총을 쏘더라도 문제는 없지만 될수 있으면 쏘지 않길 바랄뿐이었다. 놈들도 망설이고 있는듯했다.
"쏘지도 못할꺼면 애초에 꺼내지를 마. 새끼들아. 전화 한통이면 네놈들 옷 벗기는건 문제도 아냐."
품속에서 폰을 꺼냈다. 품속에 손을 집어 넣자 총을 겨누고 있던 놈이 긴장한채 쏠 자세를 취했지만 손에 들린 폰을 보고는 멈칫하고 있었다.
- 이 시간에 왠일이십니까?
"지금 내앞에 형사놈들이 총을 겨누고 있어. 이곳은 영등포에 있는 카나리아 나이트 클럽이란 곳으로 일성파 놈들을 족치러 왔는데 형사놈들이 뒤를 봐주고 있는것 같아. 죽일까?"
- 예엣? 제발 죽이진 말아 주십시요. 형사들을 바꿀수 있습니까?
"기다려."
고진수 국정원 국장에게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전화를 걸었다. 정부 조직중에 높은 자리에 있는 자는 고진수 국장밖에 알지 못한다.
"야! 전화 받아 봐."
폰을 내밀자 선뜻 받으러 오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다. 어쩔수 없이 가볍게 놈들에게로 던졌다.
"후회하기 전에 받아 봐."
한놈이 던져준 폰을 받고는 고진수 국장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
"옛? 아, 예...예...흡! 아, 알겠습니다."
모두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전화를 하는 놈은 굽신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에 일성파 보스인 홍태영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파악했다. 이대로라면 형사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물러 날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 잡혔다.
"이익!"
급히 형사들에게로 접근한 홍태영은 총을 앞으로 내민채 동료 형사의 통화에 집중하고 있는 형사의 손에 있는 총을 빼았았다.
"앗? 홍어! 이 새끼가, 총 이리 내."
"모두 움직이지마!"
급히 한발 뒤로 물러난 홍태영은 형사들에게 총을 겨누었다.
"홍어! 너어, 총 내려 놔."
"씨발! 지금까지 꼴아 박은게 얼마인데 전화 한통에 벌벌 떨고 지랄이야."
홍태영은 형사들에게 뇌물을 많이 준것같았다. 그럼에도 제대로 일을 못하는 형사들에게 불만이 많아 보였다.
"야! 네 별명이 홍어냐? 그런 장난감으로 뭘 할건데?"
"닥쳐! 새꺄!"
흥분한 홍태영이 켄에게로 총구를 겨누었다.
"쏴 봐! 셋을 셀 동안 쏘지 않는다면 내가 네놈을 쏴 죽인다. 3..2.."
"미친 새끼. 죽어!"
탕.
팅.
"어?"
"으악!"
켄의 앞에서 튕겨져 나간 총알에 홍태영이 어리둥절하는 한편 포위한 조폭놈들이 기겁하며 우르르 뒤쪽으로 물러났다. 특히 켄의 옆에 있던 망둥이파 놈들은 바닥에 주저 앉으며 머릴 감싸고 있었다.
"장난감 총이 맞잖아."
"이익!"
탕탕탕탕탕.
팅팅팅팅팅.
철컥철컥.
다섯발 모두가 튕겨져 나간후 6연발 권총인지 더이상 총알은 나오지 않았다.
"모두 봤지? 놈이 총을 쐈다. 지금부터 정당 방어 조치를 취하겠다."
오른손가락으로 총 흉내를 내며 홍태영에게로 쏘는 자세를 취한후 입으로 '탕'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퍽!
털썩.
정확히 홍태영의 이마에 구멍이 뚫리며 바닥으로 무너져 내린 홍태영은 이마에서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으헉!"
"보, 보스!"
"주, 죽었어."
"조용히 해!"
떠들썩한 놈들에게 일갈을 한 켄은 폰을 돌려 받았다. 형사놈들도 제정신이 아닌듯 멍해 있었다.
- 총소리가 들리던데 무슨 일인가?
"일성파 보스라는 놈이 형사의 총을 탈취해 쏜것이다."
- 예엣? 노, 놈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죽였다. 이번엔 정당 방어야."
- .........
고진수 국장은 할말을 잃은듯 아무런 말도 들려 오지 않았다.
"이곳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께."
- 음...알겠습니다. 형사들을 다시 한번 바꾸어 주십시요.
"야! 받아 봐."
잠시후 폰을 되돌려 준 형사들은 권총을 집어 든후 바닥의 총알까지 챙겼다.
"저, 저희들은 여기에 오지도 않았습니다."
고진수 국장이 무슨 말을 한것같았다. 클럽을 나갈려는 형사들을 불러 세웠다.
"망둥이! 네가 이곳을 접수해라."
"아, 아닙니다. 저희들은 광주만으로 충분합니다."
퍽!
"아악!
망둥이의 뒷통수를 후려친 켄은 한마디 해 주었다.
"줘도 못 먹냐? 좀전에는 한다고 했잖아?"
"죄, 죄송합니다."
망둥이는 그럴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곰 놈들이 총을 빼어 든것을 보고 마음이 바뀌었다. 서울에서는 곰 놈들이 아무때나 총을 빼들고 설치는것 같았다. 아무리 조폭 세계라지만 총에 대항할순 없는 일이다.
"마길성! 그럼 네가 보스해라."
"......"
조폭 놈들은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총알까지 막아 내고 보스를 순식간에 죽여 버렸다. 더구나 손가락 총이다. 어떻게 손가락으로 흉내낸 총으로 사람을 죽일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한편 두려움에 다리까지 덜덜 떨고 있었다.
"마길성!"
"예? 예."
"보스 할래? 안할래?"
"하, 하겠습니다."
망둥이 대신에 일성파 이인자인 마길성에게 보스 자리를 넘겨 주었다. 누구도 이견은 없었다.
"그럼 저 놈 시체를 처리할 차례인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러자 홍태영의 사체가 공중으로 떠 올랐다. 그런후 갑자기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엘라임을 불러 태워 버린것이다. 뼈 한조각 남기지도 않은채 홍태영의 사체가 깜쪽같이 사라지자 지켜 보고 있던 조폭놈들은 물론 형사들까지 벌벌 떨고 있었다.
"야! 너희들은 앞으로 마길성의 뒤를 봐줘."
"예옙! 아, 알겠습니다."
"모두 잘 들어. 이곳에서 본것은 절대 입밖으로 내지 마라. 만약 발설하는 놈이 있다면 각오해."
모두를 한번씩 둘러 본후 형사들에게 나가 보라고 했다. 형사들은 뒤도 돌아 보지도 않고 급히 클럽을 나갔다.
"마길성!"
"옙!"
"룸으로 안내해. 그리고 술이나 몇병 가져 와. 이번엔 제대로 된 술을 가져와. 너희들도 따라 와."
일층 룸으로 망둥이파 녀석들과 같이 들어간 켄은 자리에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
"앞으로 약이나 매춘같은 일은 금지다. 그런걸 하고 있나?"
"하고 있습니다."
"금지해라. 그리고 사채업을 하고 있다면 갚을수 없는 놈들의 빚은 모조리 탕감해 줘."
"아, 알겠습니다."
앞으로 일성파는 다시 태어 날것이다. 조직이 많이 위축될것이 틀림없었다.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길것이기 때문이다. 조폭들은 자금이 풍부해야 힘도 강해진다. 앞으로 먹고 살길이 막막할것이다. 나이트를 운영한다고 하지만 밑에 딸린 식구들이 많다. 이들에게 용돈을 주며 일을 시킬려면 다른 사업이 필요할것이다. 하지만 그런 사업까지 켄이 마련해 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 작가의말
무더운 여름 날씨입니다.
건강 조심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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