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화. 티벳 타망족(1)
147화.
"공평하게 다 같이 가죠. 어차피 남아 있는 사람들은 내려 가지도 못하는 사람들만 남아 있는 것이니까요. 같이 가서 확인해 봅시다."
"그, 그럴까?"
라쥬 아버지라는 중년인과 청년 두명이 나섰다. 천막앞에는 라쥬 어머니와 아들 라쥬로 짐작되는 열두세살 정도의 아이와 슈렌댁이라는 이십대 중반의 여인이 아이를 앉고 불안한 눈빛으로 걸어 가는 남자들을 바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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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으...빌어먹을!"
차원 이동 터널 출구가 바로 코앞이라는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막강한 압력에 기절을 했었다. 몸을 강타하는 충격에 방금 정신이 든것이다. 구름 한점없는 푸른 하늘이 보였다. 바로 옆에는 묵직한 바위가 있었다. 굴러 떨어 지다가 그 바위에 걸려 있는듯했다.
"윽!"
몸을 일으켜 세울려고 했지만 아찔한 충격에 절로 신음이 베어 나왔다. 제대로 몸을 움직일수 없는 상황이었다. 허리 아래쪽은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왼팔도 부러졌는지 고통이 밀려 오고 있었다. 겨우 오른팔만 움직일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 이곳이 어딘지 확인을 해 봤다. 눈덮힌 산봉우리가 여러개 눈에 들어 오며 비스듬한 언덕의 바위 아래쪽에 누워 있었다.
바위에 부딪힌 충격으로 큰부상을 입은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찬바람이 얼굴을 때리며 지나가자 닭살이 돋아나며 으스스해졌다. 몸을 치료하는게 우선이었다. 역시 예상했던대로 마나는 굳어 있었다. 또다시 굳어진 마나를 풀어 낼려면 개고생을 해야 할것 같았다. 마나 포션을 준비해 놓았지만 그것으로 단번에 풀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처음 니루이스란 대륙으로 차원 이동해 갔을때와는 달리 마나 포션이 있기에 굳은 마나를 푸는데 많은 시간은 걸리지 않을것이라고 생각되었다.
몸을 치료하고 이곳이 어딘지 확인해 봐야 한다. 품속에 있는 마법 주머니를 배위에 올려 놓고 포션을 꺼냈다. 최상급 포션이다. 이거 한병이면 대륙의 평민은 평생을 놀고 먹을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비싼 물건이다. 아무리 많은 돈을 주더라도 살수 없을 정도로 희귀한 포션이 최상급 포션이다.
꿀꺽.
최상급 포션을 단숨에 입안에 털어 넣고 마나 포션을 꺼내 들이켰다. 온몸으로 포션의 기운과 마나 포션의 기운이 퍼져 가는것을 느낄수 있었다. 그런 마나 포션을 심장쪽으로 유도했다.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다.
"힐링! 힐링!"
치료 마법과 최상급 포션의 더블 효과로 어긋난 몸이 빠르게 제자리를 잡아 갔다. 다시 마나 포션 한병을 들이키고는 물의 상급 정령인 엔다이론을 불렀다.
"엔다이론!"
"부르셨어요? 와! 이곳은 어디에요? 처음 보는 곳이네요."
"설명은 나중에 하자. 지금 내 몸을 치료해 줘. 시간이 없어."
"아! 마나가 간당간당하네요."
마나 포션 한병으로는 상급 정령을 오래 유지할수 없다. 치료 마법과 최상급 포션으로 거의 대부분 치료가 되었을테지만 치료에 특화된 물의 정령인 엔다이론이 부족한 부분을 모두 치료해 줄것이다. 엔다이론이 몸속으로 들어와 돌아 다니자 마나가 쑥 딸려 나가는 느낌이었다. 급히 마나 포션을 들이키며 마나가 부족하지 않게 신경쓰지 않을수가 없었다. 마나 포션 세병을 마시자 엔다이론이 몸에서 빠져 나와 치료가 다 되었다고 했다.
"굳어 있는 심장의 마나를 녹여 줄수 있어?"
"그건 불의 정령인 샐라임에게 부탁하세요."
"고맙다. 그만 돌아가."
"이 세상을 구경하고 싶으니까 꼭 불러 주세요."
엔다이론이 사라지자 몸을 일으켰다. 불과 몇분전만 해도 죽을것 같았던 몸이 아무런 이상도 없는 생생한 몸으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어딘지 모르지만 굉장하군."
비스듬하게 경사진곳에서 내려다 본 광경은 장관이었다. 멀리에는 하얀 눈으로 뒤덮힌 산봉우리들이 우뚝 솓아나 있었으며 아래쪽엔 굉장히 깊을것 같은 계곡이 늘어서 있었다. 여전히 얼굴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은 차거웠다. 고지대같았다. 하지만 숨은 그렇게 가빠오진 않았다. 니루이스란 대륙에 비하면 충분히 견딜수 있을 정도였다. 앞에 있는 바위를 쓰다 듬으며 안도의 숨을 내려 쉬었다. 만약 이 바위에 걸리지 않았다면 비탈진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져 내려갔을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했다.
"흐으으읍! 하아아아아!"
한껏 들이킨 숨을 길게 내뱉었다. 역시 대기에 녹아 있는 마나 농도가 너무 엹었다. 대륙의 2할정도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이 아직 지구인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니루이스란 대륙은 아니었다. 지구라면 이 많은 마나도 아직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심속의 마나는 대륙의 1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의 양이다.
신선한 공기가 뒤덮혀 있는 높은 산이기에 이 정도의 마나가 녹아 있다고 생각하면 납득도 될것같았지만 확인된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움직이기 전에 조금이라도 굳은 마나를 녹여야했다. 이번에는 정령이 있는 덕분으로 고생은 덜할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꿀꺽꿀꺽.
마나 포션 두병을 단숨에 들이키곤 편한 자세로 앉아 샐라임을 불렀다.
"샐라임! 굳은 마나를 녹여 줄래?"
"알았어요."
지긋히 눈을 감고 샐라임이 하는 작업을 관조했다. 불의 상급 정령인 샐라임이 몸속으로 들어 가자 온몸이 후끈거리며 수증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웁!"
그런 광경을 멀리 숨어 숨을 죽이며 지켜 보는 자들이 있었다. 중년인 한명과 젊은 청년 두명이었다. 이들은 켄이 치료를 끝마치고 자리에 앉아 샐라임을 불러 냈을때부터 지켜 보고 있었다. 새빨간 불꽃이 나풀거리며 등장한 여자같이 보이는 괴이한 불덩어리에 기겁한 이들은 너무 놀라 베어 나오는 비명을 감출려고 스스로 입을 막고 있었다. 커질대로 커진 눈이 경악으로 물들며 덜덜 떨리는 몸을 주체할수 없을 정도였다.
"라쥬 아버지! 저, 저게 뭘까요?"
"모, 몰라. 하지만 산신님이시란건 틀림없는것 같다."
켄의 앉아 있는 뒷모습을 바라 보고 있는 이들은 켄의 몸에서 서서히 뿌연 수증기가 피어 오르며 몸을 감싸자 다시 한번 놀랄수 밖에 없었다.
"사, 산신님이 틀림없어."
"조용히 해. 산신님이 노하시면 어쩔려고?"
청년 한명이 다른 청년을 재빨리 말렸다. 조금 큰소리로 인해 산신님이 깨어 나면 화를 낼까봐 두려웠던것이다. 켄은 이미 세사람이 숨어 있다는 것을 샐라임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일부러 그들에게 경고를 주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샐라임을 탓하지도 않았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누군가의 방해를 받으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샐라임은 충실히 굳은 마나를 녹이고 있었지만 샐라임에게 공급하던 마나를 더이상 유지할수 없던 켄은 아쉬움을 뒤로 한채 샐라임을 돌려 보낼수 밖에 없었다. 샐라임이 사라지자 뿌연 수증기로 뒤덮혀 있던 켄의 모습이 드러났다. 앉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뒤를 돌아다 보았다.
저멀리 언덕위에서 머리만 삐죽 내민채 켄을 주시하고 있는 세명의 머리가 보였다. 세명 모두 비니 모자를 눌러 쓰고 있었다. 그런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 화들짝 놀란 그들은 머리를 감추고는 더이상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그들을 확인한 켄은 이곳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인간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아직 이곳이 지구인지는 모르지만 저들을 만나 보면 알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높은 산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굳이 이렇게 높은 산에 살 필요가 있을까. 무언가를 피해 산으로 올라 온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차원 이동이 잘못되어 좀비들이 등장하던 시대로 이동해 온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시간대를 과거로 맞추어 놓고 이동을 해왔다지만 차원 이동은 어떤 변수가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불안한 마음을 간신히 달래며 천천히 걸어 비탈진 언덕을 올라 갔다. 경계를 늦출수도 없었다. 왠만한 공격은 롱 코트에 새겨져 있는 방어 마법이 막아 줄것이다. 롱 코트에 새겨져 있는 마법은 누군가 공격하지 않는한 발동되지 않는다. 이번처럼 차원 이동 터널을 빠져 나와 추락했을땐 마법이 자동적으로 발동되지 않는것이다. 발걸음을 옮기는 경사진 비탈길은 절로 앞쪽으로 몸이 쏠렸다. 다행히 숨은 그렇게 가빠오진 않았다. 니루이스란 대륙에 비하면 공기도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라쥬 아버지! 이, 이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낸들 아나."
"도, 도주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와서 어딜 간다는 말이냐?"
숨어 있던 사람들의 대화를 들은 켄은 무슨 언어인지 전혀 알아 들을수가 없어 마나 포션을 들이킨후 통역 반지인 아티팩트를 발동시키고는 아래쪽에서 위로 올라와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들은 누구냐?"
"어익쿠!"
"허억!"
"으악!"
혼비백산한듯한 사람들이 벌벌 떨며 재빨리 머리를 땅에 박고 두손을 머리위로 올려 비비며 애원했다.
"제, 제발 살려 주십시요."
"아이고! 산신님! 목숨만은 빼았아가지 말아 주십시요. 이렇게 빕니다."
"신성한 산을 훼손한건 어쩔수없는 일이었습니다. 부디 너그럽게 살펴 주십시요."
세명 모두 애걸복걸하는 모습에 어리둥절한 켄은 뭐가 어떻게 된것인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샐라임을 보고 겁은 먹었을것이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런 반응일줄은 미처 몰랐다. 게다가 산신님이란게 자신을 가르키고 있는것 같았다. 니루이스란 대륙에선 드래곤으로 착각받고 이곳에선 산신으로 착각을 받는 상황에 어딜 가나 지레짐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었다.
"모두 그만! 얼굴을 들어."
조심스럽게 얼굴을 들어 올린 세남자는 꾀죄죄했다. 햇빛에 거슬린것인지 아니면 씻지를 않은 것인지 모양새가 말이 아니었다. 복장도 허름하고 굉장히 낡아 보였다.
"너희들은 누구냐?"
"저, 저희들은 저 아래쪽 후그리트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요."
연장자로 보이는 중년인이 가르킨 방향을 내려다 보았다. 까마득한 아래쪽은 마을이라곤 전혀 보이지도 않았다. 이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마을같았다.
"전혀 보이지 않잖아."
"......."
이들의 일행으로 보이는 자들이 절벽 바위 아래 움푹 파여 들어간 곳에 세워져 있는 천막안에서 이쪽을 바라 보고 있었다. 삼각형 모양의 천막은 3개로 한개의 천막에서 얼굴 3개가 보였던것이다. 켄이 천막쪽을 바라 보자 화들짝 놀란 얼굴들이 재빨리 천막안으로 얼굴을 숨기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아직 지구인지는 모른다. 지구인지 아닌지 이들에게 직접 물어 볼순 없었다. 지금도 켄의 존재를 의심하고 있는데 지구냐고 물어 보면 더욱 의심할것이다. 지구인지 아닌지는 천천히 알아 볼 생각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이 높은 곳엔 왜 올라 온거냐? 혹시 피난이라고 온거냐?"
무언가에 쫒겨 피난을 왔을수도 있었다. 아직 지구라고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몬스터가 있는 곳이라면 이들이 이 높은 산으로 피난을 온것이라면 이해가 된다.
"아, 아닙니다요. 저희들은 약초를 캐러 온것입니다."
"약초?"
의외의 대답이 들려 왔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위쪽의 하얀 눈과 아래쪽엔 마른풀들로 뒤덮혀 있는 이곳에 무슨 약초가 있단 말인가. 나무라고는 전혀 찾아 볼수도 없는 이곳에 약초가 있다고는 생각할수도 없었다.
"그, 그렇습니다. 야차쿰바라는 약초로 중국에서는 동충하초(冬蟲夏草)라고 불리는 약초를 캐고 있습니다."
"동충하초?"
들어 본적도 없는 이름이었다. 아마 중국에서 사용되는 약초 이름같았다.
"그렇습니다. 동충하초는 박쥐 나방이라는 애벌레에 버섯 포자가 스며 들어 애벌레 몸의 양분을 양식으로 포자가 증식되어 애벌레의 몸을 차지한후 땅위로 버섯 줄기를 내뻗습니다. 이, 이것이 동충하초입니다."
중년인이 내민 동충하초라는 약초를 받았다.
"이게 약초라고?"
"......"
반문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바짝 마른 징그러운 애벌레의 몸에 머리쪽에서 돋아난 길쭉한 뿔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애벌레가 약초가 된다는 말은 전대미문이었다. 하지만 희미하게 마나 향기가 풍겨 나왔다. 깨알의 반쪽만한 크기의 마나가 이 애벌레의 몸에 퍼져 있었다. 약초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런 동충하초는 가방끈이 짧은 켄은 모르고 있었지만 중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약초다. 진시황이나 양귀비, 등소평등이 애용했다고 하며 불로초이면서 정력제로 소문이 나 파티를 할땐 빼놓을수 없는 물건이 되었을 정도다.
"그런데 지금은 몇년 몇월 며칠이냐?"
"2020년 6월 10일입니다."
지구가 맞다면 과거로 온것이 맞았다. 켄이 니루이스란 대륙으로 간게 2028년이다. 차원 이동 설정은 2022년으로 설정하고 이동해 왔다. 2년이라는 시간 차이가 났지만 그 정도쯤은 성공이라고 해도 될것 같았다. 이제 이곳이 지구인지 확인을 하는 작업만 남았다.
"음...이곳은 어느 나라에 속해 있나?"
"네, 네팔입니다."
"네팔?"
"에베레스트 산이 있는 그 네팔을 말하는 거냐?"
"그, 그렇습니다."
지구가 틀림없었다. 확신이 들었다. 다른 행성이라면 똑같은 이름이 없을 것이다. 속으로 안도를 하며 차원 이동이 성공했다는 기쁨에 소름이 돋아났다.
"너희들은 스마호(スマホ.스마트 폰)를 가지고 있나?"
"스마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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