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화. 라스베가스(3)
184화.
공이 고속으로 룰렛판을 구르기 시작했다. 모두가 긴장된 순간이었다.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딜러나 게임 참가자, 구경꾼들이 룰렛판만 뚫어져라 바라 보고 있었다.
"와아아아~~!!"
잠시후 엄청난 함성이 카지노안에 메아리쳤다. 17번에 공이 들어간 것이다. 켄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두번 다시 볼수 없는 흥미로운 승부였을것이다.
"고맙네."
갑자기 회색 눈동자의 중년 남자가 악수를 신청해 왔다. 얼떨결에 손을 잡아 주자 눈물까지 글썽이며 고맙다고 했다. 그 중년인을 시작으로 17번에 칩을 건 사람들이 너도나도 악수를 신청해 왔다. 일일히 악수를 한번씩 하고는 배당을 받은 사람들이 고맙다며 칩 한개씩을 건네 주었다. 그들에게서 받은 칩만도 30여개는 되었다.
"자아, 계산해 줘."
"저어, 손님! 럭키 호텔 앤 카지노 매너지인 힐튼입니다. 칩은 다른곳에서 계산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힐튼의 안내로 걸어 가든 켄은 크롬을 발견하고는 게임은 그만하고 차에서 대기하라고 했다. 렌터카는 호텔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되어 있었다. 주목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일부러 먼곳에 주차시켜 놓은 것이다. 럭키 호텔 앤 카지노 매니저인 힐튼은 한숨을 쉴수 밖에 없었다. 카지노를 개장한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오늘 카지노는 엄청난 적자였다. 하지만 저 동양인으로 인해 럭키 호텔 앤 카지노는 동양인들에게 엄청난 광고 효과를 발휘할수 있을 것이 유일한 소득이었다. 원래 이 카지노는 동양인을 타겟으로 오픈한 카지노다. 동양인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카지노로써는 적자지만 홍보 효과는 만점이었다.
이 동양인이 무슨 이상한 수법을 쓰는게 아는지 보안팀이 CCTV로 계속 지켜 보고 있었지만 별다른 수상한 점은 발견할수 없었다. 비디오를 정밀 분석도 해 봤지만 수상한 행동은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대체 얼마나 딴것인지는 모르지만 지불을 거부할수도 없었다.
"술이나 한잔 줘."
힐튼이 보기에 이 동양인이 엄청난 주량을 자랑하는 자였다. 독한 위스키를 그렇게 많이 마시고도 또 술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정산이 끝날때까지 최대의 서비스로 모셔야 한다. 내일 신문이나 인터넷에는 이 동양인이 얼마나 딴것인지 화제가 될것이다. 2천 달러치의 칩으로 바꿔 얼마나 많은 칩을 확보한것인지 힐튼도 궁금했다. 엄청나게 쌓인 칩의 35배에 해당되는 칩을 계산해야 했다. 잠시후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카트에 수북히 쌓인 칩을 밀고 들어 와 보고를 했다. 룰렛 도중에 칩 일부를 사각형의 무언가로 바꾼다고 헸지만 칩이 좋다고 우긴탓으로 엄청난 칩을 옮기고 있는 중이었다.
"모두 23,678,900달러로 세금을 제한 금액입니다."
힐튼은 입이 쩍 벌어졌다. 무려 2천만 달러가 넘는 금액이었다.
"어떤식으로 계산해 드릴까요?"
"백달러짜리 현금으로 계산해."
"알겠습니다. 시간을 좀 주십시요. 그동안 호텔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호텔 숙비는 무료입니다."
럭키 호텔의 객실로 안내되었다. 창문으로 보이는 라스 베가스의 야경이 죽여줬다. 휘황찬란한 네온이 번뜩이는 이국 풍경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한동안 야경을 구경하고 있을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힐튼이 들어 왔다. 힐튼 뒤로는 경비 복장의 사내들이 큰가방을 2개나 들고 안으로 들어왔다.
"모두 백달러 지폐로 준비했습니다."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편안한 밤 되십시요."
힐튼이 밖으로 나가자 켄은 가방을 열어 제쳤다. 차곡차곡 쌓인 달러 다발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가방에서 모조리 바닥으로 지폐를 쏟아 붓고는 아공간에 집어 넣었다. 가방은 마법으로 태워 버렸다. 혹시나 도청 장치나 추적 장치같은것이 부착되어 있을지도 몰랐다. 마법을 이용해 조용히 호텔을 빠져 나간 켄은 크롬 일행과 합류했다.
"오셨습니까?"
"그래. 출발하자."
렌터카는 빠르게 도로를 질주했다.
"너희들은 잘 놀았냐?"
"예."
브록과 페드로는 슬롯 머신 게임만 했다. 시간을 때우기 위해 1달러씩만 걸고 게임을 한것이다. 브록이 53달러를 잃었으며 페드로가 15달러를 잃었다고 했다. 크롬은 룰렛으로 재미를 봤다. 세금을 제하고 무려 7백만 달러를 땄다고 했다. 켄이 딴 금액에는 훨씬 미치지 못했지만 엄청난 금액이었다. 일행들은 크롬의 본거지로 돌아 왔다. 본거지에는 크롬 조직원 모두가 모여 있었다. 처음 보는 자들도 절반이나 되었다. 크롬이 모두 집합시켜 놓은것이다.
"모두 인사해. 켄님이시다."
크롬의 말에 한명씩 자기 이름을 말했다.
"너희들이 할일은 빈곤한 가정의 어린애들을 학교에 보내는 거다. 애들이 학교에 갈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기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돈을 벌려면 사업을 해야 한다. 어떤 사업을 할지 의견을 말해 봐."
"......"
어느 누구도 의견을 내 놓지 않았다. 모두 가방끈이 짧은 이들이 무얼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그럼 대형 마트를 하자."
"이 근처에 대형 마트를 차려 저렴한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하는거다. 종업원은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을 고용한다. 크롬이 사장이고 너희들은 마트 관리원들이다. 너희들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면 마트에 관해 잘 아는 사람을 고용해. 자금은 얼마나 필요한지 건물은 어디가 좋을지 모두 너희들이 알아서 하는거다. 난 그냥 자금만 제공해 주겠다. 내일부터 마약은 취급하지 마라. 강도짓도 하지 마라. 너희들은 앞으로 새로 태어나야한다."
이들에게 10만달러씩 건네 주었다. 큰돈에 깜짝 놀란 이들이 얼떨떨하고 있을때 왜 준것인지 설명해 주었다.
"그 돈으로 가정이 있는 사람은 집에 돈을 가져다 줘라. 부모가 있는 놈은 부모에게 주고. 만약 고아가 있다면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보답을 해라."
그렇게 말해 놓고 내일 저녁에 이곳으로 다시 찾아 온다고 말해 놓고 나설때였다.
"켄님!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은 어떻게 합니까?"
"그건 네꺼다. 알아서 해."
"감사합니다."
7백만 달러나 되는 돈을 아무렇지도 않게 준다는 배포에 크롬은 역시 평범한 자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떤식으로 룰렛을 조종한것인지는 모르지만 켄님만 있다면 라스베가스의 카지노를 모조리 정복할수 있을 것이다.
*******
스컬 갱단 본거지를 나와 곧바로 정상현이 묵고 있는 호텔로는 합류하지 않았다. 아직 밤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대였다. 럭키 호텔 앤 카지노의 매니저인 힐튼이 잡아준 라스 베가스의 호텔로 이동해 갔다. 호텔방에서 환상 마법을 사용해 얼굴과 키를 조절하고는 다른 카지노로 갔다. 스컬 갱단에게 대형 마트를 차려 줄려면 얼마큼의 자금이 필요할지 몰랐다. 돈은 많을수록 좋았다.
켄 자신이 아무런 연관도 없는 그런 자들을 위해 왜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었지만 그들로 인해 애들이 학교에 가게 될것이다. 중학교 중퇴인 켄은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카지노에서의 게임은 순조로웠다. 라스 베가스의 모든 카지노를 돌아 다니며 백만 달러씩을 땄다. 너무 많이 따면 경계를 하게 될것이다. 백만 달러도 충분히 위험 수준이었지만 그 정도는 가끔씩 따는 손님도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모든 카지노에서 백만 달러나 따는 일이 하루밤사이에 발생했다. 소문이 나지 않을수가 없었다. 룰렛 한가지만 해서는 않될것같았다. 오늘은 그만해도 충분한 자금을 확보했다.
"취선님! 오늘은 라스 베가스를 찾아갈 생각입니다."
"라스 베가스에?"
어제 밤새도록 라스 베가스에 있었는데 정상현이 하필이면 라스 베가스로 간다고 했다.
"그곳에 한때는 펄펄 날았던 프로 야구 투수가 부상으로 인해 은퇴를 하고 도박에 빠져 있다고 합니다. 앤더슨이라고 하는 투수로 아직 26세에 불과합니다. 도와 주시겠습니까?"
"포기해라."
"옛?"
"한번 도박에 빠진 놈은 왠만해선 빠져 나오지 못한다. 그놈이 완치가 된후에 굉장한 활약을 한다고 해도 휴일에는 도박에 빠져 살것이다. 그런 자는 반드시 어떤 문제를 야기시킬수 있는 잠정적 문제아로 변할수 있다. 그런 자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으면 네가 생고생을 할꺼다. 다른 자를 알아 봐."
일본에서도 도박에 빠진 중독자들이 엄청 많다. 경마나 경륜, 보트 레이스, 오토바이 레이스, 빠칭코등 합법적인 도박이 성행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카지노도 합법적인 도박으로 인정해 여러곳에 카지노가 자리하고 있는 상태다.
"아쉽지만 포기하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할일이 없습니다. 내일은 플로리다로 날아갈 생각입니다."
정상현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취선이 치료를 해 주지 않는 이상 어떤 유명했던 선수라 할지라도 만나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정상현이 밖으로 나갈즈음 로스를 관광하겠다고 말해 주었다. 안내를 해 주겠다는 말에 혼자서 돌아 다닐테니 일이나 하라고 했다.
*******
"오셨습니까?"
"그래. 마트를 세울 자금을 건네 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겠냐?"
스컬 갱단의 크롬을 찾아 갔다. 어제밤에 라스 베가스에서 딴 돈을 마트 건설 자금으로 건네 줄 생각이다. 자신이 계속 가지고 있어 봐야 쓸일도 없었다. 조금은 남겨 두겠지만 대부분 줄 생각이다.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카지노로 달려 가면 되는 일이다.
"은행에 입금하면 조사가 나올겁니다. 그렇다고 라스 베가스에서 땄다고 하면 믿지 않을거고요. 그래서 주식에 투자하는건 어떻습니까?"
"주식?"
"예. 안정주에 묻혀 놓고 필요할때 끌어다 쓰면 될것같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
주식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켄은 쉽게 허락했다. 미래에서 왔다고는 하지만 야쿠자가 미국의 어떤 회사 주식이 크게 올랐는지 알리가 없었다. 주식에 대해선 어떤 조언도 해 줄수 없는 입장이었다.크롬이 주식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다 날려 버리면 가만 두지 않을 생각이다.
스컬 갱단은 토템 놈들까지 흡수해 지금은 46명의 조직원이 되었다. 그런 조직원을 이용해 주식에 분산 투자를 해 놓는다고 했다. 아래로 내려가자 큰승합차 한대가 서 있었다. 그안에 달러 뭉치를 꺼내 놓았다. 총3천만 달러가 넘는 돈이다. 이 돈을 가지고 도주한다면 평생 떵떵거리며 놀고 먹을수 있을것이다. 돈을 확인한 크롬은 켄이 이렇게 많은 돈을 줄지는 몰랐는지 당황해했다.
어제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을 믿고 이런 돈을 주는 이 켄이라는 동양인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되었지만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자의 자신감이랄까 아니면 어디로 도주를 하더라도 찾아 낼수 있다는 어떤 능력을 믿고 이런 자금을 준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잘해. 무슨 일이 발생하면 연락하고."
전화 번호를 알려 주었다. 이제 켄이 한국인이라걸 알수 있을것이다. 그 많았던 달러들이 순식간에 사라지자 허망한 생각도 들었지만 좋은 일에 사용할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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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리다는 더웠다. 9월말이 되어야 한국의 가을 날씨와 비슷하다고 정상현이 말해 주었다. 이곳에서는 프로 야구 선수를 만나 본다고 했다. 데이브라는 전직 투수로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한뒤 예전 구속이 나오지 않아 구단에서 해고되었다고 한다. 다른 구단을 찾아 보았지만 어느 구단에서도 받아 주는 구단이 없어 은퇴를 한 상태로 지금은 플로리다에 살고 있다고 했다.
끼이익.
큰저택앞에 차를 세운 정상현은 초인종을 눌렀다. 이미 약속을 잡아 놓았는지 문이 열리며 들어 오라고 했다.
"에이전트라고?"
"그렇습니다. 탑 월드 스포츠의 프린스 정이라고 합니다. 이쪽은 켄이라는 분입니다."
데이브는 정상현을 보자마자 인사도 없이 대뜸 에이전트라고 물었다. 정상현의 소개에도 켄을 힐끗 한번 바라 보기만 하고 정상현과의 얘기에만 열중했다. 켄은 아마 정상현과 같은 회사에 일하고 있는 자라고 생각하고 있는것 같았다.
"에이전트가 내게 무슨 볼일로?"
데이브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27세라면 프로 야구 선수로써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다. FA(자유 계약 선수) 신분을 획득할수 있는 연도에 하필이면 팔꿈치 부상이 찾아 왔다. 그것으로 모든것이 끝났다. 수술후에는 예전 기량을 선보일수 없었다. 그런 자신을 받아 주는 구단도 없었다. 대박의 꿈이 날아가 버린것이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는 성공적인 수술이라고 했다.
하지난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무리 힘껏 던져도 예전의 강속구는 전혀 던질수가 없었다. 구단에서도 내팽겨친 자신을 에이전트가 찾아 올리가 없었다. 게다가 동양인 에이전트다. 많은 인종들이 활약하고 있는 메이저 리그에서 인종 차별은 큰문제가 되지만 이제는 프로 야구 선수도 아닌 신분이 되자 동양인이 탐탁치 않게 여겨졌다. 무슨 일로 찾아 왔는지 용건만 듣고 내쫓을 생각이다. 하지만 동양인 에이전트의 입에서는 믿기지 않는 말이 흘러 나왔다.
"뭐? 날 치료해 주겠다고? 의사가 성공적으로 수술을 끝냈는데도 치료를 한다니 무슨 말이냐?"
"의사가 말한대로라면 예전 구속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 작가의말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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