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화. 옆집 방문(1)
192화.
딩동.
왼쪽의 노부부가 살고 있다는 집을 먼저 방문했다.
"옆집에 새로 이사온 켄이라고 합니다."
"그려? 우린 남편하고 두명이야."
"전 혼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남편이 크리스이고 부인이 킴이라고 했다. 다음은 오른쪽 집 차례다.
딩동.
"누구세요?"
"옆집에 새로 이사온 켄이란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애가 나왔다. 켄의 대답을 들은 여자애는 안으로 쪼르르 달려가 엄마를 불렀다.
"엄마! 옆집에서 이사온 사람이 찾아 왔어."
30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평범한 여자가 반겨 주었다.
"안녕하세요. 제파니라고 해요. 저희는 4인 가족이에요. 남편은 보라스이고 큰애는 애덤, 작은애는 제시에요."
"반갑습니다. 켄이라고 합니다."
유창한 영어로 말하자 제인이라는 애 엄마는 조금 놀란듯했다. 그때였다. 자동차 한대가 들어 오고 있었다.
"아, 보라스에요."
남편이 돌아 온것이다. 집앞에 주차를 시키고 내린 건장한 체격의 남자는 켄을 보고는 의아해 했다.
"보라스! 옆집에 이사온 켄이라는 사람이에요."
안심하는 표정의 보라스와 악수를 하며 인사를 끝내자 보라스는 자동차 문을 열고 휠체어를 내렸다.
"애덤! 인사하렴. 옆집에 새로 이사온 분이셔."
"애덤이에요."
"켄이다. 어디가 아픈거냐?"
애덤이 부모들을 바라 보고 있었다. 그러자 보라스와 제인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심장병이래요."
심장병이라는 말과 함께 애덤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내가 한번 살펴 봐도 될까?"
"의, 의사분이세요?"
"의사는 아니야."
제인은 실망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옆집에 의사가 이사를 왔다면 애덤에게 급한 일이 발생했을때 도움을 받을수 있을것이다. 의사도 아니라는데 애덤을 살펴 본다고 하는 이 동양인이 수상했다.
"선택은 당신들이 하는거야. 찬스가 다가 왔을때 잡을것인지 아니면 포기할것인지 선택해."
옆집에 이사 온 기념으로 애덤을 치료해 주는 걸로 선물을 대신할 생각이지만 이들 부부가 받지 않겠다면 어쩔수 없는 일이다. 어느새 말투도 반말로 바뀌었다.
"어, 엄마...헉헉헉!"
제인이 보라스를 보며 망설이고 있을때 애덤이 갑자기 숨이 가빠지며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애, 애덤!"
보라스가 애덤의 다급히 애덤의 가슴어림을 가볍게 툭툭치며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덤은 점점 더 심하게 떨고 있으며 식은땀도 주르르 흐르기 시작했다.
"비켜 봐."
"꺄악! 보라스!"
보라스의 어깨를 잡아 강제로 밀어내자 제인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런것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듯 켄은 엔다이론을 불러 애덤의 상태를 살펴 보게 했다.
"뭐야? 애덤에게서 물러나."
엉덩방아를 찧은 보라스는 버럭 소릴 지르며 화를 내고 있었다.
"애덤을 살리고 싶으면 조용히 해."
오히려 더 큰 소릴 지른 켄은 애덤의 가슴에 손을 얹고는 엔다이론이 치료하는 광경을 지켜 보았다. 켄의 말에 더욱 화를 낼려던 보라스는 주춤거리며 지켜 볼수 밖에 없었다.
"보라스! 어떻게든 해봐요."
"지켜 봐. 애덤도 점점 안정이 되어 가고 있는것 같으니까."
제인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채 보라스를 재촉했지만 애덤은 이미 안정세로 접어 들고 있었다. 이 켄이라는 동양인이 어떻게 한것인지는 모르지만 정말 다행이었다. 보라스와 제인은 당황한 나머지 켄이 애덤의 가슴위에 손만 가볍게 흔들고 있는 모습을 애덤의 가슴을 문지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알수 있는 일인데도 지금은 애덤이 걱정되어 제정신이 아닌것이다.
- 엔다이론! 지금은 발작만 멈추게 해 줘.
애덤의 발작은 금방 멎었다. 표정도 편안해진듯했다.
"이제 괜찮을꺼다. 하지만 완전히 치료하진 않았어."
"예엣? 완전히 치료할수 있어요?"
"물론이야. 너희 부모가 허락해야 할수 있는 일이거든."
애덤의 부모를 보는 눈빛은 간절했다. 허락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
"저, 정말 저희 애덤을 치료할수 있다고요?"
"시끄러워. 조용히 좀 말해."
제인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에 귀가 멍멍해질 정도였다.
"아, 미, 미안해요."
미안해 하는 제인을 대신해 이번엔 보라스가 나섰다.
"정말 치료할수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대신 비밀이다. 누구에게도 내가 해 주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고 약속해."
"약속하겠습니다."
보라스의 눈을 보았다. 진실이 담겨져 있는것 같았다. 이번에는 제인과 눈이 마주치자 아직도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는듯 떨리고 있었다.
"저, 저도 비밀을 지킬께요."
"만약 비밀이 새어 나간다면 애덤은 원래되로 되돌려 버린다."
이런 일에는 협박도 필요했다. 애덤의 동생인 제시는 그냥 놔두었다. 저런 어린애에게 비밀 운운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자아내게 될것이다. 친구에게 자랑하고 싶은 나이다. 제시는 나중에 기억을 살짝 제거해 버릴 생각이다.
"그럼 집으로 들어가자."
제인의 안내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애덤은 보라스가 휠체어를 밀고 들어와 양팔로 끌어 앉고는 2층으로 올라갔다.
"애덤!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더이상 아프진 않을꺼다."
"정말이에요?"
"그래. 치료가 끝나면 밖에서 뛰어 놀아도 돼. 그럼 자라. 슬립!"
뒤에서 지켜 보고 있던 보라스와 제인의 눈이 동그래졌다. '자라'는 말에 애덤이 잠이 든것이다. 어떻게 저럴수가 있는지 믿기지가 않았다.
"이제 조용히 해야 돼. 절대 말도 걸지 마. 시작한다."
엔다이론의 본격적인 치료가 시작되었다. 그럴때에 엔다이론이 특이한 주문을 해 왔다.
- 켄님! 애덤의 심장에 미약하게 라이트닝 마법을 시전해 주세요.
- 알았다.
이유가 있을것이다. 아무것도 묻지 않은채 엔다이론의 말대로 시전해 주었다. 그러자 애덤의 몸이 일순 가볍게 발작을 하는것처럼 보였다. 그런 모습에 뒤에 있던 보라스와 제인은 깜짝 놀라며 불안감을 감출수가 없었다. 처음보는 동양인에게 자신들이 무슨 부탁을 했는지 이제야 알아 차린것이다. 너무 다급한 나머지 제정신이 아니었다.
"보라스! 다시 병원에 데려 가야 하는게 아니에요?"
"조금만 더 지켜 보고..."
이들의 대화에 화를 낼려든 켄은 그만 두었다. 부모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기 때문이다. 입장이 바뀌었다면 자신은 저들보다 더했을것이다. 엔다이론은 그 후로도 두번이나 더 라이트닝 마법을 시전해 달라고 했다.
"웨이크 업!"
뒤에 있는 부모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로 마법을 펼쳐 애덤을 깨웠다.
"치료는 끝났다."
"저, 정말입니까?"
"애덤이 깨어나면 알수 있을꺼야."
말로 아무리 설명을 하는것 보단 애덤이 직접 행동으로 보여 주면 되는것이다.
"......"
서서히 눈을 뜬 애덤은 뭐가 어떻게 된것인지 모르는 상태였다. 갑자기 졸음이 밀려 들어와 잠이 든 기억밖에 없었다.
"애덤, 넌 다 나았다. 마음대로 뛰어 놀아도 돼."
"저, 정말이에요."
"그래. 네 심장은 이제 누구보다도 튼튼해. 하고 싶은 운동이 있으면 마음대로 해도 돼."
"그, 그럼 아빠처럼 프로 야구 선수가 될래요."
프로 야구 선수라는 말에 보라스를 돌아다 보았다. 키고 켄보다 크고 건장한 체격으로 봐서 몸을 단련했다고는 생각했었지만 설마 프로 야구 선수였을줄은 몰랐다.
"어느 소속이지?"
"양키스 산하인 트리플A의 스크랜턴 레일라이더스 소속 투수입니다."
"그래? 잘 하나?"
"....그럭저럭요."
보라스는 말끝을 흐렸다. 성적이 좋지 않은것 같았다.
"엄마, 아빠! 밖에 나가 봐도 돼?"
"......"
애덤의 말에 어떻게 할지 망설이는 부모들을 대신해 켄이 말해 주었다.
"같이 나가자."
부모들도 어쩔수 없다는듯 모두가 밖으로 나갔다.
"아빠! 우리 캐치볼을 해."
"애덤! 정말 괜찮아?"
"응. 숨도 전혀 가쁘지도 않아."
보라스가 글러브 두개를 가지고 왔다. 어린이용은 애덤에게 건네 주고 가볍게 공을 던져 주며 캐치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던지던 애덤이 점점 강하게 던지기 시작했다. 몇개의 공을 힘껏 던져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느낀것인지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아빠! 나, 다 나은것 같아. 아무렇지도 않아."
"정말이냐?"
"응."
"이리 오렴."
보라스는 애덤을 불러 꼭 끌어 안았다. 보라스의 눈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 아빠! 숨 막혀."
"미, 미안하다."
"아빠! 울지마. 나 이제 다 나았어."
"그, 그래."
보라스는 눈물을 훔치고는 켄에게도 다가왔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 저도요. 감사드려요. 애덤! 너도 인사드려야지."
제인도 눈물을 흘리며 의심이 사라진 눈으로 감사를 했다.
"아저씨! 감사해요."
"그래. 나중에 유명한 프로 선수가 되면 불쌍한 사람들을 많이 도와 줘야 한다."
"프로 야구 선수가 되면 반드시 그렇게 할께요."
"그럼 프로 야구 선수가 될수 있게끔 도와 줄까?"
아무나 프로 야구 선수가 되는건 아니다. 성적이 따라 줘야 드래프트 될수 있다. 아직 애덤은 초등학생이다. 심장병으로 인해 야구는 제대로 하지도 않았다. 지금부터 해도 늦진 않겠지만 조금만 도와 주면 크게 성장할것이다.
"정말요?"
"그래."
"도와 주세요."
"애덤! 그럼 않된다."
듣고 있던 보라스가 제동을 걸어 왔다.
"네 힘으로 해야지. 누구에게 의지하면 않돼."
시무룩해진 애덤을 대신에 켄이 나섰다.
"의지하는게 아냐. 몸 상태를 좋게 해 줄 뿐으로 애덤 스스로가 노력해야 돼. 그래도 거절한다면 어쩔수 없지."
"뭘 어떻게 해 준다는 겁니까?"
"애덤, 넌 투수? 야수? 어떤 포지션이 좋으냐?"
"당연히 아빠처럼 투수가 될래요."
"그래. 그럼 투수는 손가락이 길어야겠지? 손가락을 길게 해 주고 어깨와 허리를 튼튼하게 해 주면 좋은 투수로 성장할꺼다."
그 다음은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투수는 아무리 강한 구속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컨트롤과 멘탈이 중요하다. 컨트롤이 엉망인 투수는 절대 메이저 리그로 올라 갈수도 없으며 멘탈이 약한 자도 마찮가지다. 안타를 내 주고 1루에 루자가 있으면 안절부절해 컨트롤이 엉망이 되고 투구 리듬이 무너져 경기가 지연되면 수비하는 야수들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다. 빨리 공수교대를 하고 쉬고 싶은데 수비 시간이 길어지면 공격할때의 리듬도 무너져 제실력을 발휘할수 없게 된다. 투수는 무조건 강한 멘탈이 요구된다. 쳐 보라면 쳐 보라는 식으로 위기일수록 강하게 밀고 나가는 강심장이 필요한것이다.
"손가락까지 길게 해 준다고요?"
깜짝 놀란 보라스가 반문했다.
"쉬운 일이다."
손가락이 긴 투수는 유리하다. 던질수 있는 공은 물론 위력도 강해지기 때문이다.
"아빠!"
애덤이 보라스를 졸랐다.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당장 할까?"
"예."
애덤의 방으로 다시 들어 갔다. 애덤의 손을 잡고는 엔다이론을 다시 불러 손 전체를 조금만 크게 하고 어깨와 허리까지 튼튼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잠시후 끝났다는 말을 들은 켄은 마나 샤워를 펼쳐 주고는 애덤의 양손을 놓고는 한번 보라고 했다. 마나 샤워를 받은 애덤은 움찔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잠자코 있었다. 성장기인 애덤의 손을 너무 크게 하면 안되었다. 지금보다 조금만 더 크게 해 준것이다. 자신의 손을 이리저리 둘러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애덤에게 야구공을 쥐어 보라고 했다. 얼마나 커진것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 애덤에게 현실을 알려 주기 위해서였다.
"어? 정말 커졌어요. 아빠! 손이 커졌어."
"정말이냐?"
"응. 틀림없어."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 것입니까?"
너무 많이 보여 준것 같았다. 보라스가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감당할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의심을 하기 마련이다. 이럴때 사용하는 상용 수단이 있었다.
"동양의 의술이다."
"아! 들은적이 있습니다. 동양에는 신비한 의술이 존재한다지요. 가는 바늘같은걸로 막 찌른다고 하던데요."
"그것과 비슷해."
굳이 설명해 주지 않아도 될것 같았다.
"그럼 난 그만 가 보겠다."
"아, 감사합니다. 저녁에 부르겠습니다. 식사나 같이 하시죠."
"준비가 되면 불러."
브라스의 집을 나서 자신의 집으로 돌아 온 켄은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애덤이 안쓰러워 보여 치료를 해 주었지만 이러다가 소문이 크게 날것 같은 불안감도 없진 않았다. 치료를 받는 사람이 많을수록 소문도 빨리 돌기 마련이다.
딩동.
"아저씨! 애덤이에요."
어느새 저녁 시간이 되었는지 애덤이 직접 찾아왔다. 잠시 기다리라고 한뒤 아공간을 뒤져 와인 한병을 찾았다. 저녁 식사 초대에 가져갈 와인이다.
"애덤! 가자."
"예."
테이블 한가득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많이 준비를 한것 같았다.
"이건 선물이야."
"고마워요."
가져온 와인도 따서 잔을 채웠다. 푸짐한 음식으로 배 불러 먹고는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며 보라스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야구 좋아하신다면 구경하러 오십시요. 표를 구해 드리겠습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하루되십시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