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화. 노예 토르(2)
293화.
깜짝 놀란 명철이는 급히 뒷걸음을 치며 비명을 지르는 사이에 토르가 좀비에게 접근해 손을 내리 그었다. 토르의 손위에는 좀전보다 더욱 선명하고 커다란 수도(手刀)가 생성되어 있었다.
서걱.
무언가가 잘리는 소리와 함께 좀비의 한쪽 팔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끼아악!"
붉은 안광을 뿜어 내며 토르에게 덤벼 들기 시작한 좀비를 토르는 가지고 놀고 있었다.
서걱! 서걱.서걱.
인간의 눈으로는 쫒아갈수 없을 정도의 스피드로 움직여 좀비 주변을 빙빙 돌며 좀비의 팔다리를 몸에서 떼어 내고 있었다. 검은 피가 바닥을 흥근히 적시고 있었다.
"그만 끝내."
서걱.
데구르르.
꽈당.
켄의 명령에 좀비의 목이 순식간에 잘리며 분리되자 몸통이 서서히 바닥으로 기울어지며 무너져 내렸다. 좀비를 완전히 작살내 버린 토르는 자신의 손을 바라 보고는 켄을 향해 고마워했다.
"감사합니다. 능력이 상승된것 같습니다."
"수고했다. 클린!"
좀비의 검은 피는 묻혀 있지 않아 보였지만 토르의 몸을 씻겨 주고는 물러 나라고 했다.
- 엔다이론! 좀비 피를 한곳으로 모으고 샐라임은 그런 피와 좀비를 완전히 태워 버려.
바닥의 피가 스르르 한곳으로 이동해 뭉치기 시작하자 깜짝 놀란 명철이가 기겁하며 외쳤다.
"해, 핸드님! 피가 움직입니다."
"조용히 해. 그냥 지켜 봐."
사전에 설명을 해 주지 않은 탓이었다.
화르륵.
그런 피와 좀비 사체가 순식간에 불에 타올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바닥에 클린 마법을 펼쳐 깨끗하게 청소하고는 거실로 올라 갔다. 이미 날은 밝아 있었다.
"이제 한국에도 좀비가 출현하게 되었다. 비록 토르 저놈이 한짓이지만 저놈도 명령에 따른것 뿐이야. 다른 능력자가 그런 명령을 받아 한국으로 들어 올수도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의 출입국은 모두 금지를 했을텐데 어떻게 들어 온거지?"
"그게 아직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뭐? 아직이라고? 대통령이 금지시킨다고 발표를 했잖아."
"그, 그게 한국 민주당 의원들 모두의 반대에 막혀 실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뭐? 그 새끼들 다 죽여 버릴까?"
위기감이 전혀 없는 놈들이다. 그런 놈들이 나라를 위해 일하는 국회 의원이란게 한심스러웠다.
"오늘 당장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나선다. 반대하는 놈들은 모조리 일본 동경으로 끌고가 던져 버리겠다."
좀비를 직접 봐야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올릴 놈들이다. 무라타라는 좀비가 동경에 숨어 있는 이상 동경은 머지않아 좀비 사태를 맞이할 것이다.
*******
이야마(井山)는 자신의 상태가 다른 좀비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인터넷으로 검색한 결과 다른 좀비들에겐 이성이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공격 일변도였다. 정부에서는 동경에 좀비가 퍼진 것은 능력자와 연관이 있다고 발표했다. 한국 정부에서 어떻게 우에노 공원의 영상을 입수했는지 해명을 촉구하는 한편 해명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은 한국에 있다는 입장을 발표하자 일본인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점점 반한 감정이 끓어 오르며 코리아 타운이 있는 카와사키(川崎)의 사쿠라모토(桜本)로 몰려 들기 시작했다. 동경 바로 옆에 위치하는 카와사키는 자위대로 봉쇄되지 않는 상황이다. 분노한 일본인들이 몰려 들어 재일 한국인들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부르르.
"영생이 어머니십니까?"
사쿠라모토에 있는 영생이 어머니에게서 급한 연락이 들어왔다.
- 좀 도와 주세요. 지금 일본인들이 이곳으로 몰려와 돌을 던지며 난리가 난 상태에요.
헤이트 스피치를 넘어서 폭동화되어 가고 있다고 했다. 전화를 끊고 곧바로 사쿠라모토로 이동해 아래쪽을 바라 보았다. 수많은 일본인들이 몰려 와 재일 한국인 가게나 집에 돌이나 벽돌을 던지며 한국으로 꺼지라고 외치고 있었다. 헤이트 스피치때에는 재일 한국인들도 인도로 몰려와 데모대에 맞서 항의를 하지만 이번만은 누구도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었다.
경찰들은 그런 폭도들을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고 지켜 보기만 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놈들이 저렇게 나온 이상 이에는 이, 피에는 피로 보복하는 스타일인 켄은 더이상 두고 볼수 없었다. 먼저 하늘에 환상 마법을 펼쳐 먹구름이 몰려 오는것처럼 했다. 점점 하늘이 검어지며 비가 쏟아 질려고 했다. 먹구름이 데모대쪽으로 완전히 몰려 오자 하늘이 번쩍거렸다.
"체인 라이트닝!"
꽈르르릉.
전격 마법인 체인 라이트닝은 광역 마법이며 살상 마법이다. 그런 마법이 굉음과 함께 아래쪽으로 떨어져 내렸다. 데모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하는건 순식간이었다. 단한번의 전격 마법에 수백명이 아스팔트에 쓰러져 버렸다. 그중에는 완전히 새까맣게 타버려 신분도 알수 없을 정도였다.
생지옥이 펼쳐졌다. 운 좋게 살아 남은 사람들은 망연자실하며 하늘을 올려다 보며 엉금엉금 기어 이곳을 벗어 날려고 도주하고 있었다. 언제 또다시 번개가 떨어질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그럴때에 또다시 하늘이 번쩍거리며 번개가 떨어져 내렸다. 너무 충격적인 일에 기어서 도주하는 놈들위에 또다시 전격 마법이 작렬했다.
꽈르르르릉.
다시 한번 떨어져 내린 번개에 수십명이 또다시 죽어 나갔다. 이 정도면 충분할것 같았다. 미신을 믿는 일본인들은 사쿠라모토에 두번이나 번개가 떨어져 데모대를 죽였다는 일이 보도된다면 카미(神.신)가 사쿠라모토를 보호한다고 생각할것이다. 두번 다시 이곳으로 몰려와 데모를 할 생각은 하지도 못할것이다.
멀리서 구급차가 달려오는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더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영생이 어머니에게 전화해 일이 해결되었다고 말해 주었다. 동경의 좀비 소동은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 보기로 했다. 사쿠라모토에서 토쿄도(東京都)까지는 먼 거리는 아니다. 카와사키와 동경 외곽인 오오타쿠(大田区) 사이를 가로 지르는 타마가와(多摩川.타마강)의 오오타쿠 강변뚝 아래의 넓은 부지는 원래는 축구장과 야구장이 여러개 있었다.
그런 넓은 곳에 군용 천막이 즐비하게 세워져 있었으면 군용 트럭들이 끊임없이 들락거리고 있었다. 강변위에는 무기를 소지한 군인들이 오오타쿠쪽을 바라 보며 경계를 하는 모습도 눈에 들어 왔다. 동경을 군인들이 완전히 포위한 상태인것 같았다. 일본 정부에서도 좀비의 심각성을 알아 차린것 같았다. 하늘을 날면서 오오타쿠 쪽으로 진입하자 군용 지프를 탄 군인들이 돌아 다니고 있었다.
대낮임에도 돌아 다니는 민간인들은 거의 없었다. 돌아 다니는 자들도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는지 자전거를 타고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었다. 간간히 트럭에서 크락션이 울려 퍼지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트럭으로 몰려와 식량을 받아 가고 있는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가게는 모조리 문을 닫은 상태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계속될지 모른다.
탕탕탕.
그럴때에 멀리서 총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급히 총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날아 갔다. 아래쪽에는 군인들이 좀비로 보이는 자를 향해 총을 쏘고 있었다. 좀비는 총을 맞으면서도 계속 군인들을 향해 비틀거리며 다가 가고 있는 중이었다.
탕탕! 타타타탕.
퍽! 퍼퍼퍼퍼퍽.
머리에 집중 사격을 받은 좀비는 머리통이 조금씩 터져 나가며 절반이상이나 사라져 버린후 앞으로 쓰러져 버렸다. 쓰러진 좀비에게 화염 방사기를 사용해 완전히 태워 버리고 있었다. 동경의 몇곳에서 그런 일이 목격되었다. 이미 동경은 수많은 좀비들이 있는것 같았다. 한집한집 방문해 찾아 다니는건 한계가 있을것이다. 언제 어디서 좀비가 습격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한 대낮에만 그런 일이 가능할것이다. 밤이 되면 좀비들이 어떤 모습을 보일지 기대가 되었다. 고층 아파트 건물 위로 날아가 빈집을 찾아 보았다. 텅빈 아파트를 찾아 창문으로 들어간 켄은 가재 도구가 그대로 남겨져 있는 아무도 없는 남의 집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TV를 켰다. TV에서는 좀비 이야기뿐이었다. 밤에는 절대로 밖으로 돌아 다니지 말라고 했다.
낮에도 특별한 일이 없는한 집안에 있는게 좋다고 했다. 동경에는 특별 경계령이 발동되어 누구도 허락없인 동경 밖으로 나갈수 없다고 했다. 자위대와 경찰이 총출동해 좀비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며 빠른 소탕을 위해 작전에 협력해 달라고 했다. 한밤중에 밖으로 나갔다. 적막감에 휩싸인 동경은 을씨년스러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늦은밤에도 돌아 다니는 시부야(渋谷)의 보행자 천국에는 간간히 군용 트럭만이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타당! 탕탕탕탕.
투투투투투투투!
갑자기 요란스러운 총성이 적막한 밤하늘을 찢어 발겼다. 좀비가 등장한것 같았다. 그곳에는 수십명의 좀비들이 군인들에게 달려 들고 있었다. 높은 건물 옥상에는 저격수들이 배치되어 좀비 머리통을 저격하고 있었으며 지상에서는 군인들이 좀비들을 소탕하고 있는 중이었다. 연계가 잘 되어 있는지 한치의 빈틈도 없었다. 간단하게 수류탄을 던져 죽여 버리는 방법이 가장 빠른 방법이지만 총으로만 제압하고 있는 탓으로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아마 수류탄을 사용하면 주변 건물에 큰피해가 입을것이 우려되어 총기만 사용하는것 같았다. 일본다운 발상이었다. 제압이 끝난후에는 역시 화염 방사기로 주변을 모두 태워 버리고 검게 그을린 사체를 검은 비닐 봉지에 넣고는 작전을 종료했다. 더이상 볼것도 없었다.
켄이 그 자리에서 한국으로 돌아 간후 한시간도 되지 않은 시각에 다른곳에선 큰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무라타는 좀비들을 소탕하는 군인들을 저지할 필요가 있었다. 대낮에 이미 동경 외곽을 포위한 군인들이 있는 근처의 단독 주택으로 스며들어 일가족 전체를 좀비로 만들어 버렸다. 인간들을 상대로 여러 가지 실험을 한결과 자신의 타액을 주입하는것 보다 피를 주입하면 단3일만에 좀비가 완성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또한 개나 고양이는 단하루만에 완성되었다. 그런식으로 수많은 좀비들을 완성시켜 가며 동물 좀비들에게는 자신이 부를때까지 숨어 있으라고 명령을 내려 놓았다. 동물 좀비들도 무라타는 문제없이 조종할수 있었다. 으슥한 밤이 되자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준비해 놓은 동물 좀비들을 사용할 때가 된것이다. 옥상으로 올라간 무라타는 엄청난 괴성을 내질렀다.
"크라라라라랏!"
으스스한 밤의 적막을 깨뜨리는 엄청난 괴성에 밤하늘이 들썩이고 있었다.
타타타타탓.
"끼오오오오옷!"
"크아아아아앙!"
괴상한 동물 울음 소리와 함께 수백마리는 될법한 고양이들과 개는 물론 인간 좀비들이 카나가와켄(神奈川県)과의 경계인 강변 뚝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자위대를 습격했다.
타탕탕! 타타타타탕!
뚜루루루루루루루루!!
소총과 기관총 소리가 난무하는 뚝위에서는 자위대가 아무리 총알을 쏟아 부어도 너무 많은 좀비들로 인해 속수무책이었다. 특히 동물 좀비들의 움직임은 날렵했다. 뚝과 민간인 주택과의 거리는 불과 10미터도 되지 않았다. 그런 주택에 숨어 있던 동물 좀비들이 일제히 달려들자 몇번의 총만 쏘고는 자위대가 무너질수 밖에 없었다. 강변의 넓은 들판에 세워진 자위대 막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경을 포위하고 있던 자위대의 한쪽 구멍이 뚫리자 좀비들은 철로와 도로를 이동해 카나가와켄(神奈川県)으로 흘러 들어 가기 시작했다. 동경과는 달리 카나가와켄에는 산들이 많다. 동물 좀비들이 그런 산속으로 들어 간다면 좀비 박멸은 절대로 무리다. 밤늦게까지 업무를 보고 있던 아베 총리는 동경 포위망이 무너졌다는 보고에 망연자실했다. 자위대만으로는 무리라고 생각해 미국에 원군을 요청했다.
"미군으로도 막지 못할겁니다."
꽝.
"그럼 어떤 방안이라고 내놔."
테이블을 내려치며 보좌관에게 화를 내고 있는 아베 총리의 얼굴을 울그락붉그락했다.
"이렇게 해 보는건 어떻겠습니까? 로스 차일드 가문에는 클론 능력자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겁니다. 그런 능력자들을 요청하는겁니다. 능력자들중에는 좀비를 쉽게 찾을수 있는 자들도 있을겁니다."
"당장 교섭해 봐. 지금은 뭐든 해야 돼."
동경 한쪽에 구멍이 뚫리기 3일전 트럭의 크락션 소리를 들은 이야마는 식량을 받기 위해 집밖으로 나갔다. 좀비는 빛을 두려워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힘이 넘쳐 나고 있었다. 도로쪽에는 트럭 두대가 정지해 몰려 드는 사람들에게 구호 물자를 나누어 주고 있었다. 그런 트럭 주변에는 총을 소지한 군인들이 경계를 하고 있었다. 긴줄의 뒤쪽에 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이야마는 멀리 뒤쪽에서 갑자기 들려온 비명에 뒤를 돌아 보았다.
"꺄아악! 사, 살려 주세요."
고교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 한명이 달려 오고 있었다. 그 뒤에는 피칠을 한 좀비로 생각되는 자가 바짝 쫒아 오고 있었다. 저 여자를 보자 고향의 여동생이 생각난 이야마는 가만히 있을수 없었다. 이미 군인들이 여자를 향해 달려 가고 있었다. 좀비와 여자와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총도 쏠수없는 상황이다.
"으악! 좀비다."
"도주해."
긴줄을 서 있던 사람들이 패닉을 일으키며 좀비를 피해 도주하기 시작했다.
"꺄아악!"
"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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