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9화. 좀비 출현(1)
279화.
깡촌이나 마찮가지인 이런 외딴섬에 몇집 정도는 대낮에 집을 비운채 일을 하러 갔다고 판단할수도 있었지만 이상한 일이었다. 이 섬 상공에 도착했을때 아래쪽 섬에는 한사람도 찾아 볼수 없었다. 밭에 일하는 사람들도 없었다. 섬전체의 주민들이 어느 한곳에 모여 축제라고 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다른집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이 집은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딩동딩동.
"고멘쿠다사~이(ごめん下さ~い.실례하겠습니다.)"
초인종을 누르면서 열려있는 현관문안을 보며 소리쳤다. 잠시 기다려도 역시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도우스루(どうする.어떻게 할래?)"
"하잇떼미요-(入ってみよう.들어가 보자.)"
동료인 에가시라와 상의한후 열려있는 현관문안으로 들어 갔다.
"시츠레이시마스. 다레카 이마셍까(失礼します.誰かいませんか.실례하겠습니다. 아무도 없습니까?)"
현관 바로 앞은 햇빛으로 인해 밝았지만 안쪽은 어슴푸레했다. 전기가 꺼져 있고 아마도(雨戸)가 닫혀 있는 탓이다. 아마도는 창문 뒤쪽에 얇은 판자나 철판으로 비바람을 막아 주는 역활을 하는 문이다.
딸칵.
딸칵딸칵.
현관의 전기가 들어 오지 않았다. 정전인것 같았다. 손전등을 켜고 조금 어두운 현관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응? 치?(うん,血.응? 피?)"
"키오 츠케로(気を付けろ.조심해)"
현관에서 오른쪽으로 꺾인 지점부터 바닥에 피가 달라 붙어 있었다. 그 피는 안쪽으로 들어 갈수록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 이 정도의 피라면 무슨 일이 벌어진것이 틀림없었다. 살인 사건 장면을 목격할수도 있었다. 에가시라의 말대로 조심스럽게 거실쪽으로 들어갔다. 거실로 이어진 피 흔적은 방쪽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방문도 반쯤 열려 있는 상태다.
"다레카 이마셍까(誰かいませんか.아무도 없습니까?)"
부스럭.
방쪽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 방안에 있는것 같았다.
"무라타! 카엣떼 케이사츠니 시라세요-(村田,帰って警察に知らせよう.무라타! 돌아가서 경찰에 알리자)"
"맛떼. 아노 헤야다케 카쿠닌시테미루카라(待って,あの部屋だけ確認してみるから. 기다려. 저 방안만 확인해 볼께)"
무라타는 조심스럽게 손전등으로 방쪽을 비추며 안으로 들러 갈려고 했다. 방문 앞에 도착해 반쯤 열려있는 문을 왼손으로 가볍게 밀려고 할때였다.
"카아아악!"
"우옷(ウォゥ.우왓)!"
방안에서 들려온 괴성에 깜짝 놀란 무라타는 급히 뒤로 물러 날려고 했다.
"우와아~~(うわあああ.으아아아아)"
하지만 무언가가 자신의 왼손을 잡고 방안으로 잡아 당겼다. 너무 강한 힘에 순식간에 방안으로 끌려 들어갔다.
"무라타(村田)!"
방안으로 강제로 끌려 들어간 무라타는 기겁할 정도로 놀랐다. 얼굴이 피범벅인 중년인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자신의 왼손가락을 덥썩 물어 버린것이다.
"쿠핫(くはっ.크악)!"
"무라타(村田)!"
에가라시가 급히 방으로 뛰어 들어와 무라타를 잡아 당겼다.
"쿳(くっ.크윽)!"
우당탕.
에가라시와 함께 뒤쪽으로 벌렁 넘어진 무라타는 왼손가락을 부여 잡고 신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에가시라! 아부나이. 니게로-(江頭! 危ない, 逃げろー.에가시라! 위험하다. 도망가)"
타다다닥.
무라타는 에가시라와 함께 급히 방안을 뛰쳐 나갔다.
"카아아악!"
뒤쪽에서는 괴성을 지르며 괴남자가 쫒아 오고 있었지만 어떻게 된것인지 현관밖까지는 따라 오지 않았다.
"핫핫핫(はっはっはっ.헉헉헉)!"
"후웃후웃(ふうっふうっ.후웁후웁)!"
얼마나 급히 도주를 했는지 숨이 턱끝까지 찬 무라타와 에가라시는 숨을 헐떡이며 허리를 부여잡고는 뒤쪽을 바라 보았다. 괴남자는 역시 따라 오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괴남자가 어떤 흉기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쪽은 두명이라도 해도 흉기를 가진 상대를 쉽게 제압할순 없는 일이다. 이 일은 경찰이 해결해야 한다.
"웃! 이코-(うっ, 行こう.윽. 가자)"
"무라타! 헤키까(村田! 平気か.무라타! 괜찮냐?)"
무라타는 왼손가락을 손수건으로 칭칭 감고 있었다.
"헤키, 하야쿠 헤리노 도코로니 이코-(平気! 早くヘリのところに行こう.괜찮아! 빨리 헬리콥터로 가자)"
헬리콥터에는 구급 상자가 완비되어 있다.
타타타타타.
헬리콥터 한대가 아오가시마 상공으로 떠올라 하치죠지마(八丈島)로 향했다. 하치죠지마에 있는 병원으로 급히 무라타를 옮겨야 했다. 무라타의 손가락 두개는 하얀뼈가 드러날 정도로 덜렁거리고 있었다. 심각한 부상이었다. 빨리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한다. 무선으로 아오가시마를 관활하는 본부인 제3관구 해상 보안 본부(第三管区海上保安本部)에 섬에서의 일을 보고하고 하치죠지마의 병원으로 무라타를 옮겨 손가락 수술을 한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하치죠지마 병원에서는 손가락 봉합 수술을 할수 없다는 말에 3관(三管) 본부에서 하네다(羽田) 항공 기지로 가라고 했다. 제3관구 해상 보안 본부는 줄여서 3관이라고 부른다. 3관 본부의 지시에 따라 하네다 항공 기지로 착륙하자 구급차가 이미 대기하고 있었다.
*******
아일랜드의 일을 마친 켄은 프랑스를 경유해 한국의 안가로 돌아왔다.
"아, 오셨습니까?"
"별일없지?"
"오시면 국장님이 만나자고 했습니다."
"이쪽으로 오라고 해."
명철이가 고 국장에게 연락을 하고 있었다. 왜 만나자고 하는지는 예상되었다. 고 국장에게는 능력자를 폭로해 버린다고 이미 말해 두었었다. 아일랜드의 일로 상의할게 있는것 같았다.
"부산의 형님 횟집에서 연락은 없었어?"
"예."
혹시 켄에게는 연락이 되지 않을것을 우려해 형님에게는 현수의 전화 번호를 알려 주며 무슨 일이 발생하면 연락하라고 말해 두었었다. 아무런 연락도 없는게 아직 냉동 창고는 도착하지 않은것 같았다.
"저어...핸드님!"
"물어 볼게 있으면 뭐든 물어봐."
"예. 아일랜드의 그 능력자는 핸드님이었습니까?"
"내가 맞아."
현수는 역시라는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능력자와 좀비에 관해선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어야 한다. 갑자기 좀비가 등장한다면 인간들은 패닉에 빠져 큰혼란을 초래하게 될것이다.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모르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전세계로 좀비들이 퍼져 나갈것이다. 그런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공표해 버린것이다."
"그건 이해됩니다. 그런데 이미 경험해 봤다는 말은 무슨 뜻입니까? 핸드님은 좀비를 경험한적이 있는 겁니까? 또한 특이 좀비라는 것도 잘 알고 있는것 같습니다만?"
"음...나중에 말해 줄꼐. 고 국장이 오면 또 그런걸 물을게 뻔하다. 괜히 입 아프게 두번 설명할 필요는 없을테니까."
이들이 믿든 믿지 못하든간에 자신이 평형 세계에서 왔다는 것을 말해줘야 할것 같았다. 말해 주지 않으면 오해만 불러 일으킬것이다.
"출출한데 짜장면이나 시켜."
일본에는 한국에 있는 짜장면은 없다. 비슷한 면 종류는 있지만 짜장면과 완전히 똑같은건 없다. 한국에 왔을때 우연히 짜장면을 먹어 보고 흠뻑 빠졌다. 3명이 짜장면을 비우자 고 국장이 안가로 들어왔다.
"어떻게 된것입니까?"
"아일랜드의 일을 말하는 거야?"
"그렇습니다."
고 국장은 소파에 앉아마자 곧바로 질문을 던졌다.
"어차피 전세계가 알아야 할일이다. 그래야 놈들도 맘대로 좀비 바이러스를 살포하진 못할꺼다. 자신들이 위험을 감수하며서까지 도박은 못할거라고 생각한거다. 놈들이 완전한 예방약을 제조한후에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그때는 이미 전세계에서 좀비 바이러스 예방약을 제조하고 예방 주사를 국민들에게 처방한 상태일꺼다."
"음, 그건 꼭 그렇진 않을겁니다. 국민들을 생각하는 정신이 제대로 박힌 국가 원수라면 국민들을 위해 예방약을 제조해 국민들에게 분배를 하겠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벌어지지도 않는 일에 막대한 자금을 들여 예방약을 제조하진 않을겁니다. 실험적으로 정말 예방약을 만들수 있는지 제약 회사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 보겠지만 정부 주도로는 시행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
고 국장의 말에 할말이 없었다. 모든 국가가 예방약을 만들줄 알았다. 하지만 고 국장의 말을 듣자 그럴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무슨 큰 사건이 벌어진후에 대책을 수립하는 일은 허다하다. 좀비 바이러스도 그런 일과 일맥상통할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는게 있다면 말해 봐."
"좀비가 어느 나라에 등장하지 않는한 무리일겁니다. 직접 좀비 사태를 경험해 봐야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올릴겁니다."
대책이 없다는 말이다. 과연 몇개의 나라가 자신의 말에 귀를 기울여 조치를 취할지 전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전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의 몇몇 국가만이 조치를 취할것이다. 켄이 한국인이 아니라면 한국도 아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게 뻔했다.
"일단 한국부터 조치를 취해야 돼. 공항이나 항만에 적외선 카메라를 설치해 입국하는 모든 사람들의 체온을 감지해 열이 있는 놈들은 격리 조치를 하는게 좋을꺼야. 그리고 예방약이 완성되는대로 정부 요인, 경찰, 군인, 의사, 간호사순으로 접종을 시키도록 해. 조금이라도 늦출수 없는 일이야. 만약 정부에서 허락하지 않는다면 말해, 그런 놈은 매국노로 취급해 죽여 버릴테니까."
"제발 함부로 죽이진 말아 주십시요."
강원도 별장에서 국회 의원을 죽인 것을 말하는것 같았다. 하지만 그 일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한국에서 좀비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생각이다. 이젠 지켜야 할것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 초법적인 법을 만들라고 해. 전국민을 상대로 열이 있는 사람들은 무조건 일주일간 강제로 격리시킬수 있는 법을 제정하고 좀비를 발견하는 즉시 신고를 해야하며 좀비라고 확인되면 내게도 알려줘. 그리고 한국 전역의 좌표를 조사해 좌표집을 만들어 내게 가져와."
"음, 정부에서 과연 그렇게 할지 모르겠습니다. 혼란을 초래한다고 그런 법은 제정하지 않을겁니다. 아직 좀비가 직접 등장했다는 보고는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내가 만들라고 했다고 해. 아일랜드에서 폭로한 능력자와 접선에 성공했다고 하면서 그런 법을 만들어라고 말했다고 해. 그래도 듣지 않는다면 말해."
고 국장은 핸드의 말투에 피냄새를 느꼈다. 아마 반대하는 국회 의원 한두명은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것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럼 좌표집이란걸 왜 필요하신 겁니까?"
"공간 이동 능력! 무슨 뜻인지 이해되겠지?"
"헉! 한국 전역 어디라도 이동할수 있다는 말입니까?"
"한국뿐만이 아냐. 전세계 어디라도 내가 마음만 먹으면 이동할수 있어."
쩌억.
고 국장이나 조용히 듣고 있는 명철이와 현수까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어디로 이동하는 능력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전세계 어디로든 이동할수 있다는 말에 경악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핸드님은 인간이십니까? 인간이 어떻게 그런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정말 수련만으로 그런 능력을 가질수 있는겁니까?"
"난 마법을 사용하는 능력자다. 즉, 마법사란 말이다. 판타지 소설에 등장하는 그런 마법사라고 생각하면 돼. 마법은 수련으로 익힌거다. 어떤 수련을 한것인지는 알려 줄순 없어."
"저, 정말 마법사십니까? 수련을 하면 마법사가 되는 것입니까? 해리포터처럼 그런 마법사가 된다는 말이죠?"
현수가 급히 끼어 들며 흥분하고 있었다.
"그래. 가능하다. 하지만 넌 전에도 말했듯이 전혀 소질이 없어. 백년을 수련해도 1서클도 만들지 못할꺼다."
"1서클요?"
"그래. 마법은 서클에 따라 사용할수 있는 종류가 다르다. 서클에 관해선 더이상은 알려 줄수 없어."
현수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현수와는 달리 명철이도 자신이 마법사가 될 소질이 있는지 물었지만 역시 없다고 말해 주었다.
"어떤 기준으로 마법사의 소질을 판단하는 겁니까?"
"고 국장도 알고 싶어?"
"물론입니다. 흥미로운 일이니까요."
중년의 고 국장도 초롱초롱한 눈으로 설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음, 일단 어릴수록 좋아. 그리고 마법사에 맞는 체질을 타고 나야 한다. 그런 체질도 나이가 들면 점점 바뀌어 버려 마법사가 된다고 해도 하위 마법밖에 사용할수 없는 신세로 평생을 보내야 한다."
"그럼 핸드님은 그런 체질을 알아 볼수 있다는 거군요."
"그렇다. 마법사라면 누구나 그런 체질을 알아 볼수 있거든."
마나에 민감한 체질인지 아닌지는 마나 스캔을 펼쳐 몸을 조사해 보면 곧바로 알수 있다.
"그, 그럼 전 어떻습니까?"
나이가 든 사람은 하위 마법밖에 사용할수 없다고 했다. 그런 하위 마법이 뭔지는 모르지만 마법사가 될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일말의 희망을 품고 물어 보았다.
"무리다."
"옛? 벌써 알아 보신 겁니까?"
"내 눈에는 다 보여."
"......."
핸드는 툭하면 저 말을 내뱉는다. 자신감의 발로인것이다. 그것도 이제 익숙해져 이해가 되었다. 무려 마법사라고 했다. 소설에 등장하는 그런 마법을 마음대로 사용할수 있는 마법사라면 그런 자부심을 가질것이다. 자신이 마법사가 되었다면 그랬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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