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화. 부산 횟집(2)
263화.
"이제 믿을수 있지? 그럼 심장을 고쳐 줄테니까 자리에 편히 누워."
고분고분해진 노인은 켄의 말대로 방바닥에 드러 누웠다. 노인의 몸 전체를 고쳐줄 생각은 없었다.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는 일이다. 심장으로 향하는 혈관의 노폐물만 제거해 주어도 노인은 건강해 질것이다. 치료를 완전히 끝내고 최하급 포션을 한병 먹여 주었다. 아깝지만 앞으로의 일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선 노인의 입김이 필요했다.
"다 끝난겐가?"
"그래. 이제 건강해 졌어. 더이상 심장이 아프지도 않고 천수를 누릴수 있을꺼야."
몸이 날아 갈듯 가벼워 진듯한 느낌이었다. 특히 작은 병에 들어있는 연붉은 물약을 마시자 젊었을때로 되돌아간듯 몸이 가벼워진것이다. 어떻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데도 불구하고 치료를 할수 있는지 이해가되지 않았다.
"자네, 선인인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돼."
옛날에는 산속에 틀어 박혀 수련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눈앞의 젊은 청년도 그런 수련을 쌓은 선인이라고 생각되었다.
"고맙네. 땅은 팔겠네."
노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덕으로 땅 매매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현수에게 마을 아래로 내려가 막걸리와 돼지 한마리를 사오라고 했다. 마을에 온김에 마을 주민들에게 뇌물(!?)을 먹일 생각이다. 생수를 퍼 올리기 위해 땅을 매입한다는 말에 마을 주민들이 우려를 표했다. 우물이 말라 버러는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것이었다.
이곳은 수도도 들어 오지 않는다. 제각기 집집마다 우물을 파 펌프로 끌어 올려 사용하고 있었다. 생수는 판매를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한개의 가게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만약 우물이 말라 버리는 일이 있으면 집집마다 1억씩 보상해 주기로 설득했다. 그래도 납득하지 않는 몇몇 주민들이 있었다. 그런 주민들에게 노인이 장담했다.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꺼라며 안심하라고 큰소릴쳤다.
"그런데 이 마을은 무슨 일을 하는 거지?"
주변에는 논 농사를 하기엔 적당해 보이지 않았다.
"주로 채소를 재배해 팔아 근근히 먹고 살고 있네."
"아, 그럼 그 채소를 살펴 보고 구입할수 있으면 구입하도록 할께."
이 말이 결정적이었다. 야채를 구입해 준다는 말에 반대하던 주민이 찬성으로 돌아 선것이다. 부동산 중개인에게는 땅 매매가 순조롭게 진행될수 있게끔 현수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 행정적인 일에서 제동이 걸리면 현수의 도움으로 해결하는 식이었다. 장산 마을에서 생산되는 채소를 종류별로 몇개씩 받아 횟집으로 돌아와 형님에게 보여 주었다.
"형님! 이 채소는 어떤지 살펴 봐 주십시요."
"어디서 가져 온건가?"
"장산 마을에서 가져 온겁니다."
"장산 중턱에 있는 그 마을?"
형님은 장산 마을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채소가 맘에 든다면 그 마을에서 재배하는 채소를 횟집에서 구입해 사용하라고 권했다. 기존의 거래상과는 오랜 친분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가게도 크고 손님도 많은 만큼 야채 수요도 많이 늘어 난 상태다.
"알겠네. 하지만 모든 야채를 그곳에서 구매할수는 없어. 단골 거래상과도 거래가 있으니까 일부만 구입할꺼야."
"그럼 이 번호로 전화해서 상의해 보십시요. 그리고 장산 마을에 형님 명의로 땅을 구입했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이 찾아 오면 도장을 찍어 주십시요."
"갑자기 땅은 왜?"
"장산 마을의 땅에서 끌어 올린 생수를 가게에서 사용하십시요. 특별하게 만들어 놓을테니까 다른곳에는 팔지 말고 이 가게에서만 사용해 주십시요. 장산 마을 사람을 고용해 둘테니까 생수와 야채를 매일 배달시켜면 됩니다."
형님에게 노인의 집 전화 번호를 알려 주었다. 생수 시설을 만들어 두면 형님이 알아서 할것이다. 현수에게 생수 설비를 알아 보라고 지시했다. 큰시설은 필요 없었다. 작은 시설만으로도 충분했다. 설비 장치를 놓아둘 창고는 물론 생수를 저장해 놓을 탱크도 알아 볼것이다. 만만한게 현수였다. 고생한 명철이와 현수에게 테이블 한개를 내주어 한상 차려 주었다.
먹고 싶은건 부담없이 마음대로 시켜 먹으라고 했다. 횟집은 저녁 8시부터가 가장 바쁜 시간대였다. 북적거리는 손님들로 인해 정신이 없을 지경이다. 명철이와 현수와 같이 2층의 테이이블에 앉아 회를 먹고 있을때 1층에서 소란스러워졌다. 무슨 트러블이 발생한것 같았다. 급히 1층으로 내려 가자 슬글슬금 손님들이 한두명씩 가게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그런 손님들과는 달리 중앙의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는 덩치가 큰 4명의 청년이 꼬장을 부리고 있었다. 조직 놈들처럼 보이는 저놈들이 원인이었다.
"에이, 씨~! 뭐가 이리 팔랑거려? 이거 완전 종이잖아."
"딱 한입에 끝이야. 그런데도 이게 8만원? 완전 사기잖아."
놈들은 광어회를 시켜 놓고 있었다. 회 한점이 너무 얇고 비싸다고 떠들고 있었다. 지금 가게에서는 개점 기념으로 모든 회가 반값이다. 저 자연산 광어회도 일주일동안은 4만원이지만 다른 가게라면 10만원이 넘어 간다. 놈들 때문에 손님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바로 그런점이 놈들이 노리는 점이다.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음식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 손님들을 내쫒는 전형적인 조직들의 수법이다. 자신들이 조용히 사라지길 원한다면 상납을 하라는 무언의 협박인것이다.
"손님! 그만 나가 주셔야겠습니다. 다른 손님들이 불편해 하십니다."
"씨팔? 여긴 손님 차별하냐?"
"저놈들은 손님이고 우리들은 손님이 아니냐?"
"킥킥킥...얌마, 저들이 봉이란 말이잖아."
보다못한 형님이 나서 놈들을 쫒아 낼려고 했지만 놈들은 더욱 기가 살아서 고래고래 소릴 지르고 있었다. 더이상 놈들의 꼴불견을 두고 볼순 없었다.
저벅저벅.
"너희들 광역파냐? 좀말할때 조용히 따라 나와라."
광역파란 말에 놈의 표정이 변했다.
"형님! 걱정마십시요.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부탁하마."
동생의 신기한 능력이라면 이들쯤은 쉽게 처리할것이다. 만약 동생이 없었다면 이들의 요구를 들어 주었을것이다. 장사를 하다보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경찰에 신고를 해봐야 수사 대상에도 오르지 않는다. 손님의 불만만으로 경찰은 절대 움직이지도 않는것이다. 놈들을 가게 뒤로 데리고 갔다. 광역파란 말에 쫄았는지 놈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따라 오고 있었다.
"어느 파에서 온거냐?"
"저어...누구신지요?"
"알면 다쳐. 어느 파냐?"
"크라운파입니다."
처음 듣는 조직 이름이었다. 보통 큰도시에는 여러 조직들이 난립하고 있다. 큰조직이 그 도시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하부 조직들을 흡수한 상태로 하부 조직이 상납만 제대로 한다면 큰텃치는 하지 않는다.
"광역파하고는 어떤 사이냐?"
"하부 조직입니다."
하부 조직이라는 말에 광역파 보스인 최동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여기 크라운파라는 놈들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 내가 죽여 버릴까?"
- 예엣? 잠시 놈들과 통화할수 있겠습니까?
"받아 봐라."
놈들은 누구와 통화를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 놈들에게 휴대폰을 건네 주자 얼떨결에 받아 든 놈은 잠시후 안색이 급변하며 굽신거리기 시작했다.
"예...예...아, 알겠습니다....예...명심하겠습니다."
똥 씹은 표정의 놈이 폰을 돌려 주면서 동료들에게 눈치를 주며 무릎을 꿇었다.
"죽을래?"
"죄, 죄송합니다. 몰라 뵙고 큰 실례를 했습니다."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자 이 놈들을 어떻게 할지 잠시 생각을 한후 입을 열었다.
"상납금을 받으러 온거냐?"
"그, 그렇습니다. 다시는 이곳으로 오지 않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요."
"이 지역이 너희 구역이냐?"
"그렇습니다."
광역파 보스인 최동혁이 무슨 말을 했는지 고분고분해진 놈은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와도 돼. 너희들은 앞으로 매일 아침 주차장을 깔끔하게 청소하고 똥파리들이 들끌지 않게끔 주변을 잘 관리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걸 가져가라."
이들이 보이지 않게끔 반바퀴 돌아 아공간을 열어 5억을 꺼내 건네 주었다.
"예엣?"
"수고비다. 이곳에서는 절대로 조직이라는 티를 내지 마라. 우르르 몰려 다니지 말고 한두명만 와서 청소를 하란 말이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그럼 조용히 가 봐라."
바로 일어난 놈들이 허릴 깊숙히 숙이며 급히 사라졌다. 놈들을 처리하고 가게안으로 들어서자 형님이 급히 다가왔다.
"잘 처리했습니다. 놈들은 앞으로 매일 아침 일찍 주차장을 청소할겁니다."
"수고했다. 놈들에게 손대진 않았겠지?"
"말로 타일렀습니다."
"잘 했다. 될수 있으면 주먹은 휘두르지 말거라."
크라운파 놈들로 인해 손님들이 많이 빠져 나갔었는데 어느새 새로운 손님들로 가게 안은 북적거리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 갈려고 할때 계단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손님의 말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할머니 드시게 넌 그만 먹어."
"아니다. 난 많이 먹었다. 희아가 많이 먹도록 놔둬."
할머니 한분과 중고등학생 두명의 손님의 대화였다.
"언니! 더 먹으면 않돼?"
"않돼."
"히잉, 이거 정말 맛있는데..."
언니로 보이는 고등학생은 회는 입에 대지도 않고 할머니와 중학생으로 보이는 동생에게 회를 내 주고 있었다. 회 접시도 가장 작은게 일인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 보였다. 마구로 해체 쇼를 한번 더 해야 할것 같았다. 회 일일분으로 세사람이 먹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양이다. 아마 돈이 없어 일인분만 시킨것으로 예상되었다.
"형님! 참치 해체 쇼를 한번 더 하죠."
"오늘도 한다고?"
"예. 많이 하면 할수록 좋잖아요."
어제와 마찮가지로 300킬로는 될법만 거대한 마구로를 홀 안으로 가져와 실내를 한바퀴 돌며 마구로를 해체해 무료로 서비스 한다고 선전을 했다.
"와아아! 엄청나다."
"대체 몇킬로짜리야?"
손님들 앞을 지나가는 마구로를 살펴 본 손님들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크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 정도 크기는 일본에서도 쉽게 찾아 볼수 없는 크기로 어림잡아 300만엔(약 3000만원)이상에 낙찰될것이다. 일본에서는 몇년전에 새해 첫입찰때 오오마(大間)산 200킬로짜리 마구로가 1억5천만엔(약 15억원)에 낙찰된적이 있다.
관동 지역을 중심으로 스시 체인점을 운영하는 명물 사장으로 유명한 스시잔마이(すしざんまい)를 운영하는 사장이 매해 마구로 첫입찰땐 파격적인 가격으로 낙찰해 평소와 똑같은 가격으로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대부분 그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농수산물은 대부분 입찰 가격이 폭등한다. 화제를 불러 일으키는 퍼포먼스로 매스컴이 달라 붙어 방송으로 내보낸다. 일종의 마케팅인것이다.
포도의 한종류인 거봉 한송이에 110만엔(약 1100만원), 멜론 두개에 300만엔(약 3000만원), 사과 10킬로 한상자에 120만엔(약 1200만원)등등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가격으로 낙찰되기도 한다. 이게 결코 비싸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 가격으로 낙찰되면 매스컴이 알아서 뉴스로 보도해 주기 때문에 광고 효과를 생각하면 오히려 싸게 먹힌다고 봐야한다.
스시잔마이라는 가게를 보더라고 그렇다. 거의 매년 마구로 첫입찰땐 스시잔마이의 사장이 거액으로 낙찰한다. 매년 그렇게하다보니 아예 매스컴이 첫입찰땐 달라 붙어 올해는 얼마에 낙찰이 될지 화제를 불러 일으켜 스시잔마이라는 스시 체인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스사삭.
이미 마구로 해체를 한번 해본적이 있어 이번엔 처음보단 실력이 늘어난것 같았다. 프로에는 한참이나 뒤지지만 아마츄어치곤 깔끔하게 해체를 했다고 자부할수 있었다. 그런 마구로를 손님들에게 무료로 돌렸다. 가장 좋은 부위를 잘라 수북히 담은 접시를 들고 좀전에 대화를 들었던 애들이 있는 테이블로 갔다.
"자아, 많이 먹어라."
"와아! 이거 공짜에요?"
"그래. 부족하면 더 달라고 해. 마구로는 개점 기념 서비스야."
"감사합니다."
중학생 여자애는 허겁지겁 마구로를 먹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할머니로 보이는 노인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 보고 있었다.
"할머니도 드세요."
"그래. 먹자구나."
지방질이 많은 마구로만 먹으면 느끼하게 느껴진다. 그런 마구로에 특제 간장을 뿌려 흰쌀밥위에 올려 놓고 같이 먹으면 느끼함이 덜해진다. 애들이라서 톡 쏘는 맛의 와사비(山葵) 간장은 입에 맞지 않는지 간장에만 찍어 먹고 있었다. 그런 애들에게 공기밥을 가져다 주었다.
"같이 먹으면 느끼함이 덜해 질꺼다. 서비스야!"
"아...가, 감사해요."
"그런데 할머니만 모시고 온거냐?"
"...예."
여고생으로 보이는 애가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세명이 같이 살아요."
"희아야! 너어..."
그때 희아라는 여중생의 말에 가족은 이들 세명뿐이란걸 알수 있었다. 할머니는 일도 할수 없을 정도로 늙어 보였다. 여고생이 집안을 책임지고 있는것으로 생각되었다. 소녀 가장에게 정부에서 얼마나 보조를 해 주는지는 모르지만 턱없이 부족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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