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화. 좀비 확인(2)
283화.
대원들이 일제히 권총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한두놈이라면 도주를 했을테지만 100명이상의 좀비들에게 완전히 포위된 상태에서는 총기 사용외의 다른 방법은 없었다.
"본부! 긴급 상황 발생! 좀비 100여명 발견! 완전 포위상태! 전투중! 긴급 구원 요청 바람!"
- SAT 1! 어떻게든 살아 남아라. 구원에는 시간이 걸린다. 건투를 빌겠다.
'칙쇼!(ちくしょう.빌어먹을!)'
이럴줄 알면서도 한가닥 희망을 품고 무선을 넣었지만 역시 무리였다. 본부에서 구조대를 보내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놈들에게 완전히 포위된 상태에서 도주도 할수 없는 지경이다. 총알을 다 소모하면 맨손으로 좀비들과 격투를 벌여야 한다. 엄청난 힘을 자랑하는 좀비와는 전투는 아무리 훈련이 잘된 정예 SAT 대원들이라고 해도 쉽지 않을것이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각자 흩어져 도주하라. 본부에 구조 요청을 한 상태다. 반드시 살아 남아야 한다. 가랏!"
포위망을 뚫고 부하들 한명이라도 도주시키기 위해 오카모토는 좀비에게 돌진했다. 그 시각 동경 치요다구 카스미가세키(千代田区 霞が関)에 있는 경시청 본부에서는 난리가 난 상태다. 아오가시마에서 작전을 벌이고 있는 SAT 1 부대에서 좀비를 발견해 전투를 벌이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에 상층부에서는 즉시 긴급 회의를 개최했다. 이미 수뇌부들이 퇴근한 상태에서 지급으로 다시 불러 들였다.
*******
탄자니아 서쪽 지역의 탕가니카호(湖) 동남부에 흩어져 살고 있는 통궤족들 수백명이 한곳에 몰려 들었다. 그런 이들의 발밑에는 여러가지 물건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다. 학교 건물앞에는 더욱 많은 물건들이 쌓여 있으며 그 물건을 가족 단위로 나눠주고 있었다. 밀가루와 주방 세트, 모기장, 생활 용품, 옷이나 신발등등 학교로 들어 오는 통궤족을 가족 단위로 묶어 물건들을 나눠 준것이다.
"모두 들어라! 이 물건들은 모두 위대한 존재께서 우리 부족을 어여삐여겨 하사한 물건들이다. 위대한 존재님에게 경배하라."
늙은 암마가 어디서 저런 힘이 나는지 우렁찬 목소리로 웅성거리고 서 있는 통궤족 사람들에게 외치고 있었다. 그러자 운동장에 있던 통궤족 사람들이 그라운드에 부복해 소리쳤다.
"위대한 존재시여! 감사합니다."
"암마! 무슨 짓이냐?"
"핸드님! 이들에게는 이미 위대한 존재가 강림했다고 알려준 상태입니다. 부족민들에게 한마디 은총을 내려주십시요."
암마의 행동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수가 없었다.
"모두 일어나라!"
통궤족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너희들 가족들중 어린애들은 모두 이곳 학교로 보내라. 학교에서 무료로 공부를 가르켜 준다. 가방이나 책, 노트등 모든것을 나눠준다. 몸만 오면 모든게 해결된다. 점심도 공짜로 준다. 그리고 각 마을 단위로 일주일씩 돌아 가며 학교 급식을 책임져라. 학교로 오면 주방으로 가서 주방에 있는 식재료로 애들에게 줄 점심 식사를 준비하면 된다. 일주일간 일한 대가도 물론 지불한다."
강제로 공짜로 일하라고 해도 할 사람들이지만 대가를 지불할것이다. 이들에게는 귀중한 현금 수입이 될것이다. 내일 아침에 부모들이 애들을 데리고 학교로 오기로 했다. 걸을수 있는 모든 애들을 학교로 보내라고 했다. 나이가 어린 애들은 유치원생으로 받아 들일 생각이다. 그럴때에 학교로 자동차 두대와 트럭 한대가 들어 오고 있었다. 트럭에는 무장한 군인들이 타고 있었다.
끼이익.
푸른 잔디위에 자동차가 정거하자 잔디가 훼손되었다. 군인들이 트럭에서 내리며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하자 통궤족 사람들이 불안해 하고 있었다. 자동차의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나왔다. 콰브나였다.
"콰브나! 너 이 새끼, 잔디밭으로 자동차를 몰고 오면 어떡해? 잔디가 망가졌잖아."
켄의 호통에 콰브나는 타이어 쪽으로 바라 보며 어쩔줄을 몰라 했다.
"죽을래?"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저 군인들은 뭐야? 사람들이 불안해 하잖아. 당장 멀리 보내."
"아, 알겠습니다."
콰브나가 군인들에게 명령하자 트럭이 학교에서 멀어졌다.
"저 놈들은 뭐냐?"
콰브나를 따라온 다른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을 가르켰다.
"이곳 행정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입니다."
학교 허가는 물론 토지 매매를 하기 위해 저들을 데리고 온것이다.
"그래? 일단 학교 일층으로 들어가 있어."
콰브나가 일행들을 데리고 학교 안으로 들어 가자 통궤족 사람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학교 급식을 만들 순서를 정해야 한다. 처음 일주일은 주술사인 암마가 있는 마을이 책임진다. 다음 순서를 정하기 위해 마을 단위로 순서를 정해라."
매주 월요일은 주방 교대로 인수 인계를 하며 전번주 주방을 담당자와 일주일간 주방 담당자들이 모두 모여 일하게 될것이다. 대충 봐도 애들이 수백명은 된다. 그런 애들 급식을 만들려면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 적어도 한마을에서 10명이상은 와야 한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일을 주기 위해 한번 담당한 사람은 다음 순서로 밀리게 된다. 이들이 순번을 정할때까지 콰브나를 만나기 위해 암마와 함께 건물안으로 들어 갔다.
"군인들은 왜 그렇게 많이 데리고 온거냐?"
"전번처럼 그런 일이 또 발생할지도 모르니까요."
대통령이 경쟁 상대인 자신을 죽일려고 습격한걸 말하는거다. 아직도 그 일을 해결하지 못한것 같았다.
"내가 놈을 죽여 줄까?"
"예엣? 아, 아닙니다. 그러면 큰혼란이 벌어 질겁니다."
"그럴 일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연락해. 도와 줄테니까."
"감사합니다."
토지 매매와 학교 건물 인허가는 일사천리였다. 통궤족 출신 교사들도 알아 보고 주선해 준다고 했다. 모든 행정 조치는 알아서 해준다고 하고 공무원들은 암마를 따라 학교 건물을 살펴 보러 갔다.
"저어, 그런데 정말 좀비들이 있는 겁니까?"
"아직은 없어. 하지만 좀비 바이러스라는걸 살포하면 언제든지 좀비가 발생할수 있는건 사실이야."
콰브나에게 자세히 말해 주었다. 좀비 바이러스 예방약이 완성되면 탄자니아에도 지급해 달라고 했다. 기술적인 문제로 탄자니아에서는 예방약을 만들지 못한다고 했다. 한국에 순서는 밀리겠지만 지급해 준다고 말해 주고 만약 좀비가 발생하면 연락하라고 했다.
"또 금광 한개를 알려 줄테니까 그 금광을 개발해 이익금 절반은 이 학교 운영 자금으로 암마에게 전해 줘."
"감사합니다."
얼굴이 환해진 콰브나는 좋아 하는 기색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전번에도 이미 한개의 금광을 알려 주었었다.
"그리고 이건 말씀하신 실링입니다."
큼직한 가방 한개를 건네 받았다. 굳이 열어 볼 필요는 없었다.
"수고했어. 별도로 달러를 더 주지 않아도 되지?"
"물론입니다."
전번에 콰브나에게는 1억 달러를 주었었다. 그것만 해도 탄자니아에서는 엄청난 자금이다. 몇대가 놀고 먹을수 있을 정도다. 콰브나가 돌아 가고 그라운드에 있는 통궤족 사람들도 주방 담당 순번을 정하고 모두 한짐씩 지고 자신들의 마을로 돌아 갔다.
"너희들중에 운전할줄 아는 사람이 있어?"
"몇년전까지 트럭 운전수를 했었습니다. 몇번 해 봤습니다."
"그럼 네게 트럭 한대를 줄테니까 매일 도시로 가서 학교 급식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해. 그리고 도시에서 장사를 해 볼 사람은 있나?"
"......"
학교 급식에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하고 학교에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일이다. 남은 물건들은 일반인들에게 판매를 해도 된다. 자금도 모두 지원해 줄것이다. 지원자는 아무도 없었다.
"암마! 마을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가게를 근처 도시에 하나 마련해."
"알겠습니다."
암마의 마을로 트럭을 타고 갔다. 학교 뒤로 가서 아공간에서 트럭을 꺼내 마을 사람들을 트럭에 태웠다.
"암마! 이건 학교 운영 자금이야. 선생들과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 월급을 지불하고 학교 급식에 사용할 자금으로 사용해. 그리고 콰브나가 금광을 한개 개발할꺼야. 그 금광의 이익금을 학교 운영 자금으로 보내 올테니까 그걸로 학교를 운영하면 될꺼야. 그리고 암마가 학교에 매일 매달릴수 없다면 믿을만한 사람을 고용해 학교 운영을 맡겨도 돼."
"그렇게 하겠습니다."
암마에게 좀비에 대해서도 말해 주었다. 만약 그런 좀비를 발견하면 즉시 연락하라고 했다. 다음날 아침에 학교로 다시 갔다. 애들에게 줄 가방이나 학용품등을 체육관에 꺼내 놓고 주방에도 식재료를 한가득 꺼내 놓았다. 대형 냉장고가 꽉 차도록 채워 넣고 남은 재료들로 급식을 만들어라고 했다. 학부모들이 애들을 데리고 오면 급식을 줄 생각이다. 학교에서는 이런 급식을 매일 먹을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 부모들은 애들을 학교로 보낼것이다.
*******
아오가시마에서 SAT 부대의 보고로 긴급 회의를 벌인 일본 동경 경시청에서는 지급으로 타격대를 파견해야 했다. 좀비가 정말 등장한것이다. 아오가시마 상공을 선회하며 헬기에서 찍은 영상으로 봐서는 좀비들이 틀림없었다. SAT 대원들은 수백명의 좀비에 둘러 쌓여 모두 당해 버렸다. 그런 대원들의 몸에 달라 붙어 인육을 씹어 먹는 혐오스런 장면에 눈길을 돌릴수 밖에 없었다. 총리 관저에 보고를 하자 아베(安部) 총리는 자위대를 파견한다고 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모든 자들의 입단속을 철저히 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었으며 아오가시마에 들어 간 자는 일주일동안 격리시키라고 했다.
타다다닥.
한밤중에 병원 복도를 달려 가는 경찰 5명은 무라타가 입원해 있는 병실로 들어 섰다.
"이나이. 도코다. 하야쿠 사가세(いない.どこだ.早く探せ.없어. 어디냐? 찾아라.)"
손가락 봉합 수술을 하고 경찰 병원으로 이송된 무라타(村田)는 병실 침대에 누워 아오가시마의 일을 되새겼다. 괴남자는 얼굴이 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상태였다. 머리나 얼굴에 상처를 입은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죽이고 피를 뒤집어 쓴것인지는 모르지만 턱힘이 장난이 아닌 자였다. 손가락이 절반이나 잘려 나갈 정도라면 어느 정도의 힘이 작용했는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그 사건이 발생하고 부터 이미 3일이 지난 상태다. 그런데 봉합한 손가락은 전혀 아프지도 않았다. 정말 이상했다. 처음부터 잘리지도 않았던 것처럼 만져 봐도 평소와 다름없었다. TV에서는 아직도 아일랜드에서의 능력자가 말한 좀비가 등장하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든지 좀비 등장에 준비해 이런저런 물건을 구입해 두면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서, 설마 좀비? 아닐꺼야."
애써 아오가시마에 있던 괴남자는 좀비는 아닐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말의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다음날은 이상하게 아침부터 몸이 무겁고 자꾸 졸음이 쏟아졌다. 의식이 깊이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헉!"
어느새 잠이 들었었는지 깜짝 놀라 잠에서 깬 무라타는 시간을 확인했다. 이미 점심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 버렸다. 간호사가 깨우지도 않았다고는 생각할수 없었다. 아침 식사도 하지 않은채 깜빡 잠이 들어 깨어난 시간이 오후 2시였다. 하지만 배는 전혀 고프지도 않았다. 정말 이상했다.
드르륵.
커텐을 열어 제쳐 기분 전환을 할려고 했다.
"으윽!"
너무 눈이 부셨다. 빛에 대한 강렬한 거부감마저 느껴졌다. 이런 일은 처음이었다. 급히 창문을 커텐으로 가렸다. 이제야 안심이 되었다. 정말 이상했다. 또다시 졸음이 몰려 오는 느낌이었다.
"허억!"
어느새 밤이 되었는지 병실은 붉그스럼한 조명등만이 켜져 있었다. 언제 잠이 든것인지도 몰랐다. 하루종일 잠만 잔듯한 느낌이다. 자신의 몸에 무언가가 변화가 발생했다. 이런 일은 평범한 일상이 아니었다. 침대에 누워 왜 그럴까 생각해 봤다. 아일랜드에서 좀비 실험이 생각났다.
좀비 바이러스를 맞은 중년인은 3일채가 되자 침대 아래에 숨어 들어 갔었다. 능력자의 말로는 좀비는 빛을 싫어 한다고 했다. 또한 중년인은 3일째부터 아무것도 먹지도 않고 낮에는 침대 아래서 잠만 잤었다. 지금 현재의 자신과 비슷한 점이 많았다.
'설마 내가 좀비가 되는 것인가?'
중년인이 좀비로 변화하는 징조와 너무 유사했다. 이대로 이곳에 있으면 않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또다시 졸음이 몰려 왔다.
"흐윽!"
언제 잠이 든것인지도 몰랐다. 하루종일 자다가 깨어나길 반복하고 있었다. 아직 한밤중이다. 이제 좀비로 변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이대로 이곳에 있으면 자신은 실험실로 끌려가 온몸이 해부될것이다. 도주를 해야 했다. 손가락은 이미 완전히 다 나았다. 전혀 고통도 없으며 움직임도 평소와 다를바없었다. 신기한 일이지만 이것도 좀비가 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라고 생각되었다.
캐비넷에서 옷을 꺼내 갈아 입고 병실 밖으로 나갔다. 또다시 졸음이 몰려 오기 전에 안전한 곳으로 급히 이동해야 했다. 간호사실은 쉽게 통과했다. 무슨 일을 하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간호사의 눈을 피해 바닥에 조금 숙인 자세로 통과해 엘레베이터를 타고 일층으로 내려갔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