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0화. 영지 발전 계획(4)
330화.
눈부신 섬광을 동반한채 파란 번개가 소용돌이치며 좁은 협곡을 휩쓸고 지나가자 협곡은 굉음을 내지르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의 광경이었다. 뿌연 먼지가 바람을 타고 흩어지자 드러난 광경은 수북히 쌓인 바위 덩어리뿐이었다. 그런 모습을 한동안 바라 보고 있을때 무언가 급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모래 사막으로 만들어 놓은쪽이었다. 그 모래 사막 아래쪽으로 접근하는 무언가는 샌드웜으로 추정되었다. 협곡이 무너지는 진동을 감지하고 이곳으로 온것이다. 모래 사막이 끝나는 절벽위에서 아공간을 열어 오크 사체를 모래 위로 던졌다.
쿵.
그러자 징그러울 정도로 끔찍한 모습을 한 애벌레같은 놈이 엄청나게 큰입을 쩍 벌리고는 모래안에서 튀어 올라 오크 사체를 통채로 집어 삼켰다. 그런 놈에게 오크 사체를 열마리나 던져 주었다. 모습은 흉물스러웠지만 동물원에서 원숭이에게 먹이를 던져 주는 것과 마찮가지 감각이었다. 이제 놈은 이곳을 주요 사냥터로 삼을 것이다. 상단들이 이곳을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선 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대형 몬스터인 저놈을 처리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기사들 수십명이 달라 붙어도 처리하기 어려울것이다. 고서클 마법사가 있으면 어렵지 않게 처리할수 있지만 상단이 그런 고서클 마법사를 고용하기는 쉽지 않다. 의뢰금만으로도 상단이 휘청거릴정도로 부담이 될것이다. 이곳에 온김에 포션 재료가 되는 트롤 피를 구하기 위해 몬스터 산맥으로 가 보기로 했다. 아공간에는 수천병의 포션이 있었지만 샤미 부인 친가인 슬라프 남작의 영지에서 부상병들 치료에 많은 포션을 사용해 버렸다. 예전 이 산맥에 흑마법사들의 본거지가 있었다. 지금도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무슨 짓을 하던 헤르난데스 영지만 건드리지 않는다면 상관하지 않을 생각이다.
- 실라이온! 트롤을 찾아봐.
지시한지 얼마 시간도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찾았다고 알려왔다. 역시 몬스터 산맥다웠다. 트롤을 발견했다는 곳으로 이동했다. 오랜만에 트롤을 보자 반갑기까지 했다. 그런 트롤을 실라이온에게 제압하라고 했다. 상급 정령인 실라이온은 트롤을 어렵지 않게 제압할수 있다. 갑자기 몸이 굳은듯 움직이지 못하는 트롤에게 다가가 주사기를 찔러 넣어 피스톤을 천천히 빼자 피가 주사기안으로 흘러 들어오기 시작했다. 주사기아래에 큰통을 내려 놓고 피스톤을 빼 버리자 피가 통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런식으로 몬스터 산맥을 돌아 다니며 트롤피를 강탈했다. 피를 헌납한 트롤에게는 대가로 오크 사체를 5마리씩 던져 주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헤르난데스 남작령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벌써 3달이나 지났다. 남작성 외성은 활기에 차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 다니고 있었다. 대부분 상인들이다. 터널의 존재가 알려 진것 같았다.
"오. 오셨습니까?"
"남작은?"
"집무실에 계십니다."
집사인 마뉴엘이 공손히 안내했다. 자신의 일을 보라고 해도 안내하는게 자신의 일이라며 고집을 부렸다.
"일은 잘 끝났습니까?"
"그래. 근데 많은 상인들이 돌아 다니던데 어떻게 된일이냐?"
"저쪽과 합의를 보고 곧바로 양쪽 영지에서 상단을 꾸려 상행을 시작했습니다. 그런 상행이 조금씩 알려져 피오트르 왕국의 상인들이 몰려온것입니다."
이미 활발하게 상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앞으로는 더욱 많은 상인들이 몰려 올것이다. 피오트르 왕국 위쪽에 있는 토르치 왕국 상인들도 몰려 올것이 분명했다. 죽음의 붉은 사막이 모래 사막으로 바뀐이상 토르치 왕국의 파이츠 무역도시는 쇠퇴하고 아래쪽에 있는 피오트르 왕국의 피시레 남작령으로 이동해 헤르난데스 영지로 들어 올것으로 예상되었다.
"좋은 일이군. 앞으로는 이렇게 해봐. 남작 영지에서는 굳이 피오트르 왕국까지 상행을 갈 필요는 없어. 로드 왕국으로 상행을 해서 피오트르 왕국 상인들이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가져와 터널 입구쪽에서 피오트르 상인들에게 넘기는 일을 해. 그게 더 많은 이익을 볼수 있을꺼야. 아직 로드 왕국 상인들에게는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
"그렇습니다."
"이럴때 선점을 해 버리는거야. 로드 왕국의 특산물들을 대량으로 구매해 대형 상점을 운영해 터널을 통해 들어 오는 상인들에게 팔란 말이다. 또한 그런 상인들이 가져 오는 물건들을 구입해 로드 왕국에 특산물을 구입하러 다닐때 가져가서 팔면 어떻게 되겠어? 엄청난 이익을 볼수 있겠지."
"그, 그렇군요. 그럴려면 자금이..."
막대한 돈을 주었음에도 또 돈달라고 궁상을 떨었다.
"아공간 오픈!"
아공간에서 금괴를 쏟아 냈다. 엄청난 양의 금괴를 남작에게 주고는 물건 구입하는데 사용하라고 했다.
"근데 말이다. 소영주인 제롬은 남작의 친아들이야?"
"그렇습니다. 그런걸 왜 묻는지요?"
"양자가 아니라면 다행이야. 제롬을 불러줘."
남작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집사에게 불러 오라고 했다. 잠시후 소영주 제롬은 처음보는 늙은 노인과 같이 들어왔다. 그런데 입고 있는 로브로 볼때 마법사로 보였다. 낡아 빠진 로브는 군데군데 구멍도 똟려 있었고 언제 세탁을 한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꾀죄죄했다.
"부르셨습니까? 오다가 숙부님을 만나 같이 왔습니다."
헤르난데스 남작의 동생인 마리오 헤르난데스였다. 첫대면이었다.
"마리오! 인사하거라. 마스터시다."
"형님! 마스터라니요? 언제 형님이 마스터로 섬기는 분이 있었습니까? 그것도 저렇게 새파란 젊은 놈을 마스터라고 부르다니요?"
"입 조심해라. 네가 아무리 내 동생이라도 마스터께 불손한 태도를 보인다면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
남작이 동생을 노려 보며 호통을 쳤다.
"남작! 그만해.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당연한 반응일꺼야. 제롬! 네 숙부를 데리고 나가서 설명을 해주고 들어와."
"어디까지 설명을 하면 되겠는지요?"
"모두 다 말해 줘."
할말이 많은듯 말을 꺼낼려는 숙부를 거의 반강제로 끌고 제롬이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마스터! 죄송합니다. 동생은 방금 마법 실험실을 나온것 같습니다. 그래서 아직 마스터에 대해 전혀 모르고 그런 태도를 보인 것입니다.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걱정마. 충분히 이해할만한 상황이야."
누가 보더라도 이상했을것이다. 늙은 노인이 그것도 한영지의 영주가 젊은 사람을 마스터로 모신다는 것은 절대로 평범한 일이 아니다. 누구나 의문을 가질 것이다. 잠시후 들어온 마리오는 눈을 크게 치켜 뜨고는 켄을 바라 보았다.
"그만 보고 앉아."
"저, 정말 차, 차원 이동을 한것이란 말이냐?"
"마리오! 말 조심하랬지?"
남작이 벌떡 일어나며 동생을 죽일듯이 노려 보며 마나를 뿜어내 압박을 가하자 마리오는 경악하며 벌벌 떨었다.
"으윽! 혀, 형님...어, 언제 이런 경지에..."
"남작! 그만해."
"예. 마스터!"
압박을 풀어주자 마리오는 헉헉거리며 남작을 보며 지금까지 경지를 속이고 있었다니 몇서클인지 고치꼬치 캐물었다. 마리오는 3서클이다. 남작은 4서클이었지만 외부에는 3서클로 알려져 있었다. 마리오는 형님이 자신과 같은 3서클로 알고 있었지만 마나 압박만으도 형님의 서클이 자신보다 높다는것을 바로 알아 차렸다.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는게 너무 서운했다.
"형님! 어떻게 그럴수 있습니까?"
"널 속인게 아냐. 마스터님께서 깨달음을 내려 주신거다."
"예엣?"
급히 켄쪽으로 얼굴을 돌린 마리오의 눈에는 경악과 간절함이 교차하고 있었다. 자신에게도 깨달음을 내려 달라는 눈빛이었다. 그런 눈빛의 마리오를 보며 마법에 미친 전형적인 마법사라고 생각했다. 마법사는 대부분 이런 놈들이다. 마법이 최우선이며 대륙이 무너지는 한이 있더라도 서클 한개를 올릴수만 있다면 목숨까지 받치는 족속들이다.
"저어...제게도 조언을 내려 주실순 없는지요?"
"나중에 남작에게 내가 한말을 물어 봐. 네 꼴을 보니 남작을 처음 만났을때와 완전히 똑 같아. 많은 도움이 될꺼다."
"형님! 반드시 알려 주셔야 합니다."
"네 하는걸 보고 결정하겠다."
건수를 잡았다는듯 남작은 마리오를 휘어 잡고 있었다.
"소영주에게 들었습니다만 정말 초대 공작님의 마스터셨습니까?"
"그래. 꼬마 백작이 8서클까지 성장했을줄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꼬, 꼬마 백작이라니요?"
이들에게 헤르난데스 백작을 처음 만났을때부터 헤어질때까지를 모두 말해 주었다.
"그, 그럼 마스터께서 마법 주문을 간략하게 만들어 알려 주셨다고요?"
"그렇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긴 주문을 외는 마법사들을 보고 너무 한심해서 고쳐 주었다."
쩌억!
세명 모두 입을 쩍 벌리고는 믿기지 않아했다. 마법의 선구자라는 초대 가문의 공작인 알렉스 폰 헤르난데스 공작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후 마리오가 또다시 눈을 반짝거리며 뚫어져라 바라 보고 있었다. 저놈이 졸졸 따라 다닐것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마리오의 부담스러운 눈빛에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제롬! 널 부른건 한가지 물건을 주기 위해서다. 자아, 받아."
"이게 뭔지요?"
짧막한 철봉이었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물건으로 철봉치고는 너무 가벼웠다.
"서, 설마...아티팩트?"
"그래. 아티팩트다. 7서클 마법인 기가 썬더 스톰이 새겨져 있는 아티팩트다."
"예옛? 치, 칠서클요?"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쳐 대었다. 어지간히도 놀란 모양이었다.
"앉아! 마법사는 언제나 냉정해야 된다. 흥분하면 판단력이 떨어진다는걸 명심해라."
"마스터! 기, 기가 썬더 스톰이라니요? 그런 7서클 마법도 있는겁니까?"
"있으니까 아티팩트로 만든게 아니냐?"
처음 들어 보는 마법인지 모두가 몰라했다. 그런 말에 마리오가 제롬의 손에 들려 있는 아티팩트를 뚫어져라 보라보고 있었다. 제롬에게 빌려 연구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연구를 한다고 해도 전혀 모를것이다. 고작 3서클에 불과한 마법사가 7서클 마법을 알아 볼리가 없었다. 마법진도 모두 숨겨 놓은 상태로 아무리 애를 써도 찾지도 못할것이다. 욕심이 과한 것이다.
"남작은 너무 서운하다고 생각하지마. 제롬에게만 아티팩트를 준것은 이유가 있다. 저 아티팩트에는 종속 마법이 걸려있다. 너희들 헤르난데스 가문의 피를 이어 받은 자들만 사용할수 있다. 일단 제롬, 네 피를 한방울 떨어 뜨려라."
제롬은 즉시 손가락을 따고 피 한방울을 아티팩트에 떨어 뜨렸다. 그와 동시에 켄은 마나를 주입시켜 제롬의 피로 종속 마법을 활성화시켜 주었다.
"그 아티팩트를 준 이유는 헤르난데스 영지가 위기에 처했을때 사용하라고 준것이다. 다른 영지에서 먼저 공격을 하면 그걸로 물리쳐라. 절대로 영지밖으로는 가지고 나가지 말고 영지에서만 사용해라. 그리고 헤르난데스 영지는 영구적인 중립을 선언해 정치에는 참여하지도 말고 권력을 탐할 생각도 하지 마라. 헤르난데스 공작이후 쫄딱 망한 영지를 생각해 만든것이다."
"가, 감사합니다."
"제롬은 6서클 유저다. 아직 완전한 유저는 아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유저로 올라 갈것이다."
벌떡!
"허억!"
"저, 정말이십니까? 제롬! 마스터의 말씀이 사실이냐?"
남작과 동생인 마리오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떨리는 눈으로 제롬을 바라 보았다. 남작 자신이 5서클이지만 자신보다 먼저 6서클 경지로 올라 선것이다.
"사실입니다. 마스터님께서 도와 주셨습니다."
"내가 뭘 도와줘? 몇마디 해준것 뿐이잖아."
"마스터! 감사합니다. 제롬, 축하한다. 이제 우리 가문도 마도사가 탄생했구나."
남작은 제롬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가문의 염원이 이루어 진것이다. 그런 남작과는 달리 마리오는 굳은 상태로 멍하니 제롬을 바라 보고 있었다.
"이제 제롬에게 아티팩트를 준 이유를 알겠지? 어차피 소영주인 제롬이 영지를 물려 받으면 아티팩트도 제롬이 소유하게 될꺼다. 그래서 6서클 마도사가 된걸 축하도 할겸 제롬에게 준거다. 제롬! 앞으로는 그 아티팩트는 영주에게만 비밀리에 물려 주거라. 그런 일이 없겠지만 혹시 먼훗날 영주보다 서클이 높다고 영주직을 차지 할려고 반란을 일으키는 놈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그때는 그걸 사용해 진압하도록 대대로 영주에게만 알려줘라."
"알겠습니다."
"그리고 자식들중 영지를 물려 받을 아들이 없다면 딸에게 물려 줘야한다. 너희 가문의 피에 반응해 발동되는 아티팩트이기 때문이다. 근데 여자는 영주가 될수없나?"
예전 브리보아 왕국에서는 여자는 영주가 될수 없었다. 그래서 딸만 있는 영지는 데릴사위를 들이거나 양자를 들여 영지를 물려 주었다.
"있습니다. 로드 왕국을 건립할때 혁혁한 공을 세운 아크릴 후작에게는 후계자가 없었습니다. 딸만 두명이 있는 상태로 자신의 딸에게 영지를 물려 주기 위해 국법을 바꾼것입니다. 그래서 로드 왕국은 어디까지나 후계자가 없을때에나 가능하지만 대륙에서 유일하게 여왕도 탄생할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것입니다."
"좋은 일이군. 이야기들 해. 난 할일이 있어 방으로 돌아가 보겠다."
방에서 트롤피로 포션을 만들 생각이다. 그날부터 누구도 방에 들이지 말라고 하고선 틀어 박혀 포션만 만들었다. 포션 제작이 끝난후엔 마나석을 꺼내 마나 포션도 만들어 두었다. 치료 포션과 마나 포션 일부를 마법 주머니에 넣고는 금화와 식량, 물, 옷, 텐트등도 넣어 두었다. 전번처럼 갑자기 차원 이동해 개고생을 하지 않게끔 모든걸 아공간에만 보관하지 않는것이다.
석달정도 방에만 틀어 박혀 있었던것 같았다.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이제 지구로 돌아가도 될것 같았다. 이카리스 드래곤 레어로 가면 차원 이동 마법진이 있다. 전번에 이동했을때 그려 놓은 것이다. 드래곤 로드가 파괴하지 않았다면 고스란히 남아 있을것이다. 방을 나서 남작 집무실을 찾았다. 마지막으로 영지가 어떻게 돌아 가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없다면 지구로 돌아가 그놈들만은 반드시 죽일 생각이다.
"마스터! 어서 오십시요."
"시간이 얼마나 지난거냐?"
"석달이 지났습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