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 켄

196화. 영화 촬영(1)

196화.

"아! 회장들에게 부탁해 C.R.엔젤들에게 TV 광고를 내주라고 할까?"

"그, 그러실수 있겠습니까?"

TV 광고라면 인맥이 전혀 필요없다. 광고에 C.R.엔젤이 출연만 한다면 확실히 인지도를 높일수 있는 둘도없는 기회다.

"회장들에게 연락해 볼께."

당장 전화를 걸었다.

"여 회장 나야. 취선!"

- 자주 전화 좀 하게. 잘 지내는가?

"내가 물을 말이야. 잘 지내지? 어디 아프면 연락해."

먼저 떡밥을 뿌려 놓았다. 여 회장의 지병을 치료해 주었지만 몇년이 지나면 또 어디가 아플지 모르는 일이다. 그때 또 도와 줄 생각이다.

- 덕분에 잘 지내네. 근데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한건가?

"회장에게 부탁 한가지 할려고. C.R.엔젤이라는 5인조 여성 그룹이 있어. 그 애들을 광고 모델로 채용해 달라고 부탁하는거야."

- 그런거라면 찾아 오라고 하게.

"그럼 회사 대표가 며칠내로 찾아 갈꺼야. 잘 부탁해. 시간 날때 찾아 갈테니까 좋은 술이나 구해 놔."

여 회장 다음엔 대흥 그룹의 이충기 회장과 천일 그룹의 정윤찬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했다. 켄의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이 대표와 C.R.엔젤은 물론 지천영 감독까지 어지간히도 놀란듯 통화에 귀를 기울이며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이 대표! 내일이라도 당장 찾아가 봐. 취선이 말해서 왔다고 하면 만나 줄꺼야."

이장식 대표에게 회장들과 정윤찬 사장을 알려 주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취선님! 감사해요."

이제 C.R.엔젤은 한국에 대대적으로 알려지게 될것이다. 연예인은 우선 자신들의 얼굴을 알리는게 먼저다. 인지도 높아 질수록 아무런 인맥이 없더라도 방송국에서는 시청율을 위해 초대를 할수 밖에 없다. 영화까지 개봉된다면 더욱 C.R.엔젤의 인기가 치솟아 오를것이다. 그만큼 영화는 성공할수 있다고 장담할수 있었다.

"저어, 어떤 영화인지 내용을 좀 알려 주시면 않되겠습니까? 판타지 장르인것은 압니다만 대략적인 줄거리를 알아야 대본을 준비하는데도 차질이 없을것 같습니다."

"줄거리? 잠시만..."

어떤식의 스토리인지 급히 생각해 봐야 했다. 무턱대고 대본을 준비하라고 한다고 해서 가져온 대본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다시 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걸릴것이다.

"이런식으로 한번 해 봐. C.R.엔젤은 콘서트를 하는 도중 무대에 떨어진 원인 모를 번개에 의해 홀연히 사라져 버린다. 관객들은 연출이라고 생각해 열광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아니었다. C.R.엔젤은 정신을 잃은채 다시 깨어난곳은 황금으로 도배된 큰동굴같은 곳이었다. 그 동굴은 이스란 대륙의 마지막 드래곤의 레어였다. 거대한 마법진위에서 깨어난 그녀들이 어리둥절하고 있을때 드래곤이 등장했다. 경악하며 겁에 질린 그녀들이 도주할려고 했지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그녀들에게 드래곤은 자신이 이곳으로 불러 들였으며 자신을 대신해 마왕의 강림을 막아 달라고 했다. 자신은 이 레어를 지켜야 하기에 직접 나설수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모든 일을 해결한후에는 원래의 세계로 돌아 갈수 있으며 마왕 강림을 막기 위해 흑마법사들의 음모를 분쇄하는데 도움이 될수 있게끔 힘을 갖춰 준다고 했다. 소드 마스터 2명, 보우 마스터 1명, 대마도사 1명, 대정령사 1명으로 만들어 주기 위해 타임 스톰이 걸린 공간에서 긴세월동안 단련하는 시간을 보낸다. 드래곤은 그녀들의 머리속에 직접 기억을 주입해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들에게 이스란 대륙의 지식을 전수하는 한편 검법과 궁술, 마법, 정령술까지 전수해 준것이다."

꿀꺽.

술 한잔을 들이키곤 다시 말을 이어갔다.

"모든 수련을 마치고 나온 그녀들은 드래곤이 거주하고 있는 레어에서 나와 산맥을 내려가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곳으로 이동한다. 죽음의 산맥이라고 불리우는 산맥에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그런 몬스터들과 전투를 하면서 산맥을 내려가자 목책으로 둘러 쌓인 인간들이 사는 마을이 보였다. 그 마을 사람들이 그녀들을 경계했지만 복장을 보고는 목책문을 열어 주었다. 그녀들은 드래곤이 지식을 주입해준 덕으로 인간들과의 대화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그 마을 분위기 심상치 않았다. 부상당한 자들이 곳곳에 누워 신음을 흘리고 있었으며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마을이었다. 그때 기사 복장을 한 젊은 청년이 그녀들에게로 다가와 영지전 참가를 부탁했다. 그녀들은 용병으로 위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흑마법사들을 찾아 음모를 분쇄할려면 대륙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 청년은 이곳 영지의 소영주라고 했다. 영주성이 함락되어 패잔병들을 이끌고 이 마을로 피신한 상태로 패잔병들을 끌어 모아 영주성 탈환을 도모할려고 했다. 그녀들의 도움으로 영주성을 탈환하고 영지전 상대인 옆영주성까지 빼았아 승리를 하자 그녀들의 이름이 왕국에 퍼지기 시작했다. 여러 영지에서 그녀들의 영입에 열을 올리는 한편 흑마법사들의 음모도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었다. 몬스터들을 세뇌하는 한편 왕국의 주요 수뇌부들도 오랜 시간에 걸쳐 매수해 놓았다. 그녀들의 명성이 커질수록 시셈하는 자들이 많아지기 마련이었다. 그럴때에 국왕이 암살되고 왕좌 쟁탈전이 벌어 지기 시작했다. 왕자들끼리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면서 그녀들을 끌어 들일려는 왕자들의 구애로 인해 진절머리가 난 그녀들은 조용히 영주성을 빠져 나왔지만 그녀들의 외모로 인해 어딜 가더라도 금방 정체가 드러나 수많은 용병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 용병으로써 용병왕들이 탄생한것이나 마찮가지였기 때문이다. 소드 마스터와 대마법사, 정령사로 구성된 그녀들은 스스로 용병이라고 했다. 용병왕을 만나 충성을 맹세하는 용병들이 끊임없이 몰려 들어 뭉치기 시작하자 하나의 거대한 집단으로 변모해 버렸다. 그런 용병들의 힘을 끌어 들여 왕좌 쟁탈전에 유리한 입장이 된 왕자를 암살할려는 음모가 발각되자 흑마법사들의 정체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런 흑마법사들은 자신들의 정체가 드러나자 죽음의 산맥의 몬스터들을 움직여 자신들에게 쏠린 시선들을 다른곳으로 돌릴려고 했다. 수십만의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다. 왕좌 쟁탈전을 벌이고 있던 두 왕자는 싸움을 멈추고 왕국을 지키기 위해 제각기 서쪽과 북쪽으로 휘하 병사들을 이끌고 몬스터 토벌에 나섰다. 물론 그녀들이 이끄는 용병들도 참가했다. 몬스터들과 충돌해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는 몬스터 토벌이 끝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즉 1부가 끝난것이다."

긴 이야기에 모두가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깬 사람은 지천영 감독이었다.

"그런식으로 영화를 만들려면 시간이 엄청나게 걸릴겁니다. 수목이 우거진 산속으로 들어가 촬영도 해야 하고 영주성이나 왕성 세트도 만들어야 하고 의상은 물론 무기들도 많이 필요합니다. 물론 엑스트라들을 모집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또한 동양인을 엑스트라로 고용할수 없기 때문에 외국에서 촬영을 해야 합니다."

"그런건 알아서 할테니까 방금 말한 내용을 기본으로 바꿀것은 바꾸고 대본이나 빨리 완성시켜. 그리고 주요 인물 몇몇만 외국인 배우로 섭외를 해 봐. 소영주나 왕자들, 흑마법사 리더로 외국 배우 4명을 섭외해. 유명한 배우는 필요없어. 알려지지 않는 배우라면 얼마든지 섭외할수 있겠지."

"음, 알겠습니다."

대체 세트를 어떻게 할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저렇게 호언장담하기에 시키는대로 할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영화 제작은 어느 회사 명의로 하면 되겠습니까?"

"여기에 KT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있잖아. 당연히 KT로 해야지."

"감사합니다."

이장식 대표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자신의 회사가 단독으로 영화를 제작한것으로 되기 때문이다. 영화계는 물론 연예계에도 크게 알려 질것이다.

*******

당장 다음날 저녁에 진아에게 끌려 다녀야 했다. 바람을 맞춘 벌이라며 얼마나 많은 곳을 돌아 다니는지 녹초가 될 지경이었다.

"넌 여고생이면서 공부는 않하냐?"

"흥. 난 공부 잘하거든."

"쩝!"

할말이 없었다. 공부를 잘한다는 애에게 공부하라고 말할수도 없는 것이다.

"여 회장에게 술자리를 마련하라고 해. 대흥 그룹 이 회장과 천일 그룹 정 사장도 함께 하는 자리를 마련해 연락하라고 전해 줘."

"흥. 맨날 술만 먹을려고 해."

"너, 자꾸 '흥흥'하면 버릇된다."

"남이사."

여고생에게 말빨로 이길리가 없었다. 두손 두발 다 들어 항복할수 밖에 없었다. 술자리는 3일후에 마련되었다. 역삼동의 풍월관이라는 이름의 요정이었다. 한옥집에 한복을 입는 여자들이 시중을 드는 일명 기생집이라는 곳이었다.

"어서 오게."

켄이 가장 늦었다. 테이블에는 전통차로 보이는 찻잔 3개가 놓여 있었다. 켄을 기다리며 차 한잔씩을 하고 있었던것 같았다.

- 실라이온! 이 방에 도청 장치나 몰래 카메라같은것이 설치되어 있는지 알아봐 줄래.

혹시나 해서다. 정재계의 주요 인물들이 드나드는 곳이라고 했다. 그런곳이라면 어떤 수작을 벌려 놓았을지도 몰랐다. 그런곳에서 젊은 청년이 나이 많은 회장들에게 반말을 지끌인다면 의아해하며 누군지 조사를 할지도 몰랐다. 미리 예방하는 차원에서 숨겨진 물건들이 있는지 알아 보는 것이다.

- 켄님! 오른쪽 천장 구석에 작은 카메라가 숨겨져 있어요. 다른 방에도 모두 그런 카메라가 숨겨져 있으며 이곳 지하에 모니터을 보고 있는 남자 두명이 있어요.

우려했던 일이었다. 대체 어떤 놈들이 감시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 실라이온! 이 부근 전봇대의 변압기를 고장내 정전을 시켜 버리고 지하에 있는 놈들이 어떤 대화를 하는지 알아 봐 줘.

놈들을 제압해 직접 심문할수도 있었지만 실라이온에게 맡겨 두었다.

"자아, 식사를 하면서 술 한잔씩 하세나."

짝짝.

여 회장이 손뼉을 치자 여자 한명이 들어 왔다.

"회장님! 부르셨어요."

"그래. 한상 차려오게. 술도 좀 내오고."

"잠시만 주세요."

여 종업원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의 음식들이 끊임없이 들어 왔다. 처음보는 음식들도 많았다. 4명이 먹기에는 너무 과할 정도였다.

"자, 들게."

모두가 수저를 들려고 할때였다.

팟.

갑자기 전기가 나가 버렸다. 저녁때여서 이미 밖은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지만 방안은 깜깜한 상태였다.

"음, 정전인가?"

잠시후 여 종업원이 헐레벌떡 달려 들어왔다.

"회장님! 죄송합니다. 이 근처가 모두 정전이 되었어요. 전기가 복구될때까지 촛불을 켜 놓겠습니다."

"괜찮네. 옛날에는 호롱불이었지만 촛불도 오랜만에 보는구만."

방구석 네곳에 촛불을 켜 놓고 종업원이 나가자 음식을 들기 시작하는 회장들을 보며 켄이 입을 열었다.

"이곳에는 자주 오나?"

"가끔씩 들런다네."

"전 처음입니다."

정 사장은 켄보다는 나이가 많지만 여 회장과 이 회장보다는 나이가 적어 존대를 하고 있었다.

"사일런스!"

혹시나 몰라 방에서 하는 말이 새어 나가지 않게끔 소리를 차단했다.

"이 방에는 녹화와 도청 장치가 되어 있어."

"뭐라고? 그, 그게 정말인가?"

"그래. 그런데 갑자기 왜 정전이 되었을까?"

"......"

회장들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듯 했다. 하지만 정 사장은 뭔가를 알아 차린것 같았다.

"혹시 취선 자네가 한건가?"

"맞아. 내가 한거야."

"허허, 어떻게 한건가?"

취선은 보면 볼수록 신기한 사람이다. 대체 뭘 숨기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절대 평범한 자는 아니었다. 치료술외에 아직도 숨기고 있는것이 많을거라고 생각되었다.

"비밀이야. 그보다 이곳에는 다른방에도 모두 장치가 되어 있어."

"정말인가? 이 이것들을 그냥!"

짝짝.

이 회장이 화가 난듯 손뼉을 쳐 종업원을 불렀다. 하지만 사일런스 마법을 펼쳐 놓은 탓으로 손뼉 소리는 밖으로 들리지 않는다.

"진정해. 방마다 장치를 해놓은것으로 볼때 정부 기관이나 어떤 회사에서 누구를 감시하거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이런짓을 한것일꺼야."

"서, 설마..."

이 회장의 얼굴이 심각하게 변해갔다.

"왜? 뭔가 짚이는 거라도 있나?"

"몇달전에 이곳에서 김 전무와 식사를 하며 사업 얘기를 한적이 있었네. 새로운 군납을 위해 공개 입찰 가격을 상의했었네. 그런데 공개 입찰의 두껑을 열어 보자 우리보다 천원이 더 적은 금액으로 경쟁 회사인 상일 그룹에게 낙찰되었다네. 이곳에서 한 이야기가 상일 그룹으로 샌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이 회장의 말에 이곳 지하에 있는 놈들이 상일 그룹과 연관이 있는 놈들로 추정되었다.

"이곳 마담을 불러 확인을 해 봐야겠네. 그런데 도청 장치는 어디에 있는겐가?"

어디에 장치가 되어 있는지 알아야 마담을 불러 다그칠수 있을 것이다. 증거를 들이대 발뺌을 못하게끔 미리 장치된 곳을 알아 둘 필요가 있었다.

작가의말

찾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