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화. 부산 횟집(1)
262화.
무슨 기부 단체가 그렇게 많은지 골치가 아파왔다. 저녁 시간대가 되자 더욱 많은 손님들이 밀려와 자리가 없을 정도였다. 대기하는 손님들이나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로 가게는 대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대기하는 손님들에겐 특별한 대접을 해 주었다. 가게 뒤로 간 켄은 아공간을 열어 마구로(マグロ.참치) 한마리를 꺼내 들고 가게 뒷문으로 들어 갔다.
"허억! 그, 그건 뭔가?"
주방에서 요리사들을 돕고 있던 형님이 마구로를 보며 놀라워했다.
"마구로입니다."
"참치? 그렇게 큰 참치는 어디서 가져 온겐가?"
"오늘은 개점아닙니까? 자리가 없어 기다리는 손님들이나 테이블에 있는 손님들에게 서비스로 제공하십시요."
"아니, 이런 비싼 참치를 공짜로 제공하라고?"
놀라는 형님에게 서비스로 제공하라고 말해 주었다. 주방에서 해체해 제공하는게 아니라 손님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해체쇼를 하라고 했다. 그러자 요리사들이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참치는 해체를 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어쩔수 없이 켄이 직접 하기로 했다. 자신도 정식으로 마구로는 해체를 해 본적이 없다.
TV에서 몇번 보았을 뿐이었다. 대충 어떤식으로 하는지만 알고 있을 뿐이다. 마구로 해체 준비를 서둘렀다. 큰테이블위에 마구로를 올려 놓고 뒷문으로 나가 롱소드를 꺼내 들고 왔다. 가게에는 마구를 해체할수 있는 큰회칼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구를 해체하기전에 배를 갈라 아가미와 내장을 모두 드러내 깨끗하게 씻은후 가게안으로 테이블을 밀고 나갔다.
"자아, 손님 여러분! 주목해 주십시요. 오늘은 특별히 개점 선물로 이 참치를 해체해 서비스로 제공해 드리겠습니다."
"와아아! 참치다. 엄청 크다."
"대체 몇킬로짜리야?"
아공간에 있는 마구로는 예전에 이계로 넘어가기 전에 일본의 홋카이도(北海道.북해도) 오오마(大間)라는 지역 바다에서 잡은 것이다. 일본에서 최고의 마구로는 오오마산 마구로다.
싹뚝.
먼저 머리와 꼬리 지느르미를 제거했다.
사사삭.
마구로는 세부분으로 해체를 한다. 중앙의 뼈를 남겨두고 양옆으로 베어내어 큰살점 두덩어리와 중앙의 뼈만 남겨 놓는 것이다. 초보여서 그런지 뼈에 살점이 더덕더덕 붙어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처음치고는 그럭저럭 만족할만했다. 해체한 마구로를 손님들에게 들어 올려 보여 주자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런 마구로를 요리사들에게 인계해 적당히 잘라 손님들과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했다. 손님들의 반응을 보고는 가게에서 정식으로 마구로를 제공해도 될것같았다.
"형님! 가게에 참치를 메뉴에 넣어십시요."
"참치는 너무 비싸서 구입하기가 어려워."
"그건 걱정마십시요. 제가 알아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일단 가게 뒤에 냉동 창고를 준비해 그곳에 참치를 넣어 두겠습니다. 형님이 허락하면 냉동 창고도 알아서 설치해 놓겠습니다."
형님은 멍해 하면서도 허락해 주었다. 밤12시가 되어 겨우 영업이 끝났다. 종업원들은 물론 모두가 녹초가 되었다. 특별한 생수를 마시며 체력을 회복했지만 피곤한건 어쩔수가 없었다.
"모두 수고했네. 늦은 시간이지만 회식을 하세."
가게 정리가 끝났을때 테이블위에 술병과 회 접시가 수북히 쌓여있었다. 고생한 직원들에게 맘껏 먹으라고 준비한 것이다. 한동안 먹고 마시고 회식이 끝날즈음 켄은 고생한 직원들에게 백만원씩 건네 주었다.
"아니, 자네 지금 뭘 하는건가?"
"형님! 오늘 고생이 심했지 않습니까? 고생한 직원들에 대한 작은 성의입니다. 돈에 너무 연연하지 마십시요. 서로 돕고 살아야죠."
직원들은 얼굴이 환해졌다. 단하루 일한 대가치곤 엄청난 부수입이었다.
"그리고 여러분들은 집안에 무슨 일이 있으면 반드시 말하십시요. 집안 사정으로 인해 얼굴에 수심이 어려 있으면 그만큼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줄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평소와 다름없이 행동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겁니다. 아무리 티를 내지 않을려고 해도 무심결에 표정에 드러날수 있으니까요.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죠. 형님이 운영하는 이 가게는 직원 여러분들 모두가 한가족이나 마찮가지입니다. 가족끼리는 서로 돕는게 인지상정입니다."
반말만 하다가 존대를 할려니 입안이 꺼칠해지는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생수를 제각기 집으로 가져가 마시십시요. 귀한 생수니까 가족들에게도 모두 하루에 한두잔씩 마시라고 하십시요."
"자아, 동생 말대로 하고 오늘은 모두 고생했어. 내일도 잘 부탁한다."
다음날 아침에 켄은 명철이와 현수를 불러 부산 근처에 맑은 물이 있는 곳을 찾아 보라고 했다. 계곡 근처가 적당하다고 말해 주었다. 어제밤에 명철이가 전화로 알아 보라고 한 기부 단체들은 모두 불투명한 자들로 기부 단체라기 보다는 사익을 챙기는 놈들이라고 했다. 그런 놈들을 일일이 찾아가 박살낼 시간은 없었다. 명철이에게 알아서 처리하라고 말해 두었었다.
"현수, 넌 냉동 창고를 제작하는 곳을 알아봐. 가게 뒤 공터에 냉동 창고를 놓아 둘꺼야."
오늘 하루는 더욱 바빴다. 소문이 크게 났는지 개점과 동시에 손님들이 몰려 들기 시작했다. 주차장이 꽉 차버려 정차해 둘곳이 없어 가게로 들어 오는 주변 도로에 불법 주차가 눈에 띄게 늘어 나고 있었다. 다행히 번화가에서 많이 떨어진 한적한 곳에 위치한 덕으로 인근 주민들의 불만은 없을것이지만 계속 이런식이라면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했다. 대책을 강구해야 할것 같았다.
주변의 땅을 매입해 주차장을 늘려야 했다. 형님에게 볼일이 있다며 말해 놓고 가게를 나선 켄은 인근의 부동산 중개소를 찾아 갔다. 그럴때에 현수에게 전화가 걸려와 냉동 창고를 제작하는 회사와 선이 닿았다고 했다. 회사 책임자를 데리고 가게로 오라고 말해 준뒤 제일 먼저 눈에 띈 부동산 중개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가게안은 단한명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서 오십시요."
머리가 벗겨진 중년의 남자가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커피나 차 한잔 하시겠습니까?"
"커피로 부탁해."
대뜸 반말로 부탁하자 중년인은 미미하게 얼굴이 구겨졌지만 커피를 한잔 내왔다.
"어떤 물건을 찾으십니까?"
"저 위에 새로 오픈한 횟집에서 왔어. 횟집 주차장이 너무 좁아 주변 땅을 매입해 주차장으로 만들려고 해."
켄의 말에 중개인의 얼굴이 언제 구겨졌다는듯 금새 환한 얼굴로 변해 버렸다. 아마 봉 잡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듯 했다. 그럴때에 명철이에게서 연락이 들어왔다. 적당한 곳을 찾았다고 했다.
"이쪽으로 와."
이곳 부동산 중개소를 말해 주며 찾아 오라고 했다.
"지금 매물로 나와있는 곳은 이곳뿐입니다."
노트북을 가져와 횟집 주변 땅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횟집과는 거리가 조금 멀었다. 손님들이 주차장에 정차를 해 두고 5분정도는 걸어서 횟집으로 와야했다. 5분이 짧은 거리라고 생각하겠지만 너무 멀었다. 한국 사람들 성격으로 볼때 귀찮아서라도 다른 곳으로 갈것이다.
일본이라면 소문난 맛집이라면 몇시간을 기다리는 끈기를 보여 준다. 라면 한그릇을 먹기 위해 긴줄을 서서 몇시간이나 기다리는 광경은 일본에서는 흔한 일이다. 뭐든지 '빨리빨리'를 외치는 한국인은 기다리는건 질색이다. 그런 성격에 부합되게끔 횟집 바로 옆에 주차장을 만들어 놓아야 했다.
"횟집과 붙어 있는 주변 땅 주인을 만나 팔 의사가 없는지 알아 봐. 시세보다 가격은 더 좋게 처 준다고 해."
"알겠습니다. 그렇게 알아 보겠습니다."
주변 시세가 얼마인지 물어 보며 중개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때 명철이가 찾아왔다.
"수고했다. 어디냐?"
"장산 마을이 적당할것 같습니다."
"장산 마을? 장산 마을은 군부대안에 있습니다만?"
중개인이 끼어 들어 장산 마을이 어떤곳인지 알려 주었다.
"그렇다는데? 그런곳을 매입할수 있어?"
"물론입니다. 국장님께 전화 한통화만 하시면 해결될겁니다."
부동산 중개소를 운영하는 기주현은 국장이라는 말에 속으로 깜짝 놀랐다. 군부대 안에 있는 땅은 함부로 거래할수 없다.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겨우 거래를 할수 있을까 말까한 곳이다. 그런 곳을 국장의 한마디에 거래를 할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정부에 속한 자들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럼 저 위의 횟집 사장은 정부의 높은 분과 연관이 있다는 말이었다.
"당장 가 보자. 당신도 같이 가지."
중개인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다. 부동산을 거래할려면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했다. 부동산 중개소를 나설려고 했을때 현수에게 전화가 들어왔다. 가게에 도착했다는 연락이었다. 가게로 먼저 가 봐야했다.
"장철기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냉동 창고를 제작하는 회사 사장이라고 했다. 장 사장을 데리고 건물 뒤로 돌아가 이곳에 놓아둘 적당한 크기의 냉동 창고를 제작해 달라고 했다.
"이곳은 너무 좁은데 괜찮겠습니까? 이곳은 길쭉하게 만들어야 할텐데요? 저 옆이라면 큰 냉동 창고를 놓기에 적당할것 같습니다."
횟집 뒤는 낮은 산이다. 그런 산과 조금 거리를 두고 횟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상관없어. 참치 50마리 정도가 들어갈 공간으로 길게 만들어도 돼. 창고안에 선반을 만들어 참치를 올려 둘수 있도록 제작해 봐."
"음, 그럼 특수하게 제작를 해야 한다는 점을 알아 주십시요."
즉, 특수 제작인만큼 가격이 그만큼 비싸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가격은 얼마든 상관없다고 말해 주고는 장산 마을로 향했다. 장산 마을은 20여호밖에 없는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로 들어 서기 전에 엔다이론을 불러 수맥이 풍부한 곳이 있는지 찾아 보라고 했다. 장산 마을 아래쪽에 부근에 풍부한 수맥이 지나가고 있다는 말에 중개인에게 위치를 알려 주며 저곳 땅 주인을 만나 매매를 주선해 보라고 했다. 낮선 이들이 마을안으로 진입하자 주민들이 힐긋거리고 있었다.
"무슨 일로 찾아 온겐가?"
노인 한명이 마을로 들어선 일행들에게 다가왔다.
"어르신! 저곳 땅을 매입할까 해서 찾아 온겁니다."
"저곳? 저런 산골땅을 매입해서 뭘 할려고? 이곳은 군부대 안에 속한 마을로 집도 맘대로 지을수 없는 곳이야."
"그런건 알아서 하겠습니다. 저곳 땅주인이 누군지 알려 주시겠습니까?"
노인은 중년의 중개인은 물론 켄 일행을 한번 바라 보고는 입을 열었다.
"내꺼야."
"아, 그러십니까? 혹시 팔 의사는 없으십니까?"
"그보다 땅을 사서 뭘 할려는지 알려 주게."
켄이 나설 차례였다. 부동산 중개인도 켄을 바라 보고 있었다.
"깨끗한 생수를 찾을려고 그래."
"엥? 새파랗게 젊은 놈이 어른 공경할줄도 모르고 그게 무슨 막말이냐?"
"난 해도 돼."
"뭐라고?"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는듯 노인의 얼굴이 붉어지고 있었다. 노인의 성격으로 볼때 굉장히 깐깐한것 같았다. 그런 노인의 마음을 녹일 준비는 이미 되어 있었다.
"노인장! 가끔 심장이 따끔거리고 숨도 벅차고 걷기도 힘들때가 있지?"
"...그, 그런걸 어떻게 안건가?"
"내 눈에는 다 보여. 노인장은 그런 상태라면 언제 쓰러질지 몰라.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언제 송장을 치룰지도 몰라."
엔다이론에게 노인의 상태를 살펴 보라고 했었다. 이 마을에서 노인이 가장 먼저 말을 걸어 온 이상 마을의 유지일것 같았다. 이 노인만 설득하면 땅 매입은 어렵지 않을것이라고 판단한것이다. 다행히 눈앞의 노인이 땅 주인이었다. 노인의 몸속에는 노폐물이 너무 많이 쌓여 있었다. 심장으로 통하는 혈관이 막혀 좁아진 상태로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태였던 것이다.
"저 땅을 팔아. 그러면 치료해 줄께."
"자, 자네 의사인가?"
"의사는 아냐. 하지만 노인 한명 치료하는건 일도 아냐."
노인은 물론 듣고 있던 부동산 중개인도 멍한 표정이었다. 명철이와 현수는 이미 켄의 능력을 알고 있기에 무덤덤했다.
"정말 자네가 치료를 할수 있다면 땅을 팔겠네. 하지만 거짓말이라면 각오해야 할걸세."
노인을 따라 집으로 들어 갔다.
"아버님! 누구신지요?"
낮선 이들을 데리고 들어온 노인에게 아들로 보이는 육십대정도의 노인이 물어 보고 있었다.
"땅을 사러 왔대."
"땅이요?"
"자네만 들어 오게."
아들의 말을 무시한 노인은 켄만 따로 들어 오라고 했다. 노인의 그런 행동에 아들인 노인은 눈만 껌뻑이고 있었다.
"자아, 어떻게 치료할지 말해 보게."
"치료할수 있다곤 믿지 않을꺼야. 그래서 일단 간단하게 무릎 관절부터 치료해 줄께."
엔다이론에게 부탁을 했다. 그런 켄만 빤히 바라다 보는 노인은 젊은 놈이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일어나서 걸어봐. 더이상 무릎이 아프지 않을꺼야."
"뭐라고? 자네 장난하나?"
아무것도 하지 않은채 방안에 앉아 있기만 하던 청년의 말에 역시 속았다고 생각되었다. 버릇없게 반말을 찍찍대긴 하지만 당당한 태도에 혹시나했었다.
"걸어 보고 나서 화를 내."
버럭 소릴 지르는 젊은 놈의 말투가 맘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일어나 걸어 보았다.
"어어? 이, 이게 어떻게 된겐가?"
시큰거리든 무릎이 이상하게도 아무렇지도 않았다. 귀신에 홀린듯한 기분이었다.
"이제 믿을수 있지? 그럼 심장을 고쳐 줄테니까 자리에 편히 누워."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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