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화. 동충하초(3)
151화.
3천 7백 루피라는 말에 슈란달이 켄을 바라 보았다. 그렇게 팔아도 되는지 묻는 것이다. 동충하초 세뿌리면 호텔에서 하루밤 묵을 가치다. 하지만 다른 물가도 엄청나게 상승했는데 동충하초라고 오르지 않을수가 없을 것이다. 하루에 캘수 있는 양을 생각하면 너무 싸게 통채로 살려고 하는것 같았다. 그런 점에 의문을 가지지 않을수가 없었다. 상품의 가치대로 구분해서 상급품은 그만큼의 가치를 받아야 하는게 아닐까.
"넌 중개상이라며 상품을 가치대로 나누지도 않고 뭉텅거려 한꺼번에 매입할려는 건가?"
"그게 무슨 말입니까?"
"네 눈에는 이 물건들이 모두 똑같이 보이느냔 말이다."
"그, 그건...거래에 이방인이 끼어들 자리가 아닙니다."
대답이 궁한지 엉뚱한 말로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이 놈은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중에 하급품, 중급품, 상급품이 섞여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모조리 하급품 가격으로 매입할 생각인것이다. 교묘히 가격 흥정을 하며 이 정도면 자신이 양보해 많이 처 준다는 식이었다.
"매년 이런식으로 거래를 했나?"
"그렇습니다."
"등급을 한번도 나누지도 않고 팔았단 말이냐?"
"그, 그렇습니다. 반찬드라를 믿고 거래를 한것입니다."
이들은 한번 맺은 인연은 끝까지 간다. 거래상도 인연이 있는 사람하고만 하고 믿음으로 거래를 하는 것이다. 그런 채집꾼들을 신의라는 명목으로 등을 처 먹을려는 심보였다.
"내가 세등급으로 구분해 놓을테니까 숫자를 세어 놔. 랑타르! 랑티구르! 너희들도 들어와서 이곳과 저곳에 놔둘테니까 숫자를 세어라."
"예."
슈란달은 주눅이 든 표정이었고 중개상인 반찬드라도 이게 뭐하는 짓인지 울그락붉그락한 불만스런 얼굴로 어떻게 구분하는지 지켜 볼수 밖에 없었다.
"마나 서치!"
조용히 마법 주문을 말하고 동충하초를 구분하기 시작했다. 깨알 반쪽같은 마나가 2개이하, 즉 깨알 한개만한 크기로 들어 있는 것은 하급품이다. 깨알이 2~4개 이하의 마나가 들어 있는 것은 중급품, 깨알 5개 이상의 마나는 상급품으로 구분했다.
'저게 뭐야?'
동충하초를 등급별로 구분한다고 하면서 아무렇게나 집어 던지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반찬드라는 미친 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방인이 왜 이곳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저런식으로 어떻게 등급을 구분할수 있는지도 의심스러웠다. 자세히 살펴 보지도 않은채 엄청난 손놀림으로 구분해 놓고 있었다. 어떤것은 뭉텅이채로 한곳으로 밀어 놓는것도 있었고 그런 뭉텅이 안에서 한개만 꺼집어 내 다른곳에 옮겨 놓는 것도 있었다.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 완전 사기꾼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어, 어떤 근거로 그런식으로 구분하는 겁니까?"
가장 숫자가 적은 쪽은 몇몇개만 빼고는 크기도 크고 색깔도 좋은게 상급품으로 보였다. 하지만 다른 두곳은 별 차이가 없었다. 어떤식으로 저렇게 구분해 놓은것인지 꼭 알고 싶었다.
반찬드라의 물음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냥 마나가 보여서 구분했다고 하면 절대로 믿지 않을 것이다. 마나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가 가지 않을것이다. 마나가 깃들어 있는 어떤 물건과 비교해서 설명하면 알아 들을것이지만 어떤 것이 마나가 들어 있는지 아직 알수 없었다.
구분하던 손놀림을 잠시 멈추고 마나 서치도 해제했다. 아까운 마나를 계속 소비할 필요는 없었다. 고민하고 있을때 문득 야쿠자 시절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조직과 연관된 한국 조직에서 오야붕에게 선물을 주었다고 했다. 그 선물이 자연산 코라이 닌징(高麗人参. 고려 인삼)이었다.
자연산 코라이 닌징은 나중에 알았지만 산삼(山蔘)이라고 부른다는 말을 들었다. 그 산삼을 선물로 받은 오야붕이 먹은후 잠을 잤는데 3일동안 깨어 나질 않아 한국 조직에서 산삼이라는 것에 '독을 넣은 코라이 닌징을 선물한게 아니냐' 하는 오해로 전쟁 직전까지 갔었던 일이 있었다.
한국 조직에선 벌쩍 뛰면서 산삼을 복용하면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명현 현상이란게 나타 난다고 했다. 몸속의 나쁜 기운이 빠져 나가는 과정으로 질병으로 인해 무너진 신체의 균형을 회복시키기 위해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했다. 그런 것을 모르는 조직원들이 거짓말이라며 한국으로 처 들어 갈려고 준비를 하고 있을때 3일동안 잠만 자든 오야붕이 깨어 난것이다.
잠에서 깬 오야붕은 가벼워진 몸에 놀라며 그때부터 한국 조직에서의 선물은 무조건 산삼으로 받고 있다고 했다. 사람이 약초를 복용하고 3일동안 잠이 들 정도라면 틀림없이 마나가 들어 있는 물건으로 짐작되었다.
"코라이 닌징(高麗人参. 고려 인삼)을 들어 본적이 있나?"
"이, 있습니다. 코리아라는 나라에서 생산된다는 약초로 중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인공적으로 재배한 코라이 닌징이 아니라 산속에 자연적으로 자생하는 코라이 닌징을 알고 있나?"
"......"
그것까진 모르는것 같았다.
"자연산 코라이 닌징을 직접 복용하면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명현 현상이라고 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어떤 사람은 잠에 빠져 들기도 한다."
"마치 석청을 많이 먹었을때와 같네요."
"석청?"
"외국에선 와일드 허니(Wild Honey)라고 부르기도 하고 카투만두 석청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 석청을 많이 먹었을때 나타나는게 명현 현상이라고 하는 증상과 비슷합니다. 심하면 죽기도 합니다."
그런게 있다는 것은 처음 들었다. 카투만두 석청이라면 이곳 티벳과 가까운 네팔의 수도가 카투만두이니까 네팔에 있는 물건같았다.
"석청이 뭐지?"
"석청은 벌꿀입니다."
"벌꿀이라고?"
석청이란것도 명형 현상이 나타 난다면 마나가 들어 있을 것이다.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그 석청이란게 어디에 있나?"
"저어, 선인님! 석청이라면 아래쪽 마을에서 전문적으로 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
마침 잘 되었다. 동충하초와 비교할수 있는 물건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석청을 얼마나 먹으면 명현 현상이 나타나는지 양을 알수 있나?"
"그, 그건 저희들은 잘 모릅니다. 워낙 비싼 물건이어서 함부로 먹지 못하거든요."
"어디서 구할순 없나?"
"석청은 나라에서 관리하는 귀한 물건으로 엄청나게 비쌉니다. 하지만 아래 마을의 빠랑개들도 따지 못하는 높은 절벽위에 있는 석청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동충하초와 비교할 석청이 필요했다. 어째든 지금은 왜 이런식으로 구분하는지 의심하고 있는 반찬드라에게 설명을 해 주어야 했다.
"이 동충하초에도 코라이 닌징이나 석청처럼 그런 약효가 들어 있다. 포함되어 있는 약효의 양에 따라 세가지로 구분해 놓은거다."
"......"
듣고 있던 모두가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한번도 들어 보지도 못한듯한 표정들이었다.
"그, 그걸 어떻게 알수 있단 말입니까?"
"내 눈에는 다 보이거든!"
"예엣?"
"믿지 못하겠다면 석청을 가져 와. 비교해 줄테니까."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할 말이다. 인간의 눈으로 그런것이 보일리가 없었다. 역시 사기꾼이다. 반찬드라는 이 미친 놈을 상대할 생각을 하자 골치가 아파왔다. 어떻게 구슬려 동충하초를 구입해야 할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슈란달 아저씨도 이미 이 자의 말에 홀딱 빠져 아무런 대꾸도 없었다. 묵묵히 지시하는 대로 따르고 있는게 무슨 사정이 있는것 같았다.
"그, 그럼 가격은 어떻게 결정할 것입니까?"
"석청을 살펴 봐야 가격을 결정할수 있을것 같다."
"예엣?"
이런 협상은 처음이었다. 저렇게 장담하는것으로 볼때 정말 저 사람의 눈에는 약효가 보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 그런식이라면 구매를 할수 없습니다."
반찬드라의 말을 들은 슈란달이나 다른 이들이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이걸 반찬드라에게 팔아야 자금을 마련할수 있는 것이다. 당황하는 이들을 슬쩍 바라 본 켄은 아쉽기는 하지만 이쯤에서 팔아야 할것 같았다. 하지만 상등급품은 높은 가격이 아니라면 팔 생각이 없었다.
"좋아. 잠시만 기다려. 이걸 다 구분한뒤에 다시 이야기 하자. 마나 서치!"
뒤돌아 마법 주문을 작은 소리로 외친후 또다시 구분 작업을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쭈그리고 앉았던 허리를 겨우 펼수가 있었다.
"으갸갸~"
겨우 끝낼수 있었다. 기지개를 한번 켠후에 등급별로 몇개나 되는지 물어 보았다.
"랑타르! 모두 몇개냐?"
"1563개입니다."
하급품이 굉장히 많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거다.
"랑티구르는?"
"657개입니다."
그럭저럭 중급품도 만족할 정도의 양이다.
"라쥬 아버지는 몇개죠?"
"125개입니다."
상급품은 적었지만 그런대로 만족스러웠다.
"그럼 모두 합쳐 2345개군."
총합계를 들은 이들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불과 일주일만에 놀랍게도 2천여개를 캔것이다. 하루에 일인당 50여개를 캐었다. 나머지는 원래 이들이 가지고 있던 것이다.
"이 하급품은 개당 5천 루피, 중급품은 개당 1만 루피, 상급품은 개당 5만 루피에 팔겠다. 가격 흥정은 없어."
"예엣?"
반찬드라는 기함을 했다. 역시 미친 놈이 틀림없었다. 어느 누구도 저런 가격으로는 매입하지 않는다.
"저, 정말 그 가격으로 팔 생각입니까?"
"그렇다니까. 상급품은 5만 루피도 너무 싸다."
반찬드라가 굳이 구입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이 동충하초를 켄이 모조리 구입해도 되었다. 마법 주머니에 들어 있는 금화로 구입하면 되는 것이다.
"구입하지 않겠다면 가라."
"일단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요. 전화를 해 보겠습니다."
서둘러 텐트 밖으로 나가는 반찬드라를 보며 아직도 입을 쩍 벌리고 당황해 하는 이들에게 입을 열었다.
"걱정마라. 반찬드라가 구입하지 않겠다고 하면 내가 말한 그 가격대로 모두 다 구입해 주겠다."
"서, 선인님께서요?"
"그래. 그 정도의 돈은 가지고 있으니까 너희들은 걱정할건 없어. 그런데 동충하초는 이제 그만 캐고 석청을 따러 가자."
"석청요? 굉장히 높은 곳에 있는데요? 빠랑개들도 길이 없어 따지 못하는걸 어떻게..."
석청에는 얼마큼의 마나가 들어 있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석청이 있는 곳으로 내려 가고 싶었다.
"그런데 빠랑개가 뭐냐?"
"아, 석청을 전문적으로 채취하는 자들을 빠랑개라고 부릅니다. 빠랑개들은 적게는 5~6명 많게는 10명정도가 뭉쳐 석청을 채취합니다. 대나무를 쪼개 엮은 밧줄을 만들어 절벽에서 늘어 뜨려 밧줄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 긴 장대 끝에 대바구니를 달고 석청밑에 바구니를 댄후 긴 대나무를 뾰족히 깎은 걸로 석청을 푹푹 찔러 바구니안으로 떨어 뜨려 바구니를 아래쪽으로 내립니다. 그런걸 반복하는데 굉장히 위험합니다. 100미터 이상의 밧줄에 매달려 따는 작업은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밧줄이 꼬여서 몸을 옥죄어 죽을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따기만 하면 엄청난 가치가 있어서 목숨을 걸고 채취하는 겁니다."
어째든 위험한 작업이라는 말이다. 대나무로 어떻게 100미터가 넘는 밧줄을 만들수 있는지는 직접 보지 않아서 모른다. 채취하는 광경을 직접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동충하초를 캘수있는 계절이라 모두 동충하초를 캐러 다닌다고 했다. 슈란달에게 석청 이야기를 듣고 있을때 전화를 끝냈는지 반찬드라가 들어 왔다.
"의뢰인이 조건부로 승락했습니다."
"조건부?"
"예. 동충하초에 정말 그런 효과가 있는지 확인만 되면 그 조건에 모두 매입하라고 했습니다."
반찬드라는 중개인은 자신이 직접 동충하초를 매입해 다른곳에 파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대리인이라는 말이다.
"그럼 명현 현상을 경험하는걸 보여 주면 된다는거지?"
"그렇습니다."
"명현 현상을 보여 주기위해선 상급품 동충하초를 사용해야 하는데 사용한만큼의 값어치도 계산해 줘야 한다."
얼마큼의 양을 사용해야 그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전혀 모른다. 석청과 비교를 해 보면 얼마나 사용하면 되는지 알수 있을 것이다.
"물론입니다."
"좋다. 그럼 석청과 비교를 해야 하기에 내일 석청을 따러 내려 간다. 넌 석청을 담을 큰통이나 비닐 봉지를 준비해 놔."
"어디로 가면 되는지요?"
반찬드라의 말에 슈란달을 바라 보았다. 석청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 주라는 것이다.
"절망의 계곡으로 갈 생각이네."
"아, 그곳에 있는 석청을 딸려고요. 그런 무리가 아닙니까? 빠랑개들도 너무 위험해 손도 대지 못하는 석청을 어떻게 딸수 있겠습니까?"
"그건 자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네."
슈란달은 선인님이라면 누구도 딸수 없는 곳에 매달려 있는 석청을 딸수 있다고 생각했다. 신기한 재주를 가지고 있는 선인님은 못하는 것이 없을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런 전 먼저 내려가서 준비를 하고 마을로 가겠습니다. 조금 늦을수도 있습니다."
"천천히 오게. 우리들도 내려 갈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보죠."
반찬드라는 바닥에 수북히 쌓여 있는 동충하초를 아쉽다는 표정으로 바라 본후 텐트 밖으로 나갔다. 의뢰인이 지시한대로 따를수 밖에 없었다. 빠랑개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에 있는 석청을 어떻게 딸수 있는지 직접 지켜 볼 생각이다.
"동충하초는 내가 보관해 두겠다. 제 값을 받을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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