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화. 동(Don) (2)
190화.
웨에에에엥!
경찰 차량으로 짐작되는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동(Don)! 피해야 할것 같습니다."
"1층으로 내려 갈수도 없는데 어디로 피한단 말이냐? 놈들이 올라 오지 못하도록 감시만 해. 경찰이 알아서 처리할꺼다."
저벅저벅.
"비켜!"
2층 계단위에서 아래를 감시하고 있는 중년인에게 비키라고 했다.
"자네! 어딜 갈려는 건가?"
"식사를 망친 놈들을 잡으러 간다."
"허허, 놈들은 총을 가지고 있네."
"총? 그런 장난감으로 뭘 어떻게 할수 있다고?"
노인의 말을 무시하고 아래층을 걸어 내려 갔다. 그러자 계단을 밟고 내려 가는 소리에 아래층에 있던 놈이 계단 윗쪽으로 총구를 내밀며 방아쇠를 당겼다.
탕.
팅.
"이 새끼들이! 헤이스트!"
팟.
실드에 막혀 튕겨져 나간 총알에 화가 난 켄은 순식간에 계단에서 사라지며 아래층으로 완전히 내려갔다. 계단 바로 옆에 한놈이 숨어 있었다. 히스패닉계의 남자가 총을 들고는 계단위를 힐끗힐끗 바라 보고 있었다.
퍽!
"컥!"
그런 놈의 뒷통수를 후려쳐 기절시키고는 다른 놈을 찾아 보았다. 역시 히스패닉계 한놈은 창문으로 밖의 상황을 살펴 보다가 동료가 쓰러지는걸 보고는 급히 총구를 켄에게로 돌렸다.
팟.
"어어?"
테이블을 아무렇게나 쌓아 올려 정문을 막아 놓은 덕분으로 이동하는데 걸리는적거리는건 없었다.
덥석.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이동한 켄은 놈의 오른 손목을 잡고는 위로 들어 올리는것과 동시에 놈의 복부를 무릎으로 찍어 넣었다.
퍽.
"욱!"
팍.
복부의 충격으로 인해 앞쪽으로 쏠리는 놈의 뒷머리를 쳐서 기절시켰다. 그런 일련의 광경에 인질이 되어 있던 1층 사람들이 입을 쩍 벌리고는 당황해 했다.
"저걸 치워!"
"아, 가, 감사합니다."
1층의 인질들중 남자들이 나서 정문을 막아 놓은 테이블과 의자들을 치우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서둘러 뛰쳐 나갔다. 그런 인질들 사이로 켄도 끼어 밖으로 나갔다. 가게밖에는 이미 경찰들이 포위한 상태로 갑자기 사람들이 뛰쳐 나오자 당황하고 있었다.
"테러리스트는 기절한 상태입니다."
인질중 한명이 경찰에게 말하자 경찰은 일제히 가게안으로 돌입했다. 경찰의 유도로 인질들은 무사히 안전한 곳으로 이동되었다. 대부분 대기하고 있던 엠블런스쪽으로 유도되었다. 그런 틈을 타 켄은 슬쩍 인질들 사이에서 멀어져 엠블런스를 지나 벗어났다. 괜히 이곳에 있어봐야 테러리스트들을 제압한게 자신이라고 알려 진다면 골치만 아플것이다.
그런것은 극구 피하고 싶었다. 경찰이 조사를 한다면 켄의 모습이 알려지게 될것이지만 이름까지는 모를것이다. 구경꾼들이 스마트 폰으로 멀리서 가게를 찍고 있었지만 TV 카메라는 보이지 않았다. 어딘지도 모른채 무작정 걸어 갔다. 그럴때에 롤스 로이스로 보이는 자동차 한대가 도로 앞쪽에 갑자기 정지했다. 조수석에서 중년인 한명이 내려 켄을 보고는 다가 오고 있었다. 가게 2층에 있었던 2명의 중년인중 한명이었다. 무슨 일로 자신을 찾아 왔는지 어리둥절했다.
"저어, 실례가 되지 않으신다면 저 차에 타 주시겠습니까?"
"내가 왜?"
"저희 동(Don)께서 찾으십니다."
동(Don)이라는 사람이 이 중년인이 경호하고 있었던 노인이다. 그 노인과는 전혀 안면도 없는데도 자신을 찾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어서 오게."
뒷좌석에 올라 타자 노인이 반갑게 인사를 해왔다.
"자네 덕에 무사할수 있었네. 감사하네."
"감사할건 없어. 총들고 설치는 놈들이 맘에 들지 않았을뿐이니까."
"허허허. 어째든 자네 덕에 무사한건 사실이지 않는가?"
"근데 무슨 일로 보자고 한거지?"
놈들을 처리해 주었다고 감사 인사를 할려고 부른건 아니라고 생각되었다.
"우선 못다한 식사를 대접하고 싶네. 함께 가겠나?"
"할일도 없는데 그러지 뭐."
롤스 로이스는 정말 편했다.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롤스 로이스는 뉴욕을 벗어나 한적한 곳으로 들어 섰다. 주택가로 들어 선것 같았다. 언덕을 조금 올라가자 거대한 정문이 저절로 열렸다. 집이 얼마나 넓은지 정문에서 한참을 타고 안으로 계속 들어갔다. 몇개의 건물을 지나쳐 거대한 건물앞에 멈추었다. 왼편에는 분수대가 물을 뿜어내고 있었고 오른쪽에는 길이 100미터는 될것같은 4층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저택에 이 노인이 살고 있는것 같았다.
"다 왔네. 내리세."
경호원들이 문을 열어 주었다.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뒤뚱거리며 앞서 갔다. 가게에 앉아 있을땐 몰랐었는데 노인은 오른쪽 다리를 조금 절고 있었다. 그뒤를 털레털레 따라 가며 집 구경을 했다. 저택 정문에는 좌우로 몇명의 사내들이 도열해 노인에게 깎듯이 인사를 했다. 분위기로 보아 무슨 조직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저택안은 복도부터 벽까지 대리석으로 치장되어 굉장히 깨끗하게 느껴졌다. 벽에는 그림이 걸려져 있으며 복도 중간중간에는 이름 모를 화초들이 놓여져 있었다. 노인을 따라 엘레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 갔다. 4층의 응접실로 보이는 곳으로 안내된 켄은 노인을 따라 의자에 앉았다. 서구풍 안티크 냄새가 물씬 풍기는 테이블과 의자였다. 벽한쪽의 책상 서랍같은것 위에는 꽃병에 꽃이 한가득 꽂혀 있었다.
"난 빈센트 바다라멘트라고 하네. 빈센트라고 부르시게."
"갓 핸드다."
"갓 핸드? 특이한 이름이구만."
"남들이 그렇게 불러."
짝짝.
빈센트라는 노인이 손뼉을 가볍게 치자 시녀로 보이는 여자가 커피를 내왔다.
"자, 들게."
"음, 향기가 좋네."
무슨 커피인지는 모르지만 향기로웠다.
"잠시후에 식사가 나올걸세. 그런데 한가지 물어 봐도 되나?"
"......"
"자넨 뭘 하는 사람인가?"
"나? 백수야."
솔직히 말해 주었다. 하는 일도 없이 빈둥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백수?"
"직업이 없다는 뜻이야."
"아메리카에 살고 있나?"
"지구에 살고 있지."
애매할것이다. 어느 나라에 사는지는 일부러 말해 주지 않았다. 이런 거대한 저택에 살고 있다면 어느 정도 힘이나 재력도 갖추고 있을 것이다. 이런 자가 한국에 살고 있다고 솔직히 말해 버리면 자신을 찾을려고 한국을 들쑤시고 다닐지도 모른다. 이 노인의 눈을 보고 알아 차렸다. 자신이 평범하지 않다는것을 이 노인은 알고 있는것 같았다. 연륜이랄까. 나이를 먹으면 사람보는 눈이 달라진다고 했다. 이 노인과 엮이면 뭔가 골치 아픈 일이 생길것 같았다.
"자네, 우리 일좀 도와 주겠나?"
"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일감을 주겠다고 했다. 뭘 믿고 이런 말을 꺼냈는지는 모르지만 어떤 일인지 궁금했다.
"보수는 달라는대로 다 주겠네. 대신 한가지 일만 확실히 처리해 주게."
"무슨 일?"
"지금부터 하는 말은 절대로 비밀이네. 일을 맡지 않는다고 해도 반드시 비밀을 지켜 주어야 하네."
"걱정마. 입은 무거운 편이니까."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이게 노인의 수작인지도 모르지만 어떤 일인지 들어 보고 싶었다.
"자네는 뉴욕 5대 마피아 조직을 아나?"
"아니, 마피아가 있다는 것만 알아."
"조금 설명이 필요하겠군."
노인이 마피아에 대해서 간략하게 말해 주었다. 뉴욕에는 5개의 큰 마피아 조직이 있다고 했다. 감비노, 제노베제, 보난노. 콜롬보, 룩케제 가(家)라고 하는 5개의 조직이 뉴욕의 밤을 장악하고 있으며 그중 감비노와 제노비제 가(家)가 가장 큰 조직이라고 했다.
노인은 자신이 보난노 가(家)의 동(Don)라고 했다. 동(Don)은 마피아의 보스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마피아 조직들간의 분쟁은 끊임이 없었다. 그런 조직들간의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5대 가문이 모여 커미션이라는 특별 운영 위원회를 조직해 분쟁 해결을 위해 대화를 하지만 주도권은 항상 감비노와 제노베제 가(家)에게 있었다. 다른 3개의 조직은 그들 2개의 조직에 항상 양보할수 밖에 없는 입장으로 전락해 더이상 감비노와 제노베제가 가(家)를 두고 볼수 없어 2개중 한조직의 동(Don)을 암살해 달라고 했다.
"암살? 내가 왜?"
"자네라면 뭐든 할수 있을것 같은 느낌이더군."
이 노인은 자신의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느낌이 맞아 떨어 진것이지만 마피아 조직간의 분쟁에 끼어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렇다고 나하고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을 죽이고 싶진않아."
"허허허, 그런가. 혹시라도 마음이 바뀌면 연락하게."
보난노 가(家)의 보스인 빈센트라는 노인이 명함 한장을 건네 주었다. 연락할일은 없다고 생각하며 명함을 간수하자 식사가 들어 왔다. 이곳에서도 스테이크였다.
"자, 들게."
큼지막한 스테이크를 잘라 먹으며 와인까지 곁들였다. 가게에서 먹었던 스테이크보다 더 맛있었다. 전속 요리사라도 있는듯했다. 요리 장식들이 고급 레스토랑에 내놓아도 좋을 정도였다.
"그런데 다리는 왜 절고 있지?"
"음, 예전에 다쳤다네."
"고쳐 줄까?"
"허허허, 농담이라면 관 두게."
빈센트는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암살 의뢰를 부탁한것에 대한 반발일지도 몰랐다. 평범한 자였다면 절단을 냈을테지만 왠지 이 자는 뭔가 있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름도 특이했다.
'이름? 음...'
지금 불리고 있는 이름이 갓 핸드라고 했다. 다른 사람이 그렇게 부를 정도라면 이 자는 신의 손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자네 이름이 갓 핸드라고 했나? 왜 그런 이름인지 물어 봐도 되겠나?"
"갓 핸드라는 이름으로 불리울 정도라면 이 손으로 뭘 할수 있을까 생각해 봐."
"음, 정말 치료를 할수 있단 말인가?"
"믿지 않는 사람에겐 힘들게 나설 생각은 없어."
정말이다. 거의 공짜나 마찮가지다. 마나를 소모하긴 하지만 시간만 지나면 마나는 서서히 회복된다. 누구와 전쟁을 하는것도 아니어서 마나를 항상 만땅으로 채워 놓지 않았도 되었다. 매일 마나를 엄청나게 사용하는것도 아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밤마다 정령들에게 지구 구경을 시켜 주는 일이다.
"그럼 부탁하겠네."
"공짜로?"
"뭘 원하나?"
"이렇게 하지. 절고 있는 다리만 치료해 주는것과 다리는 물론 10년은 젊게 만들어 주는 것중에 어느것을 택해 어느 정도를 지불할지 말해 봐."
한조직의 보스라면 부자일것이다. 이 저택만 보더라도 재력이 상상될 정도다.
"정말 젊어지게 할수 있단 말인가?"
"안 믿으면 관 두겠다."
"아, 아니네. 해 주게. 치료비는 달라는대로 다 주겠네."
빈센트는 이제야 알수 있었다. 갓 핸드라는 이 자의 말이 거짓은 아니라고 확신했다. 마피아의 보스앞에서도 기가 죽거나 움추려들지도 않았다. 항상 당당한 말투로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이런 자는 자신의 말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치료할지는 모르지만 신의 손으로 불리는 사람이라면 손으로 어떻게 하는것 같았다.
"치료비는 알아서 줘. 그리고 한가지 더 부탁할게 있어."
"뭔가?"
"로스 엔젤레스의 다운타운에 스컬 갱단이라는 작은 조직이 있어. 그 조직 보스가 크롬인데 그 자가 다운타운에 대형 마트를 세울려고 해. 그 자를 도와줘. 내가 보냈다고 하면 반겨 줄꺼야."
"알았네. 그런거라면 문제없네."
보난노의 동(Don)이라는 빈센트는 뭐든 다 해줄 기세였다. 젊어 진다는 말에 안달이 난것이다. 하긴 늙으면 두번 다시 되돌릴수 없는게 젊음이다.
"식사를 다 했으면 침대가 있는 곳으로 안내해."
"그럼세."
문을 나서자 문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부하들이 따라 붙었다. 같은 4층의 거대한 방의 한쪽 문안에 침실이 있는 구조였다.
"편히 누워."
부하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치료가 시작되었다.
"우선 다리를 먼저 치료한 후에 정말 치료가 되었는지 확인한 후에 몸을 깨끗하게 해 주지."
엔다이론의 치료 능력은 나날이 늘어갔다. 치료에 할애하는 시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었다.
"끝났어. 다리를 확인해 봐."
"정말인가?"
다친 다리위에 손만 흔들고 있었는데 치료가 되었다고 했다. 다리에 이상한 감각을 느끼긴했지만 그것만으로 치료가 되었다는 것은 믿을수가 없었다.
"걸어 봐. 처음엔 몸이 적응되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절게 되겠지만 절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순간 다리는 절지 않게될꺼야."
반신반의하면서 빈센트는 침대에서 일어나 천천히 발을 떼었다.
절뚝.
"응?"
뭔가 이상했다. 다리를 저는 느낌이었지만 이상했다. 한발 두발씩 점점 발을 옮길때마다 느낌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점점 더 빨리 걸어 가자 확신할수 있었다. 다리를 절지 않는 것이다.
"도, 동(Don)! 다리를 절지 않습니다."
부하들도 놀란 표정들이었다.
"허허허, 고맙네. 이게 얼마만인지 모르겠군."
감회에 젖은듯한 빈센트는 켄에게 몇번이나 고맙다고 했다.
"다시 누워. 젊어지게 해 줄테니까."
"허허허, 부탁하겠네."
치료가 확실하다는 것을 확인인 빈센트는 기대감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하지도 못한채 침대에 누웠다. 그런 빈센트에게 엔다이론과 샐라임을 불러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모아 태우게끔 했다.
- 작가의말
오타 지적이나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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