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화. 라이슈(2)
319화.
아슈린과 라이슈도 스테이크를 시켰다. 큼직한 스테이크가 나왔지만 감자 튀김이나 당근같은것도 없이 달랑 스테이크 한개 뿐이었다. 그런 스테이크를 자를 나이프도 없이 포크 한개만 놓여져 있었다. 포크로 스테이크를 찍어 입으로 가져가 뜯어 먹는식이다. 귀족들이 아닌탓이었다. 평민들이 귀족들처럼 칼로 잘라 포크로 찍어 먹는 모습을 귀족이 본다면 경을 칠것이다. 평민은 평민대로 식사법이 존재하는 세상이다. 로브 소매안에 아공간을 열어 작은 나이프를 꺼내 스테이크를 잘라 입으로 가져갔다.
"우욱!"
노린내가 진동했다. 전갈까지 생으로 씹어 먹던 생활을 했을땐 이런것쯤은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요즈음 편안한 생활로 입맛이 달라진것이다. 도저히 먹지 못할 정도였다.
"왜요? 입맛에 맞지 않아요?"
아슈린과 라이슈는 잘도 먹고 있었다. 입맛이 싹 사라졌다. 바르카 차를 한모금 들이키며 입을 헹구었다.
'아! 이런 방법이 있었군.'
좋은 방법이 떠 올랐다. 바르카 잎이 들어 있는 자루를 열어 잎을 꺼냈다. 아슈린이나 라이슈는 차를 끓여 마실려고 꺼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사사삭.
이미 부서져 있는 바르카 잎을 서로 부벼 스테이크 위에 뿌렸다. 그런 행동을 둘은 유심히 바라 보고 있었다. 다시 스테이크를 잘라 먹어 봤다. 여전히 노린내는 났지만 그렇게 심하진 않았다.
"너희들도 이런식으로 해봐."
둘도 똑같이 따라하고 먹어 본후 놀라워했다. 새로운 발견이었다.
"주인장! 이리와 봐. 이걸 한번 먹어봐."
스테이크를 한점 먹은 젊은 주인은 눈이 동그래졌다.
"내일 저녁은 이렇게 해. 스테이크 고기에 이 바르카 잎을 가루내서 뿌린후 구워. 그러면 노린내가 사라질꺼야."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라이슈에게 바르카 잎 대금으로 5골드를 주었다. 원래는 온전한 잎은 3골드라고 했지만 상품 가치가 없는 탓에 1골드만 받을려고 했었다. 그런 라이슈에게 마차를 잘 몰라고 하며 5골드를 준것이다. 그런 5골드로 동대륙으로 가져 가서 팔 물건을 사라고 했다. 양은 얼마든지 상관없다며 살수 있는 만큼 사라고 하자 아침 일찍 여관을 나선 라이슈는 등에 큰짐을 지고 저녁 늦게나 여관으로 돌아 왔다. 역시 저녁 식사로 나온 스테이크는 노린내가 덜했다.
"라이슈! 부서진 바르카 잎은 다 버리나?"
"그렇습니다."
"그럼 동대륙으로 가면 그런걸 모두 모아 가루로 만들어 식당에 팔아 넘겨. 그리고 주인장은 이곳에서 부서진 바르카 잎을 구입해 이런식으로 해서 스테이크를 만들어 팔면 장사가 잘 될꺼야."
"아! 감사합니다."
주인장은 얼굴이 환해졌다. 새로운 방법을 안것이다. 드디어 동대륙으로 출발할 아침이다. 그동안 켄은 방에 틀어 박혀 사탕을 감싸고 있는 비닐을 벗겨 밀가루에 묻혀 놓고 작은 나무통에 가득 넣어 두었다. 밀가루를 묻혀 두면 사탕이 녹아 서로 달라 붙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덜컹거리는 마차에 학을 뗀 관계로 아티팩트를 만들었다. 에어 쿠션이라고 명명된 아티팩트는 직사각형의 판자에 에어 마법진과 실드 마법진을 그려 놓은 간단한 것이다. 판자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어를 실드로 감싼 형태다. 그런 아티팩트를 두개 만들었다.
*******
아침 일찍 여관을 나오자 라이슈가 마차를 대동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 위에는 짐이 한가득이었다. 마차 뒤에는 라이슈의 짐말 고삐가 묶여 있는 상태였다.
"라벤느! 선물이다."
"뭐에요?"
"네가 좋아 하는거다. 아껴 먹어야 한다. 절대로 꿀꺽 삼키면 않돼."
나무통을 열어본 라벤느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동그스럼한 하얀 구슬같은게 가득차 있었기 때문이다.
"한개를 입에 넣어봐."
오물오물.
"아! 달아요. 사탕이라는 거죠?"
"그래. 아껴 먹어라."
"예."
라벤느의 얼굴이 환해지며 행복해 하고 있었다. 사막으로 향하는 출구쪽에는 이미 짐수레들이 셀수 없을만큼 많이 대기하고 있었다. 행렬이 너무 긴탓으로 모든 수레가 밖으로 나갈때까지 기다릴수 밖에 없었다.
"이게 아티팩트라고요?"
"그래. 에어 쿠션이라고 이름 붙였다."
"예엣? 그, 그럼 직접 이걸 창조한것이란 말이에요?"
"창조는 아니고 고안한거다."
창조나 고안이나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물건을 만든것에 아슈린이 놀라워했다.
"너도 고서클 마법사가 되면 이런걸 고안해 낼수 있을꺼다. 그러기 위해선 책을 많이 읽어 지식을 쌓아라."
"예."
사막으로 나간건 점심 나절이 되어서였다. 라이슈가 상단을 바짝 따라 가는건 피해야 한다는 의견을 듣고 그러도록 한것이다. 괜히 저들과 트러블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다. 자신들을 따라 올려면 보호비를 내라니 어쩌니 할것이기 때문이다. 그들과는 먼거리를 두고 따라 갔다. 한달간의 먼여정이 시작되었다. 첫날밤이 되자 라이슈가 경악하고 있었다. 아슈린은 이미 본적이 있는 텐트였다. 그런 텐트치는 법을 라이슈에게 자세히 알려 주었다. 다음날부터는 라이슈가 해야 하는 일이다.
- 샐라임! 잠시 돌아가 있어. 다른 정령들을 불러 줘야겠다.
샐라임외에는 아직 다른 정령들은 한번도 소환하지 않았다. 차례대로 정령들을 불러 보았다. 어둠의 정령인 타냐스까지 무사히 모두 소환되었다. 노에스에게는 근처의 전갈을 모두 멀리 내다 버리라고 했다. 혹시나 해서였다. 텐트안에서 아공간을 열어 처음 이계로 왔을때 만들어 놓았던 온도 조절 아티팩트 반지를 꺼내 손가락에 끼웠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사막에서도 이 반지만 있으면 아무런 문제도 없다. 저녁 식사는 간단하게 식빵으로 해결했다. 딸기잼을 처음 보는지 신기해 하면서 달콤함에 매료되어 아슈린과 라이슈가 병에 들어 있는 잼을 모조리 비워 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자아, 너희들도 이걸 한개씩 끼어라."
"혹시 아티팩트에요?"
"그래. 온도 조절 마법이 걸려 있는거다."
"아! 감사해요."
라이슈는 깜짝 놀라며 자신에게도 줄지는 몰랐다는듯 눈물을 글썽거렸다. 젊은 놈이 눈물이 많은것 같았다. 빌려주는 거라며 동대륙에 도착하면 돌려 달라고 말해 놓았다. 텐트는 모두 3개다. 한명씩 텐트안으로 들어가 야전 침대에 누워 잠을 자면 된다. 불침범도 필요없었다. 아슈린에게 마법 공부도 할겸 알람 마법을 설치하라고 했다. 가장 기본적인 마법인 알람 마법은 상행할땐 늘 하던 일이라며 능숙하게 설치를 했다. 물도 아슈린이 워터 마법을 펼치면 언제든지 원하는 만큼 얻을수 있었다.
"라이슈! 동대륙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 봐."
"예. 동대륙에는 모두 8개의 크고 작은 왕국이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니루이스란 왕국외에는 역사는 그리 길지 않는 신생 왕국들입니다. 길게는 500년에서 30년 사이에 건립된 왕국으로 지금도 서로 전쟁을 하지 못해 안달인 상황입니다."
토르치 왕국, 로드 왕국, 크루스 왕국, 슈테판 왕국, 피오트르 왕국, 발락 왕국, 마르브렌 왕국, 니루이스란 왕국 이렇게 8왕국이 존재하고 있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왕국은 니루이스란 왕국밖에 없었다. 동쪽 끝에 위치하는 니루이스란 왕국도 한번도 가 본적이 없어 어떤 왕국인지 자세히는 모른다. 이미 500년이 시간이 흐른 상태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이 대륙에서 왕국이 흥하고 망하는건 일상다반사다.
"브리보아 왕국은 언제 망했냐?"
"브리보아 왕국이라니요? 그런 왕국도 있었습니까?....잘 모르겠습니다."
라이슈도 모를 정도로 예전에 멸망했다는 것이다.
덜컥덜컥.
돌멩이가 많은 사막인 탓으로 마차가 덜컹거렸지만 아무런 문제는 없었다. 에어 쿠션덕으로 편안하게 이동하고 있었다. 마차안에서 아슈린에게 마법을 강의해 주는것도 쉬운일이 아니다. 매일 할일이 없어 하는 짓이지만 1서클인 아슈린이 알아 듣게 쉽게 설명하는것도 고역이었다.
이 죽음의 사막은 파이츠 무역 도시에서 일직선으로 이동하면 15일만에 로드 왕국에 도착한다. 하지만 그곳은 모래 사막으로 샌드웜이 서식하고 있어 누구도 지나가지 않는다. 샌드웜을 피해 빙 둘러 건조 사막으로 이동하는 탓으로 한달이나 걸리는 것이다. 그런 지루한 이동이 20여일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멀리 앞쪽에서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상단쪽에 문제가 생긴것 같았다.
- 실라이온! 살펴 보고 와.
잠시후 돌아온 실라이온이 보고를 했다.
- 용병들과 마적들로 보이는 자들이 싸우고 있어요.
실라이온을 돌려 보내고 어떻게 할지 판단을 내려야 했다.
"저 앞의 상단이 습격당한것 같다."
"어쩌죠? 호위가 200명이 넘는 큰상단을 습격할 정도라면 마적들의 수가 많을꺼에요."
아슈린의 말대로 마적들의 수는 엄청 많았다.
"라이슈! 이곳에 마적이 출몰하나?"
"무, 물론입니다. 라이브 상단을 습격한 마적단은 아마 사막의 울프라는 마적단일겁니다."
사막의 울프는 대규모 마적단으로 옛 바스티안 왕국의 잔당들이 모인 마적단이라고 했다. 30년전부터 활동하는 자들로 지금도 바스티안 왕국을 되찾기 위해 활동하며 사막을 횡단하는 상단을 자주 습격하는 무리로 그들에게 걸리면 대부분 죽는다며 라이슈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음, 너희들은 어쩌면 좋다고 생각하냐? 저 상단을 도와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지켜 보고만 있어야 할지 의견을 말해 봐."
"도, 도주해야 합니다."
"도와 줘야죠."
둘이 거의 동시에 말했지만 의견이 갈렸다. 아슈린과 라이슈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며 민망해 했다.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 다녀 올께. 아슈린! 무슨 일이 발생하면 하늘로 라이트 마법을 쏘아 올려. 블링크!"
몇번의 블링크로 이동해 상단이 습격당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붉은 흙먼지가 풀풀 날리며 누가 누군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 오며 비명도 난무하고 있었다. 땅바닥 곳곳에는 붉은 피가 넘쳐 흐르는 전쟁을 방불케했다.
"파이어 볼!"
음성 증폭 마법을 시전하고 파이어 볼을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던져 버렸다.
꽈꽈꽈꽈꽈꽈꽈꽈꽈꽝!
일단 싸움을 중단시킬 필요가 있었다. 작은 파이어 볼 10개를 시전해 바닥으로 던져 버리자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히이이이힝!!"
여기저기서 놀란 말들이 긴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원드!"
자욱한 붉은 흙먼지를 바람으로 날려 버리며 플라이 마법을 시전해 하늘로 떠 올랐다.
"모두 멈춰라."
음성 증폭 마법에 의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진 외침에 귀를 막으며 비틀거리고 있던 자들이 일제히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마차들로 큰원을 그린듯 안쪽에는 상인들과 짐꾼들이 초조함과 불안감에 떨고 있었으며 마차 밖에는 용병들이 말을 타고 있는 마적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용병들이었다.
"마, 마법사! 마법사다!"
"와아아아~~!!!"
상인들과 짐꾼들이 하늘을 올려다 보며 환호성을 질러 대었다.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마법사가 온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마적들은 모두 무기를 버리고 말에서 내려!"
마적들은 일제히 한사람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수염이 덥수룩한 놈이 마적들의 리더같았다.
"모두 흩어진다. 가랏!"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리더의 지시에 일제히 마적놈들이 뿔뿔히 흩어지기 시작했다. 저 놈들을 모조리 죽일까도 생각해 봤지만 그냥 내버려 두었다. 일을 크게 벌리면 소문이 점점 불어나 또다시 드래곤이 찾아 올지도 모른다. 흩어지는 마적들을 지켜 보며 놈들이 멀리 사라지자 타고 온 마차가 있는 곳으로 텔레포트했다.
"어, 어떻게 되었습니까?"
"마적들은 도주했다. 상단이 수습을 하고 다시 출발할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린다."
오래 기다리진 않았다. 또다시 마적들이 습격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출발을 서두른것 같았다. 그런 상단을 천천히 따라 가고 있을때 라이슈가 큰소리로 불렀다.
"켄님! 앞쪽에서 용병들로 보이는 5명이 달려 오고 있습니다."
마차 앞에 달린 작은 창문을 열고 확인하자 5명이 말을 타고 달려 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 또 발생한것 같았다.
투투투투투!
"멈춰라! 너희들은 뭔데 상단을 따라 오는 것이냐? 마적들과 한패냐? 너희들이 마적들에게 정보를 흘린 놈들이 틀림없어. 모두 내려라."
강제로 마차를 세운것은 물론 누명까지 뒤집어 씌우고 있었다. 은(恩)을 원(怨)으로 갚는 놈들이다.
벌컥!
"다시 말해 봐라! 뭐? 우리들이 마적과 한패라고?"
"허억! 마, 마법사!"
"좀전의 그 마법사다."
마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깜짝 놀란 놈들이 당황하고 있었다.
"모두 내려!"
겁을 먹은 용병놈들이 급히 말위에서 뛰어 내렸다.
까닥까닥.
손짓으로 오라고 했다.
짜악!
"컥!"
후다닥 달려온 놈들중 마적과 한패라고 소리친 놈의 뺨을 후려쳐 버렸다.
"이 새끼야! 뭐? 마적과 한패라고? 무슨 근거로 그런 망말을 지껄인거냐?"
"그, 그게...죄, 죄송합니다. 몰라 뵈었습니다."
퍽!
"윽!"
놈의 복부에 오른발을 박아 주며 다시 추궁했다.
"내가 만약 마법사가 아니라면 어쩔 생각이었냐? 끌고 가서 죽일 생각이었냐?"
"아, 아닙니다. 그냥 어떤 자들이 따라 오는지 확인하라고 해서..."
"그럼 새꺄! 확인만 하면 됐지 왜 협박이냐? 죽을래?"
"사, 살려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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