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화. 능력자 피터(1)
243화.
- 샐라임! 이곳을 모조리 태워 버려.
- 호호호, 맡겨 주세요.
화르르르.
꽈지지직.
퍼퍼퍼펑.
샐라임이 긴 불꽃을 생성시키며 돌아 다니자 원통들이 깨지며 제작중인 클론들이 바닥으로 쏟아져 나왔다. 클론중에는 완성 직전의 놈들도 있었지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은채 화염에 휩싸일수 밖에 없었다.
- 실라이온! UFO같은건 없어?
- 없어요. 연구실 같은건 많이 있지만 그런 물건은 어디에서도 찾을수 없었어요.
연구실이라는 곳의 물건을 회수할까 하다가 그만 두었다. 피터까지 딸린 몸이었다. 지금은 이곳을 완전히 파괴하고 무사히 나가는게 급했다.
- 샐라임! 지하를 모두 돌아 다니며 모조히 파괴해 버려.
- 애들을 불러 내도 되요?
- 물론이야.
신이 난듯한 샐라임은 하위 불의 정령들을 불러내 이곳저곳으로 보내고 있었다.
퍼퍼퍼펑.
폭발음과 검은 연기는 물론 후끈한 열기가 지하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피터! 가까이 와라."
"예."
모습을 드러낸 켄은 피터에게 인비저빌리티 마법을 걸어 주고는 자신의 몸에도 시전한후 워프 마법으로 기지 밖으로 이동했다.
- 피터! 놀라지 말고 듣고만 있어. 네 머리속에 직접 말을 하는거다. 지금 네 모습은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는 상태다. 다만 말소리는 들릴테니까 절대 아무런 말도 하지마.
믿기지 않는 말에 피터는 자신의 몸을 살펴 보았지만 평소대로 눈에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있을 주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놀라운 일은 이곳은 지하가 아니라는 것이다. 순식간에 지상으로 이동해 온것이다. 저 뒤로는 군인들이 포위한 상태다. 이곳에서 만약 모습을 드러낸다면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 버릴것이다. 아무리 능력자라지만 방어에는 한계가 있다. 저 많은 군인들을 상대로 정면으로 부딪혀 이길순 없다. 믿기지 않지만 군인들의 반응으로 볼때 자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것이라고 확신할수 있었다.
'대체 능력이 몇개야?'
방금 텔레파시를 시전했다. 역시 차원이 다른 능력자다.
쿠꽈꽈꽈꽈꽝.
기지쪽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려 오며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잠시후 샐라임에게 지하 기지를 완전히 파괴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 다시 이동할테니까 조용히 있거라. 워프!
라스 베가스로 이동했다. 원주민인 아로마가 캠핑을 했었던 곳이다. 이곳은 허허벌판이다.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곳이어서 감시 카메라도 없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피터는 저 멀리 화려한 불빛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이곳이 어딘지 전혀 짐작조차 할수 없었다.
"이곳은 어디입니까?"
"라스 베가스 외곽이다."
"라, 라스 베가스 외곽이라고요?"
퍽!
"악!"
"반문하지 마라."
피터의 뒷통수를 때려 주었다. 노예 주제에 주인에게 반문하는 놈은 있을수 없다. 장거리 공간 이동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피터는 다시 한번 놀랄수 밖에 없었다.
"저어...한가지 물어 봐도 되겠습니까?"
"핸드라고 불러. 뭔데?"
"핸드님! 제가 왜 핸드님을 자꾸 주인이라고 생각하게 되는지요? 무슨 이유가 있는 겁니까?"
"그거? 네가 노예 계약에 스스로 도장을 찍었잖아."
피터는 입을 쩍 벌릴수 밖에 없었다. 읽지도 못하는 처음 보는 글자가 적혀 있는 종이에 피를 떨어 뜨린게 노예 계약이라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계약같은건 함부로 하는게 아냐."
"......."
속았다. 사기를 당한 느낌이었다. 피터는 그때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어쩔수없이 계약을 했다. 하지만 그 계약이 노예 계약이라고는 전혀 몰랐다.
"넌 피의 계약을 한 이상 평생 주인에게 대들수도 없고 노예에서 벗어 날수도 없어."
"그, 그럼 지하에서 갑자기 머리가 깨질듯 아파 온것이 설마 노예 계약때문이라는 말인지요?"
"그래. 그때 네놈 영혼이 소멸되지 않은걸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만약 네가 날 죽일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넌 지금 이 자리에 있을수도 없을것이다."
노예 계약에 그런것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지하에서 교관의 명령에 어쩔수없이 공격하는 시늉을 했다. 그럴때에 갑자기 머리가 깨질듯했다. 그 이유가 노예 계약때문이란걸 이제야 알수 있었다. 대체 어떤 계약서이길래 그런 것이 가능한지 믿기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믿지 않을수도 없었다.
"네 얼굴을 바꾸어야 한다."
"옛?"
"네 얼굴을 알고 있는 자들이 있잖아?"
"그, 그렇습니다."
피터가 이대로 돌아 다닌다면 켄까지 발각될 우려가 있었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
엔다이론을 불러 피터의 얼굴을 개조했다. 굳이 수술대에 누워 얼굴 성형을 할 필요도 없이 엔다이론이 직접 얼굴 근육을 바꾸어 전혀 다른 얼굴로 만들어 버리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조금 각이 진 얼굴을 날렵한 모양으로 바꾸고 턱뼈까지 깎아 평범한 얼굴로 바꾸어 놓았다. 또한 지문까지 바꾸어 버렸다. 혹시나 지문으로 인해 들킬 우려까지 사전에 차단해 버린것이다. 이제는 제대로 된 신분증이 필요했다.
"다시 이동한다."
"어디로요?"
퍽.
"윽!"
"반문하지 말랬지?"
입이 쏙 들어간 피터는 입을 닫을수 밖에 없었다. 무턱대고 뒷통수를 후려치는 주인에게 한마디 할려고 했지만 노예 계약이란걸 알아 버린 이상 대들수도 없었다. 아마 대드는 수위에 따라 고통이 달라 질것으로 판단되었다. 정말로 죽일 생각으로 공격한다면 진짜로 영혼이 소멸될것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어느 한곳을 부러 뜨릴 생각으로 공격한다면 심한 두통이 엄습해 올것이라고 제멋대로 생각했다. 그 생각이 옳은것인지 아는지는 모른다. 그렇다고 실험해 보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워프!"
스컬 갱단이 본부로 사용하는 창고 사무실 앞으로 이동했다. 사무실안에는 크롬 일당들이 감지되었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 가자 안에 있는 놈들이 문쪽으로 눈을 돌려고는 켄을 알아 보고는 자리에서 모두가 벌떡 일어났다.
"오, 오셨습니까?"
"어서 오십시요."
"잘 지내나?"
"그렇습니다."
털썩.
소파에 걸터앉은 켄은 크롬이 반대편 소파에 앉자 켄 옆에 서 있는 피터를 소개하며 신분증을 한개 만들어 달라고 했다.
"만들수 있지?"
"문제없습니다."
"그리고 대포폰도 한개 준비해 줘."
"알겠습니다."
크롬에게 백만 달러를 꺼내 주었다. 이 정도면 신분증은 충분히 마련할수 있을 것이다.
"충분합니다."
피터의 얼굴을 스마트 폰으로 찍은후 크롬은 부하에게 지시를 했다. 지시를 받은 부하는 밖으로 서둘러 나가고 있었다.
"언제까지 준비가 되냐?"
"적어도 일주일은 필요합니다."
"좋아. 신분증이 완성되면 연락해."
크롬의 말로는 대형 마트는 일주일 후에 오픈을 한다고 했다. 준비는 이미 다 끝났으며 오픈 일만 기다리고 있었다. 신분증을 받으러 와서 마트도 들러 보겠다는 말을 해 주고는 피터와 함께 사무실을 나섰다.
"다시 이동한다. 워프!"
이번엔 뉴욕의 집으로 이동했다. 몇번이나 워프 마법을 시전한 탓으로 조금 피곤했다.
꿀꺽꿀꺽.
마나 포션을 들이키고 마나를 보충하고 엔다이론이 만들어 놓은 특별한 생수를 들이키자 이제야 살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도 피곤하면 저 생수를 마셔. 특별한 생수다."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피터는 생수를 마셨다. 그러고는 놀란듯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 생수에 담겨있는 무언가를 느낀것인지 몸속의 변화를 느낀것인지 특별한 물건이라는것을 알아 차린것이다.
"일단 네 얼굴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저 방에 들어가 거울을 보고 확인해 봐."
"해, 핸드님! 이, 이게 제 얼굴이라고요?"
퍽.
"아얏!"
"반문하지 말랬지? 거울 안봤어? 봤으면 그게 네 얼굴이잖아. 임마."
"......."
피터는 아무런 말도 할수 없었다. 무슨 말을 하면 또 뒷통수를 때릴게 틀림없었다.
"일단 앉아. 한잔 하자."
피터가 방으로 들어 갔을때 테이블위에 술을 세팅해 놓았다.
"한잔해."
위스키를 서로 한모금씩 하고 피터에게 본격적으로 질문을 했다.
"넌 어디에서 만들어졌냐?"
"...음, 제가 정말 클론입니까?"
"그럴꺼다. 능력자는 클론이 대부분이었다."
"그럼 어떤 능력자의 유전자를 가지고 클론을 만들었을까요?"
그건 전혀 생각도 해 보지 않았다. 지금까지 클론으로 추정되는 능력자들은 네가지 유형이었다. 손에 포스를 뭉쳐 발사하는 스타일과 화염과 냉기를 발산하는 능력, 총알에 포스를 담아 발사하는 능력자만 만나 보았다. 또 다른 능력자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런 능력을 사용하는 능력자가 있어야 똑같은 클론을 만들수 있을 것이다. 급히 확인해 보고 싶은것이 생각났다.
"아공간 오픈!"
아공간을 열어 방송국에서 사용하는 큰 카메라를 꺼내 재생시켰다. 패터슨 공군 기지 지하에서 클론을 제작하는 시설을 녹화한 장면이다. 길쭉한 원통안에 들어 있는 클론들의 얼굴이 몇이나 다른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음."
피터는 주인의 머리위에 시커먼 공간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다. 저게 무엇인지 알수 없지만 저 안에서 물건을 꺼내거나 집어 넣는 창고같은 역활을 하는 것으로 짐작되었지만 저것도 주인의 능력의 일부분이라고 생각되었다. 너무 편리한 창고가 부러웠다. 어떻게 저런걸 생성시킬수 있는지 주인에게 가르켜 달라고 할 생각이다. 부탁을 들어 줄지 아니면 뒷통수에 불똥이 튈지 모르지만 그런것쯤은 얼마든지 감수할수 있을만큼 부러운 능력이다.
"모두 똑같네."
패터슨 공군 기지에서 제작되고 있는 클론은 한종류밖에 없었다. 아마 포스를 뭉쳐 쏘아내는 능력자를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그런 능력자가 지금까지 가장 많았다. 카메라를 아공간에 집어 넣고 해제시키자 피터가 조심스럽게 물어 왔다.
"저어...핸드님! 조금전의 검은 창고는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 주실순 없는지요?"
"넌 무리다. 하지만 비슷한것은 가지고 있다."
다시 아공간을 열어 마법 주머니 한개를 꺼내 피터에게 건네 주었다.
"주머니?"
겉보기에는 가죽 주머니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직사각형의 모양의 주머니로 위쪽에 끈이 달려 있어 서로 잡아 당기면 닫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평범한 주머니가 아냐. 그 안에 손을 넣어 봐."
쑤욱.
20센치 남짓한 주머니안에 손을 집어 넣은 피터는 의아해 했다. 바닥이 손에 닿지 않는 것이었다.
"어? 이상하네."
손을 점점 더 깊이 집어 넣어도 바닥이 닿지 않게 오기가 생겼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팔 전체를 집어 넣어도 바닥이 닿지 않는 것이었다.
"이게 뭔데 바닥이 닿지 않는겁니까?"
"매직 포켓이다. 아마 2.5톤 트럭 한대 분량정도의 공간이다."
수레 두대 분량이라고 말하면 피터가 알아 듣질 못할것이다. 대충 2.5톤 트럭 한대라고 말해 주었다. 그런 말에 피터는 실망했다. 신기하진 하지만 이런 좁은 입구로 넣을수 있는 물건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퍽.
"악."
"인상 펴. 그 주머니는 돈을 아무리 많이 주더라도 절대 살수 없는 물건이다. 필요없으면 이리 줘."
피터의 표정에 마법 주머니를 줄 마음이 싹 사라졌다. 아직 노예라는 인식이 자리 잡지 못한 탓으로 얼굴에 표정이 드러나는 것이다.
"아무리 신기한 주머니라도 이 작은 입구로는 큰물건을 넣을순 없잖습니까?"
퍽.
"윽."
매를 버는 피터였다. 벌써 뒷통수를 몇대나 맞았는지 모른다. 이놈을 제대로 교육시킬 생각에 골치가 아파왔다.
"새꺄! 넣어 보지도 않고 어림짐작으로 아무렇게나 말하는게 아냐. 먼저 이 위스키를 넣어봐."
위스키 병 두껑을 닫고는 건네 주었다. 그러자 피터는 위스키병을 잡고는 열려 있는 마법 주머니안에 집어 넣었다. 그리고는 주머니안을 들여다 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검은 공간만이 보일 뿐이었다.
"꺼낼땐 머리속에 위스키 병을 떠올리면 네손에 절로 잡힐꺼다."
믿기지 않는 눈빛의 피터는 주머니안에 손을 넣고는 위스키 병을 떠올리자 순식간에 손에 병이 잡혔다.
쑤욱.
"어?"
신기한지 피터는 몇번이나 집어 넣고 빼내길 반복하고 있었다.
딱.
"악."
"그만해. 새꺄. 정신 사납잖아."
이번엔 꿀밤을 먹여 주었다. 이마를 문지르며 아파하는 피터는 이번엔 위스키 병보다 큰것을 넣어 볼 생각으로 주변을 둘러 보자 대형 TV가 눈에 들어왔다.
"핸드님! 저 TV를 넣어 봐도 되겠습니까?"
"넣어 봐."
콘센트를 빼고는 대형 TV 앞에 선 피터는 이 작은 주머니 입구로 과연 저게 들어 갈지 의문이었다.
"주머니를 벌려 TV에 가져다 대."
주인의 말대로 피터는 주머니 입구를 대형 TV에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쩌억.
입을 쩍 벌리고는 한손으로 눈을 비비며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다시 꺼내 봐."
위스키 병을 꺼낼때의 요령으로 손을 집어 넣고 머리속에 TV를 떠올리자 손에 무언가 잡혀졌다. 그 물건을 잡아 당기자 작은 입구를 통해 쑥 빠져 나왔다. 방금전에 넣은 대형 TV였다.
"헉! 이, 이런 일이..."
믿기지가 않았다. 다시 몇번을 반복해 봤다. 하지만 여전히 TV는 순식간에 들어 갔다가 빠져 나왔다.
"그만해. 임마. 정신 사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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