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화. 망둥이파(1)
176화.
"정 사장은 소라가 부탁을 해서 왔지만 피곤한것 빼곤 기공 치료를 할 정도로 몸에 무슨 이상이 있는건 아냐. 문제는 다른곳에 있지."
"다른곳이라니?"
"소라 어머니."
주방에 있던 소라와 소라 어머니는 켄의 말을 들었는지 깜짝 놀라며 서둘러 거실로 나왔다.
"취선 아저씨! 엄마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는거죠?"
"나도 처음 보는 것이라 무슨 병인지는 몰라. 다만 왼쪽 가슴쪽에 아주 작은 검은 덩어리가 뭉쳐 있는게 보여."
"에구머니나."
소라 어머니는 급히 두팔로 가슴을 손으로 가리며 켄을 노려 보았다. 가슴을 봤다는 말에 놀란 것이다.
"어, 엄마! 유방암이 아닐까?"
"유방암이라고?"
"응. 할머니도 유방암으로 고생했었잖아. 유방암은 유전될 확률이 높데."
유방암이 유전될 확률은 5~10%정도라고 했다. 그렇게 크진 않지만 재수가 없으면 유전되는 것이다.
"그, 그럼 어쩌니...병원에 가야 하니?"
"취선 아저씨! 저희 엄마를 고쳐 주실수 있으세요?"
"물론이다. 하지만 유방암이라고 확정된건 아무것도 없어. 내 말만 믿고 넌 확신할수 있냐? 일단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봐. 그리고 내가 치료한다는 말은 어디가서 절대로 하지 마라."
소문이 퍼지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 암을 치료할수 있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지구의 불치병 환자들이 모조리 몰려 들것이다. 소라 어머니의 유방암이 발견된 이상 병원에서 검사를 해 봐야 한다. 정말로 유방암이란게 확인되면 켄이 치료해 주기로 했다. 유방암 초기라면 병원에서 치료를 해도 되지만 수술도 하지 않는다는 켄에게 부탁한다고 했다.
유방암을 찾았을뿐 아직 어떤것을 보여 주지도 않았는데 치료를 맏긴다는 말에 어느 정도 신뢰를 받은것 같았다. 저녁을 얻어 먹고 집으로 돌아온 켄은 10시 정각에 지리산 아래에서 도난당한 벤츠를 해체한 자동차 정비 센터로 이동해 갔다. 망둥이파 놈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도주를 했을지 직접 가 봐야 알수있다. 몸을 감춘채 정비 센터에 도착한 켄은 사무실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떡대들을 보며 몸을 드러내 안으로 들어 갔다.
"어, 어서 오십시요."
호되게 당한 놈들이 급히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세놈외에도 다른 세명이 더 있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난 상태다.
"누가 오야붕(親分.보스)이냐?"
"접니다. 망둥이라고 합니다."
오야붕이라는 말을 알아 듣는것 같았다. 생김새가 우락부락하고 입술이 두툼한게 누가 별명을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망둥이처럼 생긴 놈이었다.
"내 차를 어떻게 할꺼냐?"
"변상해 드리겠습니다."
켄은 혼자다. 이들은 모두 6명이다. 조폭이라면 당연히 쪽수로 밀어 붙어야 한다. 그런데도 얌전히 있는게 켄에게 당한 놈들의 말을 신뢰하고 있는것 같았다. 그들의 말을 믿지 못한다면 이렇게 나오지도 않았을것이다.
"그럴 돈은 있냐?"
"어떻게든 하겠습니다."
"음, 좋아. 도와 주지. 부상 당한 놈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놈들을 따라 병원으로 갔다. 이미 밤 10시가 넘어간 시간이다. 이런 시간에 병문안이 가능한지 몰랐다. 일본같으면 절대로 않된다. 야쿠자의 입지가 나날이 좁아지고 있는 일본이다. 음지에서는 나름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양지에서는 별다른 힘을 쓸수없을 정도로 데카(デカ.형사)의 감시가 심하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오밤중에 아무렇지도 않게 병원 안으로 들어 가는 놈들이었다. 경비원도 이미 알고 있는듯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고 있었다. 3인실에 입원해 있는 녀석들은 아직 깨어 있었다.
"형님! 한밤중에 왠일이십니까?"
"몸은 어떻냐?"
"뭐, 그럭저럭 견딜만합니다."
"너희들을 보고자 하는 분이 계신다."
켄이 앞으로 나섰다. 처음 보는 켄에게 침대에 누워있는 놈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다. 어깨가 박살난 놈, 배에 칼침을 맞았는지 창자가 찢어진 놈, 등뼈가 부러져 꼼짝도 못하는 세놈이었다.
- 엔다이론! 고칠수 있지?
- 물론이에요.
치료에 일가견이 있는 엔다이론이 고생이 많았다. 다른 정령에 비해 엔다이론을 부르는 일이 많아진것이다.
"지금부터 너희들을 치료하겠다."
"옛?"
"......"
"조용히 해. 그냥 들어. 대신 내가 치료했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해선 않된다. 알아 들었나?"
세놈 모두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듯했다. 갑자기 처음 보는 자가 찾아와 치료를 해 준다고 말을 믿지 않는것이다. 이곳은 병원이다. 의사처럼 보이지도 않는 자가 무슨 수로 치료를 한단 말인가. 세놈이 설명을 해 달라고 큰형님을 바라 보았지만 큰형님도 가볍게 고개를 내 저었다. 자신도 모른다는 뜻이었다.
"누구신지요?"
"알것없어. 움직이지 말고 조용히 해."
"지시대로 해라."
큰형님의 말에 병실에 침묵이 감돌았다. 한명씩 치료가 끝나가자 무슨 느낌을 받았는지 완치가 된 놈이 어리둥절하고 있었다. 눈앞의 젊은 놈이 손바닥으로 부상 부위 위쪽을 가볍게 흔들자 무언가 시원한 느낌이 전해지고 있었다.
- 다 끝났어요.
- 고생했다.
엔다이론이 돌아 가자 누워 있는 놈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치료는 끝났다. 모두 일어나라."
"옛?"
"잔말말고 일어나."
욕설이 튀어 나오는것을 간신히 참은 켄은 놈들에게 가볍게 소리쳤다. 한번 말하면 따르면 될것이지 뭔 의심이 그렇게 많은지 답답하기만 했다. 이럴때엔 니루이스란 대륙이 그리워진다. 엉거주춤 일어난 놈들이 서서히 표정이 변해가고 있었다.
"이, 이럴수가...어, 어떻게..."
"크, 큰형님!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다 나앗어요."
"아!"
침대에 앉은 놈들이 자신의 부상 부위를 만지거나 들춰 보고는 믿을수 없다는듯 흥분하고 있었다. 그런 동료들을 지켜 보고 있던 이들도 경악하고 있었다. 특히 등뼈가 부러졌던 놈은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평생 침대 신세를 져야 한다고 의사가 말했다. 그런데 큰형님이 데리고 온 자가 깜쪽같이 치료를 해준것이다.
"큰형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한건 아무것도 없다. 이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거라."
"감사합니다."
침대에서 완전히 일어난 세놈은 허리를 직각으로 굽히며 감사 인사를 했다. 조폭 특유의 인사인 것이다.
"냄새나는 병원에서 빨리 나가자."
이 밤중에 어떻게 퇴원 수속을 밟았는지 세놈을 포함한 10명이 자동차 정비 센터로 돌아 왔을때였다. 이곳이 이들 본거지로 잠은 정비 센터 반대쪽에 있는 여관에서 잔다고 했다.
끼이익.
"윽! 뭐야?"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은 탓으로 앞쪽으로 몸이 쏠려 놀란 켄이 소리쳤다.
"습격입니다."
"뭐? 습격?"
꽝.
와장창.
부언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자동차 유리창이 깨져 나갔다.
"실드!"
뭐가 어떻게 된것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갑작스런 일이었다.
꽝! 퍼퍽!
차창.
앞뒤 할것없이 사방의 자동차 창문이 깨져 나가며 차안으로 유리 파편들이 산란하고 있었다.
"언놈이야?"
꽝.
텅.
급히 문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지만 머리쪽으로 떨어진 야구 방망이가 실드에 부딪혀 튕겨져 나갔다.
"매직 미사일!"
자신에게 야구 방망이를 휘두른 놈에게 마법 공격을 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자신을 습격한 놈을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
퍽!
바로 옆에서 다시 야구 방망이를 휘두를 자세를 취하고 있던 놈의 머리통에 구멍이 뚫리며 바닥으로 쓰러지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사일런스!"
자동차 정비 센터 주변에 사일런스 마법을 펼치고는 본격적으로 습격한 놈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망둥이파는 아직도 차안에 갇힌채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나올수가 없었던 것이다. 병원에서 이곳으로는 자동차 세대로 이동했다. 선두에는 켄이 탄 차량이 두번째는 망둥이파 큰형님이 타고 있었으며 후미에는 다른 조직원들이 타고 있었다. 그런 차량 세대가 습격 당하고 있는 상태였다. 각 차량마다 4명씩 달라 붙어 야구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었으며 다른 한쪽에는 그런 장면을 지켜 보고 있는 3명이 담배를 피우며 웃고 있었다.
"홀드! 홀드! 홀드!"
차량을 파괴하는 놈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구속한후 자신이 탄 차량을 박살내고 있는 놈들에게로 다가 갔다. 꼼짝도 할수 없는 놈들은 어떻게 된것인지도 모른채 당황한 채 눈만 데구르르 굴리고 있었다.
"죽어! 새꺄! 윈드 커터!"
싹뚝.싹뚝.싹뚝.
세놈의 목을 긋고 지나간 윈드 커터에 머리통이 분리된채 바닥으로 추락하며 몸뚱이도 서서히 바닥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세놈을 죽여 버리고는 뒷차량의 놈들까지 처리할려고 뒤를 돌아다 봤지만 어느새 망둥이파 놈들이 차안에서 밖으로 나와 습격한 놈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습격한 놈들은 움직일수가 없어 그대로 당할수 밖에 없었다. 홀드 마법을 해제한 켄은 담배를 피우며 구경하고 있는 놈들에게로 향했다. 이미 담배는 바닥에 비벼 끊 상태로 당황한 표정이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
저벅저벅.
"너너너넌 누구냐? 넌 누군데 망둥이 애들하고 같이 있는거냐?"
심하게 말을 더듬은 놈이 오히려 켄의 정체를 물어 왔다. 적반하장이었다. 오히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었다.
"감히 날 습격해. 절대로 살려 두지 않는다."
오랜만에 열이 뻗쳤다. 저놈들은 처음 보는 놈들이었다. 아마 망둥이파를 기다리고 있었던것같았다. 하지만 놈들은 자신을 습격했다. 착각을 했던 하지 않았던 습격을 한 대가를 받아 내야 했다. 켄의 말에 놈들은 품속에서 연장을 꺼내 들었다. 사시미보쵸(刺身包丁. 회칼)였다. 두놈이 먼저 달려왔다. 한국 조폭도 사시미보쵸를 즐겨 사용하는듯했다.
"매직 미사일!"
퍼퍽!
두명 모두 머리통이 관통당해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치자 남은 한놈은 슬슬 뒷걸음을 치며 후다닥 도주했다. 하지만 놈은 절대로 도주할수 없었다.
"홀드!"
"어! 어?"
"라이트닝!"
파지직.
"크아아악!"
전격 마법을 펼친후 홀드 마법을 즉시 해제하자 놈은 비명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기절한 것이다. 뒤에 있던 다른 놈들도 이미 망둥이파에 의해 모조리 제압되어 있는 상태였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놈들은 모두 8명이었다. 그런 놈들이나 망둥이파 놈들까지 모조리 덜덜 떨고 있었다. 켄이 타고 있었던 앞차량 옆에는 3개의 머리통이 굴러 다니고 3명의 머리에서는 피가 흘러 내리며 꼼짝도 하지 않은채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저들도 이런 광경은 처음 볼것이다. 아무리 조폭들간의 전쟁이라고 해도 목을 자르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보통 배를 찌르거나 어깨를 찌르는 일은 빈번하지만 이런식으로 상대방을 죽이는 일은 처음 봤을것이다.
"사로 잡은 놈들을 모조리 트렁트에 쑤셔 박고 조용한 곳으로 가라. 뒤따라 갈테니까 먼저 가."
퍼퍼퍽!
망둥이파는 무릎을 꿇고 있는 놈들의 뒷통수를 후려 갈겨 기절시키곤 자동차 트렁크안에 놈들을 집어 넣고 있었다.
"저 놈도 집어 넣어. 기절한 상태다."
망둥이파 놈들은 켄의 지시에 아무런 말도 없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난 걱정말고 저 차도 타고 가라."
"죽은 놈들을 처리하겠습니다."
"아니, 걱정말고 누가 보기전에 빨리 가라."
어쩔수 없다는 듯 망둥이파 놈들이 차를 끌고 달려 나갔다.
- 실라이온! 혹시 누가 지켜 보고 있는지 주변을 살펴봐 줘.
- 알겠어요.
죽어 나자빠진 놈들을 모두 아공간에 집어 넣고 흥근한 피는 클린 마법으로 지워 버렸다. 깨진 자동차 유리창들은 노에스를 불러 처리하라고 했다.
- 목격자는 누구도 없어요.
- 수고했다.
다행히 정비 센터가 외곽에 자리하고 있는 덕으로 주변에 건물이 몇개 없었다. 늦은 시간이어서 건물안에 불이 켜져 있는 곳도 몇 없었다. 사일런스 마법으로 소리를 차단했기에 비명 소리도 새어 나가지 않았을것이다. 도로를 지나가는 차량도 없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목격자는 단한명도 없는 것이다. 만약 목격자가 있었다면 그 사람의 기억을 바꾸어 놓았을것이다. 추적 마법의 흔적을 따라 망둥이파 놈들이 간곳으로 급히 이동했다.
"혀, 형님! 그분은 대체 누구십니까?"
"나도 모른다."
습격한 놈들의 목이 날아 가는 장면을 차안에서 목격했다. 무얼 어떻게 한것인지는 모르지만 놈들 옆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언가를 던져 잘랐다고 밖에 생각할수 없었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순천 외곽의 낮은 산으로 들어간 망둥이파는 폐가로 향했다. 은밀한 일을 하기 좋은 장소다. 주변에는 민가라곤 전혀 없었다. 폐가 몇채만 남겨져 있는 곳이다.
"형님! 그분은 언제 오시는 겁니까?"
"묻지 마라. 나도 모른다. 어떻게 찾아 올지 전혀 짐작조차 할수없다."
"혹시 도주한게 아닐까요?"
"음...일단 기다려 보자."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채 망둥이파 조직원들은 아직도 잘게 떨고 있었다. 굴러 다니던 머리통이 눈앞에 어른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잔인한 광경은 모두 처음 보았다. 피를 흘리는 일은 조직간 싸움에선 흔한 일이지만 목이 잘린채 쓰러져 있는 모습은 본건 모두들 처음이었다.
"여깃었냐?"
"으헉!"
- 작가의말
찾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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