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자 켄

182화. 라스베가스(1)

182화.

술을 사 오라는 말에 눈앞의 이 흑인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왜? 돈 없냐?"

"솔직히 말해 그렇다."

"자아, 이걸로 알아서 사와."

품속에서 10만엔을 던져 주었다. 아메리카 화폐로는 천달러정도다.

"이건 엔화?"

"엔화는 돈이 아니냐?"

문앞의 두놈에게 엔화를 건네 주며 사 오라고 했다. 테이블앞 의자에 켄이 털썩 걸터 앉자 눈앞의 흑인이 이름을 물어왔다.

"켄이다."

아메리카에선 켄이라는 이름을 사용할 생각이다. 한국 이름을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그렇다고 취선이라고 말해 줄수도 없었다.

"난 크롬이다. 무슨 일로 이곳을 찾아 왔는지 말해 줄수 있나?"

진짜 목적을 묻는 것이다.

"그냥 심심해서 찾아 왔다고 하면 믿겠나?"

절대로 믿지 않겠지만 사실대로 말해 주었다. 길을 잃었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쪽 팔려서 말할수가 없었다.

"끄응."

팔이 부러진 놈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놈들은 참고 있었다.

"네놈들 이리 와라."

일제히 크롬을 바라 보는 다친 놈들이 어떻게 할지 망설이고 있을때 크롬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롬이 이들 보스같았다. 다친 놈들이 두려운 눈빛으로 주춤주춤 다가왔다.

"팔을 내밀어."

"끄으응."

신음을 내뱉으며 천천히 들어 올린 팔을 잡고 뼈를 똑 바로 맞춘후 치료 마법을 펼쳐 주었다.

"힐링...다음."

두놈을 치료해 준후 이번엔 갈비뼈가 부러진 놈 차례다. 덜렁거리던 팔이 아무렇지도 않았던것처럼 원래 자리를 찾자 눈이 휘둥그래진 놈들이 더욱 더 두려운 눈빛을 띄우고 있었다. 갈비뼈가 부러진 놈까지 치료가 끝날즈음 노크도 없이 문을 박차고 뛰어 들어온 놈이 있었다. 손가락이 부러진 놈 중의 한놈이었다. 술을 사 가지고 오라는 심부름을 시켰는데 땀을 뻘뻘 흘리며 헉헉거리고 있었다. 급히 뛰어 온것 같았다.

"크, 크롬! 토템놈들이 습격했어."

"습격?"

"응. 5번가 슐츠 슈퍼에서 술을 살려고 할때 놈들이 습격해 모조리 빼았겨 버렸어. 메리슈는 잡힌 상태고."

"모두 준비해."

크롬은 부하가 당했다는 말에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아 올랐는지 씩씩거리고 있었다.

"내 돈을 빼았겼다고? 어떤 놈이냐?"

하지만 크롬보다 더욱 화가 난 사람이 있었다. 켄이었다. 자신의 돈을 훔쳐 간 놈은 그냥 내버려 둘수 없었다.

"토템이라는 갱 조직이다. 우리와는 경쟁 상대야."

"놈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크롬은 이 켄이라는 인간같지도 않는 사람을 토템놈들에게로 안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가 되었다. 자신의 부하들을 가지고 논 놈이다. 토템놈들은 오늘 사신을 만나게 될것이다.

서서히 주변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저녁 시간이 다가 오고 있는 것이었다. 토템이라는 갱 조직이 있는 곳으로 걸어 가는 골목길에는 이미 어둠이 들어 서고 있었다. 골목길을 이리저리 꺾어 한곳에 도착했다. 이곳도 허름한 건물이었다. 벽에는 온갖 낙서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저곳이다."

거침없이 건물안으로 들어 갔다. 건물안은 조금 어두웠다.

팟.

"윽."

갑자기 눈부신 빛이 터지며 건물안이 환해졌다. 켄은 물론 뒤따라 들어온 크롬들도 눈이 부셔 눈을 가리고 있었다.

"큭큭큭, 크롬! 네놈들이 왠일이냐?"

완전히 포위된 상태다. 몇몇놈은 손에 총을 들고 있었다. 아메리카라는 나라는 정말 위험한 나라다. 개나 소나 다 총을 들고 있기 때문이다. 토템놈들은 모두 15명이었다.

"홀드!"

총을 들고 있는 놈을 마법으로 묶어 버리고는 켄이 나섰다.

"네놈이 토템이냐?"

"응? 네놈은 누구냐?"

크롬을 제쳐 두고 선글라스를 낀 동양인인 나섰다. 크롬 조직에 저런 동양인이 있다는 말은 들은적이 없었다.

"빚 받으러 왔다."

"빚?"

"내 돈을 훔쳐 갔잖아. 크롬의 부하에게 술 심부름을 보낸게 바로 나다. 그 술값을 네놈들이 훔쳐 갔다고 들었다."

"킥킥킥, 크롬! 노란 원숭이 밑으로 들어 간거냐?"

토템이 크롬을 비웃자 크롬이 화를 내며 나설려고 했다.

빡.

"큭."

언제 이동했는지 크롬이 막 한발을 뗄려고 했을때 토템은 신음을 흘리며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보스! 어어?"

꼼짝도 하지 않고 손에 총을 들고 있던 몇몇놈들이 총을 들어 올릴려고 하다가 전혀 움직이지 않는 몸에 놀란듯 당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채프맨! 놈들을 쏴 버려."

"이익. 아, 알론소! 움직이지 않아. 어떻게든 해 봐."

총을 든 놈들이 당황하는 사이에 다른 몇놈들이 달려 오고 있었다.

"그리스!"

"우왓?"

"아앗."

꽈당.

달려 오던 놈들이 모두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치며 신음을 내뱉었다.

"크롬! 놈들을 제압해."

타다닥.

넘어진 놈들을 처리하러 크롬 패거리들이 달려 나갔다.

빠각.

바닥에 주저 앉아 신음을 흘리고 있는 토템놈의 다리를 밟아 버려 부러 뜨린 켄은 그대로 놈의 턱을 걷어차 버렸다.

"켁."

정신을 잃었는지 축 늘어진 토템을 뒤로 한채 총을 든 놈들이 당황하고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툭툭툭.

"크아악!"

"커커걱!"

총을 든 놈들은 모조리 팔을 부러 뜨려 버리고 총을 한곳으로 모아 두었다. 아직 다른 놈들도 총을 숨기고 있는 놈들도 있을것이다. 만약 놈들이 총을 꺼낸다면 즉시 죽여 버리겠다고 생각하며 크롬 패거리들이 토템놈들과 싸우고 있는 광경을 구경했다. 싸움은 박빙(薄氷)이었다. 누가 이길지 모를 정도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크롬! 모두 물러나게 해."

"물러 나라."

크롬의 말에 뒤로 물러 나는 크롬 패거리를 따라 붙는 놈들 사이로 검은 인영이 불쑥 앞을 가로 막아 섰다.

퍽.

"커억!"

퍼퍼퍽.

"으아악!"

순식간이었다. 토템 놈들이 우수수 바닥으로 쓰러지며 팔이나 다리, 배를 움켜 쥐고는 컥컥거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크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이다."

펑.

'탕'이 아니라 '펑'이라는 소리가 들려 오며 총을 꺼낸 놈의 머리통이 터져 나갔다. 총을 꺼내는 놈은 죽인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켄은 크롬이 소리치기 전에 이미 총을 꺼내는 모습을 보았다. 그 놈에게 에어 붐 마법을 시전해 머리를 날려 버린것이다.

"총을 꺼내는 놈은 모조리 죽인다."

켄의 협박에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다. 총을 쏜것은 아니었다. 그냥 한손만 들어 올렸을뿐이었다. 그런데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놈의 머리가 터져 버렸다. 두렵지 않을수가 없는 것이었다.

퍽.

"일어나 새꺄!"

토템 놈들을 모조리 제압한후 기절한채 누워 있는 토템의 머리통을 가볍게 후려 차 깨웠다.

"크으으..."

퍽.

"우욱!"

이번엔 배를 걷어 찼다.

"내 돈은 어딨냐?"

"....."

빠직.

"크아아아~"

대답이 없는 놈에게 팔을 밟아 버렸다. 십중팔구 부러졌을것이다. 그런 켄의 행동에 숨을 죽이고 지켜 보고 있던 갱 놈들이 모두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말할때까지 뼈란 뼈는 모조리 부셔 주마."

"주, 주머니안에 있다."

"너어! 꺼내 봐."

크롬 부하 놈에게 지시하자 부덜거리는 다리로 힘겹게 다가온 놈이 토템의 주머니를 뒤졌다.

"여, 여깃습니다."

"뭐야? 9백달러 밖에 되지 않잖아."

10만엔이면 적어도 천달러는 넘어 가야했다. 백달러는 이미 써 버렸는지 남아 있는 거라곤 9백달러가 전부였다.

빠직.

또다시 남은 한팔을 밟아 버렸다.

"나머지 돈은 어딨냐?"

"수, 술을 샀습니다."

"뭐? 내 돈으로 술을 사 처먹었다고?"

퍽.

"컥! 끄르르르."

가래가 끓는듯한 신음을 내뱉은 토템은 축 늘어졌다. 복부를 걷어차 버린 탓으로 이대로 방치해 두면 죽을것이다.

"크롬! 이곳을 접수해."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반말을 하던 크롬이 존대를 하기 시작했다. 크롬 부하들이 제압한 놈들을 한곳에 모으고 이 건물을 뒤지기 시작했다.

"크롬! 이곳에 데이브가 있어."

방 한구석에 피투성이로 기절한채 처 박혀 있는 데이브가 있었다. 켄에게 손가락이 부러진 놈으로 술을 사러 갔다가 토템놈들에게 당해 이곳으로 끌러 온것 같았다.

"비켜 봐라."

숨이 아직 붙어 있는게 죽진 않았다.

"그레이트 힐링!"

치료 마법을 펼쳐 주고는 피를 닦아 주라고 했다. 토템 놈들과의 싸움으로 인해 크롬 패거리들은 모두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있었다. 그런 놈들도 모두 치료해 주었다. 순식간에 부상이 씻은듯이 나아 버리자 놈들은 더욱 두려워하는것 같았다. 켄은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것이었다.

"너희들은 뭘 먹고 사나?"

대충 주변이 정리되자 크롬 패거들이 뭘해서 돈을 벌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야쿠자들은 자신들만의 사업이나 가게에서 상납금을 받아 생활한다. 대마초를 키우거나 불법 카지노, 야동, 마사지 가게등을 운영하거나 빠징꼬 가게도 운영한다. 물론 경찰의 눈을 피해 바지 사장을 내세운 사업이다. 만약 상납금을 내지 않고 경찰에 꼰지르는 가게는 망하도록 손을 쓴다.

블랙 알바를 고용해 그 가게의 평판을 떨어 뜨리는 수법을 이용한다. 블랙 알바를 하러 찾아 오는 놈은 돈에 궁한 놈들이다. 그런 놈들에게 상한 음식을 먹게 하고 타겟이 된 가게에서 음식을 먹게 해 배탈이 나게 한다. 두세명이 동시에 배탈이 나면 식중독을 의심해 보건소에서 가게에 조사가 나온다.

식중독 균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보건소에서 식중독 검사를 받은 것만으로도 그 가게는 큰타격을 받는다. 소문은 빠르게 돌기 마련이다. 조직에서 그렇게 손을 쓰기 때문이다. 상납금을 요구할때 넌지시 그런 말을 미리 해 준다. 그러면 가게 주인들은 어쩔수없이 상납하게 되는 것이다. 상납금은 일부러 적게 책정한다.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하면 반발하는 사람이 반드시 생겨나게 마련이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을 정도의 적은 돈을 상납받으면 가게 주인들도 어느 정도 감수한다. 그런 작은 돈이 한곳에 모이면 큰돈이 되는 것이다.

"주로 마약을 팔고 가끔은 강도짓도 합니다."

로스 엔젤레스에는 수백개의 크고 작은 조직이 있다고 했다. 경찰도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너무 많은 조직이 난립되어 있어 하루가 멀다 하고 어둠의 세계에선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고도 했다. 그런 조직 대부분은 마약을 팔고 있다. 큰마약 거래는 꿈도 꿀수 없지만 중개상에게 적은 양의 마약을 사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걸로 먹고 살만하냐?"

"입에 풀칠만 하고 있습니다. 경쟁 상대가 너무 많거든요."

하긴 수백개의 조직이 모두 마약 판매를 하고 있다면 벌이는 시원찮을것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많은 조직이 난립하고 있는거냐?"

"어릴적부터 보고 배운게 그것 밖에 없는 탓으로 모두 그 길로 들어 서는 겁니다."

대물림이었다. 이곳은 빈민가라고 했다. 학교에도 가지 않는 애들이 많아 그런 애들은 모두 비행 청소년으로 전락하게 된다. 할수있는 일이라곤 도둑질이거나 강도짓 밖에 없다. 부모들도 자식에겐 별 관심이 없는 자들이 대부분이라며 살기 위해서는 조직을 만들거나 다른 조직에 들어 가야 한다. 혼자서 뭘 하다가 조직에게 걸리면 죽을 정도로 맞거나 싸늘한 시체 신세로 전락한다.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친한 사람들끼리 조직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그럼 돈만 있으면 그런 애들을 학교에 보낼수 있나?"

"가고 싶은 애들은 보낼수 있습니다."

"좋다. 그럼 돈 벌러 가자."

"옛?"

어디로 돈을 벌러 간다는 말인지 크롬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이곳에는 몇명인지도 모를 정도의 많은 애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다. 그런 애들을 학교에 보낼려면 먼저 그들 부모를 설득해야 한다. 조직에서 협박을 하고 돈을 조금 건네 주면 허락을 하겠지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꺼다. 그런 돈을 어디서 구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저어, 어디로 돈 벌러 가는겁니까?"

"라스 베가스!"

"아! 카지노를 할 생각이군요."

"딱 세놈만 같이 간다."

모두 4명이 함께 가는 것이다. 모두를 데리고 갈순 없었다. 크롬에게 옷을 살수 있는 가게로 가자고 했다. 가게로 가면서 엔화를 달러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 어디서 바꾸는지도 모르는 켄은 크롬에게 백만엔을 건네 주며 달러로 바꾸어 오라고 했다. 대형 쇼핑 센터에서 제각기 그럴듯한 옷으로 빼 입고 라스 베가스로 향했다. 자동차는 렌트카였다.

"너희들 모두는 내 지시에 따라라. 이런식으로 말을 걸을테니까 절대로 놀라지 마라."

이들에게 미리 주의를 준후에 마법 메시지를 보냈다.

- 내 말이 들리지?

끼이익.

- 야! 이 새끼야. 놀라지 말라고 했잖아.

운전하고 있던 놈이 너무 놀란 나머지 핸들을 좌우로 꺾어대는 바람에 좌석에 앉아 있던 모두의 몸이 좌우로 쏠렸다. 다행히 넓은 사막위의 도로를 달리고 있던 덕으로 큰사고는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으헉!"

"머, 머리속에..."

믿기지 않는 일의 연속이었다. 저 켄이라는 동양인은 정말 신비한 자였다. 총은 물론 나이프까지 통하지 않는 자다. 지금도 신비한 능력을 선보였다. 입을 열지도 않았는데 머리속에 직접 말을 걸어 오고 있었다.

- 내가 이런식으로 말하면 절대 티를 내지 마라. 모두 돈 벌고 싶으면 절대 당황하지 마라. 날 찾을 생각도 하지마. 알겠나. 알았으면 머리만 살짝 끄덕여.

모두가 머리를 살짝 숙였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