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화. 51구역(2)
241화.
정신 차리라고 외치는 피터라는 놈은 충돌로 인해 충격이 심했는지 입가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런 피터의 애원에도 웨인은 다시 피터에게로 손을 뻗었다.
"젠장!"
급히 바닥을 구른 피터는 더이상 설득해도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공격도 먹히지 않았다. 도주는 할수 없다. 금방 따라 잡힐것이다. 이곳에는 자신들외에 누군가 숨어 있는 상태다. 놈은 능력자로 판단되었다. 은신 능력을 가진 놈이다. 그런 능력자가 있다는 말은 듣지도 못했다. 능력을 각성하고 교육을 받을때 어떤 능력자들이 있으며 그런 능력자들과의 전투 훈련도 받았지만 은신 능력자에 관해선 들어 본적이 없었다.
또한 놈은 다른 능력까지 보유한듯했다. 웨인이 폭주한 원인이 놈의 공격으로 인해서다. 포스를 손에 집중시킬때 공격받아 포스가 역류해 폭주해 버린것이다. 폭주한 능력자에 관한 대처법은 없다고 했다. 광인이 되어 버린 능력자는 시간만 지나면 스스로 몸이 시들어버리듯 미이라처럼 되어 버린다고 했다.
지금은 웨인이 스스로 무너지길 기다릴수 밖에 없지만 이곳에는 자신 혼자만 웨인의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숨어 있는 놈을 끌어 들여야 한다. 말로는 통하지 않을것이다. 어디에 숨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이 근처일것이다. 이곳은 숨을곳이 없다. 통로 어딘가에 있을것이다.
'설마 천장에 붙어 있진 않겠지?'
그런 능력까지 있다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일단은 통로를 향해 공격을 시도해 놈이 숨어 있는 곳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접근해 웨인을 유인하는 식으로 놈을 끌어 들일 생각이다.
꽈꽈꽝.
갑자기 놈이 폭주한 놈쪽이 아니라 텅빈 통로를 향해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저놈이 갑자기 미친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놈의 공격은 모두 피했다. 놈의 공격을 막아 버린다면 자신이 있는 방향이 알려 질것이다. 일단 막은후 다른 곳으로 이동해도 되지만 피하는게 더 쉬운 일이다.
켄이 숨어 있는 통로를 향해 무작위로 공격을 하는 놈은 옆쪽에서의 동료의 공격을 피하며 통로까지 공격하고 있는 탓으로 금새 지쳐 버린듯 헉헉거리며 공격 빈도도 낮아졌다. 포스는 무한한게 아니다. 지금까지만 해도 보유한 포스를 거의 다 사용해 버렸을것이다. 한계에 도달해 어떤 방법도 없어 어쩔수 없이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헉헉헉! 빌어먹을! 난 피터다! 아직도 숨어 있다면 뭐든 들어 주겠다. 웨인을 처리해 줘."
휘리릭.
"받아라!"
종이 한장을 던져 주었다. 평범한 종이는 아니다. 이계에서 만들어 놓은 피의 계약서로 계약을 어겼을 경우 큰 화를 초래한다. 이계에서의 계약중 가장 두려운 계약이다.
"에어붐!"
펑.
아직도 피터를 잡을려는 웨인 놈에게 공격 마법을 시전한후 움직이지 못하게 몸을 구속했다.
"홀드!"
저 홀드도 얼마나 버틸지 모른다. 평범한 능력자라면 움직을수 없을것이다. 하지만 놈은 폭주한 상태로 생명의 근원이 되는 기운인 선천지기까지 모조리 끌어다 쓰고 있는 상태다. 놈이 홀드를 깨기전에 볼일을 끝마쳐야 한다.
"그 계약서에 네 피를 한방울 떨어 뜨려."
"계약서?"
"그래. 피의 계약서라는거다.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네 영혼은 영원히 소멸된다."
"......."
피터는 종이에 쓰여져 있는 글씨를 읽어 볼려고 했지만 처음 보는 문자였다.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지도 알수 없는데 덥석 계약이란걸 맺을수도 없어 망설이고 있었지만 자신의 입장을 생각하면 다른 방법이 없었다. 동료인 웨인은 지금 움직이지 못한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지금이 도주할 기회였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놈이 앞에 숨어 자신을 지켜 보고 있는 이상 섣불리 움직일수도 없었다. 만약 계약을 하지 않으면 숨어 있는 놈은 자신을 공격할것이다.
꽈직.
뚝뚝.
손가락을 깨물어 계약서라는 종이에 피를 떨어 뜨리자 종이에서 일순 밝은 빛이 터져 나오며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것과 동시에 몸속으로 무언가가 들어 온듯한 느낌을 받았다.
"앗!"
계약이 끝나자마자 손에 들린 종이가 절로 손을 빠져 나가 통로 중앙에 모습을 드러낸 젊은 동양인 모습의 손안으로 빨려 들어 갔다. 어떻게 저럴수 있는지 이해 불가였다.
쩌정.
홀드 마법으로 묶어 놓았던 폭주한 웨인놈이 홀드를 깨고 피터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제기랄!"
더이상 공격할 포스가 남아 있지 않은 피터는 욕을 내뱉고는 켄을 바라 보았다. 어떻게든 해 보라는 뜻인것같았다.
"리버스 그래피티! 매직 핸드!"
둥실.
"........"
갑자기 웨인놈의 몸이 공중으로 떠오르자 허우적거리면서도 손을 앞으로 내밀고 있었다. 무슨 공격을 할려는것 같았다. 그렇게는 놔 둘순 없었다. 매직 핸드로 놈의 몸을 빙글 돌려 버렸다.
쩌저정.
공중에서 몸이 한바뀌 돈 놈은 육중한 철문을 향해 공격을 한꼴이 되었다. 철문이 하얀 서리가 어린것처럼 변해갔다. 지금 저 철문을 공격하면 문에 구멍이 뚫릴것이다.
- 샐라임! 놈을 태워 죽여.
- 호호호, 알겠어요.
정령중 불의 정령이 가장 과격하다. 샐라임이 등을 보이며 허우적거리고 있는 놈에게 접근하자 순식간에 놈의 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쿠아아아아아!"
괴성이 지르는 놈이 다시 포스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리버스 그래피티와 매직 핸드를 해제하고 샐라임에게 마나를 더 주입시켰다. 놈의 포스와 켄의 마나 대결이나 마찮가지였다. 굳이 이런식으로 놈을 처리하지 않아도 되었다. 목을 댕강 잘라 버리면 되는 일이었다.
"키에에에에에!"
귀청이 찢어질정도의 괴성과 함께 놈의 몸이 재가 되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
지켜 보고 있는 피터는 할말을 잃었다. 저 젊은 청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손도 앞으로 내밀지 않고는 아무런 능력도 발휘하지 않은것 같았는데 웨인의 몸에 불이 붙은것이다. 신기한 일이지만 그것도 어떤 능력이라고 생각할수 밖에 없었다.
"마셔라."
지친 표정과 믿기지 않는 표정의 복잡한 얼굴로 멍해 있는 피터에게 품에서 마나 포션을 한병 던져 주었다.
"이게 뭡니까?"
"네 포스를 채워줄 포션이다."
"......"
그런 포션이 있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대체 저 자는 누구이길래 이런 포션을 가지고 있으며 능력 또한 상상조차 할수 없을 정도인지 모든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빨리 마셔. 시간이 없어."
아직 철문이 얼어 있는 상태다. 파괴할려면 지금이 찬스였다. 망설이는 피터는 포스 포션이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마실수 밖에 없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마셔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파이어 버스트!"
꽈꽈꽝.
피터가 마나 포션을 마시는걸 본 켄은 즉시 철문을 향해 마법을 시전했다. 7서클에 해당되는 화염 마법이 철문에 작렬하자 육중한 철문이 요동치며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이미 한번 얼려 있는 상태에서 약해진 철문이 녹아 내리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피터는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구멍이 뚫리는 것은 이해할수 있다.
하지만 저런식으로 녹아 내리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다. 얼마나 고온의 화염이길래 철문이 녹아 내릴수 있는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문 안쪽에는 넓은 광장이었다. 다른곳으로 통하는 통로도 보였지만 무엇보다도 그곳에서는 사람들이 있었다. 군복을 입고 있지 않는것으로 볼때 군인들은 아니었다. 양쪽으로 갈라져 있는 상태로 모두들 철문이 녹아 내린곳을 바라 보고 있었다.
저벅저벅.
얼굴을 드러낸채 안으로 들어간 켄은 중앙의 5명과 삼면에서 포위하고 있는 자들 6명을 훑어 보았다. 모두들 능력자로 판단되었다. 포위한 놈들은 특수 슈트를 입고 있었지만 중앙의 놈들은 평범한 복장이었다. 바닥에는 죽었는지 꼼짝도 하지 않은채 피를 흘린채 7명이 쓰러져 있었다.
"피터! 누구냐?"
삼면을 포위하고 있는 자들중 한명이 켄의 뒤쪽에서 걸어 들어온 피터와 같은 동료인것 같았다.
"주인님이시다. 헉!"
피터는 자신이 내뱉은 말이 믿기지 않았다. 왜 그런 말이 나온것인지 당황스러웠다. 아직 이름도 모르는 상태다. 당황스런 나머지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피터! 그게 무슨 말이냐?"
"나, 나도 몰라. 왜 그런 말이 나온것인지...."
주인님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눈앞의 이 자는 능력자들과는 한차원 높은 능력을 가진 신비한 자라는 것은 확신할수 있었다. 방금 마신 포스 포션이라는 것은 굉장한 물건이었다. 순식간에 비어 버린 포스가 충만해진것이다. 포스 포션이라는 것만 있다면 능력은 무한대로 발휘할수 있다.
"네놈은 누구냐?"
"그러는 네놈들은 누군데?"
피터에게 질문을 한 놈에게 오히려 되물어 봤다. 그러자 놈은 발끈했다.
"피터! 놈을 공격해."
놈의 말에 피터는 주저하는듯 하면서도 공격할려는듯 손을 들어 올렸다.
"컥! 크아아아아!"
피터는 포스를 손으로 끌어 들이는 순간 머리를 부여 잡고 비명을 내지르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내상을 입었는지 입에는 피까지 흘러 내리고 있는 모습에 켄은 기가 막혔다. 이렇게 쉽게 배신할줄은 몰랐다.
빙글.
"이 또라이 새끼가 감히!"
짝!
"악!"
부웅.
쿵.
뒤에 있는 피터에게로 뒤돌아 서며 켄은 그대로 피터의 왼쪽 턱을 처 올렸다. 그러자 몸이 붕뜬 상태로 뒤쪽으로 등짝부터 떨어져 내렸다.
"커억!"
피터가 무너지자 피터에게 지시했던 놈의 옆에 있던 놈이 달려 들며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중앙의 놈들을 포위하고 있는 놈들이 피터와 같은 동료라고 판단되었다. 능력자들끼리 왜 싸우고 있는지는 아직 모른다. 일단은 달려 드는 놈을 죽이든 제압하든 해야했다.
"그리스!"
"아앗?"
쿵.
앞으로 미끄러진 탓으로 겨우 양손을 바닥에 대고 얼굴에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그런 놈을 가만히 두고 볼 켄이 아니었다. 놈이 미끄러지는것과 동시에 매직 미사일을 시전했다.
"컥!"
바닥에 손을 대고 있는 놈의 뒷목에 구멍이 한개 뚫리며 놈이 그대로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털썩.
"저놈도 같이 처리해."
순식간에 동료 한명이 죽어 버리자 다른 놈들이 중앙에 있는 놈들을 공격하는 한편 켄에게도 공격을 시도했다. 중앙의 5명과 외곽의 5명만이 남은채 한놈이 켄에게로 달려 들고 다른 4명은 중앙의 5명을 공격하고 있었다. 주로 중앙의 5명은 정중앙의 한명을 보호하는듯 방어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죽어!"
달려 오며 손을 뻗는 놈의 손가락에서 포스가 뻗어 나왔다.
"매직 미사일!"
꽝.
뻗어져 오는 포스와 매직 미사일이 충돌해 서로 소멸할 것을 예상한 켄은 연달아 마법을 시전했다.
"윈드 커터! 윈드 커터!"
놈의 목과 다리를 향해 두개의 윈드 커터를 날려 보냈다. 능력자들은 어떤식으로 방어를 할지 흥미로웠다. 마법사라면 실드 마법이나 블링크 마법을 시전해 대응할것이다.
빙글빙글.
무언가가 접근하고 있다는걸 알아 차린것인지 놈이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놈의 전면에 둥근 포스 방어막이 생겨났다.
꽈꽝.
저런식으로 막을수 있다는건 처음 목격했다.
"매직 미사일!"
그럼 이번에는 3발의 매직 미사일을 쏘아 보냈다. 두발은 전면에 한발은 3발과 같이 전면에 접근하면 급선회 해 놈의 등쪽으로 날아 가게끔 유도했다. 이번에도 역시 놈은 전면에 포스 방어막을 생성시켰다.
"아앗?'
한발의 매직 미사일이 선회하기 시작하자 놀란 표정의 놈은 한손을 뻗어 포스를 쏘아 냈다. 하지만 일직선으로 쏘아 오는 포스를 피한 매직 미사일은 등쪽으로 계속 날아갔다.
꽈꽝.
"윽!"
두발의 매직 미사일이 전면 방어막에 부딪히자 놈이 뒷쪽으로 주르르 밀리며 신음을 흘러 내렸다. 두손으로 방어막을 생성시켜 방어하는 것과 한손으로 생성시킨 방어막의 견고함이 많이 다른것 같았다. 놈은 놀라고 있을 틈이 없을것이다. 놈의 등뒤에 바짝 접근한 매직 미사일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빙글.
꽝.
뒷쪽으로 밀리면서 놈은 빙글 뒤돌아선채 손으로 방어막을 생성시켜 막은후 다시 반바퀴 돌아 경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몸놀림이 빠른 놈이었다.
"매직 미사일!"
다시 한번 3발의 매직 미사일을 쏘아 보냈다. 이번에도 전면에 생성시킨 방어막으로 막을 생각인것 같았다.
꽈꽝.
주르르.
이번에도 똑 같이 뒤로 밀리면서 뒷쪽을 향해 접근하는 매직 미사일 한발을 막을려고 뒤돌아 설려고 할때였다.
"홀드!"
"......"
푹.
"컥!"
일련의 전투는 눈깜짝할새에 벌어진 일이다. 놈의 몸을 홀드 마법으로 묶어 버리자 당황한듯 눈이 커진 놈의 뒷목을 매직 미사일이 박혀 버린것이다.
털썩.
홀드 마법을 해제하자 바닥으로 무너진 놈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채 능력자들끼리의 전투를 지켜 봤다. 중앙을 포위한 4명은 사방에서 손가락을 중앙으로 뻗으며 포스를 쏘아 내고 있었지만 정중앙의 한놈을 에워싼 형태의 4명이 양손을 빙글빙글 돌리며 전면에 방어막을 생성시켜 방어하고 있었다.
콰콰쾅.
충돌음이 들려 오고 있었지만 공격은 방어를 뚫을수 없었다. 저런식이라면 어느쪽이 더많은 포스를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승패가 갈라질것이다. 그러나 공격하는 놈들은 켄이 신경쓰여 제대로 공격도 못하고 있었다. 언제 끼어 들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은 3명만이 공격하고 다른 한명은 켄을 경계하고 있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