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화. 정착(2)
338화.
한꺼번에 모두 들어 갈수 없어 몇명씩 교대로 들어 갔다. 방 구경을 한 라임이 다시 뛰어 나와 호들갑을 떨었다.
"형님! 선반에 책이 있던데요. 글을 아십니까?"
"안다."
"아! 그, 그럼 혹시 애들에게 글을 가르켜 줄수 있겠습니까?"
이 대륙에서 글을 안다는것은 특권이다. 귀족이나 상인이 아니라면 글을 읽을줄 아는 자는 거의 없는 세계다. 귀족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우민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탓이었다.
"좋아. 모두에게 가르켜 줄께."
할일도 없는 나날이다. 애들에게 글을 가르키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았다.
"애들 부모들에게 허락을 받아 와라."
"감사합니다. 모두들 허락할겁니다."
애들은 모두 배를 빵빵히 채웠다. 그런 애들에게 준비한 사탕과 사쿠란보라고 명명한 이름모를 과일을 내왔다.
"형님! 이건 또 뭡니까?"
"먼저 이 과일을 먹어 봐라."
라임은 물론 애들까지 사쿠란보를 먹어 보고는 눈이 동그래지며 놀라워했다. 빵과 고기를 너무 많이 먹은탓으로 애들은 사쿠란보는 몇개 먹지도 못했다. 그런 애들에게 이번엔 사탕을 한개씩 건네 주었다.
"와아! 사탕이다."
이미 사탕을 맛본적이 있는 촌장 손자인 히노치가 큰소리로 외쳤다. 이렇게 애들에게 사탕이라는 물건이 퍼지게 되었다. 사탕은 열개씩 애들에게 분배해 주며 아껴 먹으라고 했다.
"혀, 형님! 저는요?"
"라임, 너도 먹을려고?"
"헤헤, 물론이죠."
헤픈 웃음을 흘리는 라임은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그럼 너도 열개를 가져가라. 그리고 저녁때 애들 부모들에게 허락을 받고 찾아와라. 올때 마을 젊은이들을 데리고 와."
애들이 돌아 가자 다음날 아침부터 애들을 가르킬 도구를 준비했다. 18개의 직사각형의 큼직한 나무 상자를 만들어 흙을 채워 넣었다. 칠판 대용으로 사용할 물건이다. 모래가 없어 흙으로 대신했다. 흙위에 물을 조금 뿌려 주면 선명하게 글자를 쓸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땅바닥에 앉아 공부를 해야했다. 다시 큼직한 판자를 연결시켜 집앞에 마루를 만들어 놓고 사냥을 나갔다.
이번엔 두마리를 잡아 한마리는 마을에 건네 주고 한마리는 마을 청년들과 구워 먹을 생각이다. 두번이나 와일드 비스트라는 사슴같은 동물을 잡았었다. 이번엔 다른 동물을 잡을 생각으로 실라이온에게 부탁했다. 멧돼지와 비슷한 놈이었다. 지구의 멧돼지와 비슷한 몸통에 어금니가 엄청나게 뾰족하고 긴놈이었다. 덩치가 커다란 황소정도의 크기였다. 그런 놈 두마리를 집앞에 던져 두고 라임이 오기를 기다렸다. 이미 해가 질려고 했다. 잠시후 언덕길을 올라오는 청년들이 보였다. 모두 20명이 넘어 보였다.
"왔냐? 저 놈을 한마리 마을에 가져다 주고 와라."
"허억! 저, 저...빅풋을 어떻게 잡은겁니까?"
"빨리 다녀 와라. 그리고 몇사람은 저놈을 해체해. 구워 먹자."
청년들 절반씩 갈라져 빅풋이라는 놈에게 달려 들었다.
지글지글.
빅풋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청년 23명이 포식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몇명만 따라 와라."
고기가 구워 질려고 할때 집안으로 청년 몇명을 불러 오크통 12개를 밖으로 가져 가라고 했다.
"너희들은 이 컵을 조심스럽게 가져 가라."
유리컵을 본 청년 두명이 놀라워 하며 조심스럽게 밖으로 가져 갔다. 마치 보석을 만지듯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형님! 이 오크통은 뭔지요?"
"맥주다."
"매, 맥주! 저, 정말 맥주입니까?"
"그 컵에 따라봐."
맥주잔이 없어 유리컵중에 큰것만을 꺼내 놓은 것이다. 맥주라는 말에 청년들 모두가 놀라워하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맥주는 마셔 봤냐?"
"마, 말로만 들어 봤습니다."
"두명당 한통씩이다. 맘껏 마셔. 라임, 넌 나하고 같이 마시자."
안주는 빅풋이다. 맥주를 마시며 청년들 모두와 인사를 나누었다. 모두들 켄을 형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매일 목책위에서 경계를 서는데 이곳에서도 몬스터가 침범하냐?"
"아니요. 몬스터는 몇년에 한번씩 한두마리 정도가 옵니다. 큰문제는 되지 않습니다만 가끔씩 용병들이 마을을 찾아와 행패를 부립니다. 그들을 경계하기 위해 감시를 하는 겁니다."
용병들은 몬스터 사냥과 약초를 채집하기 위해 산맥으로 들어가 마을에 들러지만 게중에는 질 나쁜 용병들이 마을 처녀들에게 손을 댄다고 했다. 빅풋 고기로 안주 삼아 맥주를 마시며 청년들에게 이것저것 마을에 대한것을 물었다. 안주가 고기만 있는 탓으로 느끼함이 없지 않아 집안으로 들어가 사쿠란보와 말린 사쿠란보를 가지고 왔다.
"자아, 이걸로 안주해라. 이 과일 이름을 몰라 사쿠란보라고 지었다. 이 검은건 씨앗을 뺀 사쿠란보를 말린거다."
질문이 나올걸 예상해 미리 설명해 주었다. 사쿠란보와 건사쿠란보를 맛본 청년들 모두가 맛있다며 호평했다.
"형님! 이걸 팔면 돈이 되겠는데요?"
"팔고 싶냐?"
"팔수만 있다면 팔고 싶습니다."
라임은 물론 청년들 모두가 흥미를 보였다.
"그럼 말린 사쿠란보를 팔아라."
사쿠란보를 팔기 위해선 이 마을에서 5일거리에 있는 다른 마을로 가야한다. 라임에게 들은 말로는 그 마을에 일년에 한번씩 작은 상단이 방문한다. 그 상단에게 마을에서 생산된 물건을 가져가 팔고 마을에 필요한 물건을 사온다. 사쿠란보를 5일동안이나 운반하면 아마 상할 우려가 있었다. 이곳은 열대 지방이나 마찮가지 기후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얼마큼이나 가지고 있는 겁니까?"
"양이야 멀마든지 확보할수 있어. 큰자루를 한개 가져와라. 그리고 밀가루와 건사쿠란보를 줄테니까 가지고 가서 밀가루를 반죽할때 건사쿠란보를 같이 넣어 빵을 만들어 아침에 가져 와라."
거실로 들어가 밀가루 한포대와 건사쿠란보, 그리고 예전에 만들어 놓은 사각형의 빵을 굽는 틀을 가지고 나왔다.
"한집에서 이 밀가루로 모두 빵을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테니까 몇몇 집으로 나누어 만들도록 해."
반죽한 밀가루를 어떤식으로 틀에 넣는지도 알려 주었다. 반드시 그렇게 넣으라고 몇번이나 주의를 주었다. 반죽 덩어리 한개만 넣어도 되지만 조금 긴사각형 틀이어서 3개의 반죽 덩어리를 넣고 구우면 지구의 식빵같은 모양이 될것이다.
"아? 소금은 있냐?"
"소, 소금요? 한달후에 상단이 오면 구입해야 합니다."
마을에서 생산된 식량을 팔고 대부분 소금을 사온다고 했다. 그만큼 소금이 비싼 대륙이다. 특히 산간 지역인 이곳은 더욱 소금이 비싸게 거래될것이다.
"잠시만 기다려."
다시 거실로 들어가 소금 5포대를 꺼내 놓고 밖으로 옮기라고 한뒤 소금이라고 말해 주었다.
"혀, 형님! 이, 이렇게 많은 소금을 그냥 준다고요?"
"그래. 마을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 줘. 그리고 빵을 만들때 소금을 조금 넣어야 맛이 좋아진다."
"감사합니다."
청년들 모두가 고마워했다.
"저어, 그런데 형님! 형님은 어디서 이런 물건들을 가져 오는 겁니까?"
"이거다. 마법 주머니다."
의문을 표할줄 알았다. 질문하는게 많이 늦었다. 어떤식으로 대답을 할지 이미 생각해 두었었다. 마법 주머니를 본 이들이 또다시 놀라워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아직 해가 뜨지도 않았는데도 라임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이런 새벽부터 무슨 일이 벌어진거냐?"
"헉헉! 형님! 밀가루말인데요. 모두 하얀 밀가루여서 혹시 잘못 주신게 아닌가해서 찾아 왔습니다."
"뭘 잘못 줘? 그걸로 만들어. 아! 계란은 있냐? 빵을 만들때 계란을 섞어 주어야 해."
"있습니다."
아공간에 설탕과 버터, 우유는 있지만 일부러 내주지 않았다. 이곳에 있는 물건들로만 만들어야 한다. 라임이 다시 달려 내려 간후 잠이 모두 달아나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마나 연공을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언덕을 올라 오는 소리에 마나 연공을 멈추고는 밖으로 나갔다. 라임은 물론 몇몇 청년이 자루를 한개씩 짊어 매고 올라 오고 있었다. 그들이 다가 오자 빵냄새가 진동했다. 거실 탁자위에 올려져 있는 식빵 모양의 빵을 작은 칼로 잘랐다. 안쪽에는 드물게 건사쿠란보가 보였다. 일단 맛을 보았다. 그렇게 부드럽진 않았지만 일반적인 빵보다는 부드러웠다. 식빵과 건사쿠란보는 건포도처럼 매치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줘. 그리고 다음엔 건사쿠란보를 이 두배를 넣어."
20여가구에 한개씩 나누어 주고 남은건 마법 주머니에 넣었다. 저녁때 다시 찾아 오라고 하고 아침을 먹은후 애들을 올려 보내라고 했다. 애들 부모들은 모두 글자를 배우는걸 환영하며 허락했다. 아침에는 애들을 상대로 글자를 가르켜 주며 점심 식사로 식빵을 내주었다. 평소에는 하루 두끼만 먹는 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점심까지 제공하는 것이었다.
오후에는 사쿠란보를 따러 갔다. 한달후에 마을 아래쪽의 다른 마을에 상단이 온다고 했다. 건사쿠란보를 준비하기 위해 산속을 돌아 다녔다. 채취한 사쿠란보의 씨앗은 모두 보관해 두었다. 마을 근처에 이 씨앗을 심어 마을 사람들이 직접 사쿠란보를 채취해 건사쿠란보로 만들어 팔면 마을 특산물이 되는 것이다. 마을 청년들에게 그런 취지를 설명해 주자 모두들 감사해 했다.
덜거덕 덜거덕.
수레 두대가 마을을 출발했다. 청년 10명이 수레를 직접 끌고 가고 있었다. 원래는 켄은 가지 않을려고 했지만 건사쿠란보 가격때문에 따라 갔다. 촌장이 부탁한 것이다. 이제 마을 사람 모두는 켄을 환대해 주고 있었다. 꼬박꼬박 고기를 공급해 주고 식빵이나 건사쿠란보까지 제공해 주는 것은 물론 애들에게 글자까지 가르켜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5일거리의 아래 마을까지는 길 아닌 길을 내려가야 했다. 나무들로 우거진 곳을 헤치며 방해되는 나무는 정글도로 잘라 버리며 길을 내면서 내려 갔다.
일년에 한번씩 마을을 내려 가는 탓으로 나무들은 물론 풀들이 우거져 있었다. 5일에 걸쳐 야영을 하며 도착한 마을은 3백호정도가 있는 마을이었다. 인근의 작은 마을에서 끌고온 수레들이 마을 외곽에 늘려 있었다. 일년에 한번씩 큰장이 열리는 것이다. 그런 장날에 피나레를 장식하는건 상단이다. 마을에 도착한 다음날 페이퍼 상단이 수레를 20대나 끌고 왔다.
그런 수레쪽으로 사람들이 몰려 들자 호위하는 용병들이 수레 근처로 접근하지 않도록 경계를 하고 있었다. 페이퍼 상단이 도착하자 마을별로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상단으로 몰려가 어떤 물건을 가져 왔으며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떠들썩하게 흥정하고 있었다. 물건들은 다양했다. 가죽이나 밀, 이름모를 과일도 있었다. 심지어 작은 송아지같은 동물도 몇마리나 되었다.
"형님! 저희들도 찾아 가야 하지 않을까요?"
"천천히 찾아 가도 돼. 가져온 건사쿠란보를 일단 꺼내 놓고 사람들에게 외쳐. 건사쿠란보를 공짜로 나누어 줄테니까 맛보라고 해."
청년들이 준비를 끝내자 라임이 큰소리로 외치자 공짜라는 말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들었다, 그런 이들에게 건사쿠란보를 몇개씩 주며 먹어 보라고 했다. 그런 행동을 지켜 보든 사람들이 정말로 공짜로 나누어 주자 몰려 들기 시작했다. 페이퍼 상단 못지 않은 사람들이 몰려 들자 페이퍼 상단에서 직접 찾아 왔다. 옷차림만으로도 상단의 주요 인물처럼 보였다.
"이건 뭔가?"
"건사쿠란보라는 과일을 말린 것으로 오랫동안 보관도 가능하며 술안주는 물론 이런식으로 빵을 만들어 먹어도 됩니다. 질문하는 중년인에게 특별히 건사쿠란보가 들어간 식빵을 꺼내 직접 잘라 보여 주며 먹어 보라고 했다."
오물오물.
"호오! 이런 빵은 처음이군. 어떻게 이런걸 생각해 낸건가?"
"머리를 조금만 회전시키면 누구나 고안해 낼수 있는겁니다."
머리를 톡톡치며 말해 주자 중년인은 놀라워했다. 무지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중년인의 생각과는 예상치도 못한 답이 들려 왔기 때문이다.
"자네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군. 글을 아나?"
"당연히 알죠."
배운 사람과 그렇지 않는 사람들은 말투에서 부터 차이가 난다. 중년인은 그런걸 간파한것이다.
"이 물건은 얼마나 있나?"
"이런 자루가 다섯 자루입니다."
"음, 모두 팔게. 한자루에 3실버. 어떤가?"
"지금 장난하는 겁니까? 이 건사쿠란보를 귀족에게 팔면 얼마에 팔릴것 같습니까? 이런식으로 빵을 만들어 시식을 해 본다면 귀족들은 얼마든지 돈을 지불하겠지요. 적어도 한자루당 1골드이상은 받아야겠습니다. 그 이하로는 절대로 팔지 않겠습니다."
단호한 켄의 말에 중년인은 조금 놀라워하면서도 고민하는 눈치였다. 잠시후 결단을 내렸는지 중년인이 입을 열었다.
"좋네. 한자루당 1골드에 구입하겠네."
"아니, 1골드 10실버! 귀족에게 어떻게 팔면 되는지 방식까지 알려준 대가도 계산해 넣어야 합니다."
"허허허, 좋네, 그 가격에 구입하도록 하지. 그리고 자네, 우리 상단에 들어올 생각은 없나? 자네같은 거간꾼은 처음이네."
"아니요. 전 이대로가 좋습니다."
중년인은 자신이 페이퍼 상단주라고 소개하며 켄의 이름을 묻고는 사는 마을까지 물었다.
"상단주님! 사는 김에 다른 물건들도 사십시요."
지금까지 잡은 동물 가죽을 보여 주었다. 마을에서는 켄이 잡은 동물 가죽을 모두 모아 놓았던 것이다. 몬스터 가죽은 아니지만 동물 가죽은 모두 크기부터가 달랐다.
"음, 굉장하군. 역시 자네는 특이하군."
- 작가의말
완결까지 함께해 주십시요^^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