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2화. 좀비 확인(1)
282화.
파이프가 천천히 땅속으로 스며 들어 가고 있었다. 건물에 금이 가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켄이 지시한 부분까지 건물 전체가 땅속으로 들어가자 노에스에게 이번엔 학교 건물을 튼튼히 지탱할수 있게끔 땅을 단단히 다져 달라고 했다. 무사히 학교 건물이 완성되자 정사각형 모양의 잔디를 건물앞에 꺼내 놓았다.
산처럼 쌓인 잔디를 실라이온에게 부탁해 건물앞 부지에 나란히 깔아 달라고 했다. 잔디가 하늘을 날아 나란히 정렬되는 모습은 일대 장관이었다. 이 장면을 누가 본다면 귀신의 소행이라고 난리를 칠것이 뻔했다. 학교 건물앞에 푸른 잔디로 되어 있는 넓은 운동장이 완성되었다. 노에스에게 잔디를 땅속으로 조금만 끌어 당기라고 말한뒤 엔다이론을 불러 물을 뿌려 달라고 했다.
쏴아아아아.
마른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잔디를 흠뻑 적신 비가 순식간에 사라지자 잔디잎에는 물방울들이 촘촘히 자리잡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암마! 들어가 보자."
충격적인 장면에 아직도 멍해 있는 암마와 함께 건물안으로 들어가 교실을 보여 주고는 부속 건물로 들어가 물펌퍼와 정화조, 태양광 인버터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이 학교 교장은 암마 네가 해라."
"제가요?"
"그래. 통궤족 사람들중에 대학에서 공부를 한 사람이 있으면 불러와."
굳이 교사 자격증같은건 필요없었다. 열의를 가지고 애들에게 가르켜 줄 사람이 필요했다. 학교 선생은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마을로 돌아 가면서 도로를 정비했다. 한걸음을 옮길때마다 절로 앞쪽에 탄탄한 도로가 완성되고 있었다. 경이로운 광경이었다. 마을에서는 해체한 소를 굽기 위해 준비를 해 놓은 상태로 마을 사람 모두가 군침을 흘리며 켄이 돌아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고기를 구워."
"와아아아아!"
환호성을 지른 어른들이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아직 저녁 시간은 아니지만 이들을 보자 더이상 늦출수가 없었다. 애들에게는 쥬스를 어른들에게는 맥주를 꺼내 주어 흥겨운 파티가 시작되었다.
"너희들중 오토바이를 탈줄 아는 사람이 있나?
"저요! 오토바이를 타 본적이 있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근처의 집 뒤편으로 가서 아공간에서 스쿠터 한대를 꺼내 타고 왔다.
타타타타.
"이리 와서 타 봐."
타 본적이 있다는 젊은 놈을 불렀다. 긴장된 상태로 스쿠터를 운전하는 녀석은 너무 어슬퍼 보였다. 몇번 타 보지도 못한것 같았다. 익숙해 지면 괜찮다고 생각하며 젊은 녀석을 불러 스쿠터를 선물한다고 했다. 대신 내일 아침에 점점히 산재해 있는 통궤족 마을을 돌아 다니며 모든 사람들을 학교 건물이 있는 곳으로 다음날 점심때까지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애들에게 학교를 보여 주고 통궤족 사람들에게 식량도 나눠줄 생각이다.
*******
일본 동경에 속하는 하치죠지마(八丈島) 경찰서에서는 난리가 난 상태다. 아오가시마에서 벌어진 상해 사건 범인을 체포하러 간 경찰들에게서 연락이 끊겨 버린것이다. 헬기와 전혀 통신이 되지 않는 상황에 무슨 일이 벌어 진것이라고 판단할수 밖에 없었다. 비가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아오가시마에서도 비가 내리고 있다. 이곳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면 헬기가 추락했을 가능성도 배제할순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악천후로 인해 통신이 두절되었을수도 있었다.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아오가시마에 대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통신이 두절된 상태에서 이틀이 지나갔다. 더이상은 기다릴수 없었다. 비도 이미 그친 상태다. 아오가시마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배를 띄울수는 없었다. 높은 절벽으로 둘러 쌓인 아오가시마는 작은 항구가 있었지만 지금 현재는 절벽이 무너져 돌더미에 묻혀있는 상태다. 어쩔수없이 하치죠지마 경찰서 서장인 이하라(井原)는 이곳 경찰서를 관할하는 동경 치요다구 카스미가세키(千代田区 霞が関)에 있는 경시청(警視庁)에 연락을 할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평가 점수가 하락하게 될것이지만 더이상은 숨길수가 없었다.
"칙쇼(ちくしょう.빌어먹을)!"
땀이 비오듯 흐르는 이마를 훔치며 진이 다 빠진 이하라는 의자에 털썩 주저 앉았다. 경시청에 아오가시마의 사건을 모두 보고한 것이다. 쓴소리를 들을 각오로 전화를 했지만 예상했던것 이상으로 설교만 진창 들은것이다. 경시청에서 직접 헬기를 지원해 준다고 했다. 이곳 하치죠지마 경찰서에는 총40명의 경찰이 소속되어 있으며 헬기도 한대가 배속되어 있었다.
그런 헬기가 아오가시마에서 연락이 두절된 이상 경시청에 헬기 지원을 부탁할수 밖에 없었다. 그날 저녁에 경시청에서 보내온 헬기가 도착했다. 내일 아침 일찍 수색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전히 아오가시마로 간 헬기에게선 통신이 두절된 상태다. 속이 타는 마음에 해상 보안청에 연락해 아오가시마와 인근 바다를 수색해 달라고 했다. 하치죠지마에서도 어부들에게 배를 출항시켜 아오가시마 부근 바다를 수색해 달라고 어업 협동 조합에 부탁을 했다.
안절부절하며 서장실을 왔다갔다 하던중에 해상 보안청에서 연락이 들어왔다. 헬기 두대가 아오가시마 헬기 이착륙장에 착륙해 있다고 했다. 섬전체를 둘러 봐도 인적은 전혀 찾아 볼수 없다고도 했다. 헬기 이착륙장에는 헬기 두대가 착륙해 있는 탓으로 다른 헬기가 착륙할 장소가 없어 직접 아래로 내려가 보진 않았다는 말에 경시청에 다시 연락해 경찰 특수 부대(SAT)에 응원을 요청했다.
일반 경찰로서는 헬기에서 줄을 타고 내려가는 레펠을 할수 없다. 그런 훈련은 해 보지도 않은 일반 경찰이 아오가시마로 들어 갈순 없는 것이다. 그날 저녁 해가 지기전에 헬기 두대가 하치죠지마 공항에 도착했다. 헬기 두대에는 특수 부대인 SAT 대원 10명이 타고 있었다. 한시가 급한 상황이었다. 곧바로 상황 설명을 하고 아오가시마로 가서 행방 불명된 경찰들과 범인을 잡아 줄것을 부탁했다.
타타타타타.
헬기 두대가 아오가시마 상공에 도착했다. 어둑어둑한 섬은 적막감에 휩싸여 있었다. 헤리포터 상공에서 SAT 대원 10명이 레펠로 아래로 내려왔다. 방탄 조끼를 입고 복면위에 헬멧을 쓰고 고글로 눈을 가린 대원들의 허리춤에는 베레타 92 권총이 꽂혀 있었으며 권총 그립 부분에는 레이저 조준기가 달려 있었다. 대원들의 손에는 세미 오토 사격이 가능한 총신이 짧은 M&K MP5라는 자동 소총이 들려 있었다.
"본부! 아오가시마에 무사히 착륙했다. 지금부터 행불 경찰 수색및 범인 체포 작전을 시행하겠다."
- SAT 1! 행운을 빌겠다.
주변을 경계하며 범인이 있다는 집으로 이동하는 대원들은 도로위에 붉게 물들어 있는 피를 보며 더욱 경계를 강화하며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넓은 마당을 지나 열려 있는 현관으로 들어 갈려고 할때였다. 집안에서 피범벅인 남자 한명이 어슬렁거리며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 남자는 대원들을 보자마자 괴성을 지르며 달려 들었다.
맨앞의 SAT 대원은 급히 남자를 피하는 것과 동시에 남자의 팔을 잡아 등뒤로 돌리며 뒷무릎을 차서 남자를 바닥에 꿇리고 제압할려고 했다. 남자의 팔을 잡은것까진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등뒤로 돌릴려고 할때 문제가 발생했다. 어떤 사람이든간에 팔을 잡고 순식간에 등뒤로 돌리면 돌아 가지만 어떻게 된것인지 이 남자는 오히려 자신을 앞으로 끌어 당겨 버렸다. 엄청난 힘에 끌려가자 놈은 자신의 목을 덥석 물어 버렸다.
콰직.
"크윽!"
퍽퍽.
놈을 떼어 놓을려고 동료 대원들이 놈의 얼굴을 주먹으로 쳤다.
"크아아악!"
그러자 놈은 목 살점을 한움큼이나 물어 뜯어 버렸다.
"커억! 컥!"
목덜미에서 피가 홍수처럼 뻗어 나가자 정신이 아득해 지며 바닥으로 무너져 내리는 대원이었다.
"놈을 제압하고 이케다(池田)를 치료해."
미친놈이었다. 많은 범인들을 제압했었지만 사람의 목을 물어 뜯어 저항하는 놈은 처음이었다. 놈을 향해 대원들이 일제히 달려 들었다. 아무런 무기도 들고 있지 않은 일반인을 상대로 총기를 사용할순 없다.
놈의 사방에서 달려든 대원들이 놈의 목을 조르고 두팔을 잡아 바닥에 쓰러 뜨릴려고 했다. 하지만 얼마나 힘이 센 놈인지 오히려 팔을 잡은 대원 두명을 후려치자 대원 두명이 붕 날아가 버렸다. 목을 조르고 있는데도 숨이 막히지도 않는지 '컥컥'거리지도 않고 아무렇지도 않는것 같았다. 인간이라면 절대 저럴수는 없다.
'모, 모시카시테 조, 좀비?(も,もしかしてゾ,ゾンビ? 서, 설마 좀비?)'
아일랜드에서 능력자로 추정되는 자가 좀비에 대해서 폭로한 것은 알고 있었다. 실제로 미야자키켄(宮崎県)에 있는 박스터 공장에서 Z 바이러스라는 물건을 압수했었다. 이곳으로 오기 전에도 연일 좀비가 등장했을때를 상정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즉시, 확인이 필요했다.
"모두 물러서."
탕.
대원들이 놈에게서 멀어지자 허벅지에 총알을 박아 주었다. 좀비는 피는 검은 피라고 했다. 만약 놈이 좀비라면 검은 피를 흘릴것이다. 어두운 밤인탓으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반드시 확인해야했다. 놈이 대원들에게 달려 들고 있었지만 대원들은 요리저리 피하고 있었다.
"검다. 검은 피다. 모두 조심해! 놈은 좀비로 추정되는 놈이다."
좀비라는 말에 대원들이 멈칫했다. 모두 놀란것이다.
"본부! SAT 1 오카모토(岡本)입니다. 특급 상황 발생! 특급 상황 발생! 좀비 확인! 총기 사용 허가를 요구한다."
- SAT 1! 좀비? 확실하나?
"확실하다. 놈은 검은 피를 흘리고 있다. 이미 대원 한명이 당했다."
- 기다려라.
일반인이라면 절대로 총기를 함부로 사용할수 없지만 좀비라면 다르다. 또한 이곳은 외딴섬이다. 총기를 사용해도 매스컴은 물론 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갈 일은 없었다. 포위한 상태를 풀어 즉시 한곳을 비웠다. 포위망이 풀린 빈곳으로 놈을 향해 총을 사용해야 대원들이 유탄에 맞지 않는다. 상부에 총기 사용 허가를 받기위해 시간이 조금 걸렸다.
- SAT 1! 총기 사용을 허가한다. 단, 좀비는 사살후 사체를 반드시 회수하라.
"라져!"
타타탕탕.
대원들이 놈을 향해 일제히 총을 발사했다. 다리를 중심으로 발사해 놈의 움직임을 봉쇄할려는 작전이다. 총알이 박힌 반동으로 주춤거리던 총알쯤은 무시한다는듯 그대로 달려 들었다. 역시 좀비가 아니라면 있을수 없는 일이다. 인간이라면 이미 쓰러져도 수십번은 쓰러졌을것이다. 좀비들이 모두 이런 놈들이라면 아일랜드의 능력자가 우려한 좀비 사태에 도래하면 인간들은 좀비에게서 살아 남을수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비는 머리통을 날려 벌려야 한다고 했다. 일본에 처음 등장한 좀비다. 놈을 산채로 포획하고 싶었지만 대원들의 안전이 더 중요했다.
"머리통을 날려 버려."
타타타타탕탕탕!
놈의 머리를 향해 집중 사격을 하자 머리통이 조금씩 부서기지 시작했다. 화력이 큰 총알이었다면 이미 머리통이 날아가 버렸을테지만 현재 사용하고 있는 M&K MP5는 화력이 강한 무기가 아니다. 대원 모두가 가지고 있는 자동 소총의 총알을 모두 소비했다. 머리통이 완전히 날아가 버린 놈은 바닥으로 무너져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놈의 머리에서는 검은 피가 꾸역꾸역 흘러 나오고 있었다.
"놈의 피를 절대 만지지 마라."
능력자의 말로는 피로 감염된다고 했다. 놈의 사체를 완전히 밀봉해 운반해야 했다. 본부에 연락해 이곳의 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본부에 연락할려고 할때였다.
"대, 대장님! 뭔가가 접근합니다."
"헉! 사방에서 몰려 옵니다."
후레쉬로 주변을 급히 비추자 마당으로 진입하는 길이나 길도 없는 밭위로 사람들이 걸어 오고 있었다. 그런 이들의 옷이나 얼굴에는 피같은 붉은게 묻어 있었다. 저들 모두가 좀비라면 이곳을 탈출하기가 쉽지 않을것이다. 몰려 오고 있는 저들이 좀비가 아니길 빌었다. 휴대한 자동 소총 총탄은 이미 다 소모해 버렸다. 권총밖에 의지할것이 없는 상황에서 저 많은 좀비들을 제압할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한놈을 잡기 위해 무수한 총알을 박아 넣어 겨우 머리통을 날려 버릴수 있었다.
"모두 조심해. 총알을 아껴라."
도주할곳도 없었다. 헬기는 헬기 이착륙장에 있는 다른 헬기들로 인해 착륙도 하지 못했다. 단검이 있으면 목을 베어 죽일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단검은 지급되지 않은 상태다. 어림잡아 100명은 되어 보였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근처의 사람들은 모두 몰려 온것 같았다. SAT 대원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좀비로 변한 상태로 섬에 뿔뿔히 흩어져 있었다. 그러나 며칠전 경찰이 쏜 총소리에 이 근처로 몰려 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놈들이 총소리를 듣고 이곳으로 다시 몰려 온것이다.
"끼아아아아!"
한놈이 괴성을 지르자 몰려 오고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달려 들었다. 그들의 눈은 모두 붉게 변해 있었다.
"좀비다! 모두 조심해."
탕탕탕탕!
달려드는 좀비의 머리를 향해 몇몇 대원이 권총을 발사했다. 권총 몇발만으로는 머리를 날려 버릴순 없다. 머리에 총알이 박혔을텐데도 아랑곳하지 않은채 무작정 달려 드는 놈들이었다.
탕탕탕탕탕탕탕!
- 작가의말
즐거운 하루 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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