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7화. 헤이트 스피치(1)
267화.
조립식 건물이 완성되자 안으로 들어가 펌프를 작동시켰다. 처음 끌어 올린 물은 원래는 버려야 한다. 처음엔 흙탕물이 함께 올라 오기 때문이지만 노에스가 박아 넣은 파이프는 그런 걱정은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 파이프 입구를 막은채 수맥이 흐르는 중간 지점에 박아 넣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런 파이프를 노에스를 불러 막아 놓은 입구를 터라고 한후 물을 끌어 올린것이다. 처음부터 깨끗한 물이 탱크안으로 들어 올것이다. 그런 물도 클린 마법을 한번 걸친 덕으로 굉장히 깨끗할것이다.
"현수야! 물을 받아가서 검사 허가서를 받아와."
"알겠습니다."
"저어...끌어 올린 물은 깨끗한 물이 나올때까지 버려야 하는데요?"
"그럴 필요없어."
황 사장의 말을 일축해 버렸다. 저장 탱크에 물이 꽉 찰려면 공간 확장 마법진덕으로 많은 시간이 걸릴것이다.
"황 사장! 고생했어. 대금은 계좌로 송금해 줄께."
"감사합니다."
황 사장이 직원들을 데리고 마을에서 내려 갔다.
"사업 번창을 위해 고사는 안합니까?"
"고사? 그런걸 왜 해? 필요없어. 너희들도 내려가서 사무실에 필요한 물건들이나 구입해. 냉장고나 커피, 차등등 너희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알아서 채워 넣어."
정현이가 소연이를 데리고 내려가자 이곳에는 명철이와 둘만 남아 있는 상태였다.
"심심하지?"
"그렇긴 하지만 늘 있는 일입니다. 잠복 근무를 할땐 꼼짝도 하지 않으니까요."
부산에서의 일도 서서히 끝나가고 있었다. 형님이 운영하는 횟집은 완전히 자리를 잡은 상태다. 연일 손님들로 미어 터지는 대박 가게로 변모했다. 경기 불황으로 인해 손님들이 적을것으로 예상했었지만 특별한 회와 생수를 제공하는 회집은 그런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제는 냉동 창고만 준비되면 완벽한것이다.
생수는 탱크에 물이 가득 찬후 엔다이론을 불러 특별한 생수로 바꾸어 달라고 한뒤 소연이에게 신신당부를 해 두었다. 탱크의 물을 다 사용한후 다시 탱크에 물을 가득 채운후에 전화를 하라고 했다. 오늘밤엔 냉동 창고에 채워 넣을 마구로를 잡으러 일본의 홋카이도(北海道)에 있는 오오마(大間)로 가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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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온 오오마는 여전히 찬바람이 볼을 세차게 때리며 변함없는 날씨를 보여 주었다. 평형 세계인 지구로 이동해 처음으로 일본으로 온것이기도 했다. 오오마의 밤 바다로 하늘을 날아 이동해 본격적으로 마구로를 잡기 위해 엔다이론을 불러 마구로 무리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라고 했다. 물의 상급 정령인만큼 엔다이론은 얼마지나지 않아 큰무리를 찾았다고 알려 왔다.
처음 마구로를 잡을때처럼 라이트닝 마법으로 기절시킬 필요도 없었다. 엔다이론이 있는 이상 마구로가 이동하면 앞쪽 바다위에 아공간을 열어 두면 엔다이론이 마구로 무리를 통채로 들어 올려 아공간 안으로 던져 넣을것이다. 실제로 그런식으로 큰무리를 포획한후 다른 작은 무리 하나도 잡아 버렸다. 일본에서 주로 마구로 어업이 성행되는 곳은 홋카이도(北海道)와 아오모리(青森), 카고시마(鹿児島)다.
그 중에서도 홋카이도 오오마산 마구로를 최고로 쳐 준다. 큰무리를 잡아 버린 이상 오오마의 마구로 어선들은 한동안 불황에 시달릴것이다. 대부분 마구로 어선에는 최신형 소나를 탑재해 마구로 무리를 찾는다. 아직 해가 뜨기 전인 아침 일찍 일제히 어선들이 바다로 출항해 소나를 켜고 마구로 무리가 어디에 있는지 찾으면 그 마구로 무리가 나아가고 있는 앞쪽을 다른 어선에 비해 얼마나 빨리 선점하느냐에 따라 그날 마구로를 잡을지 허탕을 칠지 운명의 기로에 서는 것이다.
재빨리 마구로가 진행하는 앞쪽 방향을 선점했으면 이번엔 마구로가 어떤 먹이를 쫓아 가는지 살펴 봐야 한다. 어선에 따라선 무조건 한가지 미끼만 사용하는 어선은 물론 상황에 따라 미끼를 바꾸는 어선도 존재한다. 미끼는 오징어나 꽁치를 주로 사용하며 예전부터 사용하던 꽁치를 닮은 모양의 가짜 미끼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어선도 있다. 그런 가짜 미끼를 만드는 방법은 자식에게도 알려 주지 않는 특비에 속한다.
마구로 무리 앞쪽에 선박을 대고 미끼를 집어 던져 놓으면 마구로가 그 미끼를 집어 삼킨다. 그러면 낚시줄을 힘껏 한번 잡아 당겨 마구로의 입에 바늘이 완전히 걸리게끔 조치를 취한후 줄을 잡아 당긴다. 요즈음은 전자동으로 줄을 감아 주는 기계가 등장했다.
그런 기계가 마구로가 바늘에서 벗어 날려고 달아 나면 자동으로 줄을 풀고 힘이 빠졌을땐 자동으로 감아 준다. 마구로를 20미터까지 감아 올리면 전기 쇼커를 줄에 감고 바다안으로 넣어 전기를 흘러 보낸다. 마구로가 발버둥치지 못하게 감전시키는 역활이다.
무사히 마구롤 포획해 어선으로 끌어 올리면 먼저 아가미와 내장을 제거하고 곧바로 마구로 전용 통에 얼음을 채워 넣고 항구로 향한다. 항구에서 마구로 무게를 재고 오오마산 마구로라는 라벨을 붙이고 동경의 츠키지(築地) 시장으로 출하한다. 동경의 츠키지 시장에서 경매로 마구로가 팔려 나가면 세금을 떼고 남은 돈을 어민이 받는 식이다.
마구로 어업을 하는 어민은 재수가 없으면 몇년동안 단한마리도 마구로를 잡지 못하는 일도 빈번히 발생한다. 그런 사람들은 임시 알바로 근근히 생활하며 언젠가는 마구로를 잡을수 있다는 희망과 폐업을 하는 두갈래의 길로 들어 선다.
오랜만에 일본에 온김에 카와사키(川崎)로 가 볼 생각이다. 카와사키 모아즈(川崎モアーズ) 옥상으로 이동한 켄은 예전에 보든 풍경과 변함없는 카와사키에 정겨움을 만끽할수 있었다. 한밤중인 탓으로 간간히 도로를 질주하는 자동차들외엔 돌아 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 사람들도 술에 취한 사람들과 서둘러 집으로 돌아 가는 사람들 뿐이었다. 카와사키에서는 먼저 자신이 속해있던 야쿠자 사무실을 찾아가 볼 생각으로 아래로 내려와 발걸음을 옮겼다.
"아손데 이카나이. 이이 코 이루요(遊んで行かない.いい子いるよ. 놀다 가세요. 예쁜 아가씨 있어요.)"
이곳은 여전했다.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중국인 중년 여자 삐끼가 매춘방으로 권유하고 있었다. 매일밤 그런 일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중국인을 무시하고 야쿠자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천천히 주변 건물을 구경하며 걸어 갔다. 중국인 여자 삐끼는 무시하고 걸어가면 따라 오거나 귀찮게 굴진 않는다.
"...음."
역시 예상했던 대로였다. 마음속으론 조금은 기대도 했었다. 하지만 야쿠자 사무실은 그곳엔 없었다. 다른 가게 간판이 걸려 있을 뿐이었다. 사무실 반대편 건물 1층에 있던 단골 식당인 나고미(和)라는 텐동야(天丼屋.덮밥 식당)가 아닌 중고 컴퓨터 가게로 바뀌어 있었다. 다시한번 이곳이 원래 자신이 살던 세계가 아니라고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다음은 살던 집으로 찾아 갔다. 아버지가 살고 있길 내심 바라고 있지만 카와사키에서 가까운 동경의 오오모리(大森)에 있는 집은 문패부터가 다른 이름이었다. 야마모토(山本)가 아닌 스즈키(鈴木)라는 문패가 달려 있었다. 집의 외관은 예전과 변함없었지만 문패만 달랐다. 마나 스캔을 펼쳐 집안을 살펴 보았다. 집안에는 모두 네명이 잠에 빠져 있었다. 이 집에는 원래 아버지 혼자서 살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도 네명이나 살고 있고 두명은 아이들로 짐작되었다. 자신과는 전혀 연관도 없는 타인이었다.
"칙쇼(ちくしょう.제기랄)"
온몸의 힘이 쭉 빠지는듯한 느낌이었다.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이럴줄 알고 일본으로 와서 직접 확인하는걸 마음속으로는 꺼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
뿌아아앙.
굉음을 뿜어내며 오토바이가 한밤중의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이계로 넘어 가기전에 우연히 구해 타고 다녔던 오토바이로 울적한 마음을 털어 버리기 위해 시원한 바람을 맞고 싶었다. 헬멧은 쓰지 않았다. 눈쪽으로 마나를 보내 눈이 마르는걸 방지하며 무작정 도로를 달려갔다. 아직 봄이라서 그런지 한밤중은 쌀쌀한 날씨다.
웨에에엥.
"응?"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 오며 급격히 접근하고 있었다. 경찰 순찰차였다. 순찰차가 접근하기전에 아공간을 열어 급히 헬멧을 뒤집어 쓰고는 속도를 올렸다.
뿌아앙.
폭주족 시절엔 경찰과 자주 숨바꼭질을 했었다. 동료들과 도로를 질주하며 경찰을 따돌리는 스릴을 만끽한것이다. 큰도로에서 좁은 주택가로 들어가 순찰차가 속도를 내지 못하게끔 따돌려고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저런 순찰차쯤은 마음대로 요리할수가 있는 것이다. 잡을수 있으면 잡아 보라는듯 넓은 도로를 질주하며 고속 도로로 접어 들었다.
속도계에는 120킬로가 표시되어 있었다. 고속 도로에는 간간히 트럭이 달리고 있을뿐 한산했다. 도로 표시판을 보고 자신이 요코하마(横浜)쪽으로 달려 가고 있다는걸 알수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고 있음에도 순찰차도 오토바이에 뒤지지 않을만큼 바짝 따라오고 있었다. 30분정도 달렸을때 앞쪽에서 순찰차 두대가 도로를 막아 서고 있었다. 그렇다고 도로를 완전히 막아 놓은건 아니다. 한쪽 길을 터주며 그쪽으로 유도할려는것 같았다. 그런 순찰차를 향해 더욱 속도를 올렸다.
"플라이!"
순찰차와의 거리가 10미터정도 남았을때 플라이 마법을 사용해 막아선 순찰차를 뛰어 넘어 버렸다. 순찰차 위쪽을 날아 갈때 순찰차안의 오데코(おでこ.경찰)들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몸을 움추리며 멍해 있는 모습에 절로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완전히 순찰차를 따돌린 켄은 더이상 순찰차와 경쟁을 해 봐야 아무런 이득도 없음은 물론 울쩍했던 기분도 조금은 풀린것 같았다.
"플라이!"
고속 도로에서 방향을 틀어 도로 아래쪽으로 훌쩍 뛰어 내려 더이상 고속 도로를 타지 않고 일반 도로로 이동해 오토바이를 아공간에 집어 넣고 카와사키(川崎)로 공간 이동해 갔다. 날이 밝을려면 아직 두세시간의 여유가 있었다. 카와사키로 온김에 물건을 구입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날이 밝은후에 구입할 생각는 없었다. 일단 카와사키에서 가장 많은 의복을 파는 가게로 갔다. 번화가에서 떨어진 외곽에 있는 가게였다.
가게 이름까지는 모르지만 어디에 있는지는 안다. 카와사키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켄은 거침없이 그 가게로 향했다. 외곽의 도로 옆에 있는 가게는 넓은 반지하에 아기 옷은 물론 성인 옷, 가방, 신발등등 남녀 구분없이 가게가 미어 터질 정도로 엄청난 양이 진열되어 있는 가게다. 그런 가게의 감시 카메라를 모두 끊어 버리고는 안으로 침투해 아공간에 무작정 쓸어 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는 텅 비어 버려 쓸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 가게 중앙에 1억엔을 놓아 두었다. 물건값이다. 1억엔이 적당한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공짜로 훔쳐 갈수는 없어 그냥 놓아 둔것이다. 다음은 케이큐 카와사키(京急川崎)역 바로 앞에 있는 유니크로와 GU라는 가게로 이동했다. 역앞의 다이스(ダイス) 빌딩 3층에 있는 유니크로와 4층에 있는 GU의 의복들을 경비원이 다른 층으로 간 사이 감시 카메라를 모두 멈춰 버리게 한후 아공간에 쓸어 담고 시마무라(しまむら)라는 가게로 이동했다.
카와사키 경마장 근처에 있는 시마무라는 가게는 의복은 물론 침구까지 완비되어 있는 가게다. 시마무라에 있는 물건도 모두 아공간에 집어 넣고 1억엔을 남겨 두었다. 유니크로와 GU 가게에는 돈을 놓아 두지 않은건 두가게는 일본에서도 알아 주는 대형 체인점으로 유니크로 사장이 엄청난 부자다. 그래서 일부러 물건값으로 돈을 놔두지 않은 것이다.
덜컹덜컹.
어느새 새벽 4시가 넘었는지 철로에 전철이 움직이고 있었다. 자판기에서 따뜻한 켄커피를 한개 뽑아 마실려고 했지만 작은 돈이 없었다. 자판기에는 만엔 짜리 지폐는 사용할수 없다. 어쩔수없이 편의점을 찾아 가야 했다. 뜨거운 원두 컵커피를 한잔 따라 손에 들고 카와사키 시내로 향했다. 여기저기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돌아 다니고 이른 아침이지만 전철역으로 사람들이 몰려 들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솔쏠했다.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아사맛쿠(朝マック.맥도널드 아침 메뉴)를 먹은후 예전에 갔었던 가게들을 돌아 다니며 구경했다. JR카와사키역 근처의 요도바시(ヨドバシ) 카메라 전자 제품 가게를 둘러 본후 밖으로 나왔을때 JR역 앞에 일장기를 든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어 카와사키 시청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긴 했지만 자신과는 별 상관이 없는 탓으로 그냥 스쳐 지나갈려고 했을때 발길을 멈추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쵸센징와 이츠니 낫타라 카엔룬다로(朝鮮人はいつになったら帰るんだろー.조선놈들은 언제쯤 돌아 갈까?)"
"소노 타메니 와레와레가 카츠도우 스룬쟈나이카. 와레라오 오우엔스루 니혼진모 돈돈 후에떼이루. 코노 카츠도우가 젠코쿠데키니 히로가레바 쵸센징와 와가 쿠니카라 하이죠데키루또 오모우.(そのために我々が活動するんじゃないか.我らを応援する日本人もどんどん増えてぃる.この活動が全国的に広がれば朝鮮人は我が国から排除できると思う.그때문에 우리들이 활동하는거잖아. 우리들을 응원하는 일본인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 이 활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되면 조선인은 우리 나라에서 쫒아낼수 있을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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