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화. 통궤족(2)
233화.
정령들을 불렀다. 실라이온이 굵기가 비슷한 나무들을 들어 올리고 노에스가 땅에 박아 넣었다. 앞뒤로 4개 옆쪽으로 8개를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박아 넣고 홈을 판후 서로 연결시켰다. 그런 기둥안쪽과 바깥쪽에 실라이온이 긴 나무를 판자 형태로 쪼개 들고 와 기둥에 대고는 나무못을 박아 고정시키는 작업을 했다. 이중 벽이었다.
천장에서 가까운 벽에는 항상 바람이 잘 통하게끔 창문을 만들어 두었다. 인간이라면 나무못으로 판자를 고정시키는 작업은 어려울것이지만 정령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지켜 보고 있는 마을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나무들이 날아 다니고 땅속으로 푹푹 들어 가는 한편 긴 나무가 판자 형태로 쪼개지는 광경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믿을수 없는 광경이 펼치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켄은 지루한 줄을 몰랐다.
"이 창고는 암마가 관리한다."
"감사합니다. 위대한 존재시여."
암마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는 감사 인사를 했다.
"일어나라. 자아, 모두 창고로 들어가 보자."
지면에서 1.5키터 정도 높이의 창고는 계단을 밟고 올라 가야 한다.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조금 어두웠지만 창고안이 보이지 않을 정도는 아니었다. 정령들이 만든 창고를 신기한듯 구경하는 마을 사람들을 다 내보고 창고 문을 닫아 버렸다.
"아공간 오픈!"
창고안에 물건들을 꺼내 놓기 시작했다. 밀가루와 소금, 생활 도구, 통조림, 의복등등 수많은 물건들이 창고 안을 꽉 채울 정도였다.
"모두 들어와라."
다시 창고 안으로 들어온 마을 사람들은 모두 입을 쩍 벌릴수 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창고안에 물건들로 꽉 차 있었기 때문이다.
"암마! 이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줘라."
"감사합니다."
생각같아선 이 창고 지붕에 태양광 패널까지 설치해 주고 싶었지만 그만 두었다. 설치해 주면 어떻게 사용하는지 긴설명을 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관리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것이라고 판단했다. 다음날 아침에는 다른 마을을 둘러 보기로 했다. 암마가 직접 안내를 한다며 앞장섰다. 성인 남자 두명과 암마, 켄이 다른 마을로 향했다.
반나절을 걸어 마을로 들어 서자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와 바닥에 엎드렸다. 이 마을은 다섯 가구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30명이나 되었다. 이들은 모두 일부다처제로 친족끼리 마을을 구성한다. 남자들은 사냥을 하고 여자들을 밭일을 한다. 밭이라고 해봤자 조그마한 텃밭이다. 마을에 환자가 있으면 치료해 주고 식량과 생필품을 꺼내 주고는 다른 마을들로 계속 이동하며 통궤족에게 도움을 주었다. 암마가 안내한 마을을 돌아 다니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달이상이나 걸린것이다.
"암마!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해."
암마에게 준 마법 영상 통신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설명을 해 주고 최하급 정령을 어떻게 성장시키는지까지 말해 주었다. 이제 이 마을을 떠나야 한다. 가끔씩 들런다고 약속하고는 파리 외곽의 저택으로 돌아 갔다.
"오셨습니까?"
"그래. 별일 없었나?"
"앙리 회장님께 전화가 왔었습니다.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알아 보라고 했습니다."
품속에서 스마트 폰을 꺼내자 부재중 전화가 몇개나 표시되어 있었다. 통궤족 마을에는 수신이 되지 않은것이었다.
- 이제야 연락이 되는건가?
"그래. 스마트 폰이 터지지 않는 오지에 있었거든. 회사는 설립했어?"
- 그래서 연락을 한거네.
"어디로 가면 되지?"
앙리 회장이 말한 곳으로 사무엘이 안내했다. 보르도라는 유명한 와인 생산지로 간다고 했다. 떼제베를 타고 보르도에서 내리자 역앞에는 앙리 회장이 보낸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보르도는 유명한 와인 생산지인 만큼 포도밭이 굉장히 많았다. 가지치기도 끝났는지 포도 나무들은 잘 정돈되어 있었다. 곳곳에 와인을 제조하는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프랑스인만큼 그런 건물들도 세련되어 있었다. 앙리 회장은 생떼 스테프에 있는 와인 제조 공장을 인수했다고 했다. 건물 또한 겉모습은 이곳이 와인이 생산되고 있는 공장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인테리어가 잘 되어 있었다. 와인 시음장과 레스토랑을 겸비하고 있다고 했다.
"왔나?"
"건강해 보이네."
앙리 회장은 몇달전보다 더욱더 건강해 보였다. 이젠 지팡이도 짚지 않고 있었다. 일부러 지팡이를 짚고 다니라고 말해 두었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 완전히 나았다는 것을 보여줘도 된다고 판단해 지팡이를 버린 것이다.
"이곳에 왔으니 와인 맛을 보여 주겠네."
"벌써 와인을 생산하고 있어?"
"올해는 아들 녀석 회사의 통 몇개를 받아 온거라네."
지하로 내려 가자 깨끗한 지하 공간에 큼직한 오크통이 10개 늘어서 있었다. 어떤 동굴안에서 와인을 숙성시키는줄 알았던 켄은 현대 시설이 완비되어 있는 지하를 보고는 의아해했다.
"요즈음은 모두 이렇게 현대식 설비로 숙성시킨다네. 온도 관리가 쉬워 일정한 맛을 낼수 있기 때문이라네."
회장의 말이 이해되었다. 동굴이라면 온도가 일정하지는 않을것이다. 많은 오크통을 늘려 놓으면 미세하지만 온도 변화가 있을것이다.
"올해안에 지하 공간을 꽉 채울수 있도록 오크통을 주문해 놓았네."
아들에게 빌린 오크통은 반납해야 한다. 회장이 직접 긴 유리 대롱같은걸 오크통에 넣어 와인을 넣고는 잔에 따라 주었다. 레드 와인이었다.
"...음."
향기는 조금 강렬했다. 완전히 숙성되면 향기가 섬세해진다고 했다. 섬세한 향기가 어떤것인지는 모르지만 일단 마셔 봐야 맛을 알수 있을 것이다.
꿀꺽.
"...그저 그렇네."
딱히 '입에 맞는다 맞지 않는다'라고 판단할수 없을 정도로 미묘한 맛이었다. 개인 취향에 따라 천자만별의 평가를 하겠지만 굳이 평가를 하라면 취향에 들지 않았다. 그런 표정을 알아 본것인지 앙리 회장이 입을 열었다.
"하하하, 아직 숙성이 되지 않아서 그렇네. 자아, 올라가세. 숙성된 와인을 마셔 보게나."
레스토랑으로 안내되어 갔다. 잠시후 안심 스테이크와 샐러드, 바겟트, 치즈도 함께 나왔다. 물론 와인도 빠질수 없었다.
"먼저 마셔 보게."
꿀꺽.
"응? 전혀 다르잖아?"
"당연하다네. 맛은 어떤가?"
"음, 부드럽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해."
"그런...가?"
앙리 회장이 실망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거짓말을 하는것보단 나중을 위해서라도 솔직히 말해 주는게 낫다.
- 엔다이론! 부탁할께.
와인병에 들어 있는 레드 와인이 요동친후 엔다이론이 사라지자 다시 잔을 돌려 향기를 음미해 본후 와인을 맛 보았다.
"좋네. 회장도 마셔 봐."
"그, 그걸 한건가?"
와인을 개조한것을 알아 차린듯 회장의 말을 더듬고 있었다.
"음...기가 막히는군. 완전히 다른 맛일세. 생떼 스테프 독특한 탄닌을 전혀 느낄수 없을 정도야."
식사를 하고 다시 지하로 내려갔다. 시간 가속 마법을 펼쳐 와인을 완전히 숙성시킬 생각이다. 시간 가속 마법진을 그려 놓으면 자동으로 숙성이 되겠지만 현대적인 설비까지 시간 가속 마법진에 영향을 받아 오래된 장비로 변해 버릴것이다. 이곳이 동굴이라면 아무런 문제도 없을테지만 하필이면 현대적 설비다. 직접 시간 가속 마법을 펼칠수 밖에 없었다.
"일단 1년간 숙성시킨 와인으로 만들어 줄께."
"뭐라고 했나? 지금 당장 그런 일을 할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 이곳이 동굴이라면 백년이라도 가능해."
"헉! 배, 백년이라고?"
자신의 몸을 치료해준 신비한 이 핸드라는 자의 말투로 볼때 거짓말은 아닌것같았다.
"자아, 뒤로 물러서! 잘못하면 회장까지 순식간에 늙어 버리게 될꺼야."
"으음...알겠네."
앙리 회장이 멀찌감치 뒤쪽으로 물러서자 두손을 앞으로 뻗으며 시간 가속 마법을 펼쳤다. 오크통 10개를 감싸 펼치는 시간 가속 마법은 힘들었다. 현대 시설 바닥을 건드리지 않고 오크통만을 감싸 시간 가속 마법을 펼쳤기 때문이다.
"후우, 힘드네."
시간 가속 마법은 8서클이다. 그런 마법을 정교하게 조절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마법을 펼치며 처음으로 힘든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전신이 땀범벅이었다.
"클린!"
땀을 모조리 깨끗하게 날려 버리고는 회장에게 끝났다고 말해 주었다.
"시음 해봐."
뽕.
회장은 오크통을 열고는 긴유리 대롱을 집어 넣어 와인을 꺼내 잔에 따랐다.
"자네도 마셔 보게."
일단 향기는 부드러워졌다. 처음 시음했을때와는 비교할수도 없을 정도다.
"음...놀랍군. 정말 일년동안 숙성된 와인 맛이네."
와인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회장이 장담하고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마법에 대해서 모르는 회장이 신기해 하며 의문을 표했지만 절대로 말해 줄순 없었다.
꿀꺽.
역시 다른 맛이었다. 레스토랑에서 마신것에 비해 깊은 맛은 덜했지만 그렇다고 마음에 들지도 않았다.
"이걸 다시 한번 개조시켜 줄까?"
"부탁하겠네."
이 상태로는 아들이 제조하는 와인과 같은 맛일뿐이다. 전혀 다른 와인을 만들어야했다. 회사 이름은 전혀 다른데 똑같은 와인이 다른 상품명으로 판매가 되는건 있을수 없다.
- 엔다이론! 부탁하자.
오크통으로 엔다이론이 누비고 다녔다. 시간도 많이 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켄은 지칠 정도였다. 마나 소모가 심했다. 시간 가속 마법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엔다이론까지 소환했기 때문이다.
"이제 맛을 봐."
앙리 회장이 환해진 얼굴로 오크통을 열고 있을때 켄은 품속에서 마나 포션을 꺼내 들이 마셨다. 부족했었던 마나가 순식간에 차 오르기 시작했다. 한병만으로 부족하지만 그럭저럭 만족할 정도였다.
"어때?"
"좋군! 어떻게 한것인지는 모르지만 특별한 와인으로 변했네. 만약 이 와인을 선 보인다면 와인계가 떠들썩해 질걸세."
단번에 와인계를 주름잡는 회사로 성장하게 될것이다.
"특별한만큼 특별한 사람들에게 팔아."
"그래야지. 이것들은 모두 똑같은 맛인가?"
"똑 같아. 왜 다르게 해 줄까?"
"할수만 있다면 해 주게."
다시 엔다이론을 불렀다. 한통은 생명수를 조절해 상급으로 만들고 다른 4통은 중급 정도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지금 이곳에 있는 열통은 불순물을 제거하고 생명수를 조금 넣은 와인이다. 그런 와인에 생명수를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가장 앞쪽의 한통은 굉장히 특별한 와인이야. 그리고 저쪽의 네통은 조금 특별한 와인이고 다른 다섯통은 변화가 없어. 맛을 봐."
앙리 회장이 가장 앞쪽의 통을 먼저 열고 냄새를 맡아 보고는 시음했다.
"후웁! 굉장하군. 향기부터 전혀 달라."
꿀꺽.
"...음."
한모금 머금은 회장은 한동안 눈을 감은채였다. 잠시후 눈을 끈 회장이 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좋군. 정말 고맙네. 이런 와인을 맛 볼수 있어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네."
"죽긴 왜 죽어. 오래 살아야 계속 맛 볼수 있지 않겠어? 죽으면 두번 다시 맛 볼수도 없어."
"하하하. 그렇군. 저네 말대로 오래 살겠네."
다른 통에 들어 있는 와인도 맛 본 회장은 처음 맛본 와인의 여운이 남아 있었는지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특별한 와인의 맛이 강렬했던것 같았다.
"회장! 와인 숙성실은 이런 시설이 아니라 동굴이나 지하같은곳은 없어?"
"많이 있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아 버려져 있는 상태라네."
"그럼 그런곳을 구해 숙성실로 사용해. 이곳은 내가 와인을 특별하게 개조할려면 힘이 너무 많이 들어."
"알았네. 구해 놓겠네."
회장이 숙성실 밖으로 나가 인부들에게 지시를 했다. 그러자 인부들이 어떤 기계를 밀고 들어와 오크통에 호스같은걸 넣고는 기계를 작동시키자 기계에 셋팅되어 있던 와인병에 와인이 주입되어 코르크 마개로 봉하고 라벨까지 자동으로 붙여 완벽한 와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먼저 다섯통의 와인을 모두 병입한후 기계를 깨끗하게 씻고 중급의 와인을 넣는식이었다. 중급과 상급은 라벨을 붙이지 않았다. 특별하기 때문이다.
"몇병 가져 가도 되지?"
"원하는대로 가져 가게."
"정말인가?"
"자네가 만든것이나 다름없는 물건이네. 얼마든지 가져 가게."
상급 와인은 모두 300병이나 되었다. 오크통이 큰탓으로 750ml 병에 300개나 담을수 있었다.
"그럼 이걸 100개만 가져 갈께."
이곳의 와인은 오크통 열개에서 모두 3000병이나 등급에 따라 병마다 다르게 병입되었다.
"그럼 특별한 라벨을 만들어 자네 집으로 배달해 주겠네."
"다음부턴 동굴에 오크통을 놔두고 연락해."
"알겠네."
앙리 회장과 헤어져 사무엘과 함께 떼제베를 타고 집으로 돌아 왔다.
부르르르.
"빈센트?"
- 이제야 겨우 연락이 되는군. 고생했네. 한번 들러게.
"오늘밤에 갈께."
마피아 조직인 보난노 가의 보스인 빈센트는 중국에 전투기를 가져다 놓은걸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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