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화. C.R.엔젤(1)
194화.
소라 어머니의 말에 회장과의 식사는 다음으로 미룰수 밖에 없었다. 벤츠 한대가 도로를 서서히 주행하고 있었다. 이전의 벤츠와 다른 점은 하나도 없었다. 똑같은 차종이었기 때문이다. C.R.엔젤과 만나기 위해 소라집을 나선 켄은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약속 장소인 레스토랑으로 들어 서자 깔끔한 복장의 웨이 츄레스가 배꼽 인사를 하며 맞이해 주었다.
"어서 오세요. 일행이 있으신가요?"
"여자 5명이 먼저 와 있을거야."
"아, 취선이라는 분이신지요?"
"그렇다."
웨이 츄레스를 따라 C.R.엔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는 C.R.엔젤 5명과 처음 보는 젊은 남자들이 4명이나 같이 있었다.
"아, 오셨어요."
"취선님!"
켄을 확인한 5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반겨주었다. 하지만 남자들은 멀뚱멀뚱 바라 보기만 했다.
"누구야? 취선? 이름이 되게 촌스럽네."
"킥킥킥, 웃기는 이름이네."
"당신들은 이제 그만 나가 주세요."
젊은 남자들의 조롱에 월미가 발끈했다.
"누구지?"
"갑자기 이곳으로 처 들어와 같이 놀자고 치근거리는 사람들이에요."
"그래? 너희들은 그만 나가 봐라."
놈팡이들이었다. 별 볼일도 없는 양아치들에게 나가라고 했다. 그러자 놈들이 개무시를 했다.
"네놈은 누군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냐?"
"나? 애들 친구다. 말로 할때 나가라."
"킥킥, 말로 하지 말고 행동으로 해 봐."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버티는지 이해할수가 없었다. 보통 건장한 체격의 키가 큰 사람앞에서는 주눅들기 마련인데 놈들은 그런건 전혀 안중에도 없는듯했다. 점점 열불이 치솟아 오를려고 했다.
"아저씨! 그냥 우리가 나가요."
"아저씨?"
"그럼 뭐라 불러요? 오빠라고 부를까요?"
"됐다.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
막내인 금미의 말에 일순 당황했다. 이대로 물러 나기엔 남자의 자존심 문제다. 이런 양아치같은 새끼들은 박살을 내 주어야 한다.
"딱 한번만 더 말하겠다. 꺼져! 만약 꺼지지 않으면 네놈들은 반드시 후회할꺼다."
"후회? 후회하게 해 봐."
"킥킥킥, 야! 꺼지란다."
"큭큭큭, 여자 앞이라고 나서는것 좀 봐라. 웃기지 않냐?"
놈들의 도발에 더이상은 참을수 없었다.
"너희들은 내가 눈을 떠라고 할때까지 눈을 감아."
"아저씨! 그냥 나가요."
"빨리 감아!"
C.R.엔젤 멤버 모두가 눈을 감고 있는 것을 확인한 켄은 놈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이미 놈들도 자리에서 일어난 상태였다.
짜자자짝!
매직 핸드를 시전해 놈들의 뺨을 후려 갈겼다. 물론 사일런스 마법도 시전해 놓았다. 이곳의 소란이 레스토랑 전체로 번지는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이 이곳은 룸이었다.
"큭."
"윽."
"이 씨발 새끼가!"
한놈이 벌개진 뺨으로 주먹을 내 뻗었다.
꽈직!
놈의 주먹을 한손으로 거머쥔후 그대로 힘을 주자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 오며 놈의 비명이 룸안에 메아리쳤다.
"크아아악!"
퍽!
"우욱!"
부러진 손을 움켜쥐고 괴로워하고 있는 놈의 턱을 오른 주먹으로 올려쳤다.
"크아악!"
털썩.
아마 놈은 턱이 부서졌을것이다. 그런 광경에 다른 놈들이 움찔하며 눈이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
"너, 너어, 이새끼! 쟤가 누군지 알기나 하냐? 넌 이제 X 됐다."
꽈직!
"크아아아악!"
"내가 말했지? 후회하게 될꺼라고."
협박하는 놈의 뺨의 힘껏 후려 갈겨자 놈의 턱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놈은 몇개월은 죽만 먹어야 할것이다.
주춤주춤.
"...으으으. 사, 살려 주십시요."
"저, 전 가만히 있었습니다."
"이미 늦었어. 난 한번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거든."
짜작!
두놈의 뼈는 부수지 않았다. 대신 뺨을 다시 한번 갈려 주었다. 퉁퉁부은 뺨을 어루만지며 덜덜 떨고 있는 놈들에게 꺼지라고 했다.
"내 눈앞에서 당장 꺼져!"
네명 모두 입안이 터져나가 피를 줄줄 흘리며 후덜거리는 다리로 급히 룸을 나가고 있었다. 만약 이런 모습을 C.R.엔젤들이 본다면 충격을 받을것이다. 지금도 뼈 부서지는 소리에 의자에 앉아 눈을 감은채 떨고 있었다.
"클린!"
바닥의 피를 모조리 지운후 눈을 뜨라고 했다.
"떨것없어. 저런놈들은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는 놈들이다."
벌컥.
그때였다. 룸 문이 벌컥 열리며 웨이트가 들어 왔다.
"소, 손님! 괜찮으십니까?"
"보다시피."
양팔을 활짝 펴 아무렇지도 않다는 제스쳐를 취해 주었다. 그런 켄보다는 여자들이 걱정되는지 C.R.엔젤을 바라보자 그녀들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저어...죄송하지만 가게에서 더이상의 소란은 원하지 않습니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알았다. 나가자."
웨이트의 말을 가로 막은 켄은 이 레스토랑을 나가기로 했다. 재수없는 레스토랑이었다. C.R.엔젤들은 겁을 먹었는지 주춤주춤 켄을 따라 나섰다.
"어디로 가야 하나? 아직 서울 지리를 전혀 몰라서 말이야."
"그럼 제가 알고 있는 가게로 가요."
월미가 알고 있는 가게로 이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녀들은 메니저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왔다고 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후 매니저에게 전화를 하면 데리러 온다고 했다. 어쩔수없이 켄의 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뒷좌석에 4명이 구겨 들어가고 조수석에는 큰언니인 월미가 앉았다. 월미의 지시에 따라 다른 가게로는 향했다.
"근데 너희들은 한국으로 완전히 들어 온거냐?"
"아니요. 주활동 무대는 중국이에요. 이번에는 한국에서 앨범을 내기 위해 프로모션 비디오를 촬영하기 위해 들어 온거에요."
"그래? 중국에서는 어때?"
"덕분에 양 회장님이 많이 도와 주셔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어요."
청방의 4장로인 양위가 뒤에서 밀어 주고 있는것 같았다. 켄에게 혼쭐이 난 양위는 C.R.엔젤에게 잘해 줄수 밖에 없을 것이다.
"취선님도 저희들 촬영하는데 구경하러 오실래요?"
"그럴까?"
"어디서 촬영하는지 메일을 보내 드릴테니까 꼭 오세요."
"알았다. 찾아 가마."
이번에 들어간 레스토랑에서는 별 문제는 없었다. 모두들 먹고 싶은걸 시켜 먹었다.
"아저씨! 그런데 걱정되지 않으세요?"
"뭐가?"
"그 남자들을 박살냈잖아요."
"맞을짓을 했으면 맞아야 돼."
켄의 말에 모두가 당황한듯했다. 너무 과격하다고 생각하는것 같았다. 여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남자들은 그 반대일것이라고 마음대로 해석했다. 다음날 월미가 메일로 알려온 곳으로 찾아갔다. 폐 건물들이 늘어서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촬영 스탭으로 보이는 자들 사이로 그녀들의 모습도 보였다.
"오셨습니까?"
"그래. 고생한다."
C.R.엔젤 매니저인 김상남이 켄을 알아 보고 찾아왔다.
"저어, 저희 대표님이 만나 뵙고 싶어 합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 만나서 뭐해?"
"불쌍한 놈 살려 주신다고 생각해 주십시요. 부탁드리겠습니다."
매니저의 애원에 어쩔수 없었다. 여기서 만나지 않겠다고 하면 매니저는 대표라는 놈에게 심한 꾸중을 들을것이다.
"귀찮게시리...안내해."
안경을 낀 중년 남자에게로 안내되자 매니저가 켄을 소개했다.
"대표님! 취선이시라는 분이십니다."
"반갑습니다. 이장식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한 이장식에게 손을 마주 잡아 주었다.
"오셨어요."
"그래."
켄이 왔다는걸 C.R.엔젤도 알아 차리고는 모두가 다가왔다.
"나한테는 신경쓰지 말고 촬영이나 해."
"준비가 아직이에요."
"그렇냐? 근데 어떤 콘셉트(Concept)냐?"
"강한 전사 스타일이에요. 악을 물리치는 5명의 여전사를 콘셉한거에요."
어떤식으로 촬영할지 기대가 되었다.
"자아, 모두 준비해."
"저희들은 그만 가 봐야 겠어요. 나중에 다시 봐요."
C.R.엔젤들이 검정색 벤으로 사라지자 매니저가 커피를 한잔 가져 왔다.
"중국에서는 별일없지?"
"그렇습니다. 양 회장님이 너무 잘해 주셔서 편합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도와 줄테니까."
"감사합니다."
매너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때 C.R.엔젤들이 메이크를 하고 나왔다. 몸에 착 달라 붙은 가죽 바지와 쟈켓을 입은 월미와 핫팬츠 차림의 화미, 롱코트로 몸을 감싼 수미, 짧은 청반바지 차림의 목미, 수술이 달린 핫팬츠 차림의 금미였다. 모두 몸매를 강조하고 있는것 같았다. 저런 차림으로 무슨 악에 대항할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그녀들에게 한남자가 액션 연기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녀들이 들고 있는 무기도 제각각이었다. 총을 들고 있는가 한편 장검을 들고 있기도 했다. 연기 지도가 끝나자 이번엔 괴물 모습으로 분장을 한 자와 어떤식으로 싸울지 연습하고 있었다.
"저 괴물을 상대로 총도 쏘고 칼도 휘두른단 말이냐?"
"그렇습니다."
"괴물은 저 한마리뿐?"
"그런걸로 알고 있습니다."
매니저인 김상남에게 대본을 가져 오라고 했다. 어떤식으로 전개가 되는지 궁금해졌다.
"여깃습니다."
팔락팔락.
그녀들은 헌터들이었다. 어느날부터 갑자기 지구에 등장하기 시작한 외계의 괴물들을 사냥하는 헌터들로 C.R.엔젤들은 파티 멤버들이었다. 무슨 특수한 능력이 있는것도 아니었다.
"액션!"
대본을 살펴 보고 있을때 그녀들의 연기가 시작되었다. 폐 건물벽 뒤에 숨어 괴물이 어디에 있는지 살펴 보면서 긴장하고 있었다. 그럴때에 도마뱀같은 얼굴로 분장한 괴물 한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건물안에서 걸어 나왔다. 물론 두발로 걷고 있는 괴물이다. 초록색 몸통에 꼬리가 긴 놈으로 입이 쭉 찢어져 있었으며 그 입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이 촘촘히 박혀 있는 모습이었다. 괴물을 발견한 멤버들중 수미와 목미가 총을 겨누고 발사했다.
탕.
하지만 괴물은 아무런 충격도 없이 총을 쏜곳을 바라 보며 달려 오고 있었다.
"빗나갔나?"
"아닙니다. 총알이 괴물에 맞아 튕겨져 나가는 장면을 나중에 CG 처리를 한다고 합니다."
매니저인 김상남이 설명을 들으며 현장을 바라 보자 괴물이 멤버들에게 달려 들고 있었다. 그러자 이번엔 장검을 든 월미와 화미가 앞으로 나서고 바로 뒤에 금미가 권총을 들고 대기했다. 괴물과 월미가 막 부딪힐려는 순간 촬영 현장 뒤쪽에서 자동차 브레이크 소리가 거친 소음을 동반한채 긴장감을 해소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끼이이익.
촬영은 순식간에 중단되었다. 무슨 사고라도 났을거라고 판단한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가 들린 곳으로 고개를 돌린것이다. 자동차안에서 내린 사람들은 건장한 체격의 4명의 사내였다. 짧은 머리로 보건데 건달들같았다.
"어이! 여기에 C.R.엔젤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건들거리며 현장으로 들어온 사내들은 다른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다는듯 여자들만 바라 보고 있었다. C.R.엔젤들을 찾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일로 저런 자들이 찾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촬영 현장은 찬물을 끼얹었는것처럼 얼어 붙었다.
"누, 누구십니까?"
촬영 스탭으로 보이는 한남자가 그들에게 묻자 사내들은 퉁명스럽게 쏘아 붙였다.
"C.R.엔젤이 쟤들이냐?"
괴물앞에 엉거주춤 서 있는 멤버들을 보고는 알아 차렸는지 오히려 되묻고 있었다.
"무슨 일로 찾아 온것입니까?"
저벅저벅.
질문하는 스탭을 무시한채 C.R.엔젤들에게로 일직선으로 걸어 가는 사내들 앞을 대표라고 하는 이장식이 막아섰다.
"누구십니까? 이곳은 부외자가 함부로 들어 오면 않됩니다."
"우리는 돼."
"무슨 일인지 저에게 말해 주십시요."
"비켜? 새꺄."
사내들은 막무가내였다. 험악한 얼굴로 한대 칠 기세였다. 그럴때에 월미가 급히 다가왔다.
"무슨 일이시죠? 제가 C.R.엔젤 멤버에요."
월미의 모습을 위아래로 한번씩 훑어본후 사내가 입을 열었다.
"어제 너희들하고 같이 있었던 남자가 누구냐?"
사내의 질문에 월미는 멀리에 앉아 있는 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사내 두명이 월미의 시선을 따라 움직였다.
"저 자냐?"
"......"
월미와 눈이 맞은 켄은 고개를 끄덕여 주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놈들에게로 걸어 갔다. 촬영 현장으로 걸어 가는 켄은 스탭들도 막지 않았다. 아니, 막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모두의 시선이 월미와 사내들에게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누군데 날 찾고 있는거냐?"
"응? 네놈이 도련님의 턱을 부순 자냐?"
"도련님? 그 양아치같은 놈들?"
"닥쳐! 새꺄. 네놈이 함부로 입에 담을 분이 아냐."
말투나 분위기로 볼때 조직에 속한 놈들로 판단되었다. 어떻게 된것인지 가는 곳마다 조직들과 부딪히고 있었다.
"네놈은 저년들과 함께 갈곳이 있다. 좀말할때 따라 올래? 아니면 끌려 갈래?"
"하아~."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된게 자신들 중심으로 지구가 돌아가고 있다고 착각하는 놈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알량한 힘만 믿고 거덜먹거리는 놈들은 깨끗하게 청소를 해 주어야 한다.
"네놈들이 누군지 말해 봐라."
"이 새끼가 떡대좀 있다고 뻣대네."
"야! 그냥 끌고 가자. 말로 해서는 안되는 놈이야."
- 작가의말
무더운 여름입니다^^::
건강 조심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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