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도시 프로젝트 (9)
미래도시 프로젝트 (9)
“국왕님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우리도 건설할 장소를 찾았습니다.”
“오아시스 프로젝트가 진행될 곳이 어딥니까?
“카프지 입니다.“
“카푸지요? 쿠웨이트 국경과 인접해 있는 작은 소도시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특별히 카푸지를 선택한 이유가 따로 있으십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지 우리가 원하는 조건에 맞았을 뿐입니다.”
“그 조건이 뭔가요? 혹시 저에게 말씀해 주실 수 있는 내용인가요?”
“물론이죠. 바다와 인접해 있는 적당한 크기의 소도시가 필요하고 식물이 살 수 없는 환경과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땅만 있으면 됩니다.”
“그렇다면 카푸지보다 제다가 더 적합한 곳일 수 있겠군요.”
“제다요?”
“그렇습니다. 도시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이용해 오아시스 프로젝트에 사용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제다에는 이미 350만 명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또한, 제다와 70km 떨어진 곳에 메카가 있어 인근에도 많은 도시가 건설되어 있고 이 모든 도시를 합치면 1,000만 명 가까운 인구가 모여 살고 있습니다.
숲을 만들고 확장하기에 이보다 유리한 조건은 없을 겁니다.”
“그곳도 이미 답사를 해봤는데 우리가 그곳을 후보지로 선택하지 않은 것은 기존 도시로 인해 새로운 도시를 건설할 땅이 부족해서였습니다.
혹시 제다에 있는 건물을 철거하고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를 바라시는 겁니까? 그렇다면 건설 기간은 더 늘어나기에 계약서를 다시 작성해야 합니다.”
“제다의 도시를 재건축하는 것이 아닙니다.
메카 남서쪽에 쇼 아니바 카탄이란 곳이 있습니다. 해수욕장이 딸린 작은 어촌 마을인데 그 인근에 680km² 크기의 땅이 있습니다. 그곳에 새로운 도시를 만들려는 것입니다.
이미 그곳은 도로가 정비되어 있고 인근에 건설을 도와줄 수 있는 모든 공장이 있기에 카프지보단 여러 가지 면에서 건설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김승우 법무팀장은 가지고 있는 태블릿 PC로 파이 알리 빈 알사우드가 말한 곳을 찾아보았다.
“이 땅인가요?”
“맞습니다.”
“이곳이라면 오아시스 프로젝트가 충분히 가능합니다. 원하시는 대로 진행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언제부터 작업을 시작하실 예정입니까?”
“나미비아에서 자재를 싣고 출발하면 최소 35일 이후에나 건설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한국 지오 물산에서 자재를 구매해 가져올 겁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3일에서 5일이면 작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로 자재를 수송하시려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배로 수송할 겁니다.”
“배로 그렇게 짧은 시간에 자재를 옮길 수 있나요?”
“지오 물산에는 특별한 화물선이 있습니다. 나중에 보시면 아실 겁니다.”
“알겠습니다. 공사를 어떻게 진행할지는 그쪽이 전문가니 특별히 신경 쓰지는 않겠습니다. 알아서 잘 부탁드립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공기가 짧다고 해도 아주 튼튼한 건물들이 건설될 테니까요.”
공중 부양 화물선에 자재를 챙겨 한국에서 출발한 것이 사흘 전이었다.
나미비아에 자재 공장이 아직 완공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자재를 공급받을 수밖에 없었다.
공중 부양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높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날치처럼 파도를 이용해 튕기듯이 이동해 운항 시간을 단축했다.
이 독특한 운항법은 사람이 운전하지 않기에 가능했다. 사람이 운행했다면 뱃멀미로 인해 모두 쓰러졌을 것이다.
그와는 별도로 관광 드론을 이용해 나미비아에서 50여 명의 건설 직원들이 사우디아라비아로 출발해 가림막 공사를 먼저 진행했다.
며칠 후 파이 알리 빈 알사우드가 작업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왔다. 그는 공사 현장을 쭉 둘러보더니 동행한 김승우 법무팀장에게 말했다.
대부분 작업자가 한국인이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러 가지 계약과 법률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아있던 김승우 법무팀장은 이곳의 최고 관리자이기도 했다.
"직원분들이 자국민보다 더위를 더 잘 견디시는 것 같습니다. 오늘 같은 기온에는 우리도 일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오후 1시가 넘어 낮 기온이 45도가 넘나들고 있는 살인적인 온도였다.
일하다가 일사병으로 쓰러져 죽을 수도 있었기에 현지인도 이 시간에는 일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에서 온 작업자들은 더운 내색 없이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기에 이를 신기하게 생각한 파이 알리 빈 알사우드가 물어본 것이다.
"그건 옷의 재질이 특수해서 그렇습니다. 저들이 입고 있는 옷은 외부 온도가 내부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거기다 내부 재질은 외부 재질과 달라 열전도가 빠른 옷감입니다. 그 옷감에 냉매제를 연결해 몸 온도를 낮춰 주고 있습니다.
아마 저들은 이곳 날씨가 덥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을 겁니다.”
"놀랍군요. 어떻게 저런 제품을 만들 생각을 하셨습니까?”
“직원 중 하나가 낸 아이디어였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더군요. 그래서 외부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을 위해 제품으로 제작한 겁니다.”
"그 회사는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가는 법이 없나 봅니다?”
“누구든 불편한 것은 싫어하잖습니까? 우리는 돈이 되는 것보단 불편한 것을 줄이자는 사훈이 있습니다. 직원들이 그 사훈에 충실한 것이죠.”
그 말을 들은 파이 알리 빈 알사우드는 좀 더 자세히 작업자들을 살펴보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국에서 온 작업자들을 다시 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지금까지 본 작업자와는 많이 다른 것처럼 보였다.
“그럼 저들이 착용하고 있는 헬멧과 복장, 신발 모두 특별하겠군요.”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비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안전해도 작업자가 불편하면 안 되죠. 그래서 작업자도 불편하지 않으면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만든 제품들입니다.”
“그렇군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실제로 더 놀라운 기능들이 숨겨져 있었다.
작업자가 착용한 헬멧은 위험 감지뿐 아니라 다른 작업자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업무에 관한 일을 도와주었는데 방위나 위치, 거리, 높이 등을 업무에 필요한 모든 측정을 할 수 있는 전자 장비였다.
공사 현장의 모든 내용은 헬멧을 통해 본사로 보내졌고 미카가 받아 분석해 공사 중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막아주고 필요한 자재를 미리 준비해 주었다.
가림막 공사가 끝날 때쯤 차례로 800명의 직원이 더 충원되어 오아시스 프로젝트의 제일 중요한 발전소와 담수화 공장, 물탱크, 오·폐수 탱크 및 정수 시설 등의 건설을 시작했다.
물탱크나 오·폐수 시설 같은 경우 아주 단순한 형태라 건설 기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다른 건물들은 복잡한 시설이기에 특수 합금으로 만든 전도체로 건물 구조만 조립했다.
이 모든 작업은 인간과 공사 드론이 24시간 진행해 건설 기간을 더욱 단축 시켰다.
“이제 전기만 생산하면 오아시스 프로젝트 중 일부를 진행할 수 있어요.”
“도시와 연결되는 오·폐수 관은 어떻게 됐어?”
“그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왜?”
“구시대적인 건축 방법을 이용하고 있어 작업이 더디네요.”
“발전소만 가동되면 신포를 이용해 건축 기간을 더 단축할 수 있으니 그 작업도 우리가 진행하겠다고 사우디아라비아 대사에게 전달해 줘.”
땅굴 로봇을 이용하면 오·폐수 시설 앞에까지 전도체를 직선으로 연결해 신포로 관을 만들 수 있었다.
“알겠어요.”
“나머지는 내가 할 일이니까 내일 밤에 건설 현장은 모두 비워줘.”
“그럼 내일 저녁에 직원 전체 회식을 진행한다고 공지할게요.”
“좋은 생각이네. 이왕 하는 거 아무도 빠지지 못하게 최고 음식으로 먹게 해줘.”
“그럴 줄 알고 한국에서 재료를 공수해 최고 요리사들이 직접 만들어 줄 거에요.”
“잘했네.”
다음날 일과가 끝나고 모든 작업자가 모여 회식을 시작했다. 회식은 새벽 1시까지 진행됐고 모두 숙소로 돌아가 잠이 든 건 새벽 2시가 넘어서였다.
“이제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해볼까?”
발전소는 이미 가동할 모든 시설이 완공되어 있었기에 원소 모드로 들어가 발전소의 핵심 부품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핵심 부품이 완벽하게 활성화되려면 하루의 시간이 필요했고 그동안 핵심 부품이 증기를 만들 수 있게 바닷물을 끌어와 채워야 했다.
“내가 만든 초소형 핵융합 에너지를 미카가 대중화해야 내가 이런 일을 안 해도 되는데.”
나의 투덜거림을 뒤로 한 채 모든 작업을 마친 나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벗어났다.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한 직원들이 공사 헬멧을 쓰자 특급 지시가 보였다.
[특급 지시 사항.
바닷물을 끌어오는 관의 밸브를 열고 모든 작업자는 가림막 밖으로 나가세요]
처음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 지시 사항을 본 직원은
바로 관의 밸브를 열어 바닷물이 공급했다.
그 순간 작업지 전체에 경고음이 울리고 모든 공사 전광판과 헬멧에 경고 문구가 보였다.
[경고.
공사장은 앞으로 5일간 폐쇄되며 자동 공사 모드로 전향됩니다. 모두 가림막 밖으로 탈출하세요.
카운트 다운 10:00, 09:59, 09:58···]
10분 정도가 지나자 발전소가 가동됐고 전기를 먹은 신포가 전도체를 타고 급속도로 증식해 나갔다.
이제 며칠 동안 공사 드론을 제외하곤 아무도 가림막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그동안 땅굴 로봇을 이용해 도시의 오·폐수 관을 연결하는 공사가 진행됐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공장과 제다까지는 50km였고 메카까지는 75km였다.
인간이 공사를 진행했다면 짧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가까운 기간을 들어야 하는 공사였지만, 무인 땅굴 로봇과 신포를 이용해 이 기간을 일주일로 줄인 것이다.
특히 이곳 지형이 모래로 되어 있어 공사 기간을 더 단축할 수 있었다.
그동안 모든 전도체에 신포가 자리 잡아 전체 구조물이 완성됐다.
오아시스 프로젝트 오·폐수 탱크에 관을 연결한 후 오·폐수 시설이 가동되자 도시의 오·폐수가 오아시스 프로젝트 오·폐수 탱크로 모여들었다.
이렇게 모인 오·폐수는 고온에 가열되어 수분이 증발했고 증발한 수증기는 여러 공정을 통해 식물에 사용할 물로 정화돼 숲이 조성될 곳을 적셨다.
모래 속 1m 아래에 워낙 많은 양의 물이 흘러나왔기에 증발하는 물보다 스며드는 물이 더 많았다.
이 물은 모래 속에 있는 소금을 녹여 더 아래쪽으로 흘려보내는 역할을 했다.
수분이 빠진 오·폐수는 건조된 상태로 모래와 섞어 곱게 갈렸다.
이렇게 갈린 오·폐수는 수백 층으로 된 상당히 넓은 탱크에서 수분과 섞여 여러 가지 박테리아와 지렁이, 구더기에 의해 분해됐고 다시 이동돼 젤리 형태로 만들어져 모래 위에 뿌려졌다.
이 젤리 형태의 흙은 모래를 코팅해 물이 증발하는 것을 막았고 지면의 온도를 차단해 땅속의 열기를 내려 주었다.
모든 나무가 그렇듯 뿌리가 튼튼해야 오래 버티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싱싱하고 푸르게 오래 살 수 있다.
이 나무는 사시나무나 대나무처럼 뿌리 식물로 뿌리만 살아 있으면 언제든 번식할 수 있었고 물 주머니도 따로 있어서 한번 저장하면 수년간 물 없이도 생존할 수 있다.
원래 화성 온실에서 키우고 있는 나무인데 이 나무의 뿌리가 온실 밖으로 뻗어 나가서 자연스럽게 번식할 수 있도록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금기가 많은 땅에도 적응할 수 있어야 했기에 기존 오아시스 프로젝트에 심었던 나무보다 좀 더 업그레이드된 상태였다.
거기다 대나무 유전자와 미국삼나무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어 영양분만 제대로 공급된다면 100m가 넘게 자라날 수 있었다.
그렇게 자란 나무는 넓은 잎이 펼쳐지는데 적당히 간격을 유지해 심으면 강한 햇빛을 막아 다른 식물들이 자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모래 바닥에서 나무줄기가 올라와 여기저기에 나무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바닥에 여러 가지 풀이나 나무를 심어도 수분 증발이 너무 심해 몇십 분도 지나지 않아 시들고 하루가 지나면 모두 말라 죽었는데 나무들은 생생하니 잘 살아 있었다.
파이 알리 빈 알사우드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군요. 이 불모지에 식물이 자랄 수 있다니.”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이곳은 숲으로 변할 겁니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네요.”
나의 말대로 이곳은 아주 큰 나무가 우거진 숲이 될 것이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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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 작가의말
미래도시 프로젝트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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