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로 국방부 등쳐먹기 (2)
발전기로 국방부 등쳐먹기 (2)
“굳이 답변을 듣고 싶으시다면 말씀드리지요. 그 제품들은 출력 계산을 잘못하여 만들어진 불량 제품들입니다. 사용 도중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들이죠. 물론 터지기 직전에 하늘로 솟구쳐 오르게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그 부분의 프로그램은 아직 못 보신 모양이군요. 동작하지 않을 때는 상관없지만 동작할 때 위험성이 가중됩니다. 그것 때문에 판매를 꺼렸습니다만 위에서 내려온 지시라 어쩔 수 없이 판매하게 된 것입니다.”
앞에 앉아 있는 20대로 보이는 나를 보며 최창식 사무관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이 부분을 어떻게 이용할지 생각하고 있는 듯하였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대충 짐작이 가는군요. 하지만 그쪽에서 생각하시는 것과 달리 위험도는 스마트폰의 배터리가 터질 확률과 비슷합니다. 거기다 어느 것이 터질지 모르는 상태죠.”
확고한 표정으로 최창식 사무관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이런 치부를 굳이 말씀드리는 것은 한국 국방부에서 이 건으로 우리 회사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원치 않아서입니다. 한국에서 기업을 잘 운영하려면 인맥이 중요하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이 회사는 미국 기업입니다. 우리 기업의 뒷조사를 하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미국 국방성과 연줄이 있습니다. 그러니 힘으로 밀고 들어온다면 우리도 힘으로 대치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건 기업으로서 좋은 선택은 아니죠. 우리도 앞으로 사업을 문제없이 해야 하니 그쪽에 도움을 드릴 방안을 모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전까지 배터리가 불안하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런 제품을 가지고 협상이라뇨?”
“그건 작은 크기의 발전기가 위험하다고 말한 겁니다. 우리 회사에서 개발한 원래 크기는 2m²의 1MW급 발전소입니다.”
최창식 사무관은 놀랍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아마 조금만 더 연구하면 5~100MW급 발전소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지만, 지금 당장 가능한 제품은 1MW급 발전소밖에 없습니다.”
“엄청난 것을 만드셨군요?”
“저희가 생각해도 엄청나긴 합니다. 그러나 아직 만드는데 제약이 많습니다. 그 제약으로 인해 1년에 3~4개밖에 만들 수 없거든요. 재료가 좀 귀해서 말입니다.”
“그 제품의 가격은 어떻게 됩니까? 말도 안 되는 가격 말고 정말 파실 생각이 있는 가격을 말씀해 보세요.”
“한국 정부에서 몇 가지 혜택을 주신다면 기당 500억에 드리겠습니다.”
“500억도 상당히 비싸군요.”
“그래도 10조보단 싸지 않습니까?”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도 10조라면 그 누구도 사지 않을 겁니다.”
“그럴 리가요? 이 제품은 이미 10조에 판매된 제품입니다. 이 정도 발전을 하는 이동식 발전소는 없으니까요.”
“어느 나라에서 구매했는지 물어도 알려 주지 않으시겠죠?”
“어느 기업이든 고객의 정보는 특급 기밀 사항이니 당연히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딱히 비싼 건 아닙니다. 백 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무한 동력인 데다 화석 발전소나 원자력 발전소같이 특별한 오염도 없습니다.
단지 강제로 분해하거나 아주 조그만 구멍이 생겨 산소와 접촉될 경우 수소 폭탄급 파괴력으로 터진다는 단점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분해만 하지 않는다면 무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안전한 발전소라는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얼마나 깔끔하고 효율적인 발전소입니까? 그만큼 적용할 곳도 많습니다.
2년 전에 만들어서 시험 운전 중인 제품이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그럼 보도록 하죠”
나는 전기실로 최창식 서기관을 데리고 갔다.
“이것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아 보이는군요”
“네. 그렇습니다. 한신 전력에 알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이 빌딩에 모든 전력은 이 발전소를 이용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혹시 사고로 인해 저기에 구멍이 생기면 어떡하죠?”
“그래서 저 안에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해두었습니다. 직접 구멍을 뚫지 않는 이상 바로 옆에서 포탄이 터져도 패일지언정 깨지거나 구멍이 나지는 않을 겁니다.”
“모호하게 말씀하시는군요?”
“기밀 사항이라 더 자세한 내용은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저 안에는 특수한 액체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 균형이 깨지지 않는 이상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겁니다.
이왕 말 나온 김에 국방부에서 한번 실험해 보시죠? 초소형 드론에 달린 배터리도 같은 형태로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실험도 우리가 해야 한단 말인가요?”
“어차피 사용하시려면 그 제품에 대한 실험은 국방부에서 하셔야 할 부분이지 않습니까?”
“그건 아니죠? 위험성에 관해선 판매 업체에서 실험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하. 어불성설이시군요. 한국에서 일반 기업이 어떻게 화기를 구매해 실험할 수 있단 말입니까? 미국이라면 모를까?”
“그럼 미국에서 실험하시면 되겠군요.”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고 이미 타국에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제품이 언론에 노출되면 과학계는 물론이고 타국의 정보원들이 벌 때처럼 달려들 것을 고려해 특별한 장소에서 비밀리에 실험하고 있습니다.
물론 특허권으로 인해 한동안은 독점 판매할 수 있겠지만, 그동안 누군가 복제를 시작하겠죠? 아직 다양한 용량의 발전소를 제작하려면 연구 기한이 더 필요하거든요.
아마 출력 용량은 지금보다 증가 되어 있을 겁니다. 최대 300MW 이상 올릴 생각이니까요.
그때가 되면 이 제품은 차세대 무한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게 될 겁니다. 가격은 300조 정도가 될 거고요. 그때 구매하시면 되겠군요. 그럼 말씀 끝난 것으로 알고 전 이만. 안녕히 가십시오”
“성격이 참 급하시군요”
“이 제품의 가치를 모르는 분과 이야기를 하려니 답답해서 그렇습니다.”
상대는 내가 어려서 성격이 불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의도적인 행동이었다.
“이 제품을 우주에서 사용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이용해 빛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또한, 화성 탐사나 다른 행성을 탐사할 때 태양열에 의존하지 않아도 24시간 내내 탐사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자리에서 제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부분은 아니군요. 보고를 드리고 국방부의 회의를 거쳐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제품을 굳이 한국에 판매하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한국이 아니더라도 세계 곳곳에서 이 제품을 사고 싶어 하는 곳이 많을 테니까요.
이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회사는 한국 정치권에 개입 없이 좀 더 안정적이고 수월하게 사업을 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로 국방부에서 구매하겠다고 했을 때 선택권을 드린 겁니다. 우리 회사가 한국에 지사를 둔 것은 값싸고 우수한 인력이 많아서입니다.
만약 이 일로 인해 조금이라도 회사에 누가 되는 일이 생긴다면 바로 한국 지부를 철수하고 인도로 지부를 옮길 겁니다.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그쪽 인력도 상당히 우수하니까요. 이것이 본사에서 내려온 방침입니다.”
“무슨 말이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걱정하시는 일이 없게 하겠습니다.”
“그럼 조심히 가십시오”
최창식 사무장이 돌아간 후 나는 사무실에 앉았다.
“말 한번 잘해서 500억 벌게 생겼군. 이번 기회에 국방부와 인연을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 그러려면 국방부가 원하는 물건을 팔아야 하는데 무엇을 팔아야 할까?
탱크는 이미 한국에서 자체 개발하고 있으니 손댈 필요가 없을 거고 전투함을 만드는 조선 업계도 상당한 실력을 갖췄잖아.”
물론 많은 비리로 인해 탱크 한 대가 100억이라는 금액에 판매되고 있었고 결함도 많았기에 한국 말고는 이 탱크를 판매할 수가 없었다. 차라리 이보다 저렴한 가격에 성능이 좋은 미국산을 구매하는 것이 전력상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인공위성을 만들어 팔아볼까? 아니면 무인 잠수함이나 무인 드론도 괜찮을 것 같군. 지니야 인공위성팀과 무인 연구팀 팀장 회의 소집해줘.”
“알겠습니다.”
나는 바로 회의실로 향했다.
지니가 물어다 주는 정보들을 이용해 연구원들의 습득력은 급격히 발전했다. 거기다 지원하는 연구비가 한국의 대기업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연구비와 정보로 인해 이들이 만들어내는 제품들의 질은 급격히 올라갔다.
이렇게 만들어진 제품들은 전 세계로 불티나게 판매되었고 높은 매출로 이어졌다. 중소기업답지 않게 발 빠른 특허 신청과 실용신안 등록으로 제품 복제를 막았다.
이전에 대기업에서 지금까지 하던 대로 우리 제품을 복제해 만들어 판매했는데,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지켜보다가 미국 최고 로펌을 고용해 특허권 소송에서 이겨 상당한 이익을 보았다.
일반적인 중소기업이었다면 대기업과 싸워보기도 전에 꼬리를 내렸겠지만, 우리는 미국회사로 등록되어 있었기에 모든 소송은 미국에서 이뤄졌다. 쉽게 보고 덤벼들었다가 된통 당한 것이다.
“부르셨습니까?”
“상의할 건이 있어서 회의를 좀 하려고요. 인공위성팀장도 곧 도착하니 잠시 기다려주세요”
“네. 대표님”
잠시 기다리자 인공위성팀장이 들어왔고 바로 회의를 진행하였다.
“오늘 국방부에서 우리 회사에 의뢰한 것이 있습니다. 이 기회를 그냥 넘길 수가 없어 여러분이 개발하고 계시는 제품들을 국방부에 판매할까 생각 중입니다. 인공위성 개발은 어떻게 되셨죠? 보고에는 개발이 끝났다고 들었는데요?”
“정보팀에서 모아준 정보대로 인공위성의 개발은 완료 단계입니다. 이제 실험적으로 궤도에 올려서 테스트만 끝나면 판매해도 괜찮을 듯합니다.”
“좋습니다. 그 테스트가 끝나면 실험에 성공한 위성을 판매하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그런데 발사체가 없어서 문제입니다.”
“배터리가 한 개 더 들어가면 어떻습니까? 아니면 나사 형태의 원통을 사용하여 2개의 드론의 날개를 넣어보는 것도 출력에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문제는 성층권을 지나 태양 동기 궤도까지 다른 엔진을 사용해야 합니다. 드론의 프로펠러로는 그 구간을 지나갈 수 없거든요.”
“그럼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 보세요. 위성을 무조건 태양 동기 궤도 밖으로 내보내야 합니다. 혹시 또 다른 문제가 있나요?”
“솔직히 궤도 안으로 올리는 것이 문제지 그 외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대표님께서 주신 배터리의 성능이 너무 놀라워 위성에 꼭 들어가야 할 추진체와 배터리, 태양 전지판 등이 빠져 무게도 상당히 줄었거든요.”
“그럼 지금부터 여러 가지 모델들을 이용해 실험해 보시고 보고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인공위성팀이 나가자 나는 무인 연구팀을 바라보았다.
“무인 잠수정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내부 기술이야 다른 팀에게 정보를 받아 배치하는 것은 문제 되지 않지만, 바닷속 압력을 버틸 수 있게 만들려면 좀 더 많은 실험이 진행돼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필요한 장비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테니 조금 더 빨리 진행해 주십시오”
“네. 대표님”
회의가 끝난 후 나는 실험실로 올라왔다.
“만약 군부대와 거래가 성사된다면 실험실을 옮기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땅 좀 알아봐야겠군”
나는 법무팀으로 전화를 걸었다.
“김승우 법무팀장님. 땅 좀 알아봐 주세요. 바닷가가 인접해 있는 곳으로 해서 약 100만m² 정도면 좋을 것 같군요”
“무슨 용도로 사용하실 거죠?”
“실험실을 옮기려 합니다. 연구소가 너무 협소해서 많은 실험을 할 수 없거든요.”
“특별히 생각하고 계신 곳이 있으신가요?”
“동해 쪽이면 좋겠습니다. 바닷가와 붙어 있으면 더 좋고요. 섬도 괜찮습니다. 대신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돼 있어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오늘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부탁드립니다.”
가격 때문인지 생각 외로 국방부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한 달 정도가 지났을까? 처음 찾아온 최창식 사무관 외 2명이 찾아왔다.
“잘 지내셨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최창식 사무관은 직급 상관과 함께 와서인지 나에게 좀 더 친근하고 살가운 말투로 인사를 건넸다.
“저희가 많은 회의를 거쳐 귀사의 발전소를 구매하려고 합니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셨군요”
“대신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현재 스마트 원자로의 가격은 대략 1조 수준입니다. 이걸 1MWe로 환산하면 100억 정도가 되는데 귀사에 개발비를 포함해줘도 300억 이상은 너무 과합니다.”
“원자력 발전소와 비교하시면서 추가 부담 비용은 슬쩍 넘어가시는군요.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우리는 한 시간을 넘게 가격에 대한 기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가격은 절대 깎아드릴 수 없습니다. 500억이 비싸 보이시겠지만 우리에겐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입니다. 국방부에서 이 발전소의 값어치를 모르시는 것 같아 다른 제품을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다른 제품이라뇨?”
“우리 회사에서 얼마 전 인공위성을 태양 동기 궤도에 안착시켰습니다. 그 제품을 보시면 구매하려는 발전소의 가치를 정확하게 아실 겁니다.”
“위성을 올렸다고요?”
“네. 모든 작업은 한국에서 진행하였습니다.”
한국에서 인공위성을 올렸다는 소리에 그들은 깜짝 놀랐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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