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자전 (2)
부전자전 (2)
김정만이 있는 자리에서 연구원에게 배양 공식을 불러 주었다. 아버지는 내가 불러주는 배양 공식이 X-288 바이러스의 백신인 줄 알고 모스 부호로 급하게 그만두라고 전달하다가 내가 불러주는 배양 공식이 다른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나에게 암호를 보내는 것을 중지했다. 가만히 공식을 듣고 계시던 아버지는 나의 작전을 바로 알아채셨는지 나에게 암호를 보내셨다.
[저들이 바이러스를 만든 후 1%만 실수해도 네가 원하는 대로 되겠구나]
내가 불러준 바이러스는 감기 바이러스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합쳐 만든 돌연변이 바이러스였다. 두 바이러스의 장점만을 살려 전염성이 큰 데다 오한, 발열, 인후염, 근육통, 두통, 기침, 무기력감, 불쾌감과 온몸이 꺾이는 소아마비 증세까지 동시에 나타난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3일 정도가 지나면 증세가 나타나고 공기 중으로 감염되기에 순식간에 많은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어 아주 위험한 바이러스였다.
당연히 백신 공식은 나밖에 몰랐다. 다른 사람들이 백신을 만들려고 하더라도 바이러스의 적응 속도가 워낙 빨라 고생 좀 할 것이다. 만약 이 바이러스를 배양하면서 아주 사소한 실수만 해도 이곳 전체가 순식간에 오염 돼버리기에 아주 조심해야 했지만 나는 그것까지 알려주지 않았다.
내가 바라는 것도 그 부분이었으니까. 아버지도 이 부분을 아셨으니 나에게 암호로 신호를 보내신 거고 말이다. 지금 당장은 이곳이 오염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이곳은 오염되게 되어 있었다.
'아 내가 이걸 알아내려고 엄청나게 고생했는데 아버지는 이미 알고 계셨나 보네. 젠장. 아직 내가 갈 길이 멀었구나'
내가 불러준 배양 공식을 모두 받아 적은 연구원은 바로 바이러스 배양을 시작했다. 나에게는 아주 편안한 일주일이 지나갔다.
“바이러스가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그래?”
내가 그들에게 한마디 했다.
“이제 보균자만 국회로 들여보내면 됩니다. 전염 속도가 빠른 바이러스이니 국회 앞에서 마시고 들여보내십시오”
“누구를 보낼까요? 형님”
“국회에 접근 가능한 자가 있나?”
“예. 몇 명이 있긴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나는 한심하다는 듯이 그들에게 한마디 했다.
“이런 멍청한 사람들을 봤나? 어떻게 이런 돌머리를 같고 기업을 운영하는 거지? 조폭이라 그런가? 머리 쓰는 것은 아주 한심하네. 한심해.”
“이 새끼가 또?”
김정만은 김진철을 제재하고는 나에게 물었다.
“너에게는 더 좋은 생각이 있다는 듯이 들리는군”
나는 다시 전광석화와 같이 태세 변환을 했다.
“당연히 아주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선생님. 설마 마온 제약에서 인원을 뽑아 그곳으로 직접 보내려고 했던 것은 아니시겠죠? 뭐 그래도 상관은 없지만 마온 제약 직원이 국회를 돌아다닌 후 이런 바이러스가 퍼지게 되면 마온 제약도 좋은 소리는 듣지 못할 겁니다.
거기다 이곳에서 백신까지 만들었다고 발표하면 더더욱 의심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분명히 제가 말씀드리기를 전염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고 말씀드렸는데 이 부분을 간과하셨군요. 국회 의사당의 모든 곳을 구석구석 누비고 다닐 수 있는 직원들이 있습니다. 바로 청소부죠.
머리는 안 돌아가고 모든 것을 힘으로 해결하려는 저 멍청한 놈에게 지금부터 국회의사당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부 중 아무나 뒷조사를 시켜 출근하기 전에 감염시키라고 명령하십시오. 그러면 그 보균자가 알아서 다른 청소부들을 감염시키고 하루 만에 국회 의사당 전역을 오염시킬 겁니다. 저 친구가 멍청하니까 감염 방법도 알려줘야겠군요
감염 방법은 보균자를 뒷조사한 청소부에게 접근시킨 후 길을 묻거나 출근할 때 따라가게 해 같은 공간에 들여보내면 자연스럽게 감염이 됩니다. 아 참 설마 지금 당장 시작하려고 하는 저 멍청한 놈에게 한 가지 더 말해야겠군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국회의원들이 모두 모이는 날에 작업하라고 하십시오.
한데, 멍청한 직원들 데리고 일하시려니 답답하시겠습니다. 선생님.”
내가 지적한 그 멍청한 놈의 입에서 씩씩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안보여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을 것이다. 그게 쪽 팔려서 붉어지는 건지 아니면 분노로 인한 건지 모르겠지만 눈에 뵈는 게 없기에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좋아. 지금 말한 것처럼 진행하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백신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은 실수하지 않겠지만 입은 다르니까요”
“저놈이 이 바이러스로 일을 꾸미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지금 백신 공식을 받으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이래서 멍청한 놈들이랑 일하면 몸이 고생한다니까. 안 그렇습니까 선생님?
이제부터 내가 하는 소리를 잘 들어. 이 돌대가리야. 너는 지금 한국의 최고 권력을 건드리려고 하는 거야. 대통령보다도 더 많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 말이야. 넌 멍청해서 이해가 잘 안 되겠지만 한국의 법을 좌지우지하는 그 사람들이 동시에 감염되면 분명히 화학 테러라고 떠벌리는 놈들이 생길 거야
우리가 백신을 만들어 보급해 그들이 치료된다 하더라도 그들은 의심을 지우지 않고 연속적으로 언론을 충동질하며 바이러스를 만든 놈들을 찾으려고 할 거야. 그때부터 모든 기자가 이 사건을 캐기 위해 우리나라 전역에 있는 제약 회사에 종사하는 직원들을 찾아다니며 이 사건에 대해 캐묻기 시작하겠지.
네가 아무리 직원들을 입단속을 단단히 시켰다 하더라도 이 이야기는 분명히 새어 나가게 되어있어. 그러면 이 회사는 망하는 거야. 이 멍청한 놈아.
국회 의원들은 누군가 제물이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의심하고 한국 전체를 흔들 거니까 말이야. 그래도 제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마도 관련 법을 강화하거나 새로 만들겠지. 그때 제일 먼저 피해를 보는 대상이 누구겠어? 당연히 멍청하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를 거야. 그치?
그건 바로 제약 회사야. 이 바이러스를 퍼트리면 매출도 동시에 떨어지는 거라고. 이 돌대가리야.”
“그럼 안 하는 게 더 나은 거잖아?”
김진철은 돌대가리라는 말과 멍청한 놈이라고 말을 잊어버렸는지 나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러니 넌 돌대가리일 수밖에 없어. 그런 의심을 받지 않고 매출을 올리려면 다국적으로 작전을 펼쳐야 해. 내가 생각하기에는 중국 관광지 중에 오지가 좋을 것 같군.
사람들을 골라서 중국 오지로 3박 5일 일정으로 단체 관광을 보내. 마지막 날에 오지 인근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바이러스를 퍼트린 후 한국으로 입국시키는 거야. 그자들이 한국에 입국하는 날에 맞춰 국회의원들도 같이 감염시켜. 하루가 지났으니 중국에서는 감염자가 속출할 거야.
뉴스에 난리가 나겠지. 발병 장소와 발병 기간을 알 수가 없기에 그들이 역학 조사를 하는 동안 시간이 흐를 거고 한국에서도 발병자들이 나타나겠지. 이때부터 한국에서도 질병관리본부가 보균자를 찾겠지만 이미 늦었어. 그때쯤이면 최소 수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감염되었을 테니까 말이야. 이 작전은 시간차가 정말 중요해.
중국시간과 한국시간이 다른 것은 당연히 알고 있겠지? 시간이 조금이라도 어긋나게 되면 역학조사 시 바로 걸리게 되어 있다고. 그러니 이 시간까지 계산해서 똘똘한 놈들만 모아 작전을 펼치도록 해. 너 같은 멍청한 놈들 말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 작전에 참여하는 감염자들도 이 사실을 절대 몰라야 해. 제일 중요한 것은 매출을 더 올리고 싶으면 공항에서도 이 바이러스를 퍼트려야 한다는 거야. 그래야 다른 나라에서도 이 바이러스 백신에 현상금을 걸 테고 매출은 순식간에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갈 테니 말이야. 이제 이해했냐? 이 멍청한 놈아?”
이야기가 끝나고 모든 내용을 이해한 김진철은 그때서야 멍청한 놈과 돌대가리란 단어가 귀에 들어왔다.
“이 새끼가 간덩이가 부었나? 죽으려고 환장을 했네?”
이때 김정만은 김진철을 제지했다.
“그만하고 나가서 지금 들은 대로 일 제대로 진행해”
“예 알겠습니다. 형님”
“야 이새꺄. 너 나중에 두고 보자”
“나중에 두고 보자는 놈 중에 무서운 놈이 하나도 없단다. 이 멍청한 새꺄”
“이 새끼가 정말?”
“빨리 나가봐라. 내가 눈깔이 안 보여도 선생님이 너 쳐다보고 있는 것 같다. 이 새꺄”
아니나 다를까 김정만은 나가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욕을 하는 김진철을 싸늘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그 눈빛을 본 김진철은 김정만에게 급하게 잘못했다고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바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진철이 나가자 김정만이 나에게 한마디 했다.
“일부러 그러는 건가?”
“그냥 스트레스 해소입니다.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거든요. 10년 동안 혼자 살다 보니 원래 제가 건방지고 싸가지가 없습니다. 그러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오. 선생님.”
“보기가 썩 좋지는 않군. 만약 다음에도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자네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거야. 그 책임은 자네의 아버지가 지게 될 거고 말이야. 꼭 명심하게”
“예 알겠습니다. 꼭 명심하겠습니다.”
김정만은 나에게 은근히 협박하고 밖으로 나갔다.
'미친 새끼. 이 프로젝트에서 1%만 실수해도 넌 나에게 살려 달라고 울고불고할 거다. 이 새꺄'
드디어 작전 날짜가 잡히고 내가 말한 대로 일이 진행되었다. 이 바이러스는 중국 무원에서 처음 감염 사실이 밝혀졌다. 그곳은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골로 평가되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었다. 인근에 황산이 있어 황산을 다녀온 사람들이 꼭 들리는 곳이기도 했다.
바이러스가 발견되자 중국은 역학조사에 들어갔지만 이미 관광객들은 중국 전역으로 이동한 상태여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 관광지는 중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많이 찾는 관광지였기에 다른 나라에서도 그곳에 다녀온 자국민들은 꼭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라고 권유했다.
중국에서 감염 사실이 밝혀진 후 3일 정도가 지나 한국에서도 발병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밖에 나가는 것을 자제했고 학교에서는 휴교령이 내려졌다.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는 건 아니지만 소아마비 바이러스로 인해 온몸이 뒤틀린 모습이 끔찍했고 이로 인해 공포감이 확산했다.
역시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공포감을 자극해야 돈이 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았다. 거기다 대부분의 국회의원이 감염됐다고 밝혀지자 공포감은 더욱더 증가했다.
이미 한국대 병원은 VVIP들만으로도 만원이었고 일반인들은 다른 병원에 격리 조치 되었지만 치료 백신을 만든 곳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대박입니다. 생각보다 전염 속도가 엄청납니다.”
“그렇습니다. 바이러스를 퍼트리고 보름밖에 되지 않았는데 감염자가 발견된 나라 수가 벌써 20개국이 넘으며 감염자 수만 해도 수만 명이 된다고 보도되었습니다. 통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보균자 수를 합치면 수십만 명이 넘게 감염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아직 감염자가 발견되지 않은 나라에서는 감염된 나라의 관광객을 받지 않는다고 발표하였고 항공기 운항도 전면 중지하였습니다.”
“이 상태로만 간다면 얼마 되지 않아 공식적인 감염자 수가 수백만 명은 가볍게 넘어갈 것 같습니다. 백신 가격을 10만 원씩만 잡아도 벌써 수천억입니다. 처음 만들어지는 백신의 가격은 국가에서 지급해 주기에 부르는 게 값이며 대충 100만 원씩만 잡아도 1조를 벌어들일 수 있습니다.
국가에서 지급해 주지 않는다 해도 암거래 형태로 보급하면 개당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도 받을 수 있습니다. 거기다 처음 만들어지는 백신들은 7년 동안 전 세계에서 독점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에 수십조의 가치가 생깁니다.”
“박진성의 아들이 싸가지는 좀 없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습니다. 형님. 그러나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그놈이 백신 공식을 알려주지 않는 것입니다.”
“이 바이러스를 그놈이나 박진성에게 투약하면 백신 공식을 알려주지 않을까요? 하는 행동으로 봐서는 아버지를 끔찍이 아끼는 것 같은데요?”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형님. X-288 바이러스가 강력하긴 하지만 백신이 없어 아주 위험한 바이러스임은 틀림없습니다. 10년 동안 버틴 박진성보다는 조금만 위협해도 황금알을 낳아주는 그놈이 우리에게는 더 큰 이득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놈도 X-288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잖습니까?”
김정만은 그들의 이야기를 신중히 듣고 있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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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 작가의말
메리 크리스마스 입니다.
즐거운 성탄절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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