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에서 흔한 일 (7)
전쟁터에서 흔한 일 (7)
청와대에 도착하자 대통령과 장관들이 모여 내가 보내 준 무기들의 영상을 보며 논의하고 있었다.
“제가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바쁘신 분을 이리 오라 가라 해서 제가 더 미안합니다.”
“지금 같은 정국에 대통령님보다 바쁜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지금 정인님이 새로 개발한 무기들을 보던 중이었습니다. 성능이 정말 놀랍더군요.”
“아직 개선해야 할 점들이 많습니다.”
“현재도 대단해 보이는데 더 개선할 여지가 있다니 놀랍기만 하군요. 개선된 무기가 얼마나 더 강해질지 기대가 되는군요.
그건 그렇고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도 중국 전쟁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중국은 세계 2위의 군사력을 이용해 동북공정을 통한 역사 왜곡과 해양권 확장, 기술 해킹 및 굴기 등 막무가내 적이고 치졸한 행동을 일삼아 왔지만, 그런 중국을 지금까지 제지할 방법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강력하다고 믿어 왔던 중국이 아무리 주요 요직의 핵심 인물들이 죽었다고 해도 타군의 침략뿐 아니라 자국의 독립운동조차 막아내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다는 것을 알고 너무 황당해 말이 나오지 않더군요.
이 일로 중국 땅을 축소하자는 여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으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축소된 중국 땅을 한국으로 편입시키자는 의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중국이 주변국에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일깨워 줄 필요성이 있고 정인님이 찾은 역사서로 인해 명분도 생겼기에 기회가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정인님이 만든 무기가 이 결정을 내린 제일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전쟁에서 확실한 승리를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무기가 필요합니다.”
“드디어 결정을 내리셨군요. 무기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든 공장을 가동해 신무기를 생산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필요한 재원이 있다면 말씀하세요. 모든 자원을 적극적으로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무기 생산에 필요한 자원은 이미 충분하게 확보해둔 상태입니다.”
화성과 달에서 채취한 자원으로 무기를 만들고 있었기에 자원이 모자랄 일은 없었다.
게다가 백두산에 흐르는 마그마를 자원화하기 시작하면 우주에서 자원을 가져올 필요가 없고 만약 모자라더라도 바닷물과 저 넓은 태평양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자원을 채취해 사용할 수도 있었다.
현대 기술로는 깊은 바닷속에 묻혀 있는 자원을 채취할 수 없지만, 우리는 로봇이 모든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기에 소리소문없이 자원을 독점할 수 있었다.
또한 무기값을 제대로 받으려면 국가의 도움을 받지 않아야 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어디까지 땅을 확보하실 생각입니까?”
“지금은 만주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내몽골 자치구는 몽골에 넘겨주실 생각입니까?”
“글쎄요. 그건 좀 더 토론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결정은 먼저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몽골에 무기 판매가 시작하면 아무리 성능이 떨어진다고 해도 충분히 내몽골 자치구 전체를 탐낼 테니까요.”
“그 부분은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몽골에 무기 판매는 보류되었으니까요.”
대통령이 말한 정보는 이미 알고 있었으나 대통령과 부통령, 여러 장관을 속이기 위해 모르는 척 연기를 해야 했다.
“그렇습니까? 그럼 우리도 몽골에 판매할 무기 제작을 줄여야겠군요. 혹시 독립군에 판매할 무기도 보류되었습니까?”
“그건 그냥 진행하시면 됩니다. 보류된 곳은 몽골과 만주족뿐이니까요. 미리 알려드렸어야 했는데 죄송합니다. 무기 판매 보류 결정이 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든요.”
“그렇군요.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몽골에 판매할 무기 생산을 독립군에게 판매할 무기로 바꿔야겠네요. 그나저나 상당히 의외네요.”
“뭐가 말입니까?”
“무기 성능을 보면 몽골이 만주 땅을 주더라도 바로 구매할 거로 생각했거든요.”
“그건 저도 의외였습니다.”
“혹시 서쪽으로는 어디까지 진군하실 겁니까?”
“마음 같아서는 톈진까지 진격하고 싶으나 베이징이 코앞이라 거기까지 진군하기는 힘들 거라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중국의 수도와 인접해 있다 보니 저항도 만만치 않을 거고 그만큼 부담이 크시겠죠.”
“맞습니다. 그래서 친황다오와 청더까지 진군해 방어 기지를 구축할 생각입니다. 몽골이 내몽골 자치구를 차지하게 된다면 그나마 우리가 지켜야 할 방어선이 제일 짧으니까요. 그런데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
“지금 말씀하신 방어 기지 때문에 여쭤본 겁니다.”
“방어 기지요?
“우리는 국경선을 지킬 수 있는 방어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기존처럼 사람이 지키는 방식이 아닌 모든 시설이 전투 로봇과 최첨단 장비로 된 장벽이죠.”
이렇게 운을 뗐다.
한국에서 무기 산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기존 업체와 경쟁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수십 년 동안 안정적으로 사업을 해왔기에 정치권과 깊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독점권을 얻기 위해서는 내 앞에 있는 저들의 눈높이를 확실히 끌어 올려 우리가 만든 무기 성능을 각인시켜야 했다.
저들이 무기 산업을 승인해주지 않을 경우 무기 설계도만 넘겨주고 뒤로 물러나야 할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떡밥으로 국방부 장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무기 설계도를 준 것이다.
내가 준 설계도로 그들이 얼마나 무능한지 알게 하도록.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조사를 해보니 이 자리에 있는 자들 대부분이 기존 무기 업체에 도움을 받은 것을 알게 되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누가 다윗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스템은 육지뿐 아니라 한국 전역을 방어할 수 있으며 위성과 무인 이동 카메라를 이용해 해상, 해양, 영토의 모든 국경을 감시하며 허가받지 않고 침범하는 모든 적을 섬멸할 수 있습니다.”
“무인 무기 시스템이라면 관리자가 필요 없다는 말인가요?”
역시 예상대로 꼬투리를 잡기 시작했다.
무인 무기 시스템이란 단어로.
“한국군이 국방 경계선을 감시하는 시스템은 해군이 직접 바다에 나가 특정 구역을 돌며 감시하거나 육군이 땅에 장벽을 쳐 확인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러나 자연환경 속에서는 제대로 된 감시가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무인으로 제작된 무기들이 밤낮으로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감시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그럼 군인이 없어도 모든 국경의 방어가 가능하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의 기술력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국경을 맡기기에는 인공지능의 수준이 한참 떨어지지 않습니까?”
“제 생각도 같습니다. 인공지능에 국경을 맡길 수는 없습니다.”
“인공지능의 성능을 너무 낮게 생각하시는군요. 인공지능의 성능은 특정 분야에서 이미 인간을 뛰어넘은 지 오래됐습니다.
특히 모든 나라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활용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인공지능으로 테러 감시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닙니까?”
“그래서 검증받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까?”
'결국 우리 제품을 막기 위해 지저분한 방법으로 나오겠다는 말이네. 그렇다고 고분고분 너희 말을 들어줄 순 없지. 난 개가 아니니까.”
나는 한걸음 물러섰다.
“좋습니다. 우리 기업이 만든 무기를 믿지 못하시는 듯하니 이 방어 시스템을 타국에 팔아 먼저 검증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이런 말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는지 장관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아무리 기존 무기 업체에서 돈을 받아 지오 전자의 무기 산업을 방해하고는 있지만, 지금까지 화면으로 본 무기들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보였다.
기존 업체들이 만든 무기들과 수준 차이가 나도 너무 나는 데다 성능에 비해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이런 무기를 해외에 팔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 무기를 구매한 나라는 눈높이가 높아지면 다른 무기를 절대 구매하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하기에 그것만큼은 무조건 막아야 했다.
“제가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이미 무인으로 동작하는 무기들은 보셨을 겁니다. 그 무기들은 우리가 만든 무인 방어 시스템에 일부이며 다른 형태의 비밀 무기들이 더 있습니다.”
“무인으로 운영되는 무기가 전차와 탱크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말입니까?”
“지금까지 보신 무기들은 타국을 의식해 만든 무기들이기에 기존의 형태대로 제작한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사용할 방어 시스템은 그런 조잡한 형태의 무기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본 무기들이 조잡하다니.
장관들은 다시 한번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럼 한국에 적용할 방어 시스템은 어떻게 다르다는 말입니까?”
“그건 앞으로 타국에서 검증된 후 보시게 될 겁니다.”
“그런 무기가 있다면 한국에 적용해야지 타국에 먼저 판매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장관님들이 조금 전에 검증받지 못한 무기 사용은 꺼려진다고 말씀하셨는데 잊으신 겁니까?”
“그건···.”
“그래서 먼저 검증을 받겠다는 말입니다.”
“그런 위험한 무기 판매는 동의할 수가 없습니다.”
“설치도 안 되고 검증도 안 된다고 하시니 무기 시스템을 파기할 수밖에 없겠군요. 알겠습니다. 그것을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무기 시스템 개발로 수백 조가 들어간 이상 그냥은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도 손해를 줄이기 위해 이 시스템의 설계도는 타국에 판매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그곳에서 검증되면 구매해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무기 제작에 국가 지원을 받은 것이 아니기에 이 결정을 막을 수 없었다.
그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나섰다.
“자자 진정들 하세요. 제가 정인님을 이곳에 모신 것은 도움을 받기 위해서입니다.
여러분도 보셨다시피 정인님이 만든 무기와 장비를 사용하면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유리하게 작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왜 편한 방법을 두고 어려운 방법을 택해 돌아가려 하십니까? 이 작전이 성공했을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의 치욕적인 역사를 한꺼번에 뒤바꿀 수 있는 기회입니다.
또한 무기의 성능을 믿지 못한다면 이번 전쟁을 통해 성능을 검증하면 됩니다. 그러니 별것도 아닌 일에 너무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아 주십시오.”
국방부 장관도 같이 나섰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만주 지역에 최소 100만 명 이상의 중공군이 주둔해 있습니다. 거기다 원래 주민과 피난민을 합쳐 최소 2억 명 이상이 만주 지역에 있고 그중 3천만 명 정도가 한국으로 들어오기 위해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에서 진을 치고 있습니다.
한국에 이미 들어온 중국인도 최소 3백만 명인데 우리가 중국을 공격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거로 생각하십니까?
그러나 중국과의 전쟁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지금 만주 지역에서 떠도는 정보에 의하면 백두산 화산이 다시 폭발해 한국은 물론이고 만주 전 지역까지 피해를 준다고 합니다.
여기 계신 분들에게 물어보겠습니다. 누가 화산을 막아줄 겁니까?”
다른 장관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백두산 화산이 터지면 한국은 물론이고 지금껏 누리던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됩니다. 그건 역사가 말해주고 있습니다.
천 년 전에 번성했던 고려가 백두산이 터져버리는 바람에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한국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그걸 막아주기 위해 정인님이 이곳에 온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장관들은 나를 다시 한번 쳐다봤다.
“그러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나중에 저와 따로 합시다.”
국방부 장관은 장관들에게 말을 마친 후 나를 보며 말했다.
“우선 화산에 관한 이야기부터 들었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지금부터 화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전에 먼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국방부 장관님께서도 말씀하셨다시피 만주 지역에 너무 많은 중국인이 모여 있습니다. 제가 얼마 전에 확인해 보니 압록강과 두만강 주변에 모여 있는 중국인 수가 대략 7천만 명이 넘어섰고 아직도 밀려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 간 조만간에 1억 명이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이 상태에서 중국을 공격하게 된다면 한국을 통해 해외로 나가려는 중국 난민이 적으로 돌변할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생활하던 중국인 500만 명도 무시할 수 없게 됩니다.
저는 화산을 통해 이것을 해결하려 합니다.”
“어떻게 말입니까?”
“좀 더 소문을 확산시켜 만주에 있는 중국인들이 화산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두려움을 심어주면 됩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없이 많은 중국인이 만주로 모여들고 있는데 그들이 소문을 사실로 믿을까요?”
“믿게 만들어야죠.”
“어떤 방법으로요?”
“백두산 화산에 폭탄을 터트려 그 장면을 방송으로 내보내면 됩니다. 그 방송을 본 중국인들은 소문이 진실이라고 믿을 거고 공포에 질려 불안한 한국보다 러시아나 중국 내륙으로 방향을 바꿔 도망갈 겁니다.
특히 압록강과 두만강 지역이 제일 큰 피해를 보게 될 거라고 소문이 나면 중국과 한국 국경에 설치된 난민촌은 자연스럽게 사라질 겁니다.
”
국방부 장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제외한 부통령과 다른 장관이 내가 말한 작전을 반대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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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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