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하는 대륙 (2)
격변하는 대륙 (2)
“정인님이 깨어났습니다. 정인님이 깨어났다고요. 일어나세요. 천우성님”
약간 촐싹거리는 미카가 아버지를 깨웠다.
사흘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잔 관계로 얼굴에 피곤이 넘쳐 흘렀다. 그래도 아들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고 바로 이동했다. 도착해보니 아들의 피부를 덮고 있던 화상에 손상된 피부들이 모두 떨어져 있었다.
“몸은 좀 어떠니?”
“몸이 참 상쾌하네요.”
“네가 정신을 잃고 있는 동안 너의 몸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랬나요? 어떤 변화가 있었는데요?”
“네가 이곳에 실려 왔을 때 전신에 최소 3도 이상의 화상을 입고 있었다.”
“화상이라고요?”
그 이야기를 하면서 내 몸을 확인해 봤는데 멀쩡해 보였다. 오히려 더 피부가 좋아졌다고 할까?
“멀쩡해 보이는데요? 오히려 피부가 더 좋아진 것 같아요.”
“내가 사흘 동안 너의 몸에서 떨어진 화상에 녹은 피부를 모두 벗겨 냈다. 지금 보고 있는 피부는 새로 재생된 피부다. 피부가 재생할 때 너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려고 피부 조직을 일부 떼어냈는데 곧바로 치료되더구나.”
“제가 사흘이나 누워 있었어요? 거기다 제 피부가 바로 치료되었다고요?”
“그래. 넌 사흘간 누워 있었다. 이곳에 오기 전 넌 17초가량 심장이 멈췄다고 하더구나. 라파가 네 심장이 멈추는 순간 관광 드론에 배치된 미론을 이용해 심장 마사지를 한 모양이다. 그렇게 라파가 널 살려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내 생전 생명체의 피부가 그렇게 빨리 치료되는 것은 처음 봤다. 네가 전에 말했던 재생력이 상상할 수도 없다던 몬스터? 뭐 그런 것처럼 말이다.”
“트롤처럼 재생력이 좋았다는 말인가요?
나는 잠시 생각을 한 후 아버지에게 여쭤보았다.
“그럼 제가 전기를 얼마나 모았다고 하던가요?”
“9.3MV까지 모았다고 하더구나.”
“그랬군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전기를 모을 수 있었니? 네가 가져간 발전소는 1MV급이라고 하던데 말이야?”
“제가 원소 모드로 변환되는 전기량이 얼마인지 알고 싶어서 실험했거든요. 제 몸에 저항값을 줄이고 싶기도 했고요. 그러다 갑자기 이전에 말씀드린 판타지 세계의 마법이란 것이 가능한가 궁금해지더라고요.
아버지도 아시겠지만, 원소들을 모아 골고루 섞으면 물과 불, 땅, 공기, 번개 등을 만들 수 있잖아요? 이게 가능해지니 재미있기도 하고 신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좀 더 넓은 곳에서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여기서 제일 가깝고 사람이 없는 곳을 생각해 보니 백두산이더라고요. 그래서 그곳에서 조금 폭넓은 실험을 하다 보니···.”
아버지가 바로 말을 끊으셨다.
“그럼 백두산 화산을 폭발시킨 것이 너구나?”
“정말 그럴 줄은 몰랐어요. 바로 정리하려고 했는데 발전기가 용암에 빠지는 바람에 정리를 못 했거든요. 다시 재료 가져다가 화산을 정리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거예요.”
“그래 아직은 몸이 안 좋으니 그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하자. 그래서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니?”
“원소 모드에 들어가면 제 몸이 스스로 전기를 끌어모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발전소가 없어도 말이에요. 그래서 주위에 돌아다니는 전하를 끌어모아 봤어요.”
“네가 필라멘트가 되는 영상은 나도 봤다.”
“필라멘트요? 라파. 내가 원소 모드에서 전기를 끌어모을 때까지 영상 좀 보여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영상이 화면에 보였다. 내가 전기를 끌어모으기 전 화면이었다.
“저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어요.”
원소 모드로 들어가는 장면이 보였다.
“저 때부터 전하를 끌어모았어요. 이전에 실험할 때 전하 말고도 이상한 파란 덩어리? 파란 물질? 그런 게 모이더라고요. 그게 전기량도 같이 올려주었기에 실험을 계속한 거예요. 저는 그걸 기라고 생각했어요. 도시에서 원소 모드로 들어갔을 때는 파란 에너지를 못 봤거든요.”
나의 몸이 점점 하얗게 되더니 그 색이 점차 푸른색으로 변해갔다. 그만큼 온도가 올라갔다는 이야기다.
“와. 저 영상을 보니 제가 타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네요. 어떻게 저런 곳에서 살아남았지?”
“처음 영상을 보니 네가 서 있는 주변이 네 몸에서 나온 빛으로 인해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만큼 위험한 순간이란 말이지.”
“정말요? 그런데 전 왜 녹지 않았을까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네 피부가 녹아내렸으니 분명히 너도 위험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네 안에 무언가가 너를 보호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때까지 의식하지 못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저 두 눈이 다 보여요.”
“뭐? 두 눈이 모두 보인다고?”
“네. 지금까지 계속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생각났어요.”
“그럼 그 재생력이 피부뿐만이 아니라 네가 불편했던 모든 부분을 치유했다는 말이 되는구나. 그래서 네 얼굴도 그렇게 바뀐 거구나.”
“얼굴이 어떻게 됐는데요?”
“너의 원래 얼굴로 변해있다. 정확히 말하면 그 얼굴도 아니다. 분명히 얼굴 골격이 바뀐 것 같아. 완벽한 얼굴이라고 할까? 거기다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구나. 여자들이 본다면 널 가만두지 않겠구나.”
“라파. 내 얼굴 좀 보여줄래?”
라파가 보여주는 내 얼굴을 보고 황당했다.
“아버지 말씀이 맞네요. 여자들이 가만두지 않을 얼굴이 돼버렸네요. 앞으로 여자 조심해야겠네요.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만약 제가 겪은 이 일이 인간 진화의 다음 단계라면 비밀을 밝히는 게 좋겠어요.”
“네 모습을 보니 진화한 것이 확실해 보이긴 한다. 완벽하다고 해야 할까? 우선 네 피부 조직을 떼어내 DNA부터 확인해 보자.
며칠 전과 같이 재생되는지도 확인해 보고. 네가 쓰러져 있을 때 떼어낸 세포는 기존에 네가 가지고 있던 세포의 형태와 결속이 달라져 있었다.”
“그랬나요? 그럼 제 몸에 면역 체계도 바뀌었다는 말이 되겠네요?”
“그건 이제부터 실험을 해봐야지. 만약 면역 체계가 무너졌다면 차라리 이전의 몸이 더 좋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진화가 아니라 퇴보니까.”
“그렇네요.”
“그전에 사흘이나 누워 있었으니 보고 좀 받아야겠어요. 화산으로 인해 청와대에서도 전화가 많이 왔을 것 같거든요. 어느 정도 정리 좀 하고 그 후에 실험하시죠. 아버지.”
“그래 알았다. 그럼 업무 끝나고 시작하자. 그전에 나는 네 유전자 분석과 세포나 확인하고 있으마. 그리고 지니와 루퍼, 미카, 라파, 가엘이 네가 쓰러져 있는 동안 걱정을 많이 했다. 그들에게 감사 인사는 꼭 해라.”
“그래요? 예 알겠어요. 아버지.”
아버지가 나가시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걱정해줘서 모두에게 고마워.”
나는 고개를 숙이고 그들에게 감사의 표현을 했다. 지니가 먼저 나에게 말했다.
“일어났으면 빨리 일하세요. 내가 보고 할 게 상당히 많거든요.”
무뚝뚝한 성격의 루퍼가 나에게 툭 던지듯 말했다.
“일어나셨다. 거기다 신이 우리에게 감사하데. 와 대박”
'하는 일이 그래서 그런지 미카의 성격이 촐싹거리는 성격으로 바뀌었네. 그런데 저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야?'
“일어나셔서 축하드려요. 다음부터는 좀 더 조심히 실험하세요”
“정인님의 몸은 정인님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소중히 생각해 주세요. 지니 님이 얼마나 걱정한 줄 아시나요?”
라파와 가엘이 바로 이야기했다. 나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그들에게 감사의 표현을 했다.
“모두 걱정해 주어서 다시 한번 감사하고 고마워.”
“살아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려요. 자 정인님께서 멀쩡한 것 같으니 이제 우리의 일을 하러 가자.”
“예. 지니 님”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신력을 가진 이들이 이곳에 있다고 해도 하는 일은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를 배려하며 내가 어색하지 않게 인간처럼 말해주고 있었다.
'만약 정말 인간이 멸망한다면 저런 존재가 인간 대신 행성을 관리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네.'
그들이 사라지자 루퍼에게 물었다.
“내가 쓰러져 있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보고해줘”
루퍼에게 한 시간을 넘게 보고받았다.
“그럼 며칠 내로 중국에서 내란이 일어난다는 말이네? 거기다 CIA가 그 시기에 맞춰 중국 주요 인사를 암살할 생각이고?”
“그렇습니다.”
“이 작전이 성공할 가능성은?”
“6.7%입니다.”
“성공률이 상당히 낮네.”
“이미 중국도 CIA의 행동에 눈치채고 대비를 하고 있습니다. 중국도 이번 기회에 본인들의 저력을 보여줄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래 국방력이 세계 3위이니 도전해볼 만할 거야. 우리가 가지고 있던 중국 자금은 모두 처리했나?”
“그렇습니다. 이미 투자금은 주변국으로 옮겼습니다. 만약 중국이 망하게 되면 이득을 볼 나라들이 많거든요.”
“그렇겠지. 아무래도 CIA의 암살을 성공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 부분은 우리가 도와주도록 하자.”
“알겠습니다.”
“총 몇 명을 죽여야 하지?”
“최소 21명 최대 16,791명을 죽여야 하며 죽이는 숫자가 많아질수록 내전에 성공할 확률이 올라갑니다.”
“이미 중국에서는 미국이 중국에 작전을 펼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니 우리가 펼치는 모든 작전은 미국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흔적을 남기도록 해.”
“이 일로 3차 대전이 일어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3차 대전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지는 않을 거야. 미국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3차 대전을 일으킬 만큼 대의와 명분이 확실하지 않거든.”
“CIA에서 이미 대의와 명분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와 위성 추락?”
“그렇습니다.”
“그것만으론 부족해.”
“잠수함 사건도 있습니다.”
“그렇지. 일본과 전쟁을 할 명분이 더 높긴 하지.”
이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미국에서 중국 암살을 시도한 게 아니라 일본에서 시도한 것으로 하자. 센카쿠 열도에 아직도 중국과 일본의 군함들이 대치 중이지?”
“그렇습니다.”
“미국이 작전을 펼치는 동시에 중국이 일본군을 공격하는 것으로 하자. 명령은 해군 사령관이 직접 공격 명령을 내린 것으로. 어때? 가능하겠어?”
“이미 중국 해군 사령관의 목소리와 모든 행동의 분석은 끝났습니다.”
“좋아. 넘치는 잔을 다 쏟아내고 다시 부어야 할 때야. 중국이 먼저 발포하고 일본이 대응하도록 전쟁을 일으켜보자. 만약 해군 군함들이 그의 명령을 듣지 않으면 자동화 시스템을 해킹해서 강제로라도 발포해.”
“알겠습니다.”
“작전 진행해.”
“지시하신 대로 작전을 시작합니다.”
“라파. 발전소 재료 준비해서 우리는 백두산으로 이동하자”
“또 자살하시려고요? 전 못 도와드립니다.”
“뭐? 자살?”
“죽으시려고 하시는 것이 자살 아닌가요?”
“오해가 넘치고 있어. 우리가 그때 못했던 것을 하러 가는 거야.”
“자살하시려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백두산에 도착해 확인해보니 화산재가 북쪽과 서쪽으로 넓게 퍼져서 이동하고 있었다.
“화산재가 어디까지 퍼졌지?”
“북쪽으로는 몽골과 러시아 바이칼 호수 인근까지 퍼졌으며 서쪽으로는 베이징까지 퍼졌습니다.”
“좋아. 그럼 좀 더 퍼트려서 중국이 대처하지 않는 것을 언론이 퍼트려야겠어.”
이전처럼 관광 드론에 올라가 전기를 연결했다.
“이전처럼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알았어. 이번에는 걱정하는 일 없도록 할게.”
“알겠습니다.”
전기를 적당히 끌어올렸다.
'이전보다 훨씬 익숙하고 수월하네. 이전에는 고통이 있었을 때까지 전기를 끌어모아서 문제가 됐으니 이번에는 고통이 있기 전까지 모으면 되겠지?'
그 생각이 들자 단전 호흡을 시작했다.
이전처럼 전하를 끌어모으자 파란 덩어리도 모여들었다. 얼마나 모았을까? 라파가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10MV를 돌파했습니다. 중지하십시오]
'뭐? 벌써 10MV를 돌파했다고? 이렇게 빨리? 내 몸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난 괜찮아. 조금만 더 모아볼게. 1MV 단위로 나에게 알려줘”
“정말 괜찮으십니까? 이전에 쓰러지셨던 9.3MV를 이미 돌파해 12MV가 되고 있습니다.”
“정말 괜찮아. 아무 느낌도 없어.”
“알겠습니다.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중지해 주십시오.”
“알았어.”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전하를 끌어모았다.
23MV까지도 아무 느낌이 없자 전하 모으는 것을 중지하고 원래 하려고 했던 일을 하기로 했다.
'우선 화산의 분화구를 좀 더 넓혀 화산재가 많아지도록 하고 바람을 만들어 중국 내륙 깊숙이 화산재가 떨어지게 해주자. 그러면 중국 국민이 백두산 화산에 대응하지 않는 정부를 비난하겠지?'
땅의 원소들을 점점 넓혀갔다.
그러자 그 안에 있던 용암이 점점 넓어지며 화산재의 양도 많아졌다.
이때 화산에서 나오는 뜨거운 기운과 내가 만든 차가운 기운을 동시에 부딪치자 급격한 온도 차가 만들어졌다.
그 영향으로 강한 바람이 만들어지고 바람을 따라 화산재가 중국 내륙으로 깊숙이 끌고 들어가 퍼트렸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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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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