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를 거는 기업들 (2)
시비를 거는 기업들 (2)
“그쪽에서 찾아오실 때는 이 회사를 잡아먹겠다고 오신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그쪽 능력이 겨우 이 정도라니 당황스럽기 그지없군요. 제 의견은 전달했으니 구매하시거나 판매하시거나 선택해서 연락 주십시오”
나의 말에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무 급작스러운 제안이라 말을 잊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김종수 이사가 이야기하는 도중 이수연이 다시 치고 나왔다.
“귀사의 값어치가 200조 이상을 한다고 보시나요?”
“당연합니다. 브랜드 파워요? 그건 기술만 있다면 어느 기업이든 할 수 있는 겁니다. 우리 회사가 삼별만큼 브랜드 파워를 가지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단지 3년이면 됩니다. 고글처럼요”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재주만 있는 게 아니라 너무 허황된 사람이군요?”
“그래서 당신이 안 된다는 말입니다. 당신에겐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이 없으니까요. 지금 이 연구소는 당신들이 만들고 있는 모든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당연히 믿지 못하시겠죠? 그게 기술입니다.
만약 우리가 당신들보다 한발 앞서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요? 삼별 전자는 순식간에 필란드의 노키야가 되는 겁니다. 한국 정부가 그렇게 믿고 수십 년간 밀어줬던 기업으로 인해 발목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당신들은 결국 망하겠죠? 그 후 시간이 지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사라지고요?”
“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계속 듣고 계실 건가요? 김 이사님?”
“대기업은 나라를 부흥하게도 하지만 망하게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삼별 전자를 우리에게 넘기십시오. 지금 최고의 정점을 달릴 때 제가 삼별 전자를 최고 금액으로 구매해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100년 넘게 명성을 떨치며 운영해 드리죠”
내 말에 너무 화가 난 이수연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심도 있게 상의한 후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그들이 나가고 지영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나라 최고 기업인데 그래도 되는 거야?”
“뭐가?”
“그녀가 나가면서 혼자 중얼거렸거든. “뭐? 삼별 전자를 사겠다고? 미친 새끼” 하면서 말이야. 네가 삼별 전자를 구매한다고 하니 정말 화가 난 모양인데 무슨 보복을 당하려고 대기업을 건드렸어?”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이미 전쟁터에 들어온 것과 똑같아. 내가 죽이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는 거야.
이렇게 짓밟아 놓지 않으면 언제 기어올라 내 뒤통수를 칠지 모르거든. 보이지 않게 움직이는 것보다 대놓고 보이게 움직이는 것이 대처하기가 더 편하니까. 특히 저렇게 돈 많은 회사가 공격할 때는 말이야.”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너 정말 돈이 많은가 보다? 얼핏 들으니 750조에 삼별 전자를 구매하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미쳤냐? 내가 그런 돈이 어딨어? 전 세계에서 삼별 전자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야.”
“그럼 아까 그 소리는 뭐야?”
“그냥 한번 띄워 본 거지. 우리 회사도 그 정도 돈은 있다. 그렇게 인식시키면서 말이야. 저쪽에서 정말 우리 회사에 돈이 있는 줄 알고 넘어갔으니 망정이지 팔겠다고 할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는데.”
“그럼 뻥친거야? 한국 최고 대기업에?”
“원래 이 바닥이 다 그래. 알면서도 속고 속이는 거지. 그나저나 저쪽에서 200조에 이 회사를 구매해주면 참 좋겠는데 말이야. 그럼 다른 나라 가서 똑같이 한탕 더 할 수 있잖아.”
지영이가 황당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들이 알까 모르겠다? 네가 빠진 연구소는 그만큼의 가치가 없는데 말이야?”
“쉿!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함부로 하지 마. 아직 우리 계약은 유효해”
“알겠게습니다요 대 표 님”
“너 대표님을 너무 강하게 발음하는 것 같다?”
“죄 송 합 니 다 요. 대 표 님”
일주일 정도가 지나가 삼별 전자에서 우리 회사를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변이 왔다. 물론 삼별 전자도 팔지 않겠다고 하였다.
'당연한 결정이야. 제일 잘 나갈 때 망할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못 할 테니까. 망할 때 그들의 얼굴을 보고 싶군.'
“지니야 미론(미니 드론)에게 특별한 정보는 안 들어왔어?”
“그들은 계속 회의만 하고 있습니다.”
“좋아. 잘 감시하고 있어. 특별한 정보가 들어오면 알려주고”
“네”
일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아버지와 백화점에서 쇼핑에 한창일 때 지니에게서 위험 신호가 울린 것이다.
“형. 오늘을 그만 헤어져야겠어요.”
“왜?”
스마트폰을 아버지에게 보여주었다.
“누가 날 찾는 것 같네요?”
“위험한 거 아니냐?”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절 찾고 있으니 제가 찾아가는 게 마땅하죠”
보안업체에 A1이라고 문자를 보냈다. 순간 내 주위에 있던 경호원들이 나에게 좀 더 밀착했지만, 실제로는 아버지를 보호하기 위한 정해진 행동이었다.
“그럼 저 먼저 가볼게요. 오늘은 좀 조심하세요”
“알았다. 저녁에 연락해라”
“네”
납치범들이 날 편하게 납치하도록 백화점 밖으로 나와 길거리를 혼자 걸었다. 심심할 때마다 만드는 미론들의 수가 늘어나 연구소 직원들에게 하나씩 붙여 놓았다. 감시 목적도 있었지만, 혹시 납치될까 봐 안전에 신경을 쓴 것이다. 너무 작아 보이지도 않기에 감시용으로 딱이었다. 그런데 그 미론에 연구소 직원들을 감시하는 인물이 포착되고 지니가 나에게 문자를 보내 준 것이다. 이때 또다시 스마트폰에서 똑똑 소리가 났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길게 눌러 전투 모드로 바꾼 후 주머니에 넣었다.
그 순간 봉고차 한 대가 서더니 나를 차에 싣고 사라졌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본 사람도 없었다. 원래 그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차에 강제로 태워진 나에게 무언가 내 입을 막았는데 아마도 마취용 수면제란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모든 약물이 나에게 통하지 않았기에 기절한 것처럼 연기했다. 한참을 달린 후 어느 벌판에 내동댕이 처졌다.
'자 이것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을까?'
그때 누군가 내 몸에 찬물을 쏟아부었다.
“자 그만 자고 일어나야지”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린 듯 연기를 하며 눈을 떴다.
“당신들 누구야?”
'연기가 좀 어색했나?'
하지만 아무도 내 말투에 신경 쓰지 않았다.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모두 알고 싶어 하는 사람?”
“나는 아는 게 없어”
“그럼 이곳에 바로 묻히는 거지. 아마 누구도 찾지 못할 거야.”
“누가 시킨 거지?”
“그걸 알려주면 내가 널 살려주고 싶어도 살려줄 수 없잖아? 살고 싶지 않다면 말해주고”
“이렇게 외진 곳까지 납치한 것을 보면 살려줄 의도가 전혀 없는 것 같은데?”
“네가 아는 정보를 모두 말해준다면 내 마음이 바뀔 수도 있잖아?”
“삼별 전자 그 미친년이 시켰나 보군. 나에게 와서 그런 악담을 퍼붓고 간 후 그냥 있지 않을 거라 생각하긴 했지만 이런 식일 줄을 몰랐어. 젠장. 회사를 판다고 계약서를 보냈는데도 그 푼돈마저 아까웠다 이거지? 내 회사를 이렇게 날로 먹어?”
조폭들은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돈벌이가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러지 말고 그 미친년에게 전해. 그 푼돈도 안 받을 테니 목숨만 살려 달라고 말이야. 만약 내가 사라지고 팬시 연구소가 삼별 손에 들어가게 되면 삼별도 큰 손해를 보게 될 거야. 내 장담하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은 모두 RG 전자에서 벌이고 황금알은 삼별이 가져가는 것처럼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한 놈이 조금씩 몸을 빼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니 일은 저희가 하고 팬시 연구소는 삼별이 가져갈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삼별 기업 미친년이라는 것으로 봐서 이수연 사장을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만 계약서를 보냈다고 합니다. 지금 저자는 저희가 삼별 이수연 사장이 보낸 자들로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잘못하면 조직 전체가 삼별과 묶여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경고가 울리기 시작했다.
“삼별 그 불여우가 연구소를 가져갔다고 해도 기술만 알면 사장님께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먼저 가지게 되실 겁니다. 당연히 삼별 기업은 팬시 연구소 대표가 사라진 상황에서 연구소를 흡수했기에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을 거고요. 믿고 맡겨주신다면 저희가 이 부분을 잘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그럼 삼별에서 팬시 연구소를 흡수하기 전에 그가 알고 있는 모든 기술을 나에게 먼저 전달해 줘. 성공하면 보상금은 다른 건에 다섯 배를 주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3일 안에 보고서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가 전화를 끊은 후 나에게 돌아왔다.
“이제 슬슬 네가 알고 있는 기술들을 이야기해 주실까?”
“누가 날 납치했는지 이제야 알겠군”
“그게 무슨 소리지?”
그 조폭의 이야기를 완전히 무시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RG 전자에서 건방지게 날 납치하다니 살고 싶지가 않은 모양이군”
바지에 묻은 흙을 털면서 천천히 일어서는 나를 보고 조폭들 중에 하나가 소리쳤다.
“안 꿇어? 이 새끼가 어디서 지랄이야. 지랄은.”
“어딜가나 저런 놈들이 꼭 있는 모양이야? 너희들은 조폭 매뉴얼이라도 만들어서 돌리나 보지? 말하는 토씨까지 틀리지 않는 걸 보면 말이야.”
“이 새끼가?”
“혹시 탄지공이라고 들어봤나? 손가락 끝에 기를 모아 원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무공이지. 무협지를 많이 읽어 봤으면 알 거야”
그 이야기를 하면서 나에게 소리쳤던 조폭을 향해 중지를 튕겼다. 그러자 바로 그 조폭이 쓰러졌다.
“신기하지? 처음에는 긴가민가 할 거야? 그리고 한두 놈이 나에게 달려들려고 준비하겠지. 내 뒤에 있는 놈들처럼”
나는 뒤에 서 있던 두 놈을 향해 돌아보지도 않고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그 두 놈이 쓰러졌다.
“이쯤 되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 거야. 살려 달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도망갈까? 그렇지 두 놈이 도망가려는군”
양팔을 벌려 도망가려고 뒤돌아선 두 놈을 향해 손가락을 튕기자 그 두 놈도 쓰러졌다.
“어때? 너희들이 원하는 무에 극치를 보는 기분이?”
한 놈이 무릎을 꿇자 다른 놈들도 같이 무릎을 꿇으며 외쳤다.
“살려 주십시오”
“살려달라고? 웃기는군. 조금 전까지 날 죽이기 위해 이곳으로 납치한 주제에 오히려 살려 달라고 하니 이상하잖아?”
“저희가 주제넘은 행동을 하였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좋아 나는 사업가니까 한번 기회를 주도록 하지. 너희가 나에게 무엇을 줄 수 있지?”
“원하시는 것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살려만 주신다면 뭐든지 다 하겠습니다.”
“너희 조직원이 몇 명이지?”
“이곳에 있는 자들 빼고 총 97명이 더 있습니다.”
“너희들을 살려주는 대신 그 97명에게 문자를 넣어. 지금 당장 날 이곳으로 납치한 놈을 데리고 오라고. 1시간 주지. 한 시간 후에 97명이 모두 이 자리에 모여야 해”
“그. 그건?”
“왜 갑자기 살기 싫어졌나?”
“그건 아닙니다만 RG 전자 최천태 사장님 성격이 워낙 불같아서 이리로 모시기가 좀 애매합니다.”
“난 단지 나를 보고 싶어 하는 놈이 누군지 알고 싶을 뿐이야. 혹시 알아? 오히려 일이 잘돼서 그와 내가 좋은 사업 파트너가 될지 말이야. 만약 그렇게 되면 내가 너희들에게 특별 보너스를 주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그는 나의 말대로 문자를 작성해 전 조직원들에게 돌렸다.
'역시 조폭들이라 단순해'
한 시간 후 조직원들이 RG 그룹 최천태 사장이 비서를 데리고 이곳에 도착했다.
“내가 왜 이곳까지 와야 하는 거지? 너희가 이렇게 능력이 없을 줄 몰랐군”
“죄송합니다. 상대가 사장님에게 아주 중요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이곳까지 모시게 됐습니다.”
“그럼 녹음해서 보내주면 되잖아?”
“아 그런 방법도 있었군요. 저희가 무식한 놈들이라 그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무식한 놈들과 일을 하려 했다니 정말 할 말이 없군.”
이렇게 멍청한 놈들일수록 개처럼 말을 잘 듣는다. 그래서 적당히 써먹다가 버리려고 했는데 지금 기회가 온 것이다.
“그 새끼 어딨어?”
“거의 다 왔습니다.”
차에서 내린 최천태 사장은 나를 보고 말했다.
“저 새끼야? 꼬맹이잖아? 정말 저 새끼 맞아? 잘못 납치한 거 아니냐고? 그러면 가만두지 않겠어.”
분위기가 이상했다. 분명 팬시 연구소 대표인 내가 무릎을 꿇고 있어야 했는데 반대로 조폭들이 무릎을 끓고 있었다. 거기다 팬시 연구소 대표인 나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모든 분들이 추천을 눌러주시는 그날까지
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