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길들이는 여러 가지 방법 (5)
나라를 길들이는 여러 가지 방법 (5)
“장관님. 잘 지내셨나요?”
“자네. 정말 정인 대표인가? 지금 어딘가? 몸은 괜찮나?”
“나름 괜찮습니다.”
“우리 만나세. 만나서 얘기하세.”
“그럼 지금 뵙죠. 강화도와 육지 사이에 소항산도라고 작은 섬이 있습니다. 그곳으로 와주시겠습니까? 제가 서울로 갈 수 없는 상황이라.”
“알겠네. 지금 바로 가겠네.”
전화를 끊고 10분이 지나자 국방부 장관이 군용 헬기를 타고 나타났다.
“자네. 괜찮은가?”
“네. 납치됐을 때는 죽을 뻔했는데 다행히 납치범들끼리 혈전이 벌어져 잘 도망쳤습니다.”
“누군가? 자네를 납치한 자들이?”
“그건 차차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직 정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거든요.”
“우리는 본사라는 곳을 의심하고 있었네.”
“제가 납치된 것에 화가 난 본사가 팬시 연구소와 지오 그룹을 모두 매각하기 위해 상장시킨 건 사실이지만, 그들이 범인은 아닙니다.”
“그걸 어떻게 확신하는가?”
“제가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입니다.”
그 얘기를 하면서 USB 메모리를 국방부 장관에게 넘겼다.
이 USB 메모리에는 지금까지 나를 감시하거나 우리 기업의 기밀문서들을 빼 오기 위해 사람을 쓴 정황 증거들이 들어 있었다.
그중에는 나를 납치하라는 직접적인 지시가 담긴 내용도 포함해서 말이다.
상위 20개 그룹 외에도 상당히 많은 곳에서 비슷한 지시를 한 내용이 들어있었기에 딱히 누구를 특정 지어 범인으로 몰 수 없었다. 두리뭉실하게 모두 의심하도록 만든 녹취록 및 영상이었다.
“그 USB 메모리 안에 들어있는 사람들이 꼭 범인이라고 확정 지을 순 없습니다. 저를 납치한 납치범들에게 USB 메모리로 지급된 가상코인으로는 상대가 누군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이게 범인에 관한 정보라고?”
“그렇습니다. 저는 처음에 장관님을 의심했습니다.”
“나를?”
“미국 간다는 말을 한 건 장관님뿐이거든요. 한데 조사를 해보니 장관님은 전혀 관계가 없으시더군요.”
“맞네. 난 아니야. 나는 자네를 정말 좋아한다네. 자네가 사라지고 나서 얼마나 찾았는지 몰라.”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본사에서 한국에 가지 말라고 말리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본사는 누가 납치를 지시했는지 알고 있는 모양인데 알려주지 않더군요.”
“혹시 본사가 지시하고 발뺌하는 거라면···.”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그건 절대 아닙니다. 저는 한국에서도 그랬듯이 본사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고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닙니다. 본사의 의견을 무시하고 제가 여기까지 온 이유는 백두산이 터질 것 같다는 정보를 받았기 때문인데 결국 터져버렸네요.”
“그것 때문에 난리가 났네. 지금 화산 문제로 긴급회의 소집 명령이 떨어졌거든. 난 자네와의 만남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곳으로 온 것이고.”
“오히려 잘됐습니다. 국경에 중국인들이 아직 많던데 이번 화산 폭발로 이전에 제가 말씀드린 대로 진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미 소문이 퍼지고 8개월이나 지나는 동안 중국인들은 소문을 믿지 않아 다시 모여들지 않았습니까?”
“그럼 화산 폭발을 보도하란 말인가?”
“그냥 보도하면 효과가 없을 겁니다. 중국인들이 좀 더 두려움을 가지도록 시각적인 효과와 전문가의 의견을 과장되게 보도하는 방법을 생각해 보셔야 할 겁니다.
그러려면 국경에 모인 중국인들에게 직접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 효과가 제일 클 거로 봅니다. 대피하라는 방송과 함께요.”
“자네가 도와준다면 내가 밀어붙여 보겠네.”
“한 달 뒤 터진 화산에 방어벽을 세워드리겠습니다. 방어벽이 세워지면 피해는 최소화될 겁니다.”
“고맙네. 그리고 팬시 연구소와 지오 그룹 말인데.”
“죄송하지만, 그 문제라면 도와드리기 어렵습니다. 본사에서 이렇게 대놓고 나가는 것은 저도 말리기 어렵거든요. 그게 계약이기도 하고요.”
“팬시 연구소와 지오 그룹이 회복되지 않으면 4대 공적 연금은 모두 사라진다네. 그만큼 국민이 피해를 보는 거지.”
“사고를 치신 분에게 책임지라고 하십시오. 솔직히 능력도 안 되시는 분이 그 자리에 앉았기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이 아닙니까?
한국이 발전하려면 능력을 갖춘 사람이 제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우리 기업의 모든 자금은 인간이 관리하지 않습니다.”
“그럼 누가 하나?”
“인간이 무시하는 인공지능에 모든 자금을 맡겨 관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세계 모든 정보를 모아 스스로 판단하여 적재적소에 투자해 관리하고 있죠.
한국 정부는 투자금 대부분을 손실을 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자금을 관리하는 자들의 능력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우리도 인공지능보다 더 나은 투자 관리를 할 수 있었다면 인간이 관리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으니 인공지능에 모두 맡겨 버린 것이죠. 인공지능은 인간과 다르게 실수를 하지 않으니까요.
우리와 정부의 차이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이런 작은 생각의 차이로 지금과 같은 결과를 내는 것입니다. 잔을 비우지 못하면 다시 채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하셔야 합니다.”
“그걸 누가 모르겠나? 하지만 이권은 인간이 문명을 만들고 수만 년을 이어온 행위였네. 지금까지 그 어떤 문명도 이 행위를 바꾼 곳이 없을 정도로 암처럼 자리 잡고 이어왔어.
현대 사회라고 해서 그게 없어지진 않아. 오히려 이전보다 더하면 더했지.”
“말씀하신 대로 그들은 모두 망했습니다. 지금의 한국도 곧 그들처럼 망할 거고요. 그게 우리 기업에서 내린 결론입니다. 집 안에 있는 도둑놈을 잡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니까요.
그 대표적인 예가 아르헨티나에 우리가 건설한 도시입니다. 그 도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아십니까? 하긴 한국 일도 제대로 처리를 못 하시니 지구 반대편에 있는 아르헨티나의 일까지 신경 쓸 수는 없겠죠?
그만큼 정치권에 계시는 분들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AI보다도요.”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게. 자네 눈에는 그렇게 보일지 모르나 그들도 나름 잘하는 것이 있다네.”
“저는 나이든 자의 경험을 충분히 보았고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로 인해 나이 드신 분들은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데 지금 정치하시는 분들은 그 경험이 이권에만 매달려 있기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기업은 당연히 도태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그걸 정치인이 막아주고 있어 발전해야 할 기술은 더 발전하지 못하고 도태된 기술이 보호받고 있으니 이런 곳에서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는 누가 봐도 당연한 결과입니다. 우리가 가진 기술을 원하는 곳은 많으니까요. 우리가 타국에서 1년만 제품을 생산하면 한국의 거의 모든 기술은 사장 하게 될 겁니다. 그걸 극복하는 것은 한국 기업들의 몫이죠.”
“자네가 말한 것들을 한순간에 모두 바꿀 수는 없네. 하지만 지금부터 노력하면 한국도 서서히 바뀌게 될 걸세. 그러니 시간을 주게.”
“안타깝지만, 우리에겐 그걸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건 사회 전반을 모두 바꾸자고 하는 말이 아닙니다.
단지 몇 년만이라도 꼭 필요한 사람으로 나라를 운영하면 지금보단 낫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한번 자리 잡으면 최소 한 세기는 지속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한국을 도와줄 수 없다는 말인가?”
“그랬다면 제가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겠죠. 하지만 이전처럼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제 목숨을 노리고 그걸 옹호하는 나라에서 제 모든 걸 걸고 도와드릴 순 없으니까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건 화산뿐입니다.
또한, 단 한 명의 인간이 나라 전체를 구제해 줄 수는 없습니다. 이건 불멸의 법칙이니까요.”
“우리가 뭘 해주면 한국을 도와줄 수 있나?”
“이런 말씀 드리기 뭐하지만, 지금 상태로라면 솔직히 한국의 미래가 보이지 않기에 뭐든 받고 싶지 않습니다. 무조건 제가 손해 보는 일이니까요.”
“정말 도와줄 수 없다는 건가?”
나는 말 없이 국방부 장관을 주시하다 말했다.
“그럼 국방부 장관님과의 의리를 생각해 1년 동안 지켜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한국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겠네. 내 힘으로 될지 모르지만 한번 노력해 보도록 하겠네.”
“모든 장관님이 국방부 장관님 같으시면 한국의 발전이 수십 년 앞당겨질 텐데 아쉽네요. 그리고 제가 제 발로 나타나기 전까지는 저와 만났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아직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으니까요.”
“알겠네. 꼭 입 다물고 있겠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럼 나도 긴급회의에 참여하기 위해 가보겠네. 아! 그리고 아르헨티나의 도시는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도록 하겠네.”
“지금은 들어가시나 마나일 겁니다. 그 도시에서 마피아들이 전쟁 중이거든요.”
“뭐? 마피아들이?”
“직접 조사해 보시면 재미있는 일화를 듣게 되실 겁니다. 아르헨티나가 그 도시를 한국에서 빼앗기 위해 파렴치한 짓을 하다 그렇게 된 거니까요.”
“알겠네. 내 직접 알아보도록 하지.”
국방부 장관과 헤어지고 처제에게 전화했다.
아버지를 만나고 갈까 했는데 아버지가 연구소에서 나오실 리 없으니 다음을 기약했다.
“처제 준비 끝났어?”
“끝났어요. 형부.”
“여권도 받았고?”
“네.”
“그럼 AIR-2023에 타.”
“알았어요.”
처제가 AIR-2023을 타자 하늘로 날아올라 내가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오래간만이에요. 형부.”
“그러게 정말 오래간만이네. 안 본 사이 더 이뻐졌는데?”
“정말요?”
“당연히 빈말이지.”
“에잇.”
“수능 시험은 잘 봤고?”
“그럼요. 아마 만점자 이름에 저도 있을걸요?”
“거짓말하지 마. 3문제 틀렸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요?”
“내가 예시 능력이 있거든.”
“피. 거짓말.”
“자. 이제 가자. 처제”
“네? 여기서 바로 가는 거예요?”
“응. 왜?”
“출국 심사 같은 건 안 해요?”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여권 줘.”
처제는 미심쩍은 눈빛을 보내며 나에게 여권을 줬다.
“정말 괜찮은 거예요? 우리 여행도 못 하고 불법 체류자로 잡혀 있는 건 아니겠죠?”
“괜찮다니까. 그러네. 나미비아로 출발.”
우리가 탄 AIR-2023은 나미비아로 처제가 타고 온 AIR-2023은 집으로 날아갔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마피아들끼리 전쟁이 벌어졌다.
삼합회가 나오기를 기다리던 마피아 중 하나가 기다림을 참지 못하고 도시로 들어갔고 이미 준비하고 있던 삼합회에 거의 몰살 당하다시피 괴멸당했다.
한팀이었다면 삼합회가 이기고 싸움이 끝났겠지만, 마피아들이 도시를 침입하기 위해 줄줄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마피아들끼리 충돌해 삼합회의 고민을 아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그 일대는 시체가 쌓여 가고 있다.
루퍼가 뿌린 천억 달러의 소문이 결실을 보는 것이다.
아르헨티나 마피아들이 도시가 보이는 수 km 밖에서 회의하고 있었다.
“몇 놈 잡아다가 고문한 결과 저놈들도 우리처럼 돈을 해킹당해 찾으러 온 것이었습니다. 이곳에 오는 모든 마피아가 저 안에 있는 칭크 새끼들에게 해킹당한 것이 확실하다면 이 핸드폰에 있는 문자가 사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생각한단 말이지.”
“이 문자대로 천억 달러는 없을 수 있으나 그에 상응하는 금액이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지금까지 본 마피아 수만 해도 백 팀이 넘으니까요. 그들 모두 해킹에 성공했다면 그 금액은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래도 위험 부담이 너무 커. 칭크 새끼들에게 돈을 빼돌렸다고 해도 우리를 막아줄 방패가 없거든.”
“정부의 힘을 빌려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정부의 힘을?”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어느 정도 금액을 상납하면 우리를 보호해 줄 겁니다.”
“그 욕심 많은 돼지 새끼들이 적당히 받고 물러설까?”
“우선 급한 불부터 끄고 협박을 하든 회유를 하든, 그들에게 다시 훔치던 그건 나중에 생각하면 됩니다. 이렇게 고민하는 동안 브라질이나 멕시코에서 먼저 손을 쓴다면 우리는 기회 자체를 날려 버리는 겁니다.”
다른 마피아에게 뺏은 핸드폰의 문자를 보고 있던 행동 대장은 결심이 섰는지 말했다.
“보스에게 증원을 요청해야겠어.”
“잘 생각하신 겁니다. 다른 마피아들도 움직이지 않는 이유가 증원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지원을 먼저 받기 전에 본거지가 제일 가까운 우리가 먼저 칭크 새끼들을 쓸어 버려야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계좌를 손에 넣을 수 있습니다.”
행동 대장은 보스에게 전화해 최대한 많은 인원을 보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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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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