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해보고 싶었던 것과 보은 (5)
꼭 해보고 싶었던 것과 보은 (5)
팀이 구성되고 내가 제일 불안하게 생각되었던 팀은 38세 박지영 재무설계사 팀이었다.
그녀가 팀원으로 데리고 온 사람들은 모두 여자였는데 36세 최지은과 31세 이은선이었다.
지금이야 얼마 안 되는 돈을 관리하겠지만 몇 년이 지나 학생들이 많아지면 수백억 혹은 수천억을 관리해야 하는데 이들이 정말 그 많은 자금을 효율적으로 투자 관리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투자란 많은 경험을 토대로 미리 미래를 내다봐야 하기에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도전하기엔 쉬운 일이 아니었다.
100억의 10%를 손해 본다면 10억이지만 1조의 10%를 손해 본다면 1,000억이었다.
또한, 이 일은 절대적인 확신이 없다면 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 갈대 같은 마음으로는 절대 큰돈을 벌 수 없기에 뿌리가 튼튼한 아주 강한 나무가 되어야 한다.
많은 정보 중에 중요하고 정확한 정보만을 뽑아낼 수 있는 직관력과 대담함도 필요했다.
이런 이유로 정일관 자금 관리팀장이 어느 정도 서포트를 해주겠지만 다른 팀에 비해 경험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고민하지 말고 그들의 역량을 시험하는 것이다.
“박지영 팀장님 지금 이 통장에 300억이 들어있습니다. 저희가 앞으로 3개월 후에 공사비를 지급하는데 그동안 운용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내가 한 말은 이게 다였다.
여자들이라 눈치가 빨라서였을까?
그들은 내가 시험을 한다는 것을 안다는 듯 내 말 뜻을 정확하게 알아들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나는 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실력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더 좋다.
이제 3개월 후 그들이 자금을 어떻게 운용했는지 결과만 보면 된다.
법무팀이 내려가고 며칠 후 우리는 건설사를 선택해 건설을 의뢰하기 위해 건설사를 방문했다.
인터넷으로 괜찮은 건설사를 찾지 못해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경매사이트를 이용하려 하였으나 법무팀에서 발로 뛰어 규모는 작지만 튼실한 건설사를 찾아낸 것이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십시오”
건설사 회의실에 들어서 서로가 인사를 나눴다.
우리 쪽에서는 나와 최승한 법무팀장, 정일관 자금 관리팀장이 함께했고 충북 건설에서는 사장과 담당부장 실제 업무 팀원이 우리를 맞이했다.
충북 건설의 사장은 60세 정도의 아주 깐깐하게 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건설 의뢰를 하신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최승한 법무팀장이 모든 이야기를 주도하였고 나는 옆에서 듣고만 있었다. 정일관 자금 관리팀장을 데리고 간 이유는 건설사의 재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이쪽에서 오랫동안 일을 해온 전문가이기에 상대가 조작된 재무제표를 들고나올 경우를 대비한 조치이기도 했다.
“이곳에 오기 전 대략 연락을 드렸지만, 오석리에 사학 재단을 건설하려 합니다.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건물과 기타 사무동들을 포함한 건물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생각보다 큰 공사군요”
“총 공사 비용을 1조로 잡고 있으니 작은 공사는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큰 공사를 저희 같은 작은 건설사로 찾아오신 겁니까? 대형 건설사들이 널리고 널렸는데요?”
사장이 직접 이런 말을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1조짜리 공사라면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소 마진율이 15%는 넘을 것이다. 대형 건설사 같은 경우 많게는 30% 이상까지도 마진율을 잡았다. 당연히 넙죽 절을 하며 간이고 쓸개까지 빼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충북에서 이미지가 좋으시더군요. 충주 시청과 관계도 좋으시고요. 우리는 튼튼하고 오래 버틸 수 있는 건축물을 원합니다. 100년은 기본이고 수백 년까지 버틸 수 있는 그런 건물들 말입니다.”
“튼튼한 건물이야 어느 건설사가 못 만들겠습니까? 저는 왜 그런 큰 공사를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이 작은 기업으로 들고 오셨는지가 궁금할 뿐입니다.”
“굳이 이유를 대시라면 귀 건설사가 건축물을 아주 튼튼하고 안전하게 만든다는 것입니다.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저희는 분수를 아는 기업입니다. 그렇게 큰 공사라면 리베이트도 상당할 거라 생각합니다. 그것도 한 두 사람이 아니겠죠. 그 많은 사람에게 리베이트를 준다면 당연히 품질이 떨어지는 재료가 들어갈 것이고 건축물은 튼튼해 질 수 없습니다.
우리 기업은 지금껏 신용으로 버텼습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고 탈이나 지금까지 저와 함께한 직원들이 길바닥에 나 않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나온 것은 그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자부심이 대단하시군요. 그럼 본격적으로 사업에 관한 이야기하도록 하시죠”
“잘 이해를 못 하셨나 본데 저희는 그 공사를 맡을 수 없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말씀하신 대로 인터넷에서는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없어 이쪽 계통을 종사하시는 분들에게 물어 겨우 찾아왔습니다. 건물 평판이 참 좋으시더군요. 저희가 원하는 것은 리베이트가 아닙니다.
물론 너무 높은 공사비를 요구하신다면 다시 생각해보겠지만 저희는 적정수준의 공사비에 아주 튼튼한 건축물을 원합니다.
물론 계약 전에 귀사의 재무제표를 확인해야겠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저희는 귀 건설사에 공사를 의뢰하려고 합니다.
지금부터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3년 이상 걸리는 대공사입니다. 이런 대공사를 어중이떠중이에게 맡기고 싶지 않습니다.”
충북 건설에 이춘수 사장은 최승한 법무팀장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그렇다면 리베이트 없이 순수한 계약을 원하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물론 귀 건설사에 재무제표가 저희 측에 원하는 조건에 만족해야겠지만 말입니다”
“가서 재무제표 가지고 와”
“예 사장님”
확실히 이춘수 사장도 불도저 같은 성격인 듯 보였다. 부장이 직접 가져온 재무제표는 겉으로 보기엔 볼품없어 보였지만 지금까지 충북 건설이 역사를 반증하듯 소중하게 정일관 자금 관리팀장에게 전해졌다.
“받으시지요”
정일관 자금 관리팀장은 그 재무제표를 받아 아주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는 동안 다른 사람들의 표정을 살폈다.
이춘수 사장을 제외한 다른 직원들은 꼭 시험을 앞둔 사람들처럼 초조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모두 프로답게 인내를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이 작업은 30분을 넘겼고 아주 지루한 시간임에도 아무도 지루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약 1시간 정도가 되자 정일관 자금 관리팀장은 재무제표 덮었다.
“상당히 충실한 기업입니다. 건설을 맡기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정일관 자금 관리팀장이 나를 보고 이야기하자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최승한 법무팀장이 나를 쳐다보았다.
“진행하십시오. 최승한 법무팀장님”
당연히 결정은 최승한 법무팀장이 하거나 다음에 연락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새파랗게 젊은 사람에게 허락을 구하는 모습이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충북 건설 사장 이춘수 그 외 직원들은 나를 쳐다보았다.
“말씀 못드렸지만, 이 모든 건설을 위임받은 분이십니다.”
“젊은 분이 참 대단하시군요”
이춘수 사장이 나에게 말했다.
'칭찬일까? 조롱일까?' 그런 생각을 하며 예의상 간단히 답변했다.
“과찬이십니다.”
최승한 법무팀장이 서류를 꺼내 이춘수 사장에게 건넸다.
“저희가 작성해 온 계약서 초안입니다.”
이춘수 사장과 이하 직원들이 그 계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 계약서의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보통 공사비는 6개월에서 2년 어음으로 지급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지만 저희는 건설 기간을 단축해 주는 조건으로 3개월 단위 현금 결제를 해 드릴 생각입니다.
단 마지막 건설비는 공사가 끝난 후 12개월 후에 지급할 것이고 공사비는 저희가 이해할 수 있는 적정수준이라면 그대로 드리겠습니다.
그 외 리베이트나 백마진 같은 것도 없을 것입니다. 대신 저희 쪽에서도 건설 전문가가 공사현장을 감사 할 것입니다.
또한, 부실공사가 이루어진다면 귀 건설사 측에 상당한 타격이 될 정도로 위약금이 발생할 것입니다. 그 외에도 많은 부분이 있으니 꼼꼼하게 확인해 보시고 변경될 부분이 있다면 저희에게 연락해 조율하시면 됩니다.
큰 공사인 만큼 시간은 넉넉하게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계약서를 모두 읽어본 이춘수 사장이 나를 보며 말했다.
“계약서가 참 세세하고 꼼꼼하게 작성되었군요”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관록에서 오는 경험일까?
이 계약서의 초안은 내가 잡았다.
정확히 내가 잡은 것이 아니라 지니가 잡아 준 것이다. 이 초안을 우리 쪽 자금 관리팀과 법무팀, 건설 전문가가 모두 모여 수차례 확인을 하고 또 확인했다.
거의 수정 없이 그렇게 통과된 초안이었다.
“저희 측도 이 계약서를 좀 더 살펴봐야 하니 일주일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충북 건설에서 나왔다.
일주일 후 우리 쪽에서 작성한 초안에 충북 건설에서 요구한 내용을 조율하여 최종 계약서가 작성되었다.
다시 3일이 지나고 최종 계약서에 양측이 서명했다. 바로 다음 날부터 자연의 기 사학 재단법인의 건설이 시작됐다.
첫 번째로 완공된 건물은 호수와 호수 가운데 설치된 조형물이었다.
이 건물 설계는 내가 직접 했다. 남한강에서 끌어온 물을 이용해 컴퓨터 장치들을 식혀 줄 냉각수로 사용하는 구조로 되어 있었고 맨 위에는 큰 원통 안에 팬이 달려 풍력 발전기가 설치될 예정이었다.
외부에서 볼 때는 호수에 분수대를 포함한 조금 독특한 구조로 된 조형물이었다. 그러나 실제 이곳은 지니의 서버실이다. 앞으로 재단 내 모든 전산처리를 관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재단 내 모든 전기선과 인터넷 케이블도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통로 형태로 건축되었다.
이렇게 일 처리가 진행되고 있는 사이 현재 가지고 있는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해 70만 원대에 형성되었고 비트코인 자산이 3조 4천억으로 불어났다.
지니의 분석 결과 앞으로도 더 오를 거라고 했다. 아무리 바보라도 지금은 비트코인을 팔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다른 방법으로 자금을 만들 생각이다.
자연의 기 사학 재단법인 업무를 보다 보니 벌써 서울에 다녀온 지 3주가 넘게 지났다. 서울에서 호구 취급을 받은 후 시간 날 때마다 가끔 클럽 복장과 클럽에 관련된 정보를 찾아봤다.
클럽을 가겠다고 공부하는 놈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친구라도 있으면 물어보겠지만 이런 걸 같이할 친구가 없었기에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지니뿐이었다.
클럽에 관련된 정보를 모으다 보니 내가 들어갔던 클럽이 정상적인 클럽은 아니었다.
이태원 클럽 같은 경우 입장도 편했고 복장에 대한 특별한 제재도 없었다. 생각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나는 몸은 벌써 서울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어 서울로 향하고 있었다.
'그래 그때 그놈들이 나를 호구로 보고 물 먹인 게 맞다니까. 이태원 쪽은 들어가기도 쉽고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잖아. 이번 기회에 정말 물 좋은 클럽 하나 만들어 봐? 그 새끼들 운영하는 곳 바로 옆에다가?'
어떻게 그 새끼들에게 복수를 할까 고민하는 사이 비행기는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아 역시 서울은 공기부터가 다르다니까. 숙부님 사업이 자리 잡으면 난 서울에서 살아야겠다.'
설마 진짜 서울이 공기가 좋겠느냐마는 끌어 오르는 피가 서울을 원했고 나의 몸은 서울에 적응했다.
전에 하도 촌스럽다고 해서 서울에서 유행하는 옷들로만 골라 입고 왔다.
택시를 타고 나의 식도락을 안겨줄 음식점에서 식사하고는 이태원으로 이동했다.
'여기는 분위기부터가 다른데? 외국인들이 많아서 그런가?'
이미 정해 놓은 클럽으로 거리낌 없이 들어갔다.
우선 입구에 잡는 직원이 없었고 안으로 들어갈 때 돈을 받는 직원만 있었다.
아직 11시 전이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었다.
'오 여기는 분위기부터가 다른데? 외국인들이 많아서 그런가? 좋아 좋아. 내가 원하는 분위기야'
맥주를 하나 받아서 자리를 잡고 분위기를 훑어봤다. 늘씬한 아가씨들과 키도 크고 잘생긴 외국인 남자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이곳이 천국이구나. 인터넷에서 보니까 한국 여자들이 외국인이라면 사족을 못 쓴다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인가 보네. 잘생겨 보이는 외국인들 근처에 이쁜 한국 여자들이 많은 걸 보면 말이야.'
이태원 클럽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보다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고 되어 있었기에 영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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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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