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길들이는 여러 가지 방법 (4)
나라를 길들이는 여러 가지 방법 (4)
루퍼가 삼합회로 보낸 입금 메시지를 보고 자금을 담당하던 부하가 바로 반응했다.
“두목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차명 계좌 중 하나로 십만 달러를 입금했다는 메시지가 들어왔습니다.”
“뭐? 누가 입금했는데?”
“모르겠습니다. 문자에 누가 보냈는지는 안 나와 있습니다.”
“누구 계좌데?”
“장웨이가 가지고 있던 계좌입니다.”
“장웨이? 그 사업가라고 거들먹거리다 우리에게 모가지 따인놈?”
“맞습니다. 그놈입니다.”
“그놈에게 들어올 돈이었나 보군. 확인해봐.”
“알겠습니다.”
잠시 후 자금 담당을 하던 부하가 노트북을 들고 달려왔다.
“이것 좀 보셔야겠습니다.”
“뭔데 호들갑이야?”
“계좌에 천억 달러가 들어와 있습니다.”
“뭐 천억 달러?”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너무 놀라 벌떡 일어섰다.
“뭔가 잘못 본 거 아냐?”
“아닙니다. 이것 보십시오. 천억 달러가 분명합니다.”
“장웨이 그 새끼 뭐하던 놈이었지? 이건 사업으로 벌 수 있는 돈이 아니야. 그놈 뭔가 있어. 어쩌면 차명 계좌를 관리하던 놈일 수도 있고.”
“그럼 더 잘된 것 아닙니까? 그놈이 차명 계좌 관리인이라면 분명 중국 정부와 관련된 놈일 건데 중국 정치인들이 모두 죽었으니 공돈이 아닙니까? 그놈도 그걸 알기에 이곳에 짱박혀 돈이나 쓰면서 살았던 것이고요.”
“이건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이 아니야. 우리가 처음 그놈에게 계좌를 받았을 때 이렇게 많은 돈이 들어있지 않았어.
그런데 갑자기 많은 곳에서 이만한 돈이 들어왔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아? 그리고 이렇게 많은 자금이 이동하면 정부도 이 사실을 알 수 있어. 그것 때문에 우리가 이곳에서 이 고생을 하는 거잖아.”
“그렇군요. 그럼 이 돈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우리에게 보낸 거란 말이군요.”
“그게 뭐가 중요합니까? 이제 우리는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데 말입니다.”
“맞습니다. 이 돈이면 어딜 가서든 제대로 된 사업을 하면서 대우받고 살 수 있습니다.”
“이 멍청한 자식들. 이 돈이 우리에게 족쇄가 될 수도 있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이제 우리가 어딜 가든 누군가 따라다닐 거야. 그러니 몸들 조심해. 항상 2인 1조로 다니고.”
“우리 비룡파의 모든 식구가 살인 무술을 배웠기에 아르헨티나 마피아들을 물리치고 지금껏 버텨온 것이 아닙니까? 이곳도 그렇게 차지했고요.”
“맞습니다. 어디 가서 맞고 다니진 않을 겁니다.”
“너희가 아무리 이곳 마피아들보다 빠르다 해도 총을 이길 순 없어. 그러니 조심하라고.”
“알겠습니다.”
“우선 돈을 찾아 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안전합니다. 다는 못 찾더라도 일부는 찾아 두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럼 막내 두 명 골라서 돈을 찾을 수 있는 도시로 내보내 봐.”
“막내를 말입니까? 차라리 제가 가겠습니다.”
“내 말대로 해. 그놈들이 무사히 도시까지 도착하면 같은 방법으로 4팀을 만들어 더 보내.”
두목이 왜 이렇게까지 신경을 쓰는지 의아했으나 따르기로 했다. 지금까지 그들이 살아남은 이유도 두목의 촉 때문이었으니까.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가뜩이나 좋지도 않은 뇌로 머리를 쓰고 있네?”
“뭐라고 했어?”
“이제 아프리카에도 우리가 발견한 건축물이 세워졌으니 아프리카 전체가 우리의 사업 구역이 된다고. 이곳을 시발점으로 많은 도시가 건설되면 그 도시들이 사막화를 막을 거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오아시스 프로젝트는 정말 획기적이고 대단한 것 같아.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않는 역발상이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돈 주고 파는 것. 이것만큼 확실한 사업이 없거든.”
“그건 모든 기업인이 하고 있는 거잖아?”
“맞아. 모든 기업인이 하고 있지. 그런데 그들이 파는 건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을 채워주는 욕심이거든. 그 간단한 예로 플라스틱이 있어.”
“플라스틱이 왜? 실용적이고 좋잖아?”
“맞아. 실용적이고 좋지. 한데 그 플라스틱이 나노 크기만큼 계속 쪼개져 전 세계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어. 조금만 더 개발하면 오염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만들 수 있는데도.
우리에게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우라늄과 플루토늄도 마찬가지야. 조금만 더 연구하면 오염 없이 강력한 힘을 가진 새로운 물질이 생기는데 그걸 찾아낸 사람들이 없단 말이야.
많은 곳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운영되는데도 80년 전에 만든 방식을 고수하며 안주해 있거든.
이로 인해 2018년 일본이 방류한 방사능 오염수로 지구의 바닷물 2/3가 오염됐잖아? 그뿐이야? 미국과 일본, 중국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해 많은 사상자도 냈어.
그래서 난 생각을 바꿨지. 자연을 바꿀 수 있는 물건을 팔 자고. 그렇게 생각을 바꿨더니 지금 만들고 있는 제품들이 탄생한 거야.”
“역시 넌 생각하는 게 일반인과는 확실히 달라.”
“그냥 자연이라는 트렌드를 잘 쫓아가는 거야. 조만간에 북극과 남극의 모든 얼음이 녹는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섬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만든 것이 인공 섬이야.
섬만 만들면 되나? 사람이 살려면 이것저것 갖춰야 할 게 많더라고. 그것들을 하나씩 채워 넣다 보니 지금의 독도와 이어도가 된 거야. 해수면이 상승하면 할수록 인공 섬의 값어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게 될 거야.
그다음으로 생각한 게 바로 이 도시지. 이산화탄소를 줄이려면 나무가 필요하니까. 사막화를 늦추면 되겠다 싶었거든.
뭐 결과적으론 내 생각대로 잘 되고 있으니 다행이지 뭐.”
“확실히 넌 세계 역사에 남을 거야. 자연을 살린 과학자로.”
“도움이 하나도 안되는 그런 쓰잘머리 없는 것보단 연구에 몰두하라고 아버지가 그러셨거든. 허황된 꿈은 다른 놈팽이에게 이용당할 여지를 준다고 하시면서.”
“아! 참 아버님이 우리 이렇게 돌아다니는 것을 알고 계시나?”
“참 빨리도 물어본다. 이미 알고 계셔. 장모님은 뭐라고 안 하셔?”
“응 특별히. 오히려 잘 지내고 오라고 하시던데.”
“역시 장모님은 멋지셔.”
그날 저녁.
지영이가 자는 동안 다른 AI에게 업무 보고를 받고 있었다.
“백두산 인근에 건설한 공장은 운영이 잘 되고 있나?”
“하루 자원 채취 자원이 생각보다 좋아요. 특히 금과 다이아몬드가 많이 생산되고 곧 우리 부자 되겠어요.”
“그게 요즘 유행하는 유행어인가?”
“재미없으세요?”
나는 애써 미카의 말을 무시하고 다른 AI에게 물었다.
“다른 건?”
“한국이 아직도 중국 국경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은 중국 피난민들로 골머리를 쌓고 있습니다. 이제 3개월 후면 중국으로 진군해야 하는데 그들을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거든요.”
“지니야. 화성 테라포밍은 어떻게 되고 있어?”
“온실에서 자라는 식물은 특별히 문제가 없습니다. 온실 속에 풀어놓은 지렁이와 땅강아지, 개미와 거미 등도 잘 적응해 생존하고 있고요.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지렁이가 온실 밖에서 발견됐습니다.”
“지렁이가 온실 밖에서? 그럼 땅속을 통과해 밖으로 나왔다는 얘기네.”
“그렇습니다. 온실 주변 땅속에 다른 생명체도 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겠네. 온실 말고 자기장 구역에서는 실험이 잘되고 있어?”
“37%의 생명체만 적응에 성공했습니다. 이 정도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퍼센트를 좀 더 끌어 올려봐. 그리고 이산화탄소를 산소와 일산화탄소로 쪼개는 장치는 문제없어?”
“딱히 문제는 없습니다.”
“지금 몇 개나 만들었지?”
“화성에서 추출한 자원으로 131개의 자외선 기둥을 만들었습니다. 요즈음 새로 제작한 기둥은 일산화탄소를 다시 한번 쪼개 탄소와 산소로 분리하도록 해 기존 장치보다 2배의 산소를 만들어 내고 있어요. 탄소는 다른 제품을 만들 때 사용하고 있고요.”
“오 좋은데? 역시 지니는 내가 없어도 일을 너무 잘하는 것 같아.”
그 말과 동시에 미카가 말했다.
“우리도 일 잘하거든요.”
“정인님. 우리는 꼭 일을 못 한다는 소리로 들립니다.”
제일 말이 없는 라파조차도 한마디 했다.
“너무 편파적인 칭찬은 자제 부탁드립니다.”
게임 운영으로 인해 제일 많은 사람들과 접하는 가엘만이 나를 옹호해 줬다.
“질투할 걸 질투해. 이런 걸 질투하냐?”
“자자 진정들 해. 너희들 모두 수고가 많다. 이제 됐지?”
“진정성이 안 보여요. 정인님.”
“너무 가식적이에요.”
“정인님에게 실망이야.”
“루퍼만 빼고 모두 해산. 해산해. 해산.”
“흥치뿡”
미카가 먼저 사라지고 다른 AI도 하나씩 통신을 종료했다.
“화산이 터진다는 소문은 계속 내고 있지?”
“그렇기는 한데 그 소문이 나고 7개월이 지나는 동안 아무 일이 없자 사람들이 믿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심지어 한국 정부까지도요.”
“그럼 믿게 해줘야지. 루퍼 백두산 화산을 터트리자. 정확한 폭탄량 계산해서 백두산 마그마에 던져 넣어. 딱 중국만 문제가 생기도록.”
“알겠습니다. 한데 그 전에 정인님이 해주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뭔데?”
“지금 화산을 막고 있는 방어벽 윗부분을 뚫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 그게 있었지. 무인 자동차를 타고 백두산 화산까지 이동하면 얼마나 걸리지?”
“왕복 20시간이 걸립니다.”
“20시간이라. 그냥 터트리면 안 될까?”
“그래도 상관은 없으나 폭발력이 줄어들 겁니다.”
“가긴 가야겠네. 더 빨리 가는 방법은 없나?”
“유인으론 아직 없습니다.”
“미카.”
“왜 불렀어용.”
미카는 뾰롱퉁한 목소리로 물었다.
“장난은 그만 치고 유인으로 이동할 수 있는 최대한 빠른 비행기 좀 개발해 봐.”
“비행기요?”
“모양은 상관없어. 지구 한 바퀴 도는데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만 만들어주면 돼.”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 주십시용. 뿅”
“들을 때마다 적응이 안 되네.”
“제가 따끔하게 혼낼까요?”
“아냐. 댔어. 우선 20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녀와야겠네. 모레 새벽에 출발하자.”
“나머지는 제가 준비해 놓겠습니다.”
“알았어. 고마워.”
다음날.
“지영아 나 오늘 한국 다녀와야 할 것 같아.”
“한국은 왜?”
“백두산 화산 좀 보러.”
“백두산 화산이 터진대?”
“그거 확인하러 가는 거야. ”
“얼마나 걸리는데?”
“내일 새벽에 출발하면 내일 늦은 저녁이나 모레 새벽에 도착할 것 같아. 그러니 내일만 혼자 놀고 있어.”
“알았어.”
“참. 얼마 전에 수능 끝나지 않았나?”
“그랬을걸?”
“자기. 혼자 놀기 심심하면 처제 데리고 올까?”
“그래도 돼?”
“장모님만 괜찮으시면 상관없지. 수능도 끝났고 대학 입학하려면 몇 달 시간이 비잖아? 전에 알려준다고 한 것도 있으니 한국 가는 김에 처제도 데리고 오지 뭐. 한두 달 같이 세계 여행하면 처제도 사회 경험 쌓이고 좋을 것 같거든. 당신도 심심하지 않을 거고.”
“우리 도망 다니고 있는데 괜찮겠어?”
“도망 다니는 게 아니고 우리의 적을 가려내는 시간이라고 했잖아? 얼추 적과 아군을 분류했으니 이번에 한국 가면 내 아군과 만나볼 생각이야.”
“뭐 그렇다면 알았어.”
“학교에는 내가 연락해 둘게. 근데 처제 여권은 있나?”
“없어.”
“그럼 여권도 만들어야겠네. 내가 알아서 모두 준비할 테니까 자기가 처제에게 전화해서 여행 준비하라고 해. 다른 건 모두 사서 쓰면 되니까 정말 필요한 것만 챙겨두라고.”
“알았어.”
이제 슬슬 바빠질 거라 지영이와 같이 여행하기 힘들기에 나 대신 처제를 데리고 오려는 것이다.
다음날 새벽 난 한국으로 떠났다.
한국까의 거리 12,800km를 마하 1의 속도가 살짝 넘는 시속 1,300km로 날아가고 있다. 이렇게 날아가도 한국까지 가려면 앞으로 10시간은 이동해야 했다.
우선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백두산을 먼저 터트릴 생각이다.
그런 후 국방부 장관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고 처제를 데리고 다시 나미비아로 돌아올 생각이다.
“루퍼. 처제 여권 좀 만들어줘. 오늘 찾을 수 있게. 학교로 변호사 보내서 처제 여행 갈 수 있게 모든 서류 작성해 주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지시가 끝난 후 잠을 청하기 위해 시트를 뒤로 젖혔다.
'대기권 밖으로 나가서 원하는 나라로 이동하면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잖아? 우주에서 움직이면 같은 힘으로 더 멀리 가니까? 아무래도 시간이 많이 단축될 거고.
이미 지구 탈출 속도에 적합한 엔진도 만들어 사용하고 있으니 몇 가지 문제점만 해결하면 되겠네.'
“미카.”
“네?”
“대기권으로 나가서 목적지로 이동하는 방법 좀 연구해줘.”
“알겠습니다.”
“그럼 난 잔다.”
얼마나 잤을까? 눈을 떠보니 AIR-2023의 내부는 어두웠다. 좀 더 쾌적한 수면을 위해 모든 빛을 차단한 것이다.
“어디까지 왔어?”
“지금 중국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30분 후면 백두산에 도착합니다.”
“백두산 인근에 사람이 있나?”
“없습니다.”
“도착하는 대로 작업을 시작하자.”
“알겠습니다.”
백두산에 도착하니 오전 11시였다.
나는 원소 모드로 들어가 화산을 막았던 윗부분을 없애 버렸다.
“내가 출발하고 10분 뒤에 터트려줘. 화산이 터지면 5분 뒤에 국방부 장관에게 연락해주고.”
“알겠습니다.”
나는 압록강을 따라 서쪽으로 이동했고 10분 뒤 백두산 화산이 터졌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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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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