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해보고 싶었던 것과 보은 (1)
꼭 해보고 싶었던 것과 보은 (1)
한 달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흘러갔다.
자연의 기 수련원을 자연의 기 재단법인으로 명의를 변경한 후 사학 재단으로 재신청하여 승인을 받긴 했지만, 미국에서 변호사가 도착하기 전날에 받았기에 정말 아슬아슬했다.
company Nature과의 계약 건을 성사시키자 자연의 기 재단으로 600억 원이 바로 송금되었다.
아직 진행이 지지부진한 부분이 있다면 땅이었는데 워낙 덩어리가 컸기에 매물 찾기가 힘들었다. 그중에 마음에 드는 땅이 있었는데 이쪽에서 구매하겠다고 제안을 하자 상대가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러 다른 땅을 알아보는 중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섬을 구매해 섬에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만드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느 정도 일 처리가 일단락되자 머리도 식힐 겸 주말에 서울 홍대로 놀러 갔다.
인터넷을 보면서 제일가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면 바로 홍대 클럽과 이태원 클럽이었다.
'정말 인터넷에서 본 것처럼 사람들이 그렇게 놀까?'
너무 궁금해 한번 가보자란 생각으로 숙부님에게 이야기하고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실었다. 전라도에서 서울 가는 KTX를 타고 5시간이 넘게 걸려 겨우 용산역에 도착했다.
'다음부터는 비행기 타고 다녀야지 이것도 못 할 짓이네. 자 이제 뭐부터 해야 하나?'
클럽을 입장하려면 촌스럽지 말아야 한다고 인터넷에서 본 글이 생각났다.
'옷부터 사서 입어야 하나?'
택시를 타고 백화점에 도착해 남성용 매장을 기웃거리며 옷을 보았다.
지금까지 혼자 살다 보니 패션이라곤 손톱만큼도 관심이 없었기에 뭘 사서 입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냥 청바지에 검은 티 같은 거 입고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을 굳히고 그래도 가격이 좀 나가는 청바지와 면티를 사서 입었다.
'그래 바로 이거지 뭐. 다른 게 뭐가 있겠어?'
거울을 보면서 자화자찬으로 나의 모습에 칭찬을 해주었다.
밖으로 나와 강남으로 이동해 예약한 음식점에 들어왔다. 강남에서 유명한 맛집이 있었기에 그곳에서 늦은 저녁을 해결할 생각이었다.
'역시 이렇게 사는 게 좋은 거였어. 쓸데없이 연구실에 틀어박혀서 지금까지 뭐 하고 산 거야? 청춘이라면 젊음을 불살라야지.'
지금까지 캔 통조림 만으로 10년을 넘게 먹고 살아온 나에게 지금 이 음식들은 천상의 맛이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있었다니. 진작 도시로 나와서 살 걸 그랬어. 앞으로 이런 음식들만 먹고 살아야겠어. 아니면 아예 전용 요리사를 둘까? 숙부님도 좋아하실 것 같은데?'
고가의 저녁 식사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팁까지 두둑하게 놔둔 후 밖으로 나왔다.
'지금 11시니까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겠지?'
지나가는 택시를 잡았다.
“홍대요”
홍대에 도착한 나는 인터넷에서 본 유명한 클럽을 찾아가 입장하려 했지만, 거부당했다. 거부된 이유를 묻자 복장 불량이었다.
'아무리 봐도 지금 들어가는 사람들이 입은 복장과 내가 입은 복장이 똑같아 보이는데 저놈들은 되고 나는 왜 안 되는 거야?'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내 마음에 드는 아가씨들이 클럽에 속속 입장했다.
'오 진짜 좋다. 재는 연예인 같아. 안 되겠다.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물어보고 꼭 들어가자'
다시 클럽 직원에게 물어봤다.
“어떤 복장이어야 클럽에 들어갈 수 있어요?”
“너 시골에서 올라왔냐? 왜 이렇게 촌스러워? 우리는 촌스러운 애들 안 받아. 물 흐려지거든. 1997도 못 봤어?”
“오늘 백화점에서 사 입고 온 옷인데요? 그리고 지금 들어간 저 사람. 저랑 비슷하게 입었잖아요?”
“아이 씨. 어디서 촌놈이 올라와서 사람을 성가시게 해? 네 눈에는 똑같아 보이겠지만, 저 사람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백만 원 정도 하는 복장이잖아?”
'아 혹시 이게 말로만 듣던 그건가?'
지갑에서 만 원짜리 수표를 그 직원에게 주었다.
“아 제가 오늘 처음이라 눈치가 없었네요. 용돈 하세요”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냉대였다.
“누굴 거지새끼로 아나. 저리 꺼져.”
그 직원은 내가 준 만 원을 던져 버렸다.
'아 정말 너무하네. 클럽을 사버려?'
그 자리에 서서 아주 심각하게 고민했다.
'아니다. 클럽이 여기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곳으로 가보자'
다른 곳에 가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어떻게 들어가야 하는 거야? 10만 원쯤 찔러줘 봐?'
생각보다 몸이 빨랐다. 10만 원짜리 수표를 꺼내 직원에게 건네줬다.
“이건 용돈 하시고요. 들여보내 주세요.”
그 직원은 매의 눈으로 돈을 쳐다보다니 전광석화보다 빠른 손놀림으로 정확하게 10만 원짜리 수표를 잡아채 갔다.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놀라운 기술이었다. 만약 내가 손을 들고 있지 않았다면 원래부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진작에 말씀하시지. 이분 특실로 모셔”
'이 녀석. 어쩌면 나보다도 태도변환이 더 빠른 것 아니야?'
“예”
'그나저나 역시 돈이 문제였군'
많은 시련을 겪고 나는 그렇게 인생 최초로 클럽에 들어갈 수 있었고 방으로 안내받았다.
'어 이상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밖에서 노는데 나는 왜 방이지?'
하지만 물어볼 수가 없었다. 지금 당장 나가라고 한다면 다시 똑같은 일을 반복해야 했으니 말이다.
“혹시 저희 클럽은 처음이신가요?'
“네? 아 네”
“그럼 화면을 보시다가 마음에 드시는 분이 있다면 이 벨을 눌러주세요.”
“예 알았어요.”
“세팅은 최상으로 해드릴까요?”
“네. 그래 주세요.”
이때까지는 몰랐다.
날 벗겨 먹기 위해 준비한 세팅이라는 것을 말이다. 말이 끝나고 모니터를 보며 누가 좋을까 고민하는 사이 테이블에는 100만 원짜리 술들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모든 세팅이 끝나자 직원이 물었다.
“아직 마음에 드시는 분을 고르지 못했나 보네요?”
“생각보다 어렵네요”
“그럼 저희가 5명의 아가씨를 보내드릴 테니 그분들 중에서 골라보세요”
“그런 것도 가능한가요?”
“당연하죠. 저희 클럽은 최고의 서비스를 자랑하는 홍대의 최고의 클럽입니다.”
그 말을 하고 웨이터는 나를 보며 잠시 서 있었다.
'팁 달라는 이야긴가?'
나는 지갑에서 10만 원짜리 수표를 꺼내 웨이터에게 주었다.
“감사합니다. 마음에 드는 아이들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웨이터는 수표를 받더니 빠르게 밖으로 나갔다.
잠시 기다리자 5명의 아가씨가 방으로 우르르 들어왔다. 방에 들어온 아가씨 모두 미인이었고 몸매가 좋았다. 그녀들이 익숙하게 자리에 앉자 그중에 한 명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오빠 우리 모두 앉아도 되지?”
“나야 고맙지.”
여자들이 모두 자리에 앉았다.
“오빠. 복장이 좀 촌스러운 것 같은데? 어디 시골에서 올라왔나 봐?”
“야 처음 보는데 그런 얘기 하면 실례잖아. 지금 이 방 주인에게 너무 노골적으로 디스하는거 아냐?”
그때 다른 아가씨가 말했다.
“뭐 어때? 난 농사꾼에게 시집가는 게 꿈이야.
요즘은 농사짓는 사람들이 얼마나 돈을 잘 버는데. 오빠 혹시 농사지어? 한 수백만 평 이렇게?”
“아니. 농사 안 짓는데?”
내가 주춤거리자 숫기가 없어서 그런 줄 알고 다른 아가씨가 말했다.
“오빠 이거 먹어도 되지?”
“어? 어 먹어도 돼.”
내가 허락하자 그녀는 술을 말기 시작했다.
“이 오빠 정말 숫기가 없나 보다? 말을 잘 못 하잖아”
“우리가 너무 이뻐서 그런가? 혹시 이곳은 처음이야?”
“어 여긴 오늘 처음이야.”
“어디 자주 가는데?”
이태원에 유명한 클럽 중 하나의 이름을 말해줬다.
“어 나 거기 자주 가는데. 근데 오빠 거기서 한번 못 봤는데? 거짓말한 거지?”
“내가 눈에 잘 안 띄는 얼굴이라 그래”
“이상하네. 오빠 얼굴 자세히 보면 꽤 귀여운 편이라 내가 못 봤을 리가 없는데?”
“룸에만 있었나 보지 뭐.”
“그런가?”
“어 맞아. 나 룸에서 안 나가거든.”
그녀들이 클럽 룸 알바인 걸 몰랐던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눈치가 빠른 다른 아가씨가 은근히 말을 돌렸다.
“어머 생각보다 응큼하네. 룸에서 뭘 했을까? 야 자리 좀 바꿔 봐”
그 아가씨가 내 옆으로 오더니 나의 몸을 더듬었다.
“생각보다 몸도 탄탄하네? 운동 좀 했나 봐?”
그때 술을 말던 여자가 말했다.
“한잔 마시고 시작하자”
“그럴까?
모두 술잔을 들었는데 나만 술잔을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한 번도 술을 마셔본 적이 없었다. 거기다 병원에서 나온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고 의사도 당분간은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하였기에 잠시 고민하고 있었다.
“오빠 왜 술잔 안 들어?”
“아, 내가 지금 술을 마실 수가 없는 상황인데? 너희들끼리 마시면 안 될까?”
“에이 재미없게 왜 이래? 술을 마셔야지 우리들의 관계도 점점 깊어지지?”
“오빠. 술잔 안 들면 우리 다 나간다?”
“알았어. 알았어.”
술잔을 들었다.
“자 이제부터 원샷”
“술 술 술 술 술이 들어간다. 쭉 쭉쭉~~”
수십 번의 술잔이 오갔고 방안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 사이 두 시간이 지났다.
6명이 마셔대니 2~3잔만 마셔도 한 병이 비워졌고 그동안 술병들은 쌓여갔다.
뭔가 해결하지 못한 프로젝트를 해결했을 때의 즐거움이 느껴졌다.
'이런 즐거움이 있었는데 나는 산속에 박혀 지금까지 뭐하며 산 거니?'
3시 정도가 되자 그중 한 명이 나에게 물었다.
“오빠 이제 우리 그만 가야 할 것 같아”
“왜? 더 놀다 가지 않고?”
“그러고 싶은데 우리 집이 좀 엄해서 외박은 좀 힘들거든.”
벌써 2시가 넘어 3시를 가리키고 있었기에 말도 안 되는 핑계였다.
“오늘 하루만 나랑 같이 있어 줄 사람 없어?”
“미안해. 오빠. 우리가 좀 바빠서 안 될 것 같아?”
그중 제일 많이 취한 것 같은 아가씨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같이 있어 주면 나에게 뭐해줄 건데?”
“말만 해. 뭐든 들어줄게.”
“그럼. 내가 오빠랑 오늘같이 있어 줄까? 오빠 딱 내 타입인데.”
“그럴래?”
그중 한 명이 그 아가씨를 보고 눈치를 줬다.
“야? 빨리 안 나와?”
한 아가씨가 그녀에게 소리치자 그녀는 어물쩍 일어났다.
“오빠 미안해. 내가 좀 취해서 실수한 것 같아. 나중에 봐.”
그렇게 그녀들은 썰물 빠지듯 밖으로 나갔다.
그녀들이 나간 빈방에는 100만 원짜리 술병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때 직원 하나가 들어와 나에게 물었다.
“고객님 지금 결제해 드릴까요?”
그때 난 언뜻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혹시 이것들이 내가 결제를 못 할까 봐 도망간 거 아냐?'
그랬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녀들은 클럽에서 고용한 알바생들이었다. 대부분 대학생으로 학비를 벌기 위해 이곳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던 것인데 술값이 천만 원이 넘어가자 내가 결제를 못 하고 진상을 부릴까 봐 모두 나간 것이다.
“방금 나간 아가씨 중에 나랑 같이 있고 싶어 하던 아가씨가 있었는데 그 아가씨 좀 데려다줄래요?”
모든 대화는 돈으로 시작해 돈으로 끝난다. 라는 명언을 남기며 나는 10만 원짜리 수표를 직원에게 팁으로 주었다.
“예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 직원이 나가고 5분도 되지 않아 나랑 같이 있고 싶어 하던 아가씨가 들어왔는데 그 아가씨 혼자가 아니었다.
3시간 동안 놀면서 그 아가씨가 술을 많이 먹지 못하게 챙겨주던 다른 아가씨도 같이 들어왔다.
“어 넌 안 불렀는데?”
“오빠. 애 오늘 처음이라 술을 너무 많이 먹었어. 그래서 혼자 못 보낼 것 같아. 내가 같이 가면 안 될까?”
“괜찮아. 나는 상관없어.”
“그럼 같이 간다.”
“알았어. 나 결제할 테니까 밖에서 기다려.”
밖으로 나와 카운터에 섰다.
그들이 내민 계산서에는 1,125만 원이라고 당당히 적혀 있었다. 그 계산서를 내가 뚫어지게 보고 있자 직원이 나에게 말했다.
“생각보다 많이 나왔죠 고객님. 오늘 저희 매장에 처음 오신 것 같아 맥주와 다른 양주는 모두 서비스로 처리해 드렸습니다.”
그래도 내가 아무 말이 없자 혹시 진상을 부릴까 봐 카운터 직원이 다시 말했다.
“앞으로 쭉 이용해 주시라고 백 단위 금액도 제 재량으로 할인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나의 입에서 뜻밖에 말이 튀어나왔다.
“어 왜 이것밖에 안 나왔지? 내가 너무 격이 떨어지게 싼.티.난 곳에 왔나?”
분명히 나 혼자 중얼거린 혼잣말이었다.
의식적으로 '싼티난'을 강조해 말했다.
카운터 직원이 그 이야기를 들었는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할인은 무슨. 그냥 결제해 줘요”
내가 건넨 카드는 은행에서 지급해준 VVIP 카드였다. 원래는 아무에게나 만들어주지 않았지만, 자연의 기가 개인사업자에서 재단법인 사업자로 신청이 통과된 후 천억이 넘는 금액이 입금되자 은행 지점장이 직접 사무실로 찾아왔었다.
일반인에게 갑자기 이런 거금이 생길 리 없었기에 사실 확인 차 찾아온 것인데 그 돈이 제대로 입금된 것을 알게 되자 본인 재량으로 VVIP 카드를 바로 그 자리에서 만들어 주었다.
재단이 만들어지면 은행을 지정할 것이고 본인 지점이 재단에서 지정한 은행이 된다면 수백억에서 수천억의 연 단위 거래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자신은 어떠한 구조조정에서도 안전하게 은행장으로 퇴직할 수 있었다.
나의 말에 멍청한 표정을 짓는 직원들의 표정을 보면서 밖으로 나왔다. 그날 난 그렇게 처음으로 호구가 되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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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 작가의말
2017년이 지나고 2018년이 다가 왔습니다.
문피아를 알게 된 후 공모전도 참가해보고 저에게는 뜻 깊은 한 해였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떠신가요?
2017년 보다는 더 나은 2018년이 되길 바라며 앞으로 달려 나가려 합니다.
새해 선물로 5분 단위로 2연참 있습니다.
다른 분들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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