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조언 (3)
아버지의 조언 (3)
“대표님 국방부에서 찾아오셨습니다.”
“들어 오시라고 해”
최창식 사무관이 들어왔다.
“잘 지내셨나요?”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쩐 일로 찾아오신 거죠?”
“우리가 구매한 위성 성능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 추가 구매를 하려고 찾아왔습니다.”
“그러시군요. 한데 이전처럼 저렴하게 드리지는 못하는데 어쩌죠?”
“그러지 마시고 같은 가격에 다섯 기를 판매해 주십시오. 대신 이전과 같이 세금은 면제해 드리겠습니다.”
“다섯 기씩이나요? 지구 전체를 감시할 생각이신가요?”
“사용 목적은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뭐 상관없습니다. 저야 판매한 제품이 어디에 사용하시던 관심이 없으니까요.”
'너희들이 그 위성으로 뭘 하던 나에게 정보가 다 들어오거든.'
“안타깝게도 이전과 같이 1조 3천억에 드릴 수는 없습니다. 본사에서도 너무 싸게 판매한 것에 문제 제기가 있었거든요. 원래 가격은 기당 3조 5천억입니다. 그러나 판매한 금액이 있으니 그렇게 받을 수는 없고 기당 2조에 팔겠습니다. 그 금액도 정말 저렴하게 드리는 겁니다.”
“갑자기 3조 5천억이 늘어나는군요. 이 부분은 제가 바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우리도 한 번에 다섯 기를 만들어 납품해 드릴 수 없습니다.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제품의 제일 중요한 문제는 배터리인데 그게 만들기가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닙니다. 대신 최대한 빨리 만들어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래도 1년은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
“그 부분은 아직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혹시 새로운 제품을 만드신 것이 있으신가요?”
“글쎄요. 우리는 전자 제품을 만드는 회사지 군수용품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서요.”
“그러지 마시고 새로운 물건 좀 보여주십시오. 위에서 팬시 연구소를 각별하게 생각하고 계시거든요.”
“부담스러운 말씀을 하시는군요.”
“이번에 저희가 군수용품을 제작할 수 있게 권한을 드리려고 하는데 어떠십니까?”
“우리가 외국계 기업인 것은 알고 말씀하시는 거죠?”
“상관없습니다. 대표님이 한국인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기억상실증이 있으셨더군요. 4년 전 번개를 맞고 죽다 살아나셨다고요?”
“제 뒷조사를 하셨습니까?”
“안전한 거래를 위한 조치입니다.”
“기분은 썩 좋지 않군요.”
“설마 사업을 기분에 따라 하시는 것은 아니시겠죠? 저희도 상대를 알아야 그만큼 일이 수월하기에 조사한 것입니다.”
“무엇을 말씀하시려는지 더 들어보죠.”
“아무리 찾아봐도 대표님 신상에 관련된 정보가 없더군요? 불과 4년 만에 수 조짜리 사학재단을 만들고 지오 전자를 흡수해 4조 가까운 매출을 만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도움을 드리긴 했으나 사학 재단은 제가 건설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번개는 지금 생각해봐도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그 사고 이후 치료과정에서 정말 죽을뻔했거든요.
제가 병원에 실려 왔을 당시 그냥 고깃덩어리였다고 하더군요. 3도 화상으로 전신이 망가진 상태였고 한쪽 눈마저 실명하였습니다. 그때 이빨도 다 빠졌으니까요.”
“알고 있습니다. 그 일로 인해 주민등록번호도 다시 발급받으셨더군요. 이미 병원에서도 관련 자료를 받아 보았습니다. 한데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는 사람이 진행하기에는 사업을 너무 잘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외국 사례를 보면 번개를 맞고 천재가 된 자들도 상당합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입니까?”
“우리가 대표님의 정보를 타인이 볼 수 없게 특급 보안으로 걸어드리겠습니다. 대신 1년에 1회 이상 우리 군수 업체에서 만드는 제품을 확인해 주시면 됩니다.”
거창하게 나오길래 살짝 긴장했는데 그들이 제시한 것은 정말 별것 아닌 요구였다. 아니 오히려 나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저 미끼를 물게 되면 내가 관여해야 할 부분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어려운 조건은 아니군요. 그러나 저에게 이득이 있는 조건도 아닙니다. 오히려 상당히 귀찮은 일이죠.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제가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기억을 잃은 후 사람을 잘 만났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노숙인이 되었을 테니까요.
뭐 어쨌든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구차하게 말씀하시는 것보다 차라리 돈을 주고 도와 달라고 하십시오. 이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우리 회사는 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우리에게 적대시하는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인도로 향할 것입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좋습니다. 얼마를 원하십니까?”
“1년에 100억은 받아야겠습니다.”
“100억씩이나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세금은 그쪽에서 내주는 조건입니다. 거기다 판매 금액에 5%를 로열티로 주십시오. 그래야 저도 신이 나서 적극적으로 도와 드릴 테니까요.”
“로열티까지요?”
“놀라시는 게 너무 어설프십니다. 그 모습을 보니 제가 좀 더 불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러지 마십시오. 정말 놀라서 한 행동입니다.”
“대신 1년에 3번 군수 업체에서 제작한 설계도를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이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아주 넉넉하게 부르시는군요. 그런데 받으시는 급여치고 너무 일을 안 하시는 것이 아닙니까?“
“싫으시다면 관두십시오. 우리 직원들에게 주는 보너스도 300억은 가볍게 넘어갑니다. 100억이면 그들에게 보너스도 주지 못하는 금액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고려해 보도록 하죠.”
잠시 생각하는 척하다가 큰 인심을 쓰듯 최창식 사무관에게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죠? 그 100억으로 군에서 제대하시는 분 중에 능력이 뛰어난 분들을 제가 직원으로 채용하겠습니다. 특수 부대원들이면 더 좋고요.”
“그들은 어디다 이용하시려고?”
“뭐 어차피 그들을 채용하면 자연스럽게 국방부로 정보가 흘러 들어갈 테니 지금 말씀드리죠. 그들을 이용해 IS나 마피아를 소탕하는 용병을 만들 겁니다.”
“네?” 그게 가능합니까?”
“아직 구체화 된 것은 없습니다. 한국에서는 이 사업을 승인해 줄 리가 없으니 담당 직원들 모두 타국으로 이민 신청될 겁니다.”
“뭐 받은 돈을 다시 우리 쪽에 써주시겠다니 나쁘지는 않군요. 알겠습니다. 그 부분도 상부에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국방부에서 돌아가자 이번엔 김승우 법무팀장이 들어왔다.
“강원도 기사문리와 잔교리에 땅 97%를 매입하였습니다.”
“3%는 뭐죠?”
“알박기 한 사람들인데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알박기 한 위치가 그렇게 좋지 않거든요.”
“그래요? 그럼 확보한 지분은 저에게 보내주시고 충북 건설에 이야기해서 건설을 진행하세요. 건설 도면은 제가 일주일 안에 보내드린다고 하시고요. 이번에도 사학재단 건설과 같은 조건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법무팀장이 나가자 이번엔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어쩐 일이세요?”
“언제는 안 온다고 난리더니 이제는 왜 왔냐고 구박이냐?”
“그럴 리가요? 너무 바빠서 그래요. 그러지 말고 아버지가 저 대신 일 좀 해주세요. 저 연구 좀 하게요.”
“차라리 회사를 접어버려. 넌 일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잖아?”
“정말 그러고 싶네요. 내가 왜 사업을 시작해서. 차라리 아무에게나 이 회사 넘겨주고 연구만 할까 봐요?”
“어차피 돈이라는 건 허상에 불과하다. 그러니 적당히만 있으면 돼. 아니면 전 세계에 돈을 다 없애버리던가? 그럼, 사람들이 허상에 매달려 인생을 낭비하지 않겠지.”
“그거 정말 좋은 생각이네요? 연구 좀 해봐야겠네요”
“그건 그렇고 그때 우리 인터뷰한 거 생각나냐?”
“당연하죠. 아버지가 이지현 아나운서 이쁘다고 얼마나 껄떡대셨어요? 그래도 이지현 아나운서가 아버지에게 호감이 있어서 다행이지 큰 오해 살뻔했잖아요. 전 아버지가 그렇게 바람둥이신 줄 몰랐거든요.”
“바람둥이가 아니라 인생을 즐기는 거란다. 그리고 아버지에게 껄떡이 뭐냐? 껄떡이.”
“기분 상하셨다면 죄송해요. 그래도 껄떡은 취소 못 해 드리겠네요. 누가 봐도 껄떡이 맞으니까요. 그런데 왜 오신 거예요?”
“그 방송 나가고 나 캐스팅됐다.”
“네? 캐스팅요?”
내 목소리가 급격히 올라갔다.
“화면에 잘 받는다고 하더구나.”
“하긴 아버지 얼굴이 짝퉁 정우성이니 잘 받을 수밖에요.”
“요즘 길거리 걸어 다닐 때 사람들이 많이 따라다니더구나.”
“앞으로 좀 더 조심해야겠네요. 경호원 더 늘려드릴까요?”
“아니 됐다.”
“그럼 차 바꿔드릴게요. 뭐가 좋으세요?”
“이 나이에 차는 무슨. 지금 타는 것도 좋다.”
“알겠어요. 그럼 우리 회사 광고나 한편 찍어보시는 것이 어떠세요? 한국에 광고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해외에서 상당히 많이 보거든요. 고정 모델이 없었는데 잘됐네요.”
“그럼 그래 볼까?”
아버지도 이 상황을 좋아하시는 것 같았다.
“그럼 제가 마케팅팀에 연락해 놓을게요.”
“알았다. 아들 잘 둬서 이 나이에 광고도 찍어보고 좋구나.”
“말투부터 바꾸세요. 겉으론 20대인데 말할 때마다 60대시니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거에요”
“독특하다고 생각하겠지.”
“알았어요. 저 일 해야 하니까 빨리 가세요.”
“알았다 이놈아.”
아버지가 나가자 지영이가 들어왔다.
“저분이랑 친한가 봐?”
“왜?”
“너무 잘생기셔서. 혹시 싸인 좀 받아줄 수 있어?”
“너도 우성이 형에게 빠졌구나. 그래 알았다. 싸인 받아주마.”
“고마워.”
지영이가 신나서 밖으로 나갔다.
“참 인간이라는 게 신기하단 말이야. 저런 거로 즐거워하는 걸 보면 말이야. 자 오늘 업무는 끝이고 작전 회의하러 가야지”
13층으로 이동해 RG 그룹 상황을 전해 들었다.
“그러니까 RG 그룹 회장도 그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단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그럼 혹시 마온 제약을 뒤에서 제어하던 놈들과 같은 놈들 아닐까?'
“아버지에게 연락해줘.”
지니가 바로 아버지와 연결해 주었다.
“아버지. 혹시 그 납치범들이 대기업과도 연관되어 있을까요?”
“아무래도 그렇지 않겠니? 매출이 수 조짜리 회사도 미끼로 사용했던 곳인데?”
“다시 회사로 와주세요.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요.”
“알았다.”
아버지가 도착하자 지금까지 진행하고 있는 RG 전자에 관한 이야기를 간략하게 해드렸다.
“이번에 RG 전자 사장이 죽어서 제가 인수해볼까 해 작전을 펼치고 있거든요. 그런데 RG 그룹 회장이 누군가를 지칭하듯 말하면서 그자들이 아들을 죽였다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말하더라고요. 대기업을 위협하는 존재가 얼마나 되겠어요? 저는 그 존재가 아버지를 납치했던 그들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아무래도 대기업을 건드릴 수 있는 조직이 많지는 않겠지.”
“얼마나 자금이 많아야 대기업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까요?”
“대기업이 대단해 보이지만, 생명을 지켜주지는 않는 단다. 그래도 그렇게 큰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니 일반인과는 다르게 담력은 좀 크겠지? 그런 자들을 돈으로 매수 됐을 리는 없을 것 같구나.
하긴 돈 말고도 사람을 함정에 빠트릴 수 있는 것은 많다. 여자, 마약, 도박 등 어떤 것이든 하나만 걸려도 약점이 될 수 있으니까. 그런데 RG 사장 같은 경우는 죽이는 것보다 살려두는 것이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었을 텐데 그것이 이상하구나.”
“아버지처럼요?”
“그래 맞다. 내가 그곳에서 10년 넘게 잡혀있었지만, 내가 본 사람들은 극히 적었다. 본인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나를 볼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는데 굳이 노출할 필요가 없었겠지.
어쨌든 그들에게 꾸준히 돈 되는 정보를 넘겼고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만약 같은 조건이라면 RG 그룹 회장도 나와 같은 신세일지 모르겠구나.”
“그렇군요. 하여튼 지금 저 말고도 RG 전자를 노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주식이 나오는 대로 끊임없이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너의 장점을 버리고 왜 굳이 전자 쪽에 매달려 있는 거냐? 전자 시장이 크긴 하지만 생명공학 시장만큼 독식하기 쉬운 것도 없는데?”
“화학 쪽은 이제 지긋지긋해요. 그리고 아버지처럼 납치당하면 어떡해요? 그래서 전공을 바꾼 거예요.”
“그렇다면 씨앗 시장을 뚫어 보는 것은 어떠냐? 연구소 하나로 매년 수십 조가 넘는 이문을 남길 수 있는 시장인데? 너의 능력이라면 굳이 유전자 분석을 하지 않고도 최고의 씨앗을 만들어 낼 수 있을 텐데?”
“그것도 화학 쪽이잖아요.”
“그러지 말고 종목을 바꾸자. 지금 한국에는 씨앗 유전자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회사가 없다. 대학에서 조금씩 연구하고 있거든. 앞으로 음식만큼 강한 무기도 없을 거다.
거기다 생명 공학도 씨앗 시장만큼 큰 시장이다. 한국에 성형이 발전한 것을 보아라. 모두 미와 건강에 관심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잖니? 경쟁자도 없고 들어가기도 쉬운 이런 틈새를 노려야지.”
아버지의 말을 들어보니 바로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모든 분들이 추천을 눌러주시는 그날까지
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