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발견 (1)
새로운 발견 (1)
며칠 동안 내 몸을 여러 가지 기계로 검사해 본 결과 몇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번개를 맞아서인지 내 몸 자체에 일반인 보다 더 많은 전기가 흐르고 있었고 세포의 밀도가 그물망 형태로 바뀌어 아주 촘촘해졌다.
거기다 몸에 충격을 주면 아주 강한 전기가 외부로 흘러나왔다. 전기 뱀장어처럼.
'이게 가능한 일인가?'
인터넷에서 번개에 맞은 사람들 찾아보았다.
번개를 맞고 이상한 능력이 생겼다는 글들이 많았다.
'가능하긴 한 일인가 보네. 나는 한 번도 아니고 수십 번씩 번개를 맞았다고 했으니 아마 한번 맞은 사람 하고는 좀 더 다를 거야. 그래서 그때 김승민을 살릴 때 내 몸 자체가 제세동기 역할을 한 거잖아? 결국, 나로 인해 심장마비에 걸렸고 다시 심장을 뛰게 한 거였어.”
그렇다면 이해가 좀 됐다. 내 몸에 충격을 주려는 사람들이 오히려 전기에 역으로 공격당한 거니까.
“자 이 비밀은 알아냈고 밀도가 높아진 피부가 칼까지도 막는 것은 어떤 원리지?'
역시 100번의 질문보다 한번 실험해 보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칼을 들고 나의 허벅지를 두드려 보았다.
'이 정도로는 반응이 없는 건가?'
칼의 옆면을 이용해 허벅지로 강하게 내리쳤다. 순간 번쩍이며 스파크가 튀었다. 하지만 나를 공격했던 사람들처럼 튕겨 나가지는 않았다.
'내 몸에 전기 내성이 생긴 것 같아. 이번에는 전구 테스트를 해볼까?'
전구를 손으로 만지자 불이 들어왔다.
'역시 예상대로 내 몸이 충전지처럼 전기가 모여서 흘러 다니는 게 확실해. 그럼 전기를 만져도 문제가 없는 건가?'
전류가 물의 흐름이라면 전압은 물의 압력이다.
전기도 물과 비슷하게 강한 곳에서 약한 곳으로 밀어내며 흐른다.
전기를 만지는 순간 전기의 압력이 나를 터트리거나 전류가 나의 심장을 멈출 수 있다.
나는 500V까지 조절할 수 있는 승압트렌스 앞에 섰다.
처음 100V로 설정한 후 전선을 만졌다.
'아무 느낌이 없네?'
150V로 올려 만져 보았지만 아무 느낌이 나지 않았다. 250V로 올리지 아주 미미하게 느낌이 왔다.
'이 정도면 사람도 죽일 정도인데 도대체 내 몸은 전기에 얼마나 적응한 거야?'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치사량인 330V까지 올렸지만 뭔가를 건드리는 듯한 느낌밖에 들지 않았다.
'안 되겠다 설마 죽지는 않겠지!'
500V까지 올리자 아주 살짝 짜릿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정도로는 실험도 할 수 없나 보네.'
연구용으로 구매한 100kV용 변압기 앞에 섰다.
지니 시스템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많은 전기가 필요했다.
암호화 분석이나 해킹은 물론 모든 정보처리에 지니 시스템은 거의 최대치로 가동됐다.
그래서 언제나 전기의 사용량을 관리해줘야 했다.
만약 전기 사용량만으로 해킹 장소를 찾는다면 바로 노출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층에 지니 시스템을 숨기기 위해 데이터 센터도 같이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데이터 센터에서 들어가는 전기량이 상당했기에 해킹에 발각된다 하더라도, 우리도 당했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자가 발전기를 개발해 전기 사용량을 줄이려 한 것인데 이 변압기를 나에게 사용할 줄은 정말 몰랐다.
'우선 내 몸 자체가 제세동기 전력 정도는 버틸 거라는 가정하에 이 정도 값이면 되겠지?'
기기를 5kV에 맞춘 후 그곳에서 나온 두꺼운 전기선에 한쪽 손을 댔지만, 몸이 살짝 진동하는 느낌이었다.
'와! 이게 뭐야? 제세동기 최고 출력 치인 5kV까지도 느낌이 거의 없으면 어쩌자는 거야? 어차피 인생에 미련도 없으니 화끈하게 가자.'
변압기의 최고 출력 치인 100kV로 조절했다.
'실험에 실패하면 그냥 죽자.'
이 정도 볼트라면 손을 대는 즉시 손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적응하지 못하면 심장마비는 물론이고 바로 타 죽을 수도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전기를 잡았다.
순간 실험실 안에 전등이 깜빡이며 엄청난 양의 전기가 나의 몸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갑자기 모든 것이 원소들로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눈을 감았을 때 안내 섬광으로 인해 우주에 떠 있는 별을 보는 것과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데 그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물질 변환.
일반 생명체도 물질 변환이 가능하긴 하다.
전기를 만드는 생명체도 있었고 자신의 몸을 변화시켜 사물과 똑같이 만드는 생명체도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 자신을 몸을 돌연변이 화 해 생존에 좀 더 유리하게 만드는 것.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진행 중이고 미래에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아직도 많은 과학자가 그 생명체들의 비밀을 풀어내려고 노력하지만 밝혀진 것은 거의 없다.
전기선을 놓자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것이 정상으로 보였다.
'척추동물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건가?'
인터넷에서 찾아본 벼락을 맞은 사람 중에 온몸에 자기장이 생겨 자석 인간이 된 사람이 생각났다. 철로 된 물건을 하나 주워 내 몸에 붙여 보았다. 역시 붙었다.
'내 몸에도 자기가 흐르는 것이 확실해졌어. 그럼 아버지가 했던 실험들이 왜 한 번만 성공했는지 이해가 되네. 나 같은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어? 어쩌면 전 세계 인구 중에 100명도 안 되는 사람들만이 이 과정을 거칠 수 있을 거야. 그보다 더 적을 수도 있고.
그런데 이상한 건 물질 변환이야 그렇다 쳐도 원소는 왜 보이는 거지? 실제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원소가 보인다고 뇌가 착각을 일으키는 건가?
그럴 수 있어. 지금껏 수없이 큰 충격을 뇌와 육체에 전달하면서 살아왔잖아? 심지어 바이러스들을 내 몸에 직접 주사해 실험도 했었잖아? 그 실험들로 인해 내 몸 자체에 있는 수없이 많은 세포가 살아남기 위해 돌연변이 화 된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다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야'
그 많은 실험을 내 몸에다 직접 했는데도 불구하고 몸이 정상인 것은 내가 생각해도 정말 불가사의했다.
어렸을 때는 마땅히 실험체가 없었기에 생각 없이 한 행동이지만 연구원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이기도 했다.
다시 실험해 보기 위해 전기선에 손을 댔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실험실 전등이 깜빡거렸고 모든 물질이 원소로 보이기 시작했다. 손으로 만지면 꼭 만져질 것 같이 공중에 떠다니는 원소도 있었고 한곳에 모여 뭉쳐지는 원소들도 있었다.
원소를 만져보기 위해 손을 뻗다가 전기선이 떨어지자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양손을 사용하기 위해 양말을 벗고 전기선을 밟았다.
공중에 날아다니는 원소를 건드리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였지만 내 손 자체가 엄청나게 많은 원소가 모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손가락을 움직이자 공중에 떠다니던 원소가 닿지도 않았는데 옆으로 천천히 튕겨나갔다.
실험을 종료하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지금보다 더 높은 전압을 내 몸에 흘려보내게 되면 어떻게 될까?'
“지니야 1MW 변압기 좀 주문해줘.”
“예 알겠습니다”
아무리 궁금해 해봐도 실험만큼 확실한 건 없다. 죽을지언정 궁금한 것은 못 참는 과학자들의 습성이기도 했다.
변압기가 배달 오는 동안 나는 지오 전자를 어떻게 요리할지 고민 중이었다.
지니에게 받은 지오 전자는 재무제표는 생각보다 착실한 기업이었다.
'아들만 개망나니였나? 원래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고 했는데 아버지는 생각보다 사업수완이 좋잖아?'
“지니야. 오늘부터 지오 전자 주식 매입해 줘. 아무래도 미국 회사에 투자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아 보이겠지? 우리가 가지고 있는 회사 중에 Company Fancy 가 좋을 것 같아.”
“지금부터 Company Fancy로 주식 매입을 시작합니다.”
“혹시 지오 전자에 악재 없어?”
“만들어 드릴까요?”
“그럼 좋지? 어차피 내가 매입할 건데 똥값으로 사는 게 좋지 않겠어?”
“지금부터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시총 300억대의 코스닥 상장 기업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작전 금액은 이 빌딩을 세팅하고 남은 160억이었다.
제일 먼저 터진 것은 대표이사의 도박 뉴스였다.
지니가 퍼트린 뉴스가 찌라시로 돌면서 도박 뉴스가 나오자 지오 전자의 주가가 순간 하락했지만, 뉴스가 가짜라는 소문이 돌면서 바로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두 번째로 퍼진 소문은 아버지가 아니라 그의 아들이 도박했다는 소문이었다.
회사 차원에서 아들이 병원에 있는 것을 반박 자료로 언론에 보도했다.
세 번째 소문은 그의 아들이 성폭행하고 다녔다는 것이다.
이때 김승민에게 당한 여자들이 인터넷에 글을 올렸고 지니가 그 글들을 언론사에 뿌렸다. 지오 전자에서는 그 여자들을 고소하였고 언론에 지속해서 노출되었다.
없는 놈도 두드리면 나오는 판에 원래 있었던 사건을 두드리니 점점 더 많은 증거가 나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자 지오 전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사건이 커졌다.
빠른 입막음을 위해 그녀들에게 합의금을 주고 합의를 제의하였지만, 이미 언론은 지오 전자를 버렸다.
김승민이 하반신을 벗고 유일하게 살았다는 소문까지 돌자 상상력이 남다른 사람들이 거기에 살을 덧붙여 소설을 쓰기 시작하였고 이 글이 퍼지며 지오 전자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갔다.
그 화는 모두 김승민에게 돌아갔다.
“내가 그렇게 조심히 다니라고 했잖아.”
“정말 기억이 안 나요. 아버지. 분명히 그놈들이 절 납치한 거라니까요.”
“그놈들이 널 납치할 이유가 없잖아? 우리 일 해주는 놈들인데? 거기다 그곳에 너랑 같이 다니던 그놈들이 시체로 나왔어. 그럼 3명 모두 납치된 것인데 그게 말이 돼?”
“맨날 붙어 다니니까 같이 납치했나 보죠.”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어디서 말 같지 않은 소리야? 네놈 때문에 빨리 입막음하려고 합의금으로 수억이 깨졌어. 계집질을 하려면 소문 안 나게 해야지 이게 뭐야?”
김승민은 자기 얘기를 하는 아버지의 말을 피하고자 말을 돌려 그 장소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기억은 안 나지만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 분명해요. 제 눈도 그놈들이 이렇게 만든 것이 분명하다고요. 혹시 아버지가 그놈들과 문제 있으셨던 거 아니에요?”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집어치워.”
아들에게는 그렇게 소리쳤지만 김만정은 아주 잠깐 그들이 나에게 해코질 할 만한 것이 있나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아무래 생각해봐도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그들에게 일을 시킬 때마다 대금도 잘 치러줬고 보너스도 넉넉하게 넣어줬다.
이 바닥이 원래 그랬다.
금액이 적으면 바로 소문이 나버리니 그걸 막기 위해서라도 필요 이상으로 돈을 찔러 넣어주는 것이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회복이나 잘해. 내가 아들이 하나만 더 있었어도 너 같은 놈은···.”
김정만은 다음 말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화가 나도 앞을 못 보는 아들에게 좀 심했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김정만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도대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무리 기억해 내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지오전자의 주식이 반 토막이 났다.
너무 갑작스럽고 지속해서 빠져 회사 내에서도 대처하기가 힘들었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주주들의 항의 전화가 쇄도하고 주식을 내놓겠다는 대주주들이 나타났다.
“모두 헛소문입니다.”
“헛소문이라고 하기엔 증거가 너무 명백하잖소? 내가 개인적으로 알아봤더니 소문대로 당신 도박도 했더군.”
“그건 단지 친목 도모를 위해···.”
“친목 도모라고 하기엔 억 단위가 좀 많다고 생각되지 않소? 그럼 걸리지나 말았어야지. 그것 말고도 소문이 전부 사실이더군. 뭐 그건 개인적인 일이니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고. 일반적이라면 시간이 지나고 잠잠해지겠지만, 왠지 이번에는 그럴 것 같지 않소. 나는 손해를 보기 싫으니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시장가 2배 가격으로 사주시오.”
“갑자기 그렇게 말씀하시면···.”
“만약 사주지 않는다면 이번 주총 때 당신의 해임 안을 건의하겠소.”
“하지만 갑자기 그렇게 많은 돈을 마련하기가···.”
“그건 그쪽 사정이지. 내가 당신의 사정까지 봐 줘가며 돈을 벌어야 할 필요는 없잖소? 일주일 시간 드리겠소. 그때까지 우리 주식을 건네받지 않으면 돌아오는 주총 때 해임안을 제출할 거니 그렇게 아시오.”
그가 나가고 몇 분 뒤 김정만은 그 뒤에 소리쳤다.
“이 하이에나 같은 새끼들.”
주위에 잡히는 물건을 문으로 던졌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모든 분들이 추천을 눌러주시는 그날까지
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