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자전 (1)
부전자전 (1)
“박진성 아들이 혀를 깨물어 자살 시도했답니다. 형님”
“뭐?”
김정만은 그 보고를 받고 바로 일어났다.
“그놈은 절대 죽으면 안 돼. 그러니까 꼭 살려”
“죽지는 않을 겁니다. 그놈이 혀를 깨물자마자 연구원들이 질식하지 못하게 조치를 했다고 합니다.”
“한 성격하는 놈이군. 앞으로 혀를 깨물지 못하도록 이빨을 모두 뽑아버리라고 전해”
“예 알겠습니다”
“박진성은 도착했나?”
“회사 근처에 거의 다 도착했다고 합니다.”
“지금 저 모습으로 상봉시켜 봐야 좋을게 없으니 그들의 만남은 며칠 뒤로 미루지.”
“예 알겠습니다”
이곳의 연구원들은 어느 정도 의료 행위도 같이하고 있었다. 어차피 모든 것이 불법인데 의료 행위가 무슨 대수겠는가? 설사 의료 행위 중에 실수로 실험체가 죽더라도 다른 실험체를 가져오면 그만인 것을.
그렇게 난 살아났다. 며칠 뒤 아버지는 만신창이가 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살아 있었구나”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난 대꾸하지 않았다. 아버지로 인해 죽으려 했기에 아버지의 말을 무시했다.
“그때 너를 보내고 나는 연구실로 돌아왔다. 그곳에서 아직 챙기지 못했던 연구자료를 가지고 도망치려 했지만, 그들이 어떻게 알았는지 나를 두목에게 데리고 가더구나. 그곳에는 두목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지.
이야기를 들어보니 네가 사라졌다고 하더구나.
나는 네가 도망갔다고 확신하고 너를 보호하기 위해 네게 준 것과 같은 앰플 중 하나를 깨 방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방으로 들어오는 조폭들도 모두 죽였다. 건물 밖으로 나오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복도에 쓰러져 있던 조폭들을 CCTV로 본 다른 조폭들이 엘리베이터의 전기를 끊어 버렸단다.
그곳에서 탈출하려 했지만, 탈출에 실패했고 시간이 지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방역복을 입은 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에게 잡혀 너에게 갈 수 없었단다. 내가 준비한 음식이 1년 치 밖에 되지 않아 걱정을 많이 했지만, 지금 보니 잘 살아 있었구나. 보고 싶었단다 성민아.”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며칠 전에 봐 놓고서 보고 싶었다니? 병 주고 약 주는 건가? 가만 목소리가 좀 다른 것 같은데? 설마 이놈들이 내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아버지의 목소리로 나를 현혹한 건가?'
만약 그렇다면 이 목소리가 진짜 아버지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10년이 지나 아버지의 목소리도 가물가물한데다 며칠 전에 아버지라고 한 자도 지금 목소리와 똑같았다. 둘의 목소리를 비교해보았다. 그런데 지금 이 자의 목소리는 감정적이면서 떨리고 있었다.
'아 모르겠어. 10년 전 새벽에 아버지가 나에게 했던 말들로 아버지가 맞는지 실험해보자. 아버지가 주신 앰플은 총 5개였으니 그것으로 물어보면 될 거야.'
“아버지가 저녁에 주신 앰플 1개를 제가 돌연변이 시켰어요. 물론 백신도 만들었고요”
찢어진 혀를 꿰매서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지만, 상대는 그 말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대답했다.
“네가 해낼 줄 알았다. 새벽에 내가 한 말을 잘 기억하고 있었구나”
'새벽이라고? 그럼 정말 아버지인가?'
이때 아주 작은 소리로 딱딱 소리가 들렸다. 손톱으로 뭔가 때리는 듯한 소리가 아주 미세하게 들렸다.
'이 소리. 설마 우연인가?'
“아버지가 주신 그 1개의 앰플을 실수로 깨서 주워 담는데 상당히 고생했어요. 덕분에 제 주위에 모든 생명체가 다 죽어버렸거든요”
“그랬구나. 앰플을 1개밖에 주지 않아 나도 걱정했는데 그래도 깨진 곳에서 바이러스를 잘 회수했나 보구나”
그 말을 하면서 또다시 딱딱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바로 들려오는 아버지와 나만의 모스 부호.
[내가 준 앰플은 5개였다. 그리고 지금 이 방에 6명이 있다. 나도 감시를 받고 있기에 많은 대화를 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꼭 방법을 찾아 주마. 그러니 살아만 있거라]
'아버지가 확실하다.'
어머니가 도망가시고 아버지가 먹고살기 위해 조폭과 손을 잡았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리 둘만이 알 수 있는 모스 부호와 비슷한 암호를 만들어 나에게 알려주셨다. 원래 이런 상황에서 사용될 줄은 몰랐지만, 아버지는 그 신호로 나에게 메시지를 남기셨다. 살아만 있으라고.
“피곤하네요. 오늘은 그만 이야기해야겠어요. 발음도 제대로 안 되니 나중에 이야기해요”
“그래 알았다. 푹 쉬고 죽겠다고만 생각하지 말아라”
“예 아버지”
아버지는 내가 또 자살을 택할까 봐 다른 사람이 듣는데도 불구하고 죽지 말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끝으로 아버지가 밖으로 나가셨는지 문 열리는 소리와 누군가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도 내 주위에 아직 여러 사람이 있는 것이 느껴졌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몸은 움직일 수 없겠지만 아버지와 같이 살 수만 있다면 이 상태도 나쁘지는 않을 텐데'
어렸을 때부터 혼자 살아와서 외로움이 많아진 걸까?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내 상황을 비관하며 죽으려고 했지만, 아버지가 살아 계신 것을 확인한 이상 살려주기만 한다면 이런 상태라도 괜찮으니까 저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넘겨서라도 살고 싶었다. 힘든 일로 인해 나의 성격이 낙천적으로 변한 건지 살고 싶은 욕망이 강해진 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죽고 싶지 않았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자 지금 이 상황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여러 가지 정황을 미루어 보아 지금 당장은 나를 죽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필요 없었다면 내가 혀를 깨물었을 때 죽도록 내버려 뒀겠지만 지금 상황은 내가 빨리 쾌유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봐서 나에게 얻을 정보가 많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많은 일이 한꺼번에 닥쳐 지금까지는 몰랐지만 입을 다물기 위해 움직이다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건 그때였다. 나의 이빨이 모두 뽑혀 있었다.
'이런 나쁜 새끼들. 내 이빨을 모두 뽑아 버렸잖아? 이 갈아 먹어도 시원찮을 놈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욕하는 것밖에 없었다.
다시 며칠이 지났고 아버지가 나의 회복을 돕기 위해 만들어 주신 약으로 인해 나의 회복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 약을 나에게 주사하려 할 때마다 감시자들이 막아섰고 다른 연구진들이 분석을 끝내고 나서야 투약할 수 있었다. 그들이 아버지가 만든 약을 분석하는데 꼬박 하루가 걸렸고 분석 결과 일반 영양제와 회복제, 면역제들을 섞어서 만든 복합 치료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주사할 때마다 꼭 분석 과정을 거쳐야 했다.
아버지가 직접 만든 약물이라 그런지 그 주사를 맞을 때마다 나의 회복 속도는 비약적으로 빨라졌다. 일주일이 넘자 나는 말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어졌다.
“아버지랑 있으니까 참 좋네요. 10년 동안 너무 외로웠거든요”
“사람이 많아도 외로운 건 마찬가지란다”
아버지의 말투가 10년 전과는 다르게 좀 더 부드러워져 있었다.
“저도 여기서 일하면 안 될까요? 어차피 저들은 돈에만 관심이 있잖아요? 저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바이러스를 만들어 퍼트린 후 백신을 보급해 매출을 올리는 것 같은데 제가 발견한 바이러스와 백신이 수십 가지가 넘거든요. 아마 그것만 퍼트려도 수십조는 벌 수 있을 거예요”
“그 얘기는 나중에 천천히 하자구나. 지금은 너의 회복에만 전념하거라”
“네 알았어요”
우리의 대화는 평범한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나를 만날 때마다 우리만이 아는 암호를 통해 나에게 의사를 전달하셨다.
[지금 너의 몸에 내가 만든 특별한 치료제를 투약하고 있다. 10년 전 너에게 주사했던 물질과 합쳐지면 회복 속도가 수십 배로 활성화되지만, 저들이 너에게 주사하는 약을 매일 분석하기에 치료제에 딱 한 개의 세포만을 넣을 수밖에 없단다. 그러니 회복에만 전념하거라]
“푹 쉬어라. 오늘은 이만 가볼 테니”
“예 내일 봬요”
휠체어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닫혔다. 아버지가 가신 모양이었다.
'10년 전에 내가 맞은 주사와 합쳐지면 회복력이 수십 배가 된다고? 10년 동안 연구하며 아버지보다 내가 뛰어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역시 아버지를 따라갈 수가 없네'
매일 누워 있는지라 딱히 할 것도 없기에 아버지를 만난 후부터 단전 호흡을 하며 내 몸에 에너지를 제어하는데 모든 시간을 투자했다. 아버지가 그 말을 해서일까? 나의 몸에 이전과 다른 변화가 생겼다.
끊어진 인대를 무언가가 두드리듯이 톡톡 건드렸다. 전신에 끊어진 인대들이 약간 간질거리기도 하고 무언가 두드리는 듯하더니 손가락 끝에 감각이 돌아왔다.
지금 이 방에 누군가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움직여 볼 수는 없었다. 또 그렇게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지나갔다. 내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 생각했는지 김정만은 나와 아버지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우리에게 말했다.
“박진성 박사. 당신의 아들을 죽일 수도 있었지만, 당신을 봐서 이렇게 살려 두었으니 이제 그만 고집을 버리고 X-288의 백신을 주지그래?”
'이 새끼가. 몸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살려줬다고 생색을 내다니.'
그때 아버지가 대답하기 전에 내가 김정만에게 말했다.
“그 백신 내가 만들어주지. 대신 나를 아버지와 함께 살려준다면 그 백신 말고도 앞으로 수십조 원을 벌 수 있게 해주겠어.”
내가 반말을 해서일까? 김정만의 행동대장인 장진호의 오른팔인 김진철이 그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었던지 나에게 욕을 하며 말했다.
“어린놈의 새끼가 하늘 같은 우리 큰 형님에게 반말지거리야. 아예 눈알을 뽑아 버리고 팔, 다리를 잘라 버릴까 보다”
“너는 눈깔이 없냐. 이 똘마니 같은 새끼야. 눈알을 뽑아버리고 팔다리를 자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어차피 지금도 보이지 않고 팔, 다리도 사용 못 하는데 말이야. 그리고 반말은 너희가 먼저 했거든. 이런 어처구니없는 개자식들아.”
장진호가 나에게 한마디 했다.
“젊은 친구가 입이 걸군”
“이게 다 너희 때문에 성격이 더러워진 거야. 이 새끼들아. 그러니 자극하지마.”
이때 김정만이 나에게 말했다.
“그래도 부탁을 하려면 공손해야지. 나는 네가 살든 너의 아버지가 살든 상관이 없어. 아무나 하나만 살려두고 괴롭히다 보면 나에게 정보를 넘기게 되어 있거든.
그리고 정보를 얻어낼 방법은 고문만 있는 게 아니야. 마약의 황홀함에 빠지게 되면 네가 좋든 싫든 나에게 모든 정보를 주게 되어 있어. 한 달 후면 너의 장기도 꺼내줄걸?”
번개보다 빠르게 공손 모드로 전환했다.
“선생님. 10 조입니다. 아니 수십 조를 버실 수 있습니다. 죽이면 돈도 안 되는 두 개의 목숨으로 말입니다. 저와 아버지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널리고 널린 인간들과는 전혀 다릅니다. 알고 계시잖아요. 지금의 선택이 선생님의 미래를 부강하게 만들어 드린다는 것을요?
저희를 살려주시면 1~2년 안에 한국 제일의 부자가 되시는 겁니다. 삼별 기업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실 거고 해외에서도 알아주는 대기업 회장이 되시는 겁니다. 그러니 한 번만 믿어 보십시오. 1~2년 안에 돈으로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최고 중의 최고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쪽 계열에서 역사의 큰 획을 그으실 수 있게 해드리겠습니다.”
내가 한 말로 인해 김정만의 입꼬리가 올라갔을 것이다. 누가 들어도 기분 좋은 소리이니까.
“나는 입만 살아 있는 자들을 믿지 않아”
“당연히 그러시겠죠. 지금 당장 배양할 수 있는 바이러스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준비하면 일주일 후에 바이러스를 배포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백신도 같이 배양시켜 드리겠습니다. 이 바이러스를 국회에 퍼트려 국회의원들을 감염시키면 순식간에 값어치가 올라갈 겁니다.
그 후 100일쯤 지나서 백신을 개발했다고 홍보하신 후 고가에 파시면 됩니다. 백신은 저 말고는 누구도 만들 수 없습니다. 아마 수천만 원이 아니라 수억이라고 해도 그들은 살 수밖에 없을 겁니다. 국회의원들을 치료할 때 지금까지 사업을 하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됐던 부분을 풀어 달라고 하십시오.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바로 치료되지 않고 1년 혹은 수년에 걸쳐 치료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 말고라도 활용 가치는 무궁무진합니다.”
김정만은 나의 제안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좋아 그렇다면 일주일의 시간을 주지. 너의 말이 사실이라면 너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지.”
“감사합니다.”
이렇게 일주일이란 시간을 벌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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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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