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만들다 (1)
마법을 만들다 (1)
기술을 팔겠다고 연락을 하자마자 AK 그룹의 최원식 대표가 직접 찾아왔다.
“어서 오십시오.”
“처음 뵙겠습니다. AK 하이테크 최원식 대표입니다.”
“지오 전자 공수영 대표입니다.”
“저는 정인 대표가 직접 나오실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군요.”
나름 한국 그룹 서열 3위인 기업의 대표가 왔는데 같은 급 대우를 안 해준다는 말을 돌려서 한 것이다. 그만큼 무시당한 것으로 느낀 모양이다.
“우리 회사는 모두 전문 경영인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정인 대표도 그중에 하나고요. 아직 듣지 못하셨나 보군요. 지금 이 거래는 제 권한으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뭐 어쨌든 알겠습니다. 저에게 기술을 파시겠다고요?”
“그렇습니다. 두 가지 기술이 있는데 어떤 것을 원하실지 몰라서 모두 다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두 가지 모두 해외 특허가 나지 않은 제품들입니다.”
“어떤 제품이죠?”
“SSD 메모리와 CPU입니다. 반도체를 만드시고 계시니 아무래도 SSD 메모리에 관심이 많으시겠죠?”
“CPU는 그렇다 치고 SSD 메모리는 우리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을 보신다면 지금 하신 말씀이 쏙 들어가실 겁니다.”
공수영 대표는 준비한 노트북을 켰다. 켰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 전원 버튼을 눌렀을 뿐이다. 그런데 노트북은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형태로 동작했다. 첫 장면은 지니가 운영하는 검색엔진이 나왔다.
“보시는 바와 같이 우리가 만든 SSD를 이용한 제품입니다.”
“부팅되어 있던 상태였나요?”
“아닙니다. 컴퓨터는 꺼져 있었습니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군요.”
“이 OS도 정부에 납품되고 있는 제품입니다. 기존 컴퓨터를 이용했다면 부팅 시간이 15초 정도 걸렸을 겁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제품이 일본에서 만든 16레인 PCIe 슬롯에 적용된 제품이며 속도는 10GB/s입니다. 몇 년째 이 속도가 발전하지 못했는데 그 이유가 인터페이스에 문제가 있어서입니다.
“그렇다면 인터페이스도 바뀌었다는 말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이 기술을 구매하시면 바뀐 인터페이스도 같이 판매해 드리겠습니다.”
지니가 만든 전문 프로그램을 이용해 디스크 속도 검사를 실행했다.
“보시는 것처럼 1TB/s로 동작하고 있습니다. 이 속도가 실사용 속도입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SSD에 100배 빠른 속도와 100TB 용량입니다. SSD 자체에 램이 포함되어 있어 CPU와 연동되며 수명은 100년입니다.”
최원식 회장은 욕심이 났다.
“그런데 왜 이런 제품을 우리에게 판매하려는 겁니까? 그쪽에서 만들어 팔면 더 큰 이득을 보게 될 텐데요?”
'글쎄요. 연구소에서 직접 내려온 지시라 따르고는 있지만, 왜 이런 블루오션을 그쪽에 주려고 하는지 저도 의문이네요.'
“우리가 이 제품이 필요해 개발은 했으나 지금 당장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회의를 진행했고 다른 기업에 이 정보를 파는 대신 생산량의 일부를 우리가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 의견에 이사진 모두가 찬성했고 AK 그룹이 선정된 겁니다. AK 그룹에서 구매 의사가 없으셨다면 삼별 전자나 RG 전자에 판매됐을 겁니다.”
“CPU도 보여주실 수 있으신가요?”
“이 노트북에는 저희가 만든 CPU와 SSD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저전력으로 운영되며 33개의 코어가 동작합니다. 캐시 메모리는 10G로 굳이 램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으며 이 제품도 인터페이스가 제작되어 있습니다.
이 두 제품을 사용하시려면 보드는 직접 제작하셔야 합니다. 이미 우리 쪽에 보드 설계도도 나와 있으니 원하신다면 보드도 우리가 판매해 드리겠습니다. 특히 슈퍼컴퓨터를 만드실 때 아주 적합합니다. 이 제품이 보급될 경우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PC 시장을 완전히 장악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처음에 말씀드린 대로 CPU와 SSD 메모리는 저전력이라 모바일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단지 모바일에 사용할 경우 CPU의 성능은 50% 이하로 떨어지게 되지만 그만큼 전력 소모도 줄어듭니다.”
“크기가 어느 정도입니까?”
공수영 대표는 준비해 둔 CPU와 SSD 메모리를 보여주었다. CPU의 크기는 엄지손톱만 했고 SSD 메모리도 새끼손가락 손톱만 했다.
“이렇게 작은데 성능이 엄청나군요.”
“이 제품은 아무 곳에서나 만들 수 있는 그런 제품이 아닙니다.”
“가격이 어떻게 되죠?”
“이 두 제품과 인터페이스까지 해서 총 10조입니다.”
“가격이 좀 높은 편이군요.”
“모든 설계도를 넘겨드리는 건데 저렴한 편이죠. 만약 우리가 이 제품을 만들어 판매했다면 3년 이내로 CPU와 SSD 시장을 석권했을 겁니다. 특히 슈퍼컴퓨터 시장을 뒤집을 수 있는 획기적인 아이템입니다.
자신하건대 3년 이내에 이런 제품을 볼 수 없으실 겁니다. 우리가 잡은 3년 최소 매출액은 약 100조가 될 거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수영 대표가 왜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AK 그룹 회장이 고민하는 것은 이 기술을 AK에서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혹시 이 제품을 만들 기술력도 지원해 주실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단지 기술 이전에 대한 비용이 2조가 추가된다는 것은 알아두시길 바랍니다.”
AK 연구진과 상의를 해본 후 결정해도 될 문제였다.
“좋습니다. 두 제품 모두 구매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귀사의 이미지를 생각하셔서 이 기술은 직접 개발한 것으로 발표해 주십시오. 제품이 생산되면 발주를 넣어드리겠습니다.”
판매처까지 생긴다면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어진다. 그 판매처가 지오 전자라면 홍보 효과는 확실할 테니.
우리가 기술을 판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제작된 제품의 구매까지 결정했다. 이 작전으로 삼별 전자에 막강한 라이벌이 생길 것이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주문까지 해주신다니 든든하군요. 그럼 빨리 납품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여기 계약서 초안이 있으니 가져가셔서 확인하시고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AK 회장은 서류를 들고 바쁘게 돌아갔다.
벌여 놓은 일들이 많아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나갔다.
“자 이제 중국 주변국과 중국의 충돌을 만들어야겠어. 아주 자연스럽게 서로 적대감을 가지도록.”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중국 주변국을 돌며 고위층 몸에 GPS를 넣어야 했다.
“지니야 중국 주변국 고위층 정보는 잘 모으고 있어?”
“진행하시는 작전이 좀 더 수월해질 듯합니다.”
“왜?”
“중국 주변국에서 GPS 장치가 심어진 자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뭐? 그럼 내가 만든 시나리오가 진짜였단 말이야?”
“현재 대만에서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3천 명 이상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주변국을 모두 돌아본 것은 아닙니다. 이것만으로 확정을 지으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 맞아. 한 곳에서 나왔다고 너무 들뜨면 안 되겠지. 그럼 다른 곳도 돌아보고 그런 자들이 있는지 알아봐 줘.”
“알겠습니다.”
“아니지 중국부터 알아봐 줄래? 만약 중국에 GPS가 심어진 자들이 없고 주변국에만 나온다면 중국에서 검은 조직을 운영하는 것이 확실해지잖아?”
“알겠습니다. 중국부터 조사해 보겠습니다.”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GPS가 심어진 자를 중국에서는 찾지 못했다.
가설이 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보고를 받는 순간 중국에서 전쟁을 일으킬 방법이 번뜩이며 떠올랐다.
'GPS가 심어진 자들을 모두 죽이면 어떨까? 한국과 같은 상황이라면 아무에게나 GPS가 심겨 있지는 않을 거야. 중국 주변국에서 유명 인사들이 죽어 나가면 자연스럽게 이상하단 생각이 들게 되겠지? 그럼 조사를 하게 될 테고 조사하다 보면 중국이 의심을 받게 될 거야.'
“지니야. 혹시 한국의 GPS 장치 제거는 몇 프로 진행됐지?”
“현재 68%가 완료된 상태입니다.”
“그중에 죽이면 안 되는 사람이 있나?”
“국방부 장관이 살려야 하는 사람들을 먼저 수술을 시켰기에 나머지 사람들이 죽어도 한국 경제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알았어. 그럼 증거 자료를 만들어서 CIA 요원들이 습득할 수 있도록 해주고 GPS가 심어진 자들 찾아내면 모두 죽여줘.”
“정말 그러셔도 됩니까?”
“뭐?”
“만약 정인님의 예상대로 중국 주변국에서 GPS가 심어진 자들이 발견된다면 그 수는 최소 14만 명 이상이 될 겁니다. 일반인도 아니고 국가를 움직이는 인사가 대부분일 텐데 그들이 모두 갑자기 죽으면 아시아는 혼돈에 빠지게 될 겁니다. 그 충격에서 한국만 피해 없이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
지니가 반대 의견을 내놓을 줄 몰랐다.
얼마 전에 다시 한번 업그레이드를 시킨 후 지니의 성능은 이미 인간을 초월해 버린 것이다.
“아직 얼마나 많은 사람이 GPS가 심어졌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두 죽이는 것보다는 GPS가 심어진 사람들을 모두 가려낸 후 죽였을 때 효과가 큰 사람들을 선별하여 죽이는 것이 더 좋은 작전 같습니다.”
나쁜 생각은 아니었으나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한국에 GPS가 심어진 자들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그들이 남았을 때 작전을 진행해야 했다.
“너의 의견은 나쁘지 않아. 그런데 우리에겐 시간이 부족해. 우리 국방부에서 GPS를 모두 뽑아내면 작전을 제대로 펼칠 수 없거든.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모두 죽었는데 한국만 아무 일이 없다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거든.”
“그렇다면 한국에서 시작해 타국으로 이동하면서 작전을 펼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중국에 대한 분노를 극대화하려면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사망자가 나오는 것이 효과가 클 것 같은데?”
나는 잠시 고민하다 지니에게 말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데 모든 작전은 타이밍이 중요해. 정해진 시간에 진행하지 않으면 더 많은 자원과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오거든.”
말을 이렇게 했어도 지니의 정체성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기에 조심스러웠다. 아버지도 웬만하면 지니가 제대로 된 정체성을 가질 때까지 자극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셨다.
“그럼 3일의 시간을 줄 테니 중국 주변국에서 네가 죽일 사람을 골라줄래?”
“그래도 됩니까?”
“이건 네가 도와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작전이야. 그런데 3일이면 되겠어?”
“최대한 노력해 보겠습니다.”
“필요한 건 모두 활용해도 돼.”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꼭 미국 위성을 이용해서 GPS 독약은 터트려야 해. ”
“알겠습니다.”
그렇게 작전이 시행됐다.
사흘 뒤
한국을 포함한 14개국에서 지니가 선별한 자들이 대거 죽어 나갔다.
한국과 대만에서 제일 많이 죽었고 그 외 타국에서 죽은 자들도 수백에서 천 명이 넘어섰다.
갑자기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자 전염병으로 오인했으나 부검 결과 모두 심장마비였다.
그런데 예상하지 않았던 일본과 러시아에서도 GPS로 죽은 자들이 나타났다.
“지니야. 중국에서 GPS가 심어진 자들을 정말 못 찾은 거지?”
“그렇습니다.”
“그럼 정말 중국에서 이런 미친 짓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거야?”
“지금 정황상 그럴 가능성이 81% 이상입니다.”
“이런 정보를 내가 먼저 알아냈다는 게 믿어지지 않네. 이 정보를 CIA에다가 넘겨줘.”
“이미 그곳에서 정보를 수집해 미국으로 넘겼습니다.”
“그래? 일이 좀 더 편하게 됐네. 이제 어떻게 처리되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되나?”
그때 국방부에서 연락이 왔다.
“잘 지내고 계셨습니까? 장관님?”
“큰일 났네.”
“네? 큰일이라고요? 무슨 일이신데요?”
“GPS가 작동했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터지려면 위성이 필요한데. 어떻게 터졌다는 말씀이신가요?”
“나도 잘 모르겠네. 스마트폰에 GPS가 심어진 자들이 사라지기에 급하게 찾아갔더니 모두 죽어있었네.”
“아마도 누군가 수동으로 작동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되네요. 확인해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알겠네.”
국방부 장관의 전화를 끊었다.
'말 안 해준 게 있긴 있었지. GPS 장치를 동작시키는 방법은 무선 인터넷이 설치된 곳이라면 어디든 가능하거든.'
“지니야 발신처는 어디로 잡았어?”
“중화인민공화국 국가 안전부 소속 특1 팀과 특2 팀에서 운영하는 슈퍼컴퓨터를 사용해 미국 위성을 해킹해서 작전을 진행했습니다.”
“그래 알았어. 내가 할 일은 다 했네. 이제 한국에 위성을 쏘아 올리는 일만 남았어. 위성 설계도는 만들었어?”
“모두 제작해서 연구소에 보냈고 지금 현재 우리 연구원과 나로우주센터 직원들이 함께 만들고 있습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함경도에 이미 만들어진 대륙 간 미사일을 개조하면 한두 달 안에 위성을 올릴 수 있을 겁니다.”
“그래 알았어.”
“저 정인님?”
“어 왜?”
“저 몇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부탁이라고는 해본 적이 없는 지니가 나에게 뭔가 이야기할 것이 있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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