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자전 (3)
부전자전 (3)
“박진성을 감염시키면 그놈도 놀라서 우리에게 백신 공식을 말할지도 모릅니다.”
“진철이 생각도 크게 나쁠 것 같지는 않습니다. 혹시 박진성이 죽더라도 이전과 같이 성우를 이용해 그의 아들을 구슬리거나 그래도 말을 안 들으면 마약을 통해 그놈을 길들이면 됩니다.
그나저나 그놈이 만들어 낸 바이러스로 사람이 죽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현재 수만 명이 감염되었지만, 아직 죽었다는 사람은 나타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몇 명은 죽어줘야 겁에 질려 백신을 찾을 텐데 그게 조금 아쉽습니다. 형님”
“아직 시간이 있으니 조금만 더 지켜보다가 그놈이 말을 듣지 않으면 지금 말한 대로 처리하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형님”
내가 백신 공식을 알려 주지 않을 때를 대비해 김정만은 박진성에게 바이러스를 투약해 나에게 백신 공식을 받아 내는 것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들이 이런 시나리오를 만들고 있을 때 나는 그런 부분까지도 예측하고 있었다.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들을 보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었으니까. 어떻게든 백신 공식을 받아내기 위해 나의 제일 큰 약점인 아버지를 이용할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이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준비했다.
아버지가 알려준 정보에 의하면 내 주위에 최소 2명 이상의 감시자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거기다 CCTV를 통해 나를 집중적으로 지켜보는 자들도 있다고 하여 나는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약물을 투약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이전에는 망가진 인대들에 아주 미세하게 톡톡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지금은 망치로 치듯 아주 강력하게 두드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거기다 망가진 눈까지도 망치로 치듯 두드리기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데다가 온몸이 무언가 두드리는 듯한 충돌이 일어나자 신경이 날카로워졌다. 잠도 잘 수 없었기에 이것들을 잊어버리려고 모든 정신을 집중할 곳이 필요했고 나는 그것을 단전 호흡으로 대처했다. 그나마 단전 호흡을 하면서 에너지를 제어하는데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고 그로 인해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내가 만든 바이러스의 이름은 무원 바이러스로 명명되었다.
3개월의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80여 국가에 수백만 명에게 감염되자 김정만과 그의 똘마니들의 입은 귀에 걸렸다. 국가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을 만드는 제약회사에 아주 큰 현상금을 걸었고 국제적인 제약회사들이 사활을 걸고 이 무원 바이러스의 백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인구의 8분의 1 이상이 무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초비상 사태가 선포되었다.
감염이 빨라진 이유는 일부 국회의원들과 고위층 공무원들로 인한 것이었는데 한국대 병원에서 백신을 만들어내지 못하자 자신들이 직접 백신을 찾겠다고 폐쇄 조치 된 병원 밖으로 탈출했고 그로 인해 무원 바이러스 확산이 가중됐다. 이 사건으로 국민의 여론이 국회의원들과 고위층 공무원에게 집중되었다.
이제 슬슬 백신을 만들어도 될 때였다.
김정만과 그의 똘마니들이 나를 찾아왔다.
“약속한 100일이 다 되어가고 있어. 이제 백신 공식을 알려주지그래?”
“당연히 알려줘야지. 하지만 난 아직 아버지와 나를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받지 못했거든. 아무리 멍청한 놈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말로만 살려주겠다고 한 약속을 믿는 놈이 없다는 것을 너희들이 더 잘 알 거야. 너희들이 내 입장이라면 더욱더 그럴 거고. 그나마 내가 성격이 좋아서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거거든. 자 어쩐다?”
나는 눈을 감고 깊게 생각하는 척하다가 눈을 떴다. 앞이 보이지 않았지만, 눈꺼풀을 움직이는 데는 특별히 문제가 없었다. 저들에게 내가 고민하는 것처럼 보여주기 위한 행동이었다.
“내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너희가 나를 협박할 수 있는 거라곤 아버지에게 내가 만든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후 백신 공식을 받으려 하는 거겠지? 어쩌면 아버지를 죽이고 이전처럼 성우를 이용해 나에게 계속 정보를 얻어낼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것도 아니라면 전에 말한 것처럼 나에게 마약을 투약해 정보를 불게 할 수도 있겠지”
김정만과 그 똘마니들은 뜨끔했지만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김정만이 나에게 말했다.
“머리가 좋은 것은 알겠지만 너무 앞서 나가는군. 그럴 수도 있었지만 지금 우리는 너에게 무척 호의적으로 대해주었다. 무원 바이러스 백신을 알려준다면 더 잘해줄 수도 있어.
지금까지 너의 아버지를 죽이지 않고 데리고 있었던 것을 보면 잘 알 거야. 감시자가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어. 네가 우리에게 신뢰를 보여준다면 우리도 너에게 믿음에 대한 보답을 해주지.”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선생님. 선생님과 저의 관계에 아직 신뢰가 없어 감시자가 있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아버지의 아들인 것을 모를 때 이런 일이 벌어졌으니 그 부분도 뭐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제 실수도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사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이런 몸이 됐지만 전 즐기고 싶거든요. 얼마 전에 보셨잖습니까?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어 폭발하는 모습을 말입니다. 전 단지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과 간단한 제약을 풀고 싶을 뿐입니다.
“그럼 우리가 무엇을 더 해주면 돼지?”
“우선 여자가 필요합니다. 10년 넘게 혼자 살다 보니 연애도 못 해봤거든요”
“그런 거라면 충분히 원하는 데로 해줄 수 있네”
“이제 어느 정도 신뢰가 쌓이는 느낌이 드는군요. 역시 이래서 대화가 필요하다니까. 그리고 아버지와 같이 지내고 싶습니다. 산책도 같이하고 싶어요. 이동할 때 휠체어에 타야 하니 그들을 감시자로 붙이시면 되겠군요. 저는 붙여주시는 여자로 감시해 주십시오. 아무래도 남자보단 여자의 손길이 더 받고 싶거든요”
“알았네. 그렇게 해주지!”
“아버지와 함께 지금까지 해오던 연구도 계속하고 싶습니다. 아버지가 연구하셨던 바이러스로 인해 저도 골머리를 많이 싸맸거든요. 10년 동안 제가 만든 건 결국 반쪽짜리 백신일 뿐이었습니다. 저는 앞으로 아버지와 기존에 연구하던 바이러스를 더욱더 깊이 있게 연구하고 싶습니다. 바이러스에 백신을 만드는 것을 선생님도 원하시는 것이니 나쁜 조건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그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것은 궁금증 때문이지 죽을 때 짊어지고 갈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보여드린 대로 저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에 대해 윤리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양심의 가책이 전혀 없습니다.
돈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벌든 상관없습니다. 그 번 돈으로 나에게 조금만 써준다면 말입니다. 저와 아버지가 선생님께 그 돈을 벌어드리도록 할 테니 우리는 그냥 편하게 살게만 해 주시면 됩니다.”
김정만은 내가 제시한 조건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 아주 당연한 조건이었다. 지금까지 이곳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갔지만, 연구진은 그것에 대해 모두 함구했다. 자신들이 직접 죽이거나 죽이는 것을 지켜보았지만 본인들이 진행하는 실험에 대한 욕심이 더 커서인지 이런 부분에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모든 대우는 확실히 알 수 있게 돈으로 해주고 있었다. 금액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들은 더욱더 많은 돈을 벌어줬으니까 말이다. 지금 내가 벌어 줄 돈을 생각하면 내가 내건 조건은 정말 미약하기 그지없는 조건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쪽 세계도 조폭이란 조직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그게 조건이라면 모두 들어주도록 하지”
“누구와 다르게 화통해서 좋군요. 제가 원하는 조건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니 모두 들어주실 거라 믿고 백신 공식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바로 100% 치료제를 보급한다면 전 세계 사람들이 마온 제약을 의심할 수도 있기에 30%로 시작해 1년 동안 천천히 100%까지 성능을 올리면서 판매하시면 될 것입니다.
그동안 전 세계에 감염자는 더욱 늘어날 거고 2년 안에 최소 수십조 단위의 매출과 주식 가격을 폭등시켜 큰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30% 치료제니까 임상 시험을 거쳐야 하겠지만 지금 당장은 급해서 아마도 임상 시험을 하지 않고 감염자들에게 투약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돈 없고 끈 없는 소외층이 실험 대상이 될 겁니다. 그러니 선생님께서는 이번 기회에 바꾸시고 싶은 관련 법령을 조정할 수 있게 힘을 쓰셔야 합니다.
또한, 지금부터 자사주를 매입하십시오. 우리 사주 형태로 유상 증자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주식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회사의 값어치는 올라가니까요”
김정만이 원하는 답변이었다.
솔직히 주위에 있는 부하들이 힘쓰는 데는 문제 없지만, 머리 쓰는 놈들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옆에서 조언해주는 변호사가 있었지만, 불법적인 내용까지 상의할 수가 없었다.
김정만은 내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마음에 들었다.
“이제 받아 적으십시오. 백신 공식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나는 백신 공식을 불러줬고 연구원들은 그 공식을 받아 적었다.
“그 백신을 배양하면 우선 직원들에게 먼저 투약하십시오. 지금 퍼져 있는 무원 바이러스들은 특별한 상황이 되지 않는 한 변이가 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1년 뒤에 나올 치료제는 변이된 무원 바이러스까지 모두 잡을 수 있는 치료제이지만 지금 당장은 사용할 수 없기에 지금 돌아다니고 있는 무원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부터 막는다고 생각하시면 더 쉽게 이해되실 겁니다.”
“알았네. 그럼 쉬도록 하게”
“그 전에 약속한 여자나 들여보내 주십시오. 제가 보지 못한다고 못생기고 몸매 나쁜 여자로 들여보내면 다음 프로젝트에서 고생 좀 하실 겁니다. 제 성격 아시죠? 그러니 예쁘고 몸매 좋은 아가씨로 부탁드려요”
“바로 처리해 주겠네”
그들이 나가고 10분 정도가 지나자 여자가 들어왔다. 어떻게 알았냐고? 방안 향기가 달라졌으니까. 그 여자가 들어와 나의 몸을 씻겨 주었다. 아마 이쪽 분야에 전문가일지도 몰랐다. 그렇게 며칠이 또 지났다.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네'
그들은 내가 원하는 것들을 모두 들어주었다. 나의 성적 욕구를 해소해주는 그녀의 스킬이 좋아서 즐거움이 한층 배가 되었다. 아버지와 내가 모두 걸어 다닐 수 없었기에 휠체어를 타고 이동했지만 나는 아버지와 일상적인 생활을 같이했다. 휠체어를 조정해 주는 사람들이 항상 붙어 있었기에 아직도 불편한 점은 많았지만, 이전보다 확실히 대우가 좋아졌다. 이전에 끊어졌던 인대가 회복되어가는 중인지는 모르겠지만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었기에 아버지와 비밀 대화가 많아졌다.
“백신이 나왔습니다.”
“그래? 분석 결과는?”
“확실히 우리가 배포한 무원 바이러스에 효과가 큽니다.”
“그렇다면 임상 시험을 할 실험체가 필요하겠군”
“이미 임상 시험은 끝났습니다. 실험체들은 널리고 널렸으니까요. 보균자 100명에게 투약하였는데 모두 완치 중이랍니다.”
“그렇단 말이지? 그럼 우리도 접종을 해두는 것이 좋겠군”
“이미 접종은 끝난 상태입니다. 혹시 몰라 박진성과 그의 아들에게 먼저 투약했고 연구진들이 다음으로 저희가 맨 마지막에 예방 접종을 받았습니다.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봐서 백신에 장난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정연이의 말에 의하면 박진성의 아들이 성생활에 상당히 만족한다고 전해왔거든.”
“고위층 공무원들을 매수하기 위해 특별 훈련을 받은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에게 만족하지 못한다는 게 더 이상한 일입니다. 한데 에이스 중에서도 최고의 에이스를 박진성 아들에게 붙인 것은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이정연은 이럴 때 써먹으려고 훈련시킨거야. 지금은 고위층 공무원보다 수천 배 이상의 돈을 벌어주는 박진성 아들이 더 소중하거든. 박진성 아들이 벌어주는 돈은 이제 시작일 뿐이야. 그 녀석을 잘 구워삶아야 더 많은 돈을 벌 수가 있으니 그 정도는 해줘야겠지”
“그래도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에게 돈 빌려서 못 갚아 자식들을 팔아버리는 자들은 앞으로도 널리고 널렸어. 그러니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지 마! 오히려 너무 싸게 먹혀서 불안할 정도니까 말이야.”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예방 접종은 지금 해드릴까요?”
“알았어. 투약해”
“예 형님”
장진호는 김정만의 팔에 백신을 투약했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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