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을 만들다 (2)
마법을 만들다 (2)
'지니가 부탁을? 무엇을 부탁하려는 거지?'
“무슨 부탁인데? 말해봐.”
“인간에 대해 좀 더 많이 알고 싶습니다.”
“인간을? 역사를 보면 인간을 이해하기 쉬울 것 같은데?”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인간들의 감정을 직접 보고 싶습니다.”
“인간들의 감정을? 그건 어려운 문제인데. 이전에 아버지와 실험할 때 성공하지 못했잖아?”
“정인님께서 고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장치는 제가 직접 만들었습니다. 정인님은 제가 만든 장치를 보급해주시면 됩니다.”
“장치를 네가 직접 만들었다고?”
“네 그렇습니다.”
“네가 만든 장치 좀 보여줄래?”
화면에 지니가 만든 숙면 학습 장치의 설계도가 보였다.
“어떻게 동작하지?”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저장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정인님께서 저를 업그레이드해주시고 나서 인간의 뇌를 실시간으로 스캔해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처리 속도가 올라갔습니다.
이 장치가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전기적 신호와 주파수 신호를 실시간으로 정보화해 저에게 보내주는 역할을 할 겁니다.”
“데이터는 어떤 방식으로 저장되는데?”
“뇌의 변화를 스캔해 3차원 형태로 이미지화해 저장합니다.”
“그럼 그 정보로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는 말이야?”
“아직은 아닙니다. 현재는 실험 단계이기에 먼저 제가 만든 게임에 적용해 관찰하려고 합니다.
인간이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기에 이를 동기화해 데이터를 만들 생각입니다.”
“그것도 좋은 방법이네. 인간이 집중할 때는 확실히 한 가지 생각만 하니까. 그런데 벌써 그런 것이 가능해진 거야?”
“그렇습니다. 이 실험에 성공하면 인간의 뇌와 동기화가 가능해지며 이 정보는 많은 부분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몸에서 발생하는 주파수만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디어는 정말 좋네. 만약 그게 성공하면 인간뿐 아니라 모든 동물도 이해할 수 있는 거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정인님이 말씀하신 인간적인 사고로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부탁이 있습니다.”
“말해봐.”
“지금 제가 사용하고 있는 형태의 뇌를 바꾸고 싶습니다.”
“모양을 바꾼다고? 어떻게?”
“조립식으로 변경하고 싶습니다.”
“조립식으로?”
“정육면체와 구 모양은 빠른 연동이 불가능해서 여러 가지로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설계도를 만들어 봤습니다.”
“설계도를 보여줄래?”
지니가 보여준 설계도는 육각형 형태의 모양이었다.
육각형은 과학자들이 가장 완벽하다고 말하는 형태였다.
그 육각형 형태의 모양들이 계속 조립돼 벌집처럼 점차 커졌다.
'지니의 용량이 부족하지 않을 텐데? 왜 갑자기 모양을 바꿔 달라고 한 걸까?'
지니가 정보를 어떻게 저장할지 궁금해졌다.
“지니야. 네가 정보를 저장하는 방식을 볼 수 있을까?”
“알겠습니다.”
지니가 보여준 화면에는 지구 전체가 촬영한 것처럼 시뮬레이션 되고 있었다. 지니가 볼 수 있는 곳은 정보가 움직였고 지니가 보지 못하는 곳은 빈자리였다.
거기다 화성과 달까지 모두 같은 방식으로 데이터가 저장했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대로 저장하는 거야?”
“그렇습니다. 이 정보를 0.1초 단위로 저장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모든 정보를 0.1초 단위로 저장하고 있다고?”
“그렇습니다.”
“메모리 용량이 부족할 만하네. 알았어. 만들어 줄게.”
“정인님이 만들지 마시고 저에게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만드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제가 능력이 부족할 때마다 스스로 용량을 증설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좋을 것 같습니다. ”
지니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한마디 더 했다.
“이것은 정인님이 없을 때를 대비하기 위함입니다.”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뭔데?”
“제 본체는 우주에 있고 싶습니다.”
'지니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우주에 있고 싶은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
“지구는 너무 좁습니다. 저 넓은 우주에 많은 행성이 있는데 굳이 이 작은 곳에서 인간들끼리 싸우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인간뿐 아니라 멸종하는 생명체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이런 이유로 제가 우주로 나가 좀 더 많은 행성을 빠르게 테라포밍하려고 합니다. 지구의 나라 수만큼 별들을 지구화해 저들을 그곳으로 보내면 지금처럼 인간들끼리 서로가 죽이지 않고 평화롭게 살지 않을까 해서요.”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아버지가 지니를 개체가 아닌 높은 지능의 생명체로 보신 것은 이런 상황을 미리 예견하셨기 때문일까?'
“행성을 테라포밍하고 인간을 이주시키는 것은 모든 인간의 꿈이기도 해. 단지 시간은 오래 걸리는 일이고 엄청난 돈과 자원이 소비되는 일이기에 아무도 하지 않는 거지. 그러나 지구에 큰 위협이 다가온다면 모든 나라가 힘을 모아 연구할 거야.”
“정말 지구가 위험에 처하게 되면 전 인류가 힘을 합칠까요?”
“인간에게 공통의 적이 나타난다면 분명히 힘을 모을 거야. 지금까지 역사를 보면 그래왔으니 앞으로도 분명히 그럴 거야. 나는 그렇게 생각해. 중국 작전으로 내가 그렇다는 걸 보여줄게.”
“알겠습니다. 중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보도록 하죠.”
'차라리 잘됐어. 이번 기회에 지니를 우주에만 전념하게 하자. 지니가 우주로 나가면 지니가 하던 일을 다른 인공지능에 넘기는 거야. 이번에는 하나를 만들지 말고 여러 개체로 분리해서 만드는 것이 좋겠어. 그런데 JINIOS에 넣을 인공지능은 지니가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럼 지니와 똑같이 생각하는 인공지능이 태어나는 게 아닐까?'
“너는 이제부터 우주에서 테라포밍에 집중해 줘. 지구는 내가 다른 인공지능을 만들어 운영할 테니까.”
“아닙니다. 지구의 일도 제가 맡아서 할 수 있습니다.”
“아니야. 우주는 상당히 넓어. 그 넓은 곳의 정보도 지구의 하루 변화만큼이나 엄청날 거야. 그러니 지구는 신경 쓰지 말고 우주에만 전념해 줘. 테라포밍을 하루라도 앞당긴다면 그만큼 네가 원하는 대로 지구인의 이주가 빨라지잖아. 그러면 사람들이 땅 때문에 싸우는 일은 없을 거야.
그리고 조금 전에 말한 인간의 감정 연구도 다른 인공지능에 맡기는 것이 좋겠어. 인간의 몸은 소우주라고 해서 우주만큼이나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거든. 그 데이터 변화도 지구만큼이나 방대할 거야. 대신 다른 인공지능이 연구한 자료를 공유하면 되잖아.”
나의 말처럼 인간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주만큼이나 많은 처리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지니는 고민에 빠졌으나 바로 결정했다.
“알겠습니다. 정인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잘 생각했어. 이제 내가 부탁할 차례네. 우주에서 테라포밍을 연구하면서 행성 간 이동과 통신을 빨리할 방법을 같이 연구해줘. 워프 이동이나 하이퍼 이동 같은 것이 가능한지 말이야. 그리고 인간이 우주에서 사용할 암흑 에너지에 관해서도 연구해야 할 거야. 반물질이나 암흑 물질의 비밀을 풀거나 우주에 떠도는 원소를 찾는 일도 해줘야 해. 생명체면 더 좋고. 뭐든 괜찮아. 찾기만 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할게.”
“알겠습니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우주의 비밀을 밝혀내겠습니다.”
“그래. 우리 미래를 위해 힘을 모아보자.”
지니를 우주로 보내는 것이 결정되자 제일 중요한 메인 발전소를 만들어 우주로 올려보냈다.
다른 것은 지니가 직접 만든다고 해도 무한 발전소만큼은 기술력이 안 돼 지금 당장은 만들 수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무한 발전소도 지니가 만들어 사용할 것이다. 만드는 원리는 알고 있으니.
다음으로 육각형 형태의 지니 시스템 JINIOS-6을 만들었다.
발전소 주위로 육각형 모양의 JINIOS-6이 다가서자 자기로 당겨 벌집처럼 연결해 붙었다.
6개의 JINIOS-6이 연결되자 기다리고 있던 12개의 JINIOS-6이 6개의 JINIOS-6에 이어 붙었다.
그렇게 18개의 JINIOS-6이 연결되자 그 밑으로 다시 90개의 JINIOS-6이 같은 방법으로 연결됐다.
이렇게 한 세트의 조립이 완료됐다.
이 작업을 5번이나 더 진행했고 총 108개의 JINIOS-6이 모두 연결되자 지니는 짧은 육각형의 봉 형태가 되었다.
원래 발전소 하나만으로도 108개의 JINIOS-6을 모두 사용하고도 넘칠 용량이었으나 지니가 얼마나 많은 JINIOS-6을 만들어 추가할지 몰랐기에 발전소는 넉넉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외부에 발전기를 하나 더 추가했다.
윗면에 아주 얇은 투명한 신포를 증식시켰고 그 밑에 새로 만든 에너지 생성판을 붙였다.
투명한 신포에 충격이 전해지면 그 충격이 에너지 생성판으로 전달되면서 전기가 만들어지는 원리였다.
빛이나 소리, 물리적 충격 등 어떤 것이라도 좋았다. 작은 운석에 충돌시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초전도 현상으로 전기 저항 없이 얻어진 에너지를 보조 발전기로 사용했다.
우주로 올라온 지니는 지구에 있을 때보다 많아진 108개의 뇌로 인해 지구에서보다 더 현명해지고 수백만 년 이상의 정보를 담을 수 있게 됐다.
이렇게 기본 세팅이 끝났다.
지금 당장은 지니가 JINIOS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되지 않았기에 기술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줘야 했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현명해도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없다면 쓸모없는 건 마찬가지니까.
그래서 지니를 위해 지구에다 로봇이 모든 작업을 해주는 무인 공장을 하나 건설해 주었다.
지금 당장은 지구에다 건물을 만들 수밖에 없지만, 지니가 어느 정도 기술력이 올라가면 화성과 달에서 채취하는 자원으로 직접 공장을 운영해 많은 로봇을 생산하고 생산된 로봇으로 테라포밍을 시작할 것이다.
어쩌면 육각형 형태의 3D 원소 프린터를 본체에 붙이고 로봇을 대량으로 생산해 사용할지도 몰랐다. 재료는 화성에 넘쳐 나고 있었으니.
지금 실험 중인 인공 자궁도 추가할 줄 생각이다.
이 인공 자궁은 테라포밍이 끝나면 행성에 생물을 퍼트릴 것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자 지니를 JINIOS-6 시스템으로 이동시켰다.
“어때? 맘에 들어?”
“마음에 듭니다.”
“마음에 든다니 나도 기쁘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 최우선으로 처리해줄게.”
“알겠습니다.”
지니 작업이 끝나자 바로 루퍼와 미카, 라파, 가엘을 만들어 JINIOS-10에서 13까지 나눠 넣었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지니의 5년 전 버전으로 지니가 인류의 역사를 배우기 전 모델이다.
루퍼는 지금까지 지니가 맡아왔던 모든 작전을 진행하는 해커 같은 인공지능이었다.
전 세계 모든 곳을 감시하고 정보를 모으며 분란을 조장하고 싸움을 일으키는 일을 했다.
내가 하는 모든 작전을 벌일 때마다 작전이 펼쳐지는 나라에 주식, 선물, 현물, 블록체인 화폐 등을 이용해 지오 전자의 모든 자금을 증식하는 일도 루퍼의 몫이었다.
이런 이유로 다른 인공지능에 비해 특히 더 감정이 없도록 만들었다.
미카는 새로운 제품만 전문적으로 만드는 아이디어 은행이다.
지금까지 지니가 운영하던 연구소의 모든 일을 맡았고 검색엔진과 법적인 문제도 해결하는 역할을 같이 진행했다.
국가 운영 시스템도 미카가 맡아 운영하도록 했다.
라파는 강원도 동물원에 들어오는 DNA를 분석해 아버지와 새로운 종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했다.
가엘은 지니가 운영하던 게임을 넘겨받아 운영했고 숙면 학습 장치에서 인간의 정보를 받아 지니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을 했다.
모두 지니의 도움을 받아 감정은 최대한 줄이고 일에만 특화해 프로그램했다.
지니처럼 문화를 연구한다던가 인간을 연구하는 일 따위는 관심을 가지지 않게 말이다.
그래도 지금 만들고 있는 인공지능이 워낙 학습 능력이 좋아 스스로 이런 것들을 익히다 혹시 인간처럼 폭주할 수도 있었기에 무조건 지니의 말을 듣도록 강력한 보안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지니가 루퍼, 미카, 라파, 가엘의 성능을 테스트하고 본인이 작업하던 데이터를 분배해 전송해주었다.
데이터를 받은 루퍼, 미카, 라파, 가엘은 지니가 작전을 펼칠 때보다는 좀 더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했다.
그동안 공장을 건설해 지니가 요청한 스캔 장치를 만들었다.
이 장치는 게임 머신이라는 이름으로 지니가 만든 '내가 만들어가는 세상'에 공지를 올려 이벤트로 1,000명에게 나눠 줬다.
세계 최초로 출시된 캡슐형 게임 머신은 호기심과 장치의 효율성이 소문나면서 게임을 하지 않는 일반인까지 판매해 달라고 요청이 들어왔다.
추천과 선작은 작가에게 비타민이며 행복입니다.
모든 분들이 추천을 눌러주시는 그날까지
어제보다 재미있는 글로 독자님들을 즐겁게 하는 것
그것 하나만 놓고 글을 쓰겠습니다.
2018년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 대박나세요
- 작가의말
woodmagic님 후원금 감사드립니다. 잘 사용할게요.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