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도시 프로젝트 (4)
미래 도시 프로젝트 (4)
지금까지 한국은 일본이 힘들 때마다 많은 도움을 주던 나라다. 하지만 일본 정부가 만든 잘못된 역사의식에 사로잡혀 도움을 주었던 우리를 욕했고 이용했다.
이런 일들이 자주 반복되다 보니 한국 국민도 익숙해져 일본을 도와주려는 국민이 거의 없었다.
한국이 중국과 전쟁 중인 상태라서 많은 국민이 해외로 나가 있기도 했고, 혹시 중국에 침공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온통 중국 전쟁에만 관심이 있었기에 일본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렇다고 일본을 도와주려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으나, 일본이 저지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인이 짊어지게 됐고, 한국 정부는 방사성 오염으로 어쩔 수 없이 동해를 폐쇄했다.
이 일로 인해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일본 혐오가 다시 들고 일어났고, 도와주려던 자들도 마음을 접어야 했다.
오히려 일본을 돕는 대신 동해의 방사능을 제거할 방법을 연구하자는 여론이 생겨났다.
이런 상황이기에 일본은 한국에 도움을 받을 수 없었고, 다른 나라에 도움받으려 여러 군함을 내보냈다.
“이번에도 연락이 끊어진 건가?”
“그렇습니다.”
“누군가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 분명해.”
“그럴만한 나라는 중국밖에 없잖습니까?”
“우리 잠수함은 몇 대나 남았지?”
“연락되는 잠수함이 전혀 없습니다.”
“그럼 이제 호위함 2척과 초계함 3척뿐인가?”
“호위함 1척은 고장이라 수리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모든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어.”
“저는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뭐가 이해되지 않는 것인가?”
“한국은 분명 우리의 실수로 수소 폭발이 일어났다고 했는데 전반적인 상황을 보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지?”
“우리의 과학력은 실수할 정도로 수준이 낮지 않습니다. 그런데 하필 정부 고위 관료가 모두 모인 자리에서 수소폭탄이 터졌다는 것을 누가 믿겠습니까? 꼭 누가 일부러 터트리지 않고서야 이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습니다.”
“그래. 나도 그 부분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네. 그러나 한국에서 보여준 준 사진을 자네도 보지 않았나?”
“그 사진도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촬영한 것은 아닙니다. 꼭 우리를 감시한 것처럼 촬영되지 않았습니까?”
“어느 나라든 첩보 활동은 하고 있으니 그것 가지고 뭐라 할 순 없네. 우리도 한국을 감시하고 있지 않았나.”
그래도 부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는지 의문점을 남겼다.
“혹시 그 사진 조작된 것은 아닐까요?”
“그럼 자네는 한국이 수소 폭탄을 터트리고 조작된 사진으로 우리를 우롱하고 있다는 말인가?”
“요즈음 한국의 과학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사진 조작은 누워서 떡 먹는 것보다 쉬울 겁니다.”
“그들이 우리를 공격해 얻는 이득이 뭔가? 뭔가 이득이 있어야 이런 일을 벌였을 것이 아닌가?”
“한국은 오래전부터 우리를 싫어하지 않았습니까? 거기다 미국에서 화산도 터졌으니 이번 기회에···.”
그 말을 듣던 소장은 부하의 말을 잘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아무리 한국이 우리를 싫어한다고 해도 이 정도까지 할 나라는 아니라고 생각하네.
게다가 한국은 지금 중국과 전쟁으로 정신없을 거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까지 공격한다? 뭔가 이치가 맞지 않아. 그들이 얻는 이익도 없고.
이렇게 대놓고 우리를 공격할 나라는 중국밖에 없어. 지금 중국은 사면초가가 아닌가.”
“지금 중국을 공격하는 나라가 우리만이 아니지 않습니까? 왜 그 많은 나라 중 하필 우리를 공격했을까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어쨌든 중국은 우리를 공격한 전례가 있으니 난 한국보다 중국을 의심하고 있네. 그나저나 빨리 해외에 원조를 받아야 하는데 원조 나간 전투함과 통신이 자꾸 끊기니 큰일이야.”
일본이 원조로 고민하는 동안 중국은 식량난을 겪고 있었다.
“식량 창고에서 또 불이 났습니다.”
“뭐? 빨리 진화해.”
“이번에도 안쪽에서 불이나 앞쪽에 있는 곡물을 빼내고 있습니다.”
“이게 도대체 몇 번째야?”
“그러게 말입니다. 지금 군인들 사이에서는 식량 창고에 귀신 들렸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말고 화재나 진압해.”
“알겠습니다.”
이상하게 몇 달 전부터 식량 창고와 무기고에 불이 났고 아무리 인원을 늘려 감시해도 화재를 막을 수가 없었다.
무기고 화재는 워낙 위력이 강하게 터져 모든 무기가 불타오를 때까지 멀리 떨어져 지켜볼 수밖에 없었으나 식량 창고는 달랐다.
불이 날 때마다 식량을 조금이라도 살리기 위해 불을 진압하면서 식량을 꺼내야 했다.
신기하게도 불은 언제나 식량 창고에 제일 구석진 곳에서만 일어났기에 진화도 어려웠다.
그렇게 식량이 조금씩 소비되어 이제 먹을 것이 전혀 없었다.
이로 인해 베이징 인근에 모여 있던 중공군은 며칠째 제대로 된 음식을 먹지 못했고 사령원들은 긴급회의를 진행해야 했다.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지금, 이 상태라면 배고픔에 굶주린 병사들이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 겨울에 어디서 식량을 구한단 말인가?”
“베이징 시내를 돌아다니면 그래도 뭔가 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직 피난하지 않은 주민이 많으니까요.”
“군인이 어떻게 인민의 식량을 뺏을 수 있단 말입니까?”
“지금 그런 한심한 소리를 할 때가 아닙니다. 굶고 있는 병사가 한둘도 아니고 자그마치 6백만 명이 넘습니다.
이들을 먹여 살리지 못하면 전투는 고사하고 오히려 반란이 일어나 자중지란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인민들도 이해해 줄 겁니다.”
“지금은 전시라는 것을 잊었나. 인민이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는 더한 짓도 해야 할 상황이니까.”
“인민에게 식량을 걷어 들이는 것 만으론 이 긴 겨울을 버틸 수 없습니다. 차라리 몽골이나 한국으로 총공격을 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들을 공격하면 우리가 먹을 음식은 어느 정도 확보될 테고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도 지켜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당해 놓고도 아직 그런 소리를 하십니까? 아무리 우리가 꼭꼭 숨어 작전을 만들어 진행해도, 오히려 우리가 저들에게 역으로 공격당하니 문제가 되는 겁니다.
그 일로 우리 중에 첩보원이 숨어있는 줄 알고 첩보원을 잡겠다고 별의별 짓을 다 하지 않았습니까?”
“솔직히 6백만이 밀고 들어가면 우리가 공격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도 핵을 사용하지 않는 한 우리 모두를 죽이긴 힘들 겁니다. 그러니 한꺼번에 공격합시다.”
“그럼 베이징은 누가 지킵니까?”
“잊으셨습니까? 우리는 베이징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공산당원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이 전쟁에서 지면 공산당은 끝나는 겁니다.”
“그럼 우선 급한 대로 식량 문제는 베이징과 톈진에서 조달하는 것으로 하고, 어느 정도 병사의 사기가 올라가면 몽골을 치기로 하지.”
“한국을 공격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습니까? 78 집단군과 80 집단군이 연락되지 않아서 그렇지 그곳에도 자그마치 200만이나 되는 병력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그들과 연락만 된다면 79 집단군과 협력해 한국을 점령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루퍼가 이들의 정보 체계를 계속 교란하고 있었기에 78 집단군과 80 집단군이 전멸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만주 전 지역을 한국이 점령했다는 것을 안다면 이들은 뒷목잡고 쓰러졌을 것이다.
“한국은 통일 후에도 상비군과 예비군이 천만 명에 가까울 정도의 병력을 보유한 나라라네. 그에 비해 몽골은 상비군과 예비군을 합쳐도 20만이 되지 않지.
그들만 처리해도 우리를 막을 병력이 없기에 40만 정도만 보내도 우리가 충분히 몽골을 점령할 수 있을 거네.”
“듣고 보니 그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땅만 놓고 봐도 당연히 몽골로 진군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합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베이징을 지키기 위해 이곳에 모여 있어서 그렇지 만약 우리가 베이징을 포기하고 넓게 포진해 몽골로 진군한다면 저들은 우리를 막을 수 없네.”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몽골을 점령하면 동쪽으론 한국 밖에 남아 있지 않기에 충분히 우리 병력으로 한국을 점령할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도 한국 공격은 몽골을 먼저 점령한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몽골 공격을 먼저 진행한 후 천천히 생각해 봅시다.”
이렇게 몽골 공격이 확정됐다.
이 정보는 루퍼에 의해 곧바로 몽골 정부에 들어갔고 몽골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국에서 구매한 무기 성능이 워낙 뛰어나 지금까지 부족한 인원을 대체할 수 있었으나, 6백만 명이 넘는 인원이 한꺼번에 몽골로 진군하면 막을 방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일로 대통령 회의가 소집됐다.
“중국이 우리를 공격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현재 미국도 화산 폭발로 전쟁에 신경 쓸 여력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유럽에 도움을 청한다 해도 지금 당장 우리를 도와주지는 못할 겁니다.
차라리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불과 3달도 되지 않아 만주 전 지역을 점령했고 최정예 집단이 베이징 인근에 주둔하고 있는데요?”
“한국에 도움을 요청하면 분명 내몽골 자치구를 달라고 할 겁니다. 우리가 내몽골 자치구를 차지하려는 이유가 숲이 있어서가 아닙니까? 그러니 그곳은 절대 한국에 넘겨줄 수 없습니다.”
“한국은 이미 내몽골 자치구 전 지역을 점령한 상태입니다. 그런 그들에게 내몽골 자치구를 돌려 달라고 하면 주겠습니까?
만약 저라면 차라리 몽골이 망하는 것을 지켜본 후 중국 땅을 더 뺏는 쪽을 택할 겁니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지금은 국가의 존폐가 걸린 문제이기에 땅을 운운할 때가 아닙니다.
만주에 있는 내몽골 자치구를 한국에 인정해 주고 몽골을 구해 달라고 하는 것이 우리가 살 수 있는 제일 나은 방법입니다.
더 좋은 방법이 있으시면 말씀해 보세요.”
외교 장관과 국방 장관의 합세에 재무 장관은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동안 우리는 십 년 넘게 한국의 도움을 받아 사막화를 막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셔야 합니다.
솔직히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땅도 인구보다 상당히 넓습니다. 단지 땅 대부분이 녹지가 없어 쓸모없는 땅이 많다는 것이죠.”
“지금 그 이야기를 왜 하시는 겁니까?”
“우리가 내몽골 자치구를 한국에 인정해 주는 대신 우리 땅에 사막화를 좀 더 획기적으로 막아 달라는 조건을 거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몇 년 전 한국에서 발견된 역사 유물을 보러 갔을 때, 지오 건설이란 곳에서 놀라울 정도의 기술로 빠르게 사막화를 막는 것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우리 국토가 대부분 숲이었다면 지금보다 인구가 더 빨리 늘었을 거고 지금 같은 상황은 없었을 겁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대비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나쁜 생각 같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중국과 국경을 맞대는 것보다 한국과 국경을 맞대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이득입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내몽골 자치구를 모두 한국에 주고 중국의 방패막이로 내세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건 너무 과한 생각이 아닙니까?”
“장기적으로 놓고 보면 과한 처사는 아닙니다. 중국 정세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 상태로 10년을 간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는 발전도 못 하고 더 넓어진 국경으로 인해 이 전쟁에 끌려다니다 파산할지도 모릅니다. 인구라도 많다면 그럭저럭 버티겠지만, 지금 중국 전쟁 2년 만에 경제가 파탄이 나고 있습니다.
이럴 바에야 내몽골 자치구를 모두 한국에 줘버리고 우리는 우리 살길을 찾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거기다 내몽골 자치구는 우리에게 정말 쓸모없는 불모지이지 않습니까? 그런 땅을 가지기 위해서 우리가 입어야 할 손해는 천문학적입니다.”
“내각관방 장관의 말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공산당보단 아시아에서 제일 민주주의를 이루고 있는 한국과 국경을 맞대는 것이 우리에겐 더 유리할 테니까요.
또한 지금 중국에서 생산하던 공산품을 한국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만들어 세계로 수출하면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찬성입니다. 우리 정부는 장기적으로 전쟁을 이끌어 갈 능력이 부족합니다. 이번 기회에 건설도시개발 장관의 말대로 공장을 늘리고 중국 대신 공산품을 생산해 세계로 판매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장관의 의견을 들은 대통령은 몽골의 미래를 결정했다.
“알겠습니다. 장관님들의 말씀대로 진행하도록 하죠. 외교 장관은 바로 한국으로 가서 협상하세요.
우리를 지원해줄 병력은 최대한 빨리 이쪽으로 와 중공군을 막아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없으니 지금 바로 출발하세요.”
“알겠습니다.”
외교 장관은 바로 회의실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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